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4)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34화
사실 ‘숨바꼭질’의 뮤직비디오 공개와 쇼케이스 시작 시간을 맞춘 것은 많은 이들의 원성을 샀고, AG 마케팅팀에서도 빗발치는 문의로 인해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제목: 이번 주 복권 당첨 번호 알려드립니다는 구라다
AG 마케팅팀 제정신이냐? 어느 세상 아이돌 뮤직비디오 공개를 쇼케이스 시작 시간이랑 똑같이 함? 제발 아이돌 산업 이해도가 떨어지면 다른 소속사가 어캐 하는지를 좀 보세요 ;; 어려우실까 봐 슬레딕스 레오폴드 2OCD 공개 일정 파일로 같이 첨부했음 ㅈㅂㅈㅂ 나 티오제 망하면 죽어 제발 정신차려 어거스트] [⎿Re: 로또 당첨 번호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어거스트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1팀 김규한입니다 ^^
보내 주신 문의 잘 읽어 보았습니다. 복권 당첨을 위해 확인한 건 아니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차후 회의 후 공지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공개 시간을 바꾸겠다는 공지는 올라오지 않았다.
“팀장님. 역시… 쇼케이스 끝난 후로 시간을 미루는 게 낫지 않나요? 자꾸 복권 당첨인 척 욕 문의 오는 것도 그렇고. 그 연장선으로 화제성을 높이는 게….”
“아냐. 그대로 가는 게 맞아. 너, 케이크 좋아해?”
“갑자기 케이크요?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있으면 먹죠, 그냥.”
“그래. 네가 케이크를 좋아하고, 그걸 하나 다 먹고 배가 부르다고 치자. 근데, 누가 이게 훨씬 맛있는 케이크라고 내밀어. 근데 아까 먹었던 거야. 그럼 또 먹을 거야?”
“음, 굳이요? 이미 다 먹고 배부른… 아.”
“그래. 마케팅 강의에서도 배운 적 있을걸? 애초에 한 상 빡빡하게 차려 놓는 게 낫다니까. 게다가, 쇼케이스는 생방송이라서 생방송 특성상 못 보는 사람들도 있단 말이야.”
“일리 있네요. 그렇지만, 어쨌든 시선이 분산되는 것도 사실일 텐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보는 사람도 적어질 테고.”
“그점은 신경 안 써도 돼. 다른 팀이랑 같이 준비 중인 게 있거든.”
“네?”
“중요한 건 화제성이다, 이거 아니야.”
‘외주 홍보 맡기는 거, 우리도 한 번 해 봐야지.’
신기호 이사가 들어오는 걸로 한 번, 그리고 티오제가 데뷔 준비를 하는 걸로 한 번. 그렇게 싹 인사 이동과 물갈이가 진행된 AG의 각 팀에서는 제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우리는 살아남겠다.
우리의 준비된 신인, 잘되어야 하는 신인 티오제로 단물을 아주 쭉쭉 빨아 보겠다!
그 원대한 포부 덕인지, 이미 연예계 내에서 나름의 자리를 잡은 AG임에도 막 시작한 스타트업 회사 같은 아이디어와 프로젝트가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마케팅팀과 모 미디어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영상이 막 공개되었다.
[‘꼭꼼 숨어라’ 광둥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아는 사람? 내가 알려 준다! (일본어로도!)[ToZ – ‘숨바꼭질’ MV 리액션]>달칵―
중요한 건 화제성.
이미 티오제의 컨셉과 노래, 멤버 개개인의 매력으로 팬들은 그들의 모든 티저와 무드샘플러, 컨셉 포토와 뮤직비디오 예고편까지 확인을 마친 상태였다.
그렇지만, 팬이 아닌 사람들까지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했다.
팬이 아닌 사람이 보는 영상물에 끼워 넣는 거.
그걸 통해서, 관심이 집중되도록 하는 거.
“…안녕하세요? 슬레딕스의 연우입니다.”
“네, 슬레딕스의 성민입니다!”
“오늘은, 저희 후배분들의 뮤직 비디오 리액션 비디오를 찍기 위해서 이렇게 오랜만에 성민이랑 같이 있게 되었는데요.”
“네. 연우 형이랑 최근에 유닛이 갈려서, 잘못 보던 와중인데… 그, 일단 영상 틀까요? 메인은 저희가 아니니까!”
“그래. 뭐, 메인은 우리가 아니니까.”
“으, 음… 컨셉이, 독특하네요? 이건 뱀파이어인가?”
“글쎄. 늑대인간인 거 같기도 하고. 이번 컨셉 정말… 재밌네요, 하하.”
이런 식으로 다른 아이돌들은 잘나가는 후배나, 앞서 입지를 잘 다져 놓은 선배에게 뮤직비디오 리액션 비디오 촬영을 부탁하곤 했다.
물론.
하나 있던 아이돌이라고는 뿔뿔이 흩어져 개인 활동을 하고, 코어 팬의 입지가 너무 큰 솔로 가수만 있던 AG는 그동안 그런 수혜를 입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있다고.
– “반갑다, 가오옌이다! 미리 말하는데,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을 안 하면 손해 보는 건 이걸 보고 있는 너다! 왜냐면 바로 보지 못 한 걸 후회하게 될 테니까!”
딱 일주일 전에 구독자 수 60만 명을 찍은, AG 전속 초신성 위튜브 크리에이터가.
– “오늘은 가오옌의 노이지 보이 컨텐츠가 아니지만, 어쨌든. 좋게 말할 때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도록. 회사 내 가오옌의 입지가 올라갈수록 컨텐츠의 질이 높아진다. 정말이다. 다들 콜롬비아 유적이 궁금하지 않은가? 난 궁금한데.”
– “으아아, 가오옌… 오랜만에 봐도 정말 막무가내입니다. 구독자분들께 그런 식으로 말하면 어떡해요?”
– “아. 오늘 컨텐츠에 앞서서, 특별한 게스트가 있다! 직접 일본에서 모셔 왔지. 가오옌의 절친한 친구, 다른 말로 따까리. 소개한다. [타겟팅 스타>에서 가오옌의 플랫메이트였던, 이시카와 료타!”
– “잠깐. ‘따까리’는 무슨 말인가요? 어감이 별로인데요!”
– “글쎄. 가오옌의 한국어는 대부분 가오옌이 알려주지만, 이 단어만큼은 RoR의 채팅에서 배워서 모른다. 그렇지만 료타에게 딱 어울리는 느낌인데.”
– “잘 모르는 말을 아무 곳에서나 하면 안 됩니다, 가오옌!”
신이 내린 어그로력, 그리고 기상천외한 컨텐츠 기획.
그리고, 일전에 티오제의 일일 매니저 활동 영상으로 가오옌이 조회수를 쏠쏠하게 뽑아먹은 걸 이미 확인한 마케팅팀에서 이런 인재를 놓칠 리 없었다.
게다가, 데뷔한 멤버들과 함께 방을 썼던 플랫메이트 한 명도 흔쾌히 영상 출연에 응했기 때문에, 진행까지도 일사천리.
– “그래서, 오늘은 질투가 나지만 티오제의 데뷔곡, ‘숨바꼭질’의 뮤직비디오 리액션 비디오를 찍어 볼까 한다. 료타, 티오제의 이전 티저들을 모두 보았나?”
– “당연하죠. 질투심와 부러움, 그리고 대견함으로 손수건을 엄청 물어뜯으면서 봤답니다. 로건이 너무 멋있어졌잖아요? 이건 비겁해요. 저도 잘할 수 있는데!”
– “정정하지. 로건은 원래도 료타보다 멋있었어. 물론, 둘 다 가오옌만큼은 아니지만. 가오옌은 이 세상에 가오옌뿐이지.”
– “너무해! 그럼 춘용 아니키는요? 춘용 아니키보다도 본인이 멋지다고 할 건가요? 진심으로?”
–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티오제의 이번 컨셉은 ‘제니아’라는 개를 찾는 보이스카웃 단원들의 이야기이다. 음음. 그렇지만 서로 상대방이 훔쳤다고 의심하는 중이고. 이 얼마나 훌륭한 스릴러, 서스펜스. 아주 보기 좋다. 가오옌은 정말 기대가 돼. 아까 들어봤는데, 노래도 정말 좋다!”
– “자기 마음대로 제 말을 무시하고 있네요. 저기요?”
– “그러나! 그냥 마냥 보기만 하면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오옌의 철칙. ‘재미가 없는 건 의미가 없다’. 때문에, 나와 료타는 처음에 누가 제니아를 훔쳤을지 내기 후 뮤직비디오를 볼 거다!”
– “가오옌? 제 말이 들리긴 하는 건가요!?”
시끄럽고, 정신없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좋았다.
그런 다국적 플랫메이트들의 어수선함이 재미있게 느껴질수록, 사람들은….
♪♬♩♬♪―
– “헉, 바로 시작하는 건가요? 저는 누가 범인일지 아직 못 정했는데!”
–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 가오옌은 이미 누가 훔쳤을지 마음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건 분명히 로건이 훔쳤다.”
– “네에? 어째서요?”
– “가오옌의 영혼이 그렇게 시키니까. 료타도 빨리 고르도록. 지는 사람에게는 이따가 벌칙이 있다.”
– “아, 정말이지…! 저, 저는 그럼… 시우로 하겠어요!”
♪♪♩♪♬♪!
그들의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보이스카웃 멤버들에게 집중하게 될 테니까.
* * *
도입부 멜로디 후 바로 멤버별 파트가 시작되는 노래와 달리, 뮤직비디오에서는 누군가가 살짝 축축하게 젖은 숲길을 갈색 워커로 밟는 모습이 먼저 나타났다.
워커에서부터 성마른 무릎, 그리고 살짝 품이 큰 스카우트 유니폼, 상의 위에 잔뜩 달린 뱃지와 휘장까지.
– “의상이 정말 멋지네요. 저도 데뷔해서 저런 걸 입고 싶었는데!”
– “쉿, 료타. 료타는 그런 걸 입어도 어울리지 않아. 저런 건 잘생긴 사람이 입어야 하는 거다. 마치 가오옌처럼.”
– “똑같이 못 입은 사람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거든요?”
가오옌과 료타가 무어라도 투닥거리든, 뮤직비디오 속 카메라는 천천히 자신이 줌인한 대상을 훑어 올라갈 뿐이었다.
그리고, 대상의 얼굴이 드러나기 직전.
그의 얼굴 위로 종이가 찰싹, 붙으며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 “지금… 뭔가 이 사람이 제니아를 훔친 사람 같아요. 첫 등장이 의미심장하네요.”
– “음. 이렇게 의도적으로 얼굴을 가린다는 건 그런 뜻을 시사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가오옌은 료타처럼 경솔하게 범인을 고르지 않겠다. 이런 건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으니까.”
– “이익, 자꾸 저를 무시하고! 어? 시우입니다! 유찬 형도!”
가오옌을 툭툭 치며 반격을 하던 료타의 말대로, 뮤직비디오는 어느새 화면이 전환되며 낡은 텐트 안을 비추고 있었다.
보이스카웃 유니폼과 같은 갈색 텐트 위에서는 유등 랜턴이 달랑거리고 있었고, 바닥에는 잉크가 터진 만년필이 나뒹굴었다.
– 난 숫자를 세
일부터 십
Ready or Not, Here I come
저 멀리선 네 웃음소리
그걸 보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무릎을 끌어안고 있는 장시우와, 그를 향해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는 방유찬.
– “뭔가 비밀이 있어 보이네요. 둘만의 비밀? 아! 공범이라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 “오, 료타. 한 번 말하니까 알아듣는다. 그래. 전부 다 이런 느낌일 것! 그 사이에서 우리는 누가 진짜 범인인지 찾아야 해.”
– “맞아요. 그러고 보니까, 저 랜턴과 만년필은 다른 멤버의 시그니처 아이템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요…!”
그들이 옹기종기 추리한 대로였다.
이어지는 영상 속에서는 지화성과 손재하 역시 그들만의 비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고, 장시우와 방유찬을 만나서는 살짝 껄끄러워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연기를 잘하는데요?! 저와 가오옌이었다면 눈을 마주치자마자 웃어버렸을지도 몰라요.”
– “료타, 그런 말은 곤란해. 웃는 건 료타 하나다. 가오옌은 프로이기 때문에, 순간순간에 몰입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떠드는 사이, 어느새 김춘용과 로건도 보이스카웃 멤버들의 이동에 합류한 채였다.
그들이 착용한 보이스카웃 유니폼의 디테일은 모두 달랐지만, 한 가지 똑같은 게 있었다.
모두들, 가슴에 음각으로 그려진 강아지 모양 뱃지를 달고 있다는 것.
– Hi, Hi. Hide and Seek
See, See. 내 눈에는 너만 보여
Hi, How was your day?
이 궁금증의 끝에서
I found you, 널 봤어
그리고, 어딘가로 떠나려는 듯 낡은 지프카에 올라탄 멤버들은 무표정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다 같이 하이라이트 부분을 노래했다.
– “으음. 노래는 정말 신이 나는데, 영상은 그렇지 않으니까 뭔가 조금 소름이….”
– “잠깐, 잠깐! 료타. 가오옌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가오옌의 생각이 맞다면, 이건 이들이 제니아가 없어졌기 때문에 무기력해진 거야.”
– “그건 깨달은 게 아니라 당연한 말 아닌가요? 다들 엄청 좋아했다고 그랬잖아요!”
– “사람 말은 끝까지 들으라는 속담이 일본에는 없는 건가?! 그러니까, 이 다음에는….”
가오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2절이 시작되며 화면이 완전히 전환됐다.
♪♬♩♬♪―
앞선 1절에는 보이스카웃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었지만, 2절의 포문을 연 김춘용은 품이 크고 편안한 검은 나시와 가죽 바지를 입은 채로 맥가이버 칼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었다.
– “―이렇게 달라질 거라고 예상을 했지! 원래 뮤직비디오에서 의상을 하나만 보여주면 팬들이 화를 낸다. 료타, 나중의 데뷔를 위해서는 알아두도록.”
– “그게 중요한가요, 지금? 아니, 지금까지는 둘이서 비밀을 나누는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춘용 아니키는 혼자서….”
료타의 말은 그 이후로 이어질 수 없었다.
– “…엑? 잠, 잠깐. 뭐다! 둘은 동맹 아니었다?!”
그건, 곁에서 진중한 표정으로 쉬지 않고 헛소리를 하던 가오옌도 마찬가지였다.
–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너를 찾아 세 발짝
Hi, Hi. But Hide tightly
자신의 첫 소절을 마친 김춘용이 그 칼을 벽을 향해 집어던지자, 벽에 걸려 있던 종이가 그 칼에 의해 반으로 쫙 나뉘어졌고….
– 거짓말은 내 전문
그건 다 널 위해
Ready or Not, Here I come
저 멀리선 네 발걸음 소리
그 뒤에서는, 제니아로 추정되는 강아지를 안고 있던 로건의 사진이 아래로 툭, 떨어졌으니까.
반전된 상황에 놀란 건 뮤직비디오를 보던 사람, 그리고 가오옌과 료타의 리액션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ㄴㅂ@Bombangbom잠만 나 지금 너무 충격받아서 말이 안 나와] [ㄴㅂ@Bombangbom
범인이 뭐? 잠깐… 누가 범인이라고요? 아니 근데 오늘 춘용이 너무 예쁘다 머리 세팅 잘 돼서 눈물 날 거 같음 아니 근데 범인이 누구라고?] [⎿용용구리 @yongyongletsgo
??늘봄님 저 지금 뮤비랑 생방 둘 다 못 보고 있는데 ㅠ 몬일인가요] [ㄴㅂ@Bombangbom
아니 용용구리님 글쎄 지금 애들 무대가 방금 막 끝났는데 ㅁㅊ 이걸 뭐라고 설명하지]
쇼케이스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빨리 ‘숨바꼭질’의 무대를 끝까지 본 이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