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9)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29화
정말 제대로 체계가 잡히고 나서는, 눈코 뜰 새도 없이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데뷔 쇼케이스까지 딱 3일이 남고, 그 사이 내 일상에 대해 크게 묻지 않던 가족들이 내 생사를 물어볼 정도로.
[김보미: 야 동생] [김보미: 살아있냐?] [김보미: 너 티저 뜨고 그러는 거 다 보긴 했거든? 근데 너 아니고 무슨 AI 김춘용 같애 내 동생이 저럴 리가 없는데] [김보미: 생존 신고 좀 해라 엄마 아빠가 너 뇌랑 껍데기 인터넷에 업로드되고 가짜 김춘용이 돌아다니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니까]“하하….”
그러니, 막 씻고 나와서 마주한 문자에 내가 헛웃음을 흘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노릇이었다.
그래. 요즘 멤버들 생각과 당장에 마주한 일들을 허겁지겁 해결하느라고 가족들한테 연락을 좀 못 하긴 했지.
…내가 이렇게 돌아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데.
나는 살이 내린 뺨을 몇 번 문지르다가, 조심스럽게 휴대폰 너머 누나에게로 보낼 메시지를 타이핑했다.
고마움,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애정을 담아서.
[김춘용: 그거 AI 아니고 나 맞아 진짜 나야] [김춘용: 오래 못 봐서 까먹은 거야 자세히 뜯어보면 나 맞음] [김춘용: 그리고 내 얼굴 욕하는 거 아빠랑 누나랑 나리 욕하는 거니까 잘 생각하고 말해라] [김춘용: 나랑 똑같이 생겼으면서] [김춘용: ㅗㅗ] [김보미: 드디어 돌아버린 거냐? 뒤질래?]평소와 같이.
“후….”
누나에게서 험악한 문자가 와르르 쏟아졌지만, 그 험악함 속에 담긴 애정을 듬뿍 느낀 난 핸드폰을 대충 던져 놓고 베개에 얼굴을 부볐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타겟팅 스타> 출신 AG 신인 남자 아이돌 ‘ToZ’ 올 가을 차트 정조준] [ToZ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화제… “문윤하가 또 일냈다”] [‘위즈 vs ToZ’ 신인 남자 아이돌 2파전 양상은? “일단은 ToZ”]이제 막바지에 닿은 일정은 수월하기 짝이 없었다.
그 사이 모든 멤버들이 얼굴을 한 번씩 비춘 뮤직비디오 예고는 벌써 뷰수가 무드샘플러를 훌쩍 넘었고, AG 홍보팀의 뜨거운 푸시로 기사 반응도 좋았으니까.
무능한 사람들은 저 뒤켠으로 물러나거나 쫓겨났고, 이 일에 열정적인 사람들만 모두 남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일지도.
물론.
“이제 쇼케이스 당일에 공개될 뮤직 비디오랑, 트랙 비디오. 앨범 릴리즈만 남았어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넵!”
“자, 그럼 이제부터 할 일이 있죠.”
“…에?”
“에?는 무슨. 다들 관리 좀 합시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무대 올라가야죠, 어? 연습생 신분에서는 좀 부족해도 돼. 근데 아이돌일 때는 안 돼. 이해해요?”
그 과정에서 피눈물이 흐르긴 했지만.
“지화성 씨랑 로건은 피부과 좀 다녀오죠. 아직 어려서 좋긴 한데, 피곤한 게 티가 나. 방송 카메라에는 다 잡혀. 뾰루지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고.”
“Holy….”
“재하 씨랑 시우 씨도 같이 가요. 검사할 거야. 마지막에 크림까지 제대로 발랐는지, 안 발랐는지. 약속 안 지키면 가만 안 둬.”
“으아, 네에….”
“그리고 방유찬 씨랑 김춘용 씨. 둘은 핏이 진짜 잘 살아야 하거든? 둘만 의상 좀 트여 있는 거 알죠. 그럼 뭘 해야겠어.”
“음… 식, 식단 관리…?”
“그래. 유찬 씨가 눈치가 있네. 남은 시간 동안 닭가슴살이랑 현미밥 좀 먹자고요. 응?”
‘아이돌은 무대에 설 때 완벽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문윤하 디렉터님의 진두지휘 아래 이루어진 외모 관리에 더불어서…
“춘용… 씨.”
“허억, 네?”
“지금 딱, 좋은데… 이거, 저희 크루에서 커버 영상 올릴 때… 객원 멤버로 등장… 좀.”
“에헤이, 다솔 쌤! 사심 그만 좀요, 제발!”
이어진 연습, 연습, 연습!
“커허헉….”
갑자기 상기된 고생의 시간 탓일까.
나는 내 머리카락을 대충 쥐어뜯으며 고통 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선명하게 드러난 근육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배가 안 고픈 건 아니라고.
“…춘용아. 괜찮은 거야?”
“네? 아, 괜찮죠, 그럼.”
“…너랑 유찬 형은 식단 관리까지 들어가서. 많이 힘들 거 같던데.”
“다 데뷔하려고 하는 건데요, 뭐….”
그렇게 말하는 재하 형의 얼굴 역시 피부과에 다녀온 덕에 반짝반짝 빛났지만, 묘하게 느적느적 느려진 움직임에서 힘들다는 티가 팍팍 났다.
멤버들도, 나도 이래저래 고생이구만.
그렇게 내가 탈력감에 두 눈을 끔뻑이던 그때.
협탁 위에 올려 뒀던, 스마트 워치에 별안간 메시지가 도착했다.
[정연우: 이제 곧 쇼케이스네요 ^^]“…뭐야.”
데뷔 준비 기간 내내 방치했던 스마트 워치 속 메시지에, 나는 그 어떤 때보다도 무성의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연우 형 정도로 연차가 찬 아이돌이 같은 소속사도 아닌 이에게 잊지 않고 다시 연락을 준다는 건 꽤나 의외의 일이었다.
우리 사이에서 추억 비슷한 거라도 있는 쪽은 연우 형이 아니라 나였고, 형에게 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만난 연습생 하나니까.
[정연우: 멤버들이랑은 좀 친해졌어요?] [정연우: 친하게 지내요 멤버들이랑 ^^]그리고, 읽음 표시가 뜨자마자 이어서 도착한 메시지는 더 의외였고.
“허….”
아니, 의외라기보다는 황당한 말이지.
이제 와서 멤버들과 친해졌냐고?
서바이벌까지 전부 다 한 마당에?
항상 자기 혼자 전부 알고 있고, 자기만 이해하는 말로 상대방 놀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무슨 맥락에서 한 말인지 쉽게 감이 잡히질 않았다.
“…렉스 너, 오늘도 숙소는 안 들어가는 거야?”
“뭐, 가긴 갈 건데. 꼭 안 들어가도 상관은 없어요. 신경도 안 쓸 걸요? 저 어차피 스케줄도 없어서.”
“글쎄. 그건 네 생각인 거 같은데.”
“예?”
“같이 사는 사이인데, 사이좋게 지내야지. 어? 나도 애들 쥐어박아 가면서 사이좋게 지내잖아, 하하….”
“그거 그냥 줘 패는 거 아니에요?”
이전에도 뭔가 비슷한 말을 하긴 했지만, 지금 상황과 딱 들어맞지는 않았고.
갑자기 이런 식으로 메시지 보내는 거 보니까, 뭔가 또 짐작 가는 게 있어서 말하는 모양인데.
나는 스마트 워치를 손에 차면서 연우 형이 보낸 메시지를 곱씹어 봤다.
멤버들이랑 나.
지금… 친하지 않나?
아니, 뭐.
“춘용아. 이거, 안무 한 번만 더 알려줄 수 있어? 다솔 쌤한테 물어보기는 좀 그렇길래!”
“아, 당연하죠. 어디가 어려운데 그래요?”
“음, 정확히 설명하긴 좀 그런데. 우리 음료수 하나 마시고 다시 하면….”
“아직 몸이 기억하고 있을 때 빨리해야 해요. 이것부터 하고 마시죠!”
“어어? 어….”
유찬 형이야, 서바이벌 당시부터 당연한 것처럼 나를 엄청 편하게 대해 주고 있고.
“God, 춘용 형. 오늘도 엄청 일찍 일어났네요….”
“어. 요즘 잠이 잘 안 와서. 너 알림도 내가 미리 껐다.”
“What? 호, 혹시 지금까지 매일 제 알림 끈 게 춘용 형이었나요?”
“어… 네가 잠결에 실수로 끈 거 빼고는 다 그럴걸?”
“Holy, 저는 지금까지 진짜 숙소에 귀신이 있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맙소사….”
로건은 말할 것도 없고.
“저, 춘용… 형. 바, 밥 먹었어요?”
“어? 시우 왜. 배고파서 그러나?”
“그것도 그런데, 저어….”
“아, 앉아있어 봐. 안 그래도 아까 화성이도 배고프다고 그래서. 둘이 같이 먹으면 되겠네. 차려줄게. 난 먹으면 안 되거든. 알지? 식단 관리 때문에.”
“…네에.”
시우는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타입이니까, 아직 좀 낯을 가리는 것 같아도 괜찮고.
“으, 힘들다….”
저기 나랑 똑같이 침대에 늘어지는 재하 형이랑 화성이는 이전에 이것저것 부딪히면서 얘기도 많이 했고, 하니까….
지금 되게 괜찮은데?
이 형이 이런 뜬구름 잡는 메시지를 보낼 이유가 전혀 없는데?
그러나, 나는 이 시점에서 무언가를 빠르게 깨달아야만 했다.
연우 형이 티오제의 데뷔 쇼케이스를 앞두고 저런 메시지를 보낸 이유.
먼저 데뷔를 했고, 다인원 그룹의 멤버들을 이끄는 리더가 ‘멤버들과 친하게 지내라’라고 한 게 무슨 의미인지 말이다.
정확히는.
“저, 다들 주무십니까?”
늦은 밤, 호빈 형이 숙소를 찾아오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 * *
양손에 편의점 봉투를 한가득 든 호빈 형은 퍽 비장한 표정이었다.
후줄근한 모습으로 형을 맞이한 우리 멤버들을 얼떨떨한 표정이었고.
“퇴근한다고 해 놓고 갑자기 찾아와서 놀라셨겠지만, 전해드릴 말이 있어서 다시 숙소 방문했습니다.”
“음… 스케줄 변동 사항이 있나요? 지금 미리 나가야한다거나, 그런….”
“아뇨, 아니에요. 이제 3일 뒤면 쇼케이스고, 티오제 여러분들은 쉴 시간도 없이 열심히 달리셔야 할 테니까요. 그 전까지는 따로 스케줄이 없어요. 리허설이면 모를까.”
그 말이 맞았다.
쇼케이스 후에는 본격적인 앨범 활동, 우리를 홍보하기 위한 예능 출연, 팬 사인회, 리패키지 앨범 준비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바빴던 건 마치 전초전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후, 체력 비축을 좀 해야겠네요.”
“저는 그래서 내일까지 계속 퍼질러 잘 계획이었는데! 일어나면 로건이랑 게임이나 좀 하고?”
“저도… 많이 자려고 그랬어요.”
“이해합니다. 그러니까…”
나를 포함한 멤버들이 저마다 한 마디 하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호빈 형은 자기 양손에 들린 편의점 봉투를 식탁 위에 쾅 내려놓으며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노시죠.”
뭐지?
오늘은 황당함의 연속일 예정인 건가?
우리의 다소 아연한 표정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호빈 형은 여전히 결연하기만 했다.
“지금 여러분들끼리 안 놀면, 진짜 놀 시간이 없어집니다. 가뜩이나, 서바이벌 때문에 같이 회포 풀 시간도 없으셨을 텐데… 지금이라도 해야죠. 식단 관리하시는 분들도, 치팅 데이라고 칩시다.”
아주 납득이 안 가는 말은 아니었다.
우리끼리 알아 가는 시간을 가졌다고는 해도 전부 다 카메라 앞인 게 대부분이었고, 정말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 건 손에 꼽을 정도.
그렇기 때문에 ‘진짜 바빠서 대화 한 번 제대로 못 해 보기 전에 애들끼리 얘기 좀 하게 해야겠다’는 호빈 형의 의도도 대충 이해는 간다, 이거지.
근데 지금?
아니, 우리 되게 힘든데?
“허어….”
나는 봉투 하나에 가득 든 맥주와 소주를 슬쩍 밀어 놓으며 혀를 내둘렀다.
미성년자 애들을 위해서 탄산수나 콜라나 음료수 같은 걸 사 오긴 했지만, 옆에서 음주가 진행되는 건 또 말이 달랐다.
렉쓰레기 시절이 아직 내 머리에 생생한데, 술을 마시라고?
안 된다니까, 글쎄.
“저, 호빈 형. 마음은 감사한데요. 저희 지금 되게 피곤하고, 성인인 멤버들도 딱히 술을 마시는 편은 아니라서….”
그렇게, 내가 유연하고 정중하게 거절을 하려고 하는 그 순간.
“…….”
멤버들의 시선이 나를 딱 향했다.
조금 전까지, 피부과에 다녀온 것 때문에 얼굴은 반짝반짝하지만 피곤해 죽을 것 같던 사람들의 눈에 갑자기 안광이 서리다니.
…왜 이래, 이 사람들이?
그렇게, 내가 묘한 위화감에 눈동자를 굴리던 그때.
제일 먼저 입을 뗀 건 유찬 형이었다.
“―아냐, 춘용아. 형이 또 대학을 좀 다녔잖아? 어. 술을 싫어하고 그러진 않아. 그동안 밖이라서 안 마신 거지. 형이 또 실음과 소맥 장인 소리도 듣고 그랬어. 한 번이었지만. 노는 거 좋지. 좋은 거 같아.”
“어? 그… 래요?”
“음, 맞아. 나도 그래. 그동안은 그냥 굳이 마실 이유를 못 찾은 거고… 지금은 다르지.”
“Wow, 오늘 드디어 춘용 형이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걸까요? 아니, 형은 망가지질 않는 것 같단 말이죠!”
“한, 번도 못 봤어요… 춘용 형이, 흐트러진 거….”
“오키이. 드디어 때가 왔구만. 저는 못 마시지만, 보조 정도는 가능하거든요? 맡겨 달라고요. 완전 가능, 대박 가능.”
그렇게 말하는 멤버들의 표정에서는 기묘할 정도로 목적 의식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무슨 보스몹 레이드 직전의 파티원들 같았다고 해야 하나?
잠깐만. 그러니까, 지금 상황에서 보스몹은….
“…아?”
나 같은데.
나는 별안간 발 아래부터 머리까지 쫙 돋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연우 형이 한 말이 이거였구나!
그래, 나는 지금 멤버들을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상황.
그러니까, 멤버들은 내 생각보다 나를 어려워하고 있고, 나를 알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윽.”
머리에서 사이렌이 왕왕 울었다.
나는 내 주사가 어떤지, 어떤 식으로 술을 마시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을래! 죽을 거라고!”
“저, 저기 진정을 좀….”
“뭐야, 저 알아요? 우욱, 잠깐만. 그럼 봉투 좀….”
마시고, 토하고. 헛소리 하고, 별말을 다 하고.
렉쓰레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이번만큼은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한 지금.
“일단, 거실로 갈까? 쫙 깔아 놓고 다 같이 놀자!”
“좋아요. 제가 준비를 할 테니까….”
“로건, 시우야. 카드 꺼내오죠. 그리고 카메라도. 용용 형 좀 찍게!”
데뷔 전에 반드시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겠다고 작정한 멤버들을, 어떻게 설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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