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62
“우리 페타 영지는 저나 아이라가 보좌관을 대신해서 업무를 도와드리고 있지만, 다른 영지들은 유착관계가 있어서 귀족 자제들이 영주 업무를 미리 체험하게끔 서로 보좌관으로 보내곤 하거든요. 그래서 보좌관이 다른 가문 귀족 영식이라면 우리 영지에 대리인으로 보낼 수가 있어요.”
“영지 대리인이 되면 뭐가 좋은데?”
“아마도…..”
시에리가 말끝을 흐렸다. 아무르 영지는 지금껏 꾸준히 페타 영지에 지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만일 아무르 영지의 보좌관이 영주 대리를 맡는다면, 페타 영지의 예산을 동원해서 아무르 영지에 지원하게끔 할 수도 있었다. 시에리가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아마, 우리 영지의 예산을 노리는 것 같아요. 지금 아무르 영지가 많이 어렵거든요.”
“아아, 대리인이 된 동안에는 어느 정도 예산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대리인 권한을 얻어보겠단거구나.”
“네. 어차피 우리 영주님은 사제장이시니까, 구호 목적에 쓰인 예산을 돌려달라고 하실수는 없을거에요.”
“의외네. 너라면 당연히 아무르 영지를 도와야한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영주님이 허가하신 적 없는 일이니까요.”
시에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시에리의 마음 속에서는 대천신교의 교리보다 페타 루시우스의 명령이 더 우선시되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브는 발을 불편하게 만드는 신발 때문에 짜증이 났다.인상을 찌푸린 이브가 경계면에 도착 했을 때, 그곳에는 한 사내가 병사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호위기사로 보이는 기사가 두 명 정도 서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영지의 대리인이 되어주겠다지 않느냐! 나는 저 북부 루비콘 대공의 아들 루비콘 콘드릭스다! 내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가문의 문장도 가지고 왔으며 아무르 영주님의 친서도 가지고 왔다.”
“아니, 그러니까 저희는 아무 이야기도 못들었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콘드릭스 보좌관님. 저희가 멋대로 이렇게 외부 귀족을 들이면 나중에 영주님이 경을 치실겁니다.”
“네놈들은 사제장이 무서우냐 저 북부의 대공이신 우리 아버지가 무서우냐?”
사내는 자신을 루비콘 콘드릭스라고 소개했다. 동시의 자신이 북부 대공의 아들이며, 아무르 영지와 루비콘 가문의 문장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줄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이 걸어가던 중에 이브가 시에리에게 물었다.
“루비콘 가문이 어디야?”
“드래곤 산맥 바로 아래있는 가문이에요. 북부에서 엄청 영향력있는 가문으로 이름이 높죠.”
“너 되게 똑똑하다?”
“대천신교에 제일 기부를 많이하는 가문 중 하나거든요. 제가 수도회에서 수련할 때 루비콘 대공님도 한 번 뵌 적 있었어요. 되게 좋으신 분이었는데……”
시에리가 말끝을 흐리며 루비콘 대공의 아들 루비콘 콘드릭스를 바라봤다. 이브는 시에리가 흐린 말미에 어떤 말이 들어갈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어디서 저런 망나니가 왔나 싶었겠지. 루시우스한테 대리인에 대한 언질을 줬다면 이브나 시에리가 몰랐을리가 없었다.
루시우스가 그런걸 깜빡할 성격도 아니었고, 애초에 대리인으로 이브를 지정하고 나간 상태였으니까. 영지 법 상으로도 영주 부재 시에 제 1의 우선권을 가지는 건 영주의 배우자였다.
“에헴.”
이브는 헛기침을 하여 시선을 끌었다. 경비병들은 이브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해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이브의 뒤에서 시에리가 ‘영주부인’이라고 입모양을 해주고 나서야 경비병들은 황급히 일어나서 이브에게 인사했다.
“오, 오셨습니까 부인!”
“어, 그래….요. 수고 해….요?”
이브는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평소였으면 ‘고생한다 씨발놈들아.’라고 말했을텐데, 차마 영주 부인이라는 직함을 달고 그런 말을 할수는 없었다. 팔자에도 없는 가식을 떨고 있으니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콘드릭스는 이브를 훑어보더니 물었다.
“그대는 누구요?”
“저는 신랑의 아내. 이브라고 합니다.”
“뭐?”
“아니. 그러니까, 그…. 뭐시기. 페타 루시우스의 아내. 이브라고 합니다.”
이브의 얼굴이 빨개졌다. 시에리가 얼굴을 가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 경비병들이 웃음을 참으려고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콘드릭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아, 알고있소. 페타 루시우스가 물고기 작부를 부인으로 삼았다는 이야기.”
“뭐, 뭐?”
콘드릭스의 폭탄 발언에 경비병들이 일제히 얼음이 되었다. 시에리도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고 이브가 입꼬리를 꿈틀거리며 되물었다.
“아닌가? 소문이 그러하던데, 두 발로 걷는 걸 보니 인어가 아닌거 같기도 하고. 혹시 사실이 아니라면 사과하지.”
정중한지 싸가지가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놈이었다. 이브는 욕을 쏟아뱉고 싶은 걸 참고 말했다.
“아, 네. 오해가 있으시…네요. 저는 인어 혼혈인…. 이브라고 합니다. 큰 범죄를 저질렀으나 우리 신랑의 은총으로 사면받고 새 삶을 살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뻔뻔한 종자다 이것이로군.”
이브는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 입을 열면 욕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시에리가 안절부절한 얼굴로 이브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아무르 영지는 별거 아니었지만 루비콘 대공은 북부를 호령하는 대귀족이었다. 지금 이브가 그 아들을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디까지 화가 미칠지 알 수 없었다.
“영지 법에 따르자면 영주 대리인은 귀족이나 이에 상응하는 직책을 가진 자가 할 수 있다.”
“그 이전에 부인에게 우선권이…..”
“부인? 인어 혼혈에게 법적인 권한이 있을것 같나? 하나만 묻지 그대가 이 왕국의 국민임을 증명하는 패는 가지고 있나?”
있을리 없었다. 이브는 엄연히 따지자면 탈주 노예 신분이었으니까. 시에리가 이브를 변호했다.
“이미 페타 영지는 아힐데른 왕국의 에리나 공주님께서 영지 대리인을 맡으신 바 있습니다. 인간이냐 아니냐, 왕국의 국민이냐 아니냐는 영지 대리인의 자격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엘프 왕국은 드워프 왕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왕국과 상호 협력조약을 맺은 상태다. 우리가 언제 인어랑 상호 협력조약을 맺었나? 인어는 고기와 가죽이 팔리는 몬스터에 불과하다. 몬스터를 대리인으로 세우는 걸 이웃 영지에서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심지어 대량 살인과 성범죄 전과가 있는 몬스터를 누가 믿을 수 있겠나. 당장 권한을 내려놓고 네 방으로 돌아가거라. 인어.”
“이런 씹…..”
시에리가 다급하게 이브의 입을 틀어막았다.
“왜. 혹시 네 더러운 몸뚱이에 손이라도 댈까 두려운가? 걱정하지 마라. 난 고향에 부인이 있는 몸이다. 영지에 있는 동안 어떠한 사치도 부릴 생각없다. 그저 아무르 영지 구호에 필요한 물품들을 좀 빌릴 뿐이다. 반물고기년이 남을 돕는다는 생각을 할리가 없지.”
“뭐 이 새끼야? 반물고기?”
콘드릭스는 이브가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며 욕을 하자 순간 움찔했으나 이내 표정을 고치고 말했다.
“다시 말하겠다. 나는 내 이웃 영지를 잠시라도 몬스터가 맡고있는 걸 용납할 수 없다.”
“이 씨발년이!”
푸욱!
이브는 그 말에 꼭지가 돌았다. 옆에있던 경비대의 칼을 뽑더니 그대로 콘드릭스의 배를 쑤셨다. 콘드릭스는 당황한 얼굴로 배를 움켜쥔 채 무릎을 꿇었다. 호위기사들이 놀란 얼굴로 칼을 뽑고 달려왔으나 경비병들에게 막혔다.
“끄억….끄어어억….이, 이게 무슨….짓이냐…귀족을 공…격하다니…”
“이 씨발놈아! 나 영주 부인이야. 근데 씨발 영주 부인한테 반물고기? 넌 오늘 반 시체가 되서 돌아갈거다 개같은 새끼야!”
경비병도 기사도 시에리도 모두 돌발상황에 얼어붙었다. 이브는 콘드릭스의 배에서 칼을 뽑아냈다. 콘드릭스는 배를 움켜쥔 채 바닥을 구르며 피거품을 토해냈다.
“꺼흑….끄흑….”
몇바퀴 구른 콘드릭스가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는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지갑을 꺼냈다. 영롱한 빛깔을 내는 아름다운 지갑이었다.
“도, 돈은 얼마든지….줄테니…빠, 빨리…사제를…..”
“이 새끼가 근데 보자보자 하니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시에리가 치료해주기 전에 이브가 다시 한 번 화를 내며 한 번 더 콘드릭스의 배때지를 갈라버렸다. 이번엔 아예 날을 세워서 배를 반으로 쪼개버린 것이었다. 콘드릭스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브를 쳐다봤다.
“이 개새끼가 내 앞에서 인어가죽 지갑을 꺼내? 이 씨발 나 꼴받으라고 일부러 그러냐? 넌 씨발 곱게 못죽을거다!”
경비병들을 물리친 호위 기사들이 달려왔다. 이브는 자신에게 칼을 뻗은 기사의 팔을 통채로 뽑아버렸다. 기사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허물어졌고, 이브는 주춤하는 다른 기사에게 달려들어서 주먹으로 투구를 후려쳤다. 투구가 움푹 패이면서 기사가 주저앉았다.
“사, 살려줘….살려줘….내가…내가…잘못했어….”
시에리가 겨우겨우 치료를 해주어서 콘드릭스는 목숨이 붙어있었다. 가늘게 숨을 쉬고 있는 그를 쳐다보며 이브가 거칠게 숨을 쉬었다. 이 감각. 아주 오랜만이었다. 이브가 웃으면서 물었다.
“너, 이름이 뭐라 그랬지?”
“코, 콘드릭스…..루비콘 콘드릭스….”
“아주 예쁜 이름이네. 인어로 태어났으면 훌륭한 인어가 됐겠어. 그거 알아? 인어는 씨발 전부 여자만 태어난다는거. 새끼야. 살고싶다 그랬지?”
“살려줘….살려줘….”
이브가 숨을 내쉬며 칼날로 콘드릭스를 가리켰다.
“지금부터 널 거세할건데. 그러고도 살아있으면 보내줄게 좆같은 새끼야.”
“끼윽…그, 그만둬…그만둬….”
“이브! 그만해요! 그만! 그러다가 진짜 큰일나요!”
진짜로 콘드릭스의 바지를 벗기려던 이브를 시에리가 뜯어말렸다. 보좌관을 죽여버리면 진짜 돌이킬 수 없었다. 이브는 자신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말리는 시에리를 쳐다보고 한숨을 쉬며 칼을 던져버렸다.
“야, 꺼져.”
그리고 콘드릭스를 발로 툭툭치며 밀어냈다. 콘드릭스는 벌떡 일어나서 황급히 자신의 영지를 향해 달렸다. 몇걸음이나 달렸을까. 갑자기 꼿꼿하게 멈춰선 콘드릭스는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버렸다. 내장이 작살난 상태에서 억지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좆됐네.”
이브가 중얼거렸다. 시에리는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맨바닥에 기사 두 명이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기사 중 한 명은 팔이 뽑힌 쇼크로 즉사했고 다른 한 명은 머리가 움푹 들어간 상태로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상태를 보아하니 시에리의 치료로는 살릴 수 없는 정도였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루비콘 콘드릭스가 사망했다.
그 날 페타 영지는에는 세 명 분의 시체가 더 생겼다.
“씨발.”
이브가 길모퉁이에 놓인 돌 위에 걸터앉은 채 욕을 뱉었다.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짜증을 냈지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시에리는 이미 멘탈이 나간듯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일단 저지를 때는 속이 시원했는 데, 생각해보면 이건 대형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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