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5)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35화
티오제의 데뷔 앨범 타이틀곡 ‘숨바꼭질’은 듣기만 하기엔 신나고 즐거운 곡이었지만, 그 가사와 내용을 들어보면 살짝 의뭉스러운 구석이 많았다.
2절에 등장하는 ‘거짓말은 내 전문’이라는 부분이라든가, 분명 숨어있을 게 분명한 이가 계속 화자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은 가사의 뉘앙스가 말이다.
그건,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우여곡절과 연관 있었다.
“내일은 앨범 사양을 띄워야 해요. 결정하시죠, 디렉터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하, 미친… 아, 죄송해요. 근데 욕이 안 멈추네? 이런 씨! 시간, 시간, 시간이 없어!”
문윤하가 애초에 고수하고자 했던 티오제의 컨셉은 미스터리 건슬링어 소년과 8, 90년대 보이스카웃.
그러나, 한 달 반 남짓이라는 현실적인 시간 문제에 쫓기며 그 두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었다.
“이때 일정을 조금만 빼면 어때. 레코딩 끝나고, 바로 로케 가면… 안무 연습 시간이 좀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컨셉 포토 하나는 더 찍을 수 있다고. 그럼 당초에 노렸던 포토 개수 맞출 수 있어.”
“어어, 디렉터님. 그, 진다솔 씨가… 안무 연습 시간 더 이상 뺏어가면 가만 안 있을 거라고 하던데요?”
“그런 어둠의 자식이 가만 안 있으면 어쩔 건데?!”
“멤버들 집에 안 보내고 자기 연습실에서 재우겠답니다. 휴대폰도 다 뺏고 연락 두절시킬 거라고요.”
“하, 어떻게 하긴 하네. 속도 시꺼먼 인간 같으니….”
그렇기 때문에, 문윤하 사단과 그 모든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티오제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아, 중요하고도 중요한 데뷔 앨범의 볼륨!
줄일 것인가, 아니면 몸을 갈아 가며 전부 다 해낼 것인가?
물론, 마음만 같아서는 후자를 택하고 장렬히 산화하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저는! 저는, 재하 형이 더 고생하는 거 반대예요. 그렇게 일정을 빡빡하게 굴리면, 분명히 형 하는 일이 더 늘어날 거라고요. 아니, 많이 보여 주고 많이 하는 거 좋죠. 근데 그랬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되면요? 안무 시간 빼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디렉터님이 보여주신 컨셉 이미지 초안은 정말 좋지만 말야.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걸 해보겠다고 애쓰다가 더 망치는 일도 있잖아? 어후, 그리고 안무 시간 더 빠지면 나는… 외우는 것도 어려울 거 같은데!”
“저도, 괜히, 시간에 쫓겨서 완벽하지 못한 걸 할 바에는… 안,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하나라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니까.”
당시에는 유호빈이라는 유능한 매니저가 본격적으로 붙기 전이었고, 손재하의 비밀스런 문제를 봉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멤버들은 ‘그냥 이미 찍은 보이스카웃 컨셉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입장도 있었다.
“Listen! 물론, 힘든 건 알지만… A&R팀이랑 같이, 곡 조율을 할 때 말이죠. 이전에 들었던 컨셉도 다 반영을 해서 곡을 만든 거라서, 이렇게 빠지면, Huh. 마음이 너무 안 좋을 거 같아요.”
“으, 으음… 그건 또 생각을 못 해 본 문제라서….”
“…로건 말에 나도 동의해. 그리고, 이미 티징이 진행된 것 중에서는 두 가지 컨셉과 이어지는 부분들도 올라간 게 있잖아? 그걸 다 해내지 못 하면, 동떨어지는 느낌이 크게 날 거야.”
“으윽, 재하 형… 또, 또! 형이 일 더 하려고 그러죠! 으악! 진짜 미치겠네!”
“하하, 화성아… 형 괜찮다니까.”
직접적으로 데뷔곡 제작 과정에 참여한 로건이 누구보다 반색했고, 이전의 대화로 인해서 자기가 모든 짐을 질 필요 없다는 걸 인지했음에도 천성이 성실한 손재하가 우려를 표했다.
양쪽 모두 제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를 뒷받침하는 논리도 있는 상황.
“하, 평소 같으면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나가라고 할 텐데. 앨범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정말 미치겠네.”
“디렉터님. 사실 멤버들 말이 아니더라도요. 여건이 안 받쳐 주면, 이대로 가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잖아요. 그렇죠?”
“너는 내가 그걸 몰라서 하는 말 같니? …후.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이쪽 초안은 그냥 제외시키는 걸로….”
그리고 그때.
이마를 짚으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빨간머리가 해답을 내놓았다.
“뭘 또 섞으라는 거야, 이 자식은….”
“…잠깐. 뭐라고 했어요?”
“네? 아, 씁. 죄송합니다. 제가 휴대폰을 보려고 본 게 아닌,”
“아니, 아니. 춘용 씨. 그건 나한테 별로 중요한 게 아니야. 관심 없으면 휴대폰 만질 수 있지. 근데, 방금, 뭐라고, 했냐고요.”
“…죄송합니다?”
“아니, 그전에!”
“…섞자? 아,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닌데!”
“자기 입에서 튀어나온 거면 자기가 한 말이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됐고, 좀 더 얘기해 봐요, 그거.”
‘정말, 내가 한 말이 아니었는데. 일이 그렇게 되다니.’
첫 무대가 끝난 후.
다른 멤버들과 주르륵 무대에 비치된 의자에 앉게 된 김춘용은 여러 감정이 뒤섞인 웃음과 함께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X: 아니 니들은 진짜 별 희한한 걸로 고민하고 있다 흐으으음 나는 이해가 안 되는데?! 뭐가 문제야
– 김춘용: 너는 좀 제발 가만히 있으면 안 되냐
– X: 아니 봐봐?? 하나는 하는데 둘은 어렵다 아냐??
– 김춘용: 사람 말 절대 안 듣네 미치겠다
– X: 그럼 대충 두 개를 하나로 취합하면 안 됨?? 응??
– X: 미스터리 요소랑 보이스카웃만 잘 섞으면 될 거 같은데 😀
– X: 애초에 제일 중요한 건 갱얼쥐 찾기였잖아? 그럼 그 갱얼쥐 찾는 거에다가 서사만 부여하면 되지 뭘 –3-
– X: 문윤하 저 사람도 아닌 척하면서 한쪽으로 밖에 생각을 못 하는 듯 ㅉㅉ 이 경우에는 제 승리네용 ㅎㅎ
– 김춘용: 너는 니가 뭘 안다고 말을 그렇…
그러니까, 그렇게 된 일이었다는 거지.
“…섞어? 섞는다? 아니, 이전에도 생각해 보긴 했지만, 그건… 잠깐, 잠깐. 다들 쉬고 있어 봐요. 금방 다시 올 테니까.”
“네엡, 알겠습니다.”
“너희는 그냥 쉬는 거 아니니까 따라오고. 다시 짜야겠어. 전부!”
“벌써 티징이 올라간 게 몇 개인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 아, 디렉터니임!”
김춘용이 떨떠름하게 뱉은 말을 들은 문윤하는 아주 큰 영감을 받은 것처럼 자리를 뛰쳐나가더니, 정확히 1시간만에 돌아와서는 비장한 표정으로 멤버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크게 바뀐 건 없어요. 거의 그대로야. 그렇지만, 더 의미심장해야 해.”
“으, 으음…?”
“제가 이전에 ‘공범’이라는 키워드를 줬죠? 제가 짝지어 준 사람들끼리 같이 훔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그러셨… 죠.”
“자, 이제부터는 다들 서로를 의심합니다. 알겠어요?”
“네에? 저는 재하 형을 별로 의심하고 싶지 않은데요?!”
“시키는 대로 해!”
그 이후, 바뀐 건 크게 없었다.
컨셉은 보이스카웃을 유지, 건슬링어 보이는 폐기.
그러나 ‘숨바꼭질’이라는 곡 자체의 상징성을 더하며, 잘 정리하자면 ‘미스터리 보이스카웃’이 됐다는 소리.
때문에, 당초 주제였던 ‘제니아 찾기’는 보다 흥미진진해진 부분이 컸다.
“네, 재하 씨! 방금 막 티오제 여러분의 데뷔곡을 확인해 보았는데요. 이야, 생각지도 못 한 마무리였어요. 댄스 브레이크랑 엔딩은 역시, 안무가이신 진다솔 씨께서…?”
“하하, 네. 다솔 선생님이 저희 안무를 전부 맡아 주셨거든요. 그리고… 저희 멤버인 춘용이가 함께 했습니다.”
“춘용 씨가요? 이건 또 예상을 못 했단 말이죠! 아, 그럼 말 나온 김에… 춘용 씨?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아, 네. 물론이죠.”
“이전부터 계속 티오제의 티저와 곡에서는 ‘강아지 찾기’를 강조해 왔는데요. 그럼, 이젠 진짜 강아지, 제니아를 훔친 범인을 알려주실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아, 범인… 이요.”
“네, 범인!”
때가 됐다.
김춘용은 자신에게 꽂히는 수많은 눈동자들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지금 동시에 올라갔을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보신 분들은 보셨겠지만. 저희 티오제 멤버들 중에….”
그 순간, 김춘용의 눈에 누군가가 걸려들었다.
그들의 무대를 지금까지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던 신기호 이사와, 옆에서 휴대폰을 들고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도재찬 사장 말이다.
‘뭐, 저분들도 전부 다 봤겠지.’
지금까지 그들이 무얼 준비했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나타냈는지.
모두.
‘생각보다 더 밀어줄 만하죠, 저희?’
말을 마무리하는 김춘용의 입꼬리에 시원한 미소가 걸렸다.
“…훔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말은, 이미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도, 보고 있는 사람들도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 * *
같은 시각.
– “…훔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미 한 번 재생이 끝난 티오제의 ‘숨바꼭질’ 뮤직 비디오와 동시에 틀어 놓은 생방송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고 있는 이 여성이 있었으니.
“으… 윽.”
그녀는 쇼케이스 현장에서 자기 최애를 보고 입을 틀어막고 있는 AG물산회사와 늘봄미르도, 한마음 개인 연습실에서 이제야 막 티오제 위튜브 채널을 들어가고 있는 용용구리, 김지은도 아니었다.
[라이프 온 마스: 불불님] [라이프 온 마스: 불불님?? 혹시 언제쯤 다시 SNS 돌아오시나요…?] [라이프 온 마스: 이제 그때 계정 실수하셨던 거 다 덮인 거 같아서 ㅠ 그냥 오셔도 될 것 같거든요] [라이프 온 마스: 오셔서 같이 화성이 얘기해요 ㅠㅠ 그래도 불불님이 게시글 써 주셔야 화력도 더 올라가고 저희도 재밌…]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DM을 절찬리에 무시 중인, 지화성의 악성 개인팬. ‘불났어요불’이었지.
“내가 진짜…… 라고?”
이미 데뷔가 결정된 마당에서도 김춘용을 배척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그녀는, 이전 라이브에서 자신의 최애가 김춘용을 향해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인해 큰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그냥 화성이가 착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게 아니고서야, 굳이 왜 김춘용을….”
“저어, 불불님. 제가 [타겟팅 스타> 정주행 하면서 느낀 건데요. 그냥… 화성이는 재하만큼이나 춘용이를 좀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전 지지해 주려고요.”
“라마님?! 저랑 같이 알계 파서 같이 활동 많이 하셨었잖아요!”
“씁, 뭐… 좀 부끄러운 과거이긴 한데요. 근데 뭐, 화성이의 행복이 결국 저의 행복이 아닐까 싶어서요.”
“아아니, 그건,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불불님께서 직접 압구정에서 춘용이 본 적 있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그거 듣고, 아 진짜 춘용이를 싫어하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느꼈거든요.”
‘잘 생각해 보세요. 둘이 친한 거. 이거 인정하면 그냥 행복이 무료로 복사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불났어요불은 자신이 가깝게 지내던 SNS 지인과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한창 뜨겁게 활동해야 할 남은 티저 기간 내내 SNS 계정에 자물쇠를 걸고 칩거 생활을 이어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자꾸만, 김춘용이 눈에 든다는 걸 스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 거짓말은 내 전문
그건 다 널 위해
Ready or Not, Here I come
저 멀리선 네 발걸음 소리
2절의 도입 파트와, 뒷부분의 격렬한 댄스 브레이크 속에서 지화성과 김춘용을 자꾸만 찾아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이미 답은 내려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후.”
자신의 축축해진 얼굴을 몇 번 문지른 불났어요불은, 쏟아지는 디엠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짧은 SNS 게시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불났어요불 @fireworksday님들 오랜만 ㅎ 아 범인이 아무도 아니라는데 진짜 참을 수가 없어서 왔어요 ㅠ 이걸로 오늘 밤에 필리버스터 한 번 땡길라고요] [불났어요불 @fireworksday
아니 화성이 무대 진짜 무슨 일? 뮤직비디오에서 빨간 스니커즈는 무슨 일? 제니아 가출은 또 무슨 일???] [불났어요불 @fireworksday
ㅇㅏ!!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물론.
[불났어요불 @fireworksday네 저는 자존심이 없어요
그러니까 알려주세요
봄꽃 [ 이거 되는 주식 맞나요?]
그 내용까지 짧고 당연하다고는 안 했다.
아이돌의 꽃은 훌륭한 무대에서 나오는 노래와 춤, 그리고 멤버간의 케미스트리.
[아니 그니까 아무도 범인이 아닌데 서로 저렇게 의심하고 지켜주고 입 다물고 그랬던 거임? ㄹㅇ? 방유찬 오라버니께서 장시우를 ㅈㄴ 지켜 주려고 하시는데?] [⎿형은 당연히 동생을 지켜 주는 거야 미친놈아] [아무도 범인이 아니다니… 뮤비 보니까 그럼 제니아는 가출?을 한 거네? 이런 상황을 위해서? 아니 제니아 팬덤명 맞네 티오제 뭉쳐주려고 일부러 큰일하셨네] [⎿나 (제니아)가 개 (제니아)를 아주 높이 평가]컨셉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의미심장이라는 과녁을 제대로 겨눈 티오제가….
[남돌1타강사 @Mega_Sky11ToZ의 ‘숨바꼭질’ 뮤직비디오가 드디어 공개가 됐군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그 어떤 것보다도… 멤버 개개인의 특징과, ‘제니아 찾기’라는 여정을 세련되게 표현한 것에 박수를 치며 시작하고 싶습니다.]
제대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