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3)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33화
연한 초록빛 스포트라이트가 천천히 하얗게 변하고, 스크린 [Six-Leaf Clover]라는 앨범명이 이텔릭체로 박힌 순간.
♪♬♩♬♪―
A&R팀이 밤샌 보람이 있는 비트가 장내를 울리며, 서바이돌 출신 아이돌의 진가를 보여주는 무대가 시작됐다.
♪♪♩♪♬♪!
다른 아이돌들과 달리, 타이트한 일정과 짧은 시간 사이에 탄생하게 된 티오제의 데뷔곡, ‘숨바꼭질’.
“시간도 부족하고, 바쁘고 힘들겠지만… 나는 우리 곡에 우리가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어. 괜찮을까?”
“그건 제가 바라던 거예요! You know, 저는 원래도 곡 만드는 걸 정말, 정말 좋아하거든요.”
“저도 좋아요. 회사분들이 그런 건 존중을 많이 해 주시니까. 하려면 할 수 있죠. 안무 같은 건 저도 몇 번 짜본 적이 있고.”
“응. 힘닿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보자.”
그 과정에서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되기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아티스트의 의견을 우선시하는 AG의 소속사 특징이 크게 빛을 발했다.
“D안과 H안 사이에서 꼭 정하셔야 해요. 제발요…! 3대3으로 계속 두 곡 다 좋다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예?”
“Oh, 그렇지만… 둘 다 좋은 게 사실인데요! Listen. 특히, 이 H안이요. 여기서 베이스가 한 번 더 깔리면 좋을 거 같지 않나요? 드럼도 섞어서, 쿵, 쿠쿵. 이런 느낌으로.”
“저, 저희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하나만 고르셔야 한다니까요!”
“하하, 너무 그러지 마세요. 둘 다 너무 좋아서 그런걸요. 고르기 어려울 만큼요.”
“으, 으음…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아! 알겠다! 한쪽을 샘플링 하시려는 거죠? 하하, 저도 학교 다닐 때 이런 식으로 취합하는 걸 좀 봤던지라. 음, 기왕 샘플링 하실 거면, 저는 B안의 브릿지도….”
“으아아아! 하나만 고르셔야 하는데! 뭔가, 자꾸 설득되잖아요!”
특히, 나름대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A&R팀과 남들에 비해 곡을 듣는 귀가 좋은 몇몇 멤버들의 만남은 말 그대로 시너지를 일으킨 수준이었다.
“…들어보시죠. 저희의 역작이에요. 정말로! 중간중간에 로건 님과 함께 작업한 부분이랑, H안과 B안에서 뽑아낸 사운드까지 해서….”
“괘, 괜찮으세요? 다크서클이….”
“괜찮아요! 이런 노래를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물은, 뭐. 더 말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전체적으로 발랄한 비트 사이, 의미심장하게 살짝씩 끼어 있는 베이스음.
그리고 80년대에서 90년대 사이 브릿팝을 연상시키는 현악기 소리가 킥으로 들어가며, ‘숨바꼭질’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오묘하고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곡.
– 이렇게 눈부신 날
너를 찾아 한 발짝
Hi, Hi. But Hide tightly
그런 곡의 첫 도입은 장시우.
반으로 갈라진 대형의 가운데에 선 그는, 가볍게 스텝을 밟고는 살짝 목을 조인 발랄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 난 숫자를 세
일부터 십
Ready or Not, Here I come
저 멀리선 네 웃음소리
‘어린애라고 어린 티를 내는 건 뭘 모르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는 문윤하의 철학 아래에, 기장 하나 줄이지 않은 가장 전형적인 보이스카웃 유니폼을 입은 장시우에게서는 풋풋함이 마구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이 곡의 의미심장함과 발랄함을 더해주는 건 당연한 노릇이었고.
“더헉….”
‘급하게 뽑은 노래가 괜찮을 리가 없으니, 대충 레이디스완이랑 비교하는 말이나 많이 써 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심드렁한 눈치던 프레스석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ToZ vs 위즈, 오늘 쇼케이스에서 그 행방이 결정된다?] [장시원 동생이 데뷔를 한다고? “형보다 나은 동생 없어”]사람들의 클릭을 부르는 자극적인 기사만 써 오던 이들이라고는 해도, 연예계에서 구른 시간이 시간 아니겠는가.
그건, 그들이 좋은 무대와 안 좋은 무대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다는 뜻이었다.
같은 대형이라도 앞에서 바라보는 각도가 어떤지, 위치 조율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보이곤 했다.
“저어, 춘용… 형. 저희, 이거 도입 부분 말인데요… 대형이 대각선, 으로 나눠지면… 서로 안 보이는 부분이 좀 있어서.”
“음? 진짜네? …이걸 다 모니터링한 거야?”
“앗, 네에.”
“너 진짜 천재 맞구나? 알겠어. 다솔 쌤한테 말해서, 최대한 반영해 볼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신경을 쓴 게 장시우였고.
멤버들의 동선, 무대의 모양, 관객들의 시선.
그 모든 걸 하나하나 체크해 의견을 조율한 그가 첫 도입을 맡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런 정성은 자연히 사람들의 눈에 드러났다.
‘잘하는데? 형이랑은 좀 다른 유형 같기도 하고.’
‘좀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이건….’
그들의 술렁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 꿈꾸는 것만 같아 지금 시간이
반짝, 햇살 아래 널 본 거 같기도
왜냐하면, 이어서 등장한 게 다른 그 누구도 아니고 방유찬이었으니까.
‘얼굴에 노래가 없는데 기적의 명창’ 소리를 들은 한국대 실음과 수석 입학자의 실력은 어딜 가지 않았다.
-Oh, No! Where you go
One Step 내 걸음이 너무 느려
널 향해 더 빠르게, 조심히
라이브 홀이 떠나가라 울리는 성량과, 앞서 노래한 장시우의 톤에 맞춰 적절히 조절한 따뜻한 음색.
그리고, 살금살금 누군가를 쫓아가는 걸 표현하는 눈빛 연기는 덤으로.
– 너를 찾아 두 발짝
Hi, Hi. But I wanna find you
이 시간이 끝나기 전에
깔끔하게 넘긴 앞머리에 베레모까지 쓴 맏형은, 자신과 딱 대조되는 의상의 장시우와 가벼운 페어 안무까지 나누고 대형에 다시 합류했다.
아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팬들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아니, 노래 개좋은데? 소리 끄고 스트리밍 안 돌려도 되겠는데? 이건 된다, 진짜 된다!’
‘막내랑 맏형 조합이라니. 문윤하는 배운 변태새끼가 맞아.’
‘방유찬 존나 섹시하다….’
두 명씩 짝을 지은 컨셉 포토라는 부분에서 이미 박수갈채가 나오는데, 첫 도입에서 그게 연장되어 보여진다?
그렇다면야, 당연히….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I Heard your voice
이후 무대에서도 그렇다는 뜻.
– Run, Run, 이건 우리 둘만의 게임
너만 좋다면 끝나지 않을 게임
다른 피지컬, 같은 의상.
차분하게 가라앉은 흑발, 그리고 말끔하게 세팅된 금발.
섬세하게 매듭지어진 반짝이는 워커, 신고 있는 사람의 성격을 보여 주는 것 같은 새빨간 스니커즈.
– 이 순간은 Never Ending
Owl, Nightingale, Mockingbird
– Close Your Eyes
And Counting Stars
숫자 말고 별을 세
와아아아악!
큰 것부터 사소한 것까지 차이를 둔 손재하와 지화성의 모습에, 열심히 목소리를 참던 팬들은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우리 아이돌 데뷔 무대가 이렇게까지 대박인데, 어떻게 참냐고.
후에 [티오제 쇼케이스 환호 병크 ㅁㅊ네 ㅋㅋㅋㅋ 아주 지들만 쇼케 보는 줄 앎;] 같은 익명의 게시글이 쏟아질 예정이었지만, 당장에 그들은 혼미한 정신을 붙잡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누가 봐도 좋은 무대.
누가 들어도 좋은 노래!
잔뜩 상기된 반응이 라이브홀을 가득 메우고, 그 영향은 자연히 무대 위에 선 멤버들에게도 전해졌다.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확신.
더 멋지고, 더 최선을 다하는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렇게 그들이 완전히 무대에 적응하고, 녹아든 순간.
―――!
무대 앞에서 폭죽이 터져 나오며, 하이라이트가 시작됐다.
현악기 소리와 베이스음이 피크를 찍으며, 통통 튀는 비트와 섞여 들어 우리가 아는 ‘꼭꼭 숨어라’의 음이 변주처럼 들리는 그 하이라이트가.
– Hi, Hi. Hide and Seek
See, See. 내 눈에는 너만 보여
Hi, How was your day?
이 궁금증의 끝에서
I found you, 널 봤어!
하이라이트의 센터를 차지했으며, 이 곡을 만드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로건은 아주 신이 난 눈치였다.
가벼운 펌을 곁들인 머리카락에, 홀로 유니폼 위에 묶은 붉은색 스카프와 큰 키에 어울리는 품이 큰 의상까지.
무대라는 놀이터로 산책을 나온 대형견 같은 모습을 마구 뽐낸 그는, 관객석을 향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입을 벙긋거렸다.
‘제니아’하고.
그 말이 바로, 로건의 진심이 담긴 선물이었다.
뒤에 이어질 앨범 소개 토크에서 나오겠지만, 그 전에 당신들에게 먼저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그런 선물.
그건 아래에 앉은 팬들에게 확실히 전해졌다.
“로건아아…!”
“미쳤다, 진짜 미쳤다….”
수많은 소속사 관계자들, 그리고 프레스석에 앉은 기자들보다도 자신들을 우선시해 준다는 건, 당연하게도 팬들에게 희열을 안겨다 줬다.
– Hi, Hi. Hide and Seek
See, See. 네 손만 보여
Hi, How was your day?
이 미로의 끝에서…
그리고, 그렇게 로건이 하이라이트를 마무리하며 2절 도입 대형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순간.
“―앗!”
무대에 떨어진 땀 때문에 미끄러질 뻔한 그의 손을 잡고, 유연하게 한 바퀴 돌아 안무처럼 연출한 누군가가 있었으니.
로건이 착용한 스카프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하고, 보이스카웃 유니폼을 제멋대로 헐렁하게 걸친 것처럼 입은….
– I hold, hold you. 널 잡았어!
…김춘용.
다른 이들이었으면 모르겠지만, 이건 김춘용만이 대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당연했다.
지금, 티오제가 추고 있는 모든 안무를 김춘용이 진다솔과 함께 짰으니까.
“하이라이트로 들어갈 때, 약간은 애드립의 여지를 둬도 좋을 거 같은데요. 뭐, 멤버들이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가요.”
“아, 네. 저는 그게 좋아 보이는데….”
“하죠, 그럼. 전 뭐든 좋을 것, 같… 아 보여요. 이건, 춘용… 씨, 의 데뷔, 곡… 안무, 잖아요.”
‘누구보다, 잘 할 수 있겠죠.’
그저 좀 더 극적인 페어 안무인 줄 알고 기뻐하는 관객들의 얼굴, 프레스석에서 터져 나오는 플래쉬.
이제 곧 다가올, 김춘용이 센터인 댄스 브레이크와 1절만큼이나 좋은 2절.
“어어….”
약간 얼떨떨해 보이는 로건의 왼손을 집어 들어, 그 위로 짝! 하고 하이파이브를 갈긴 김춘용이 입 모양으로 중얼거렸다.
‘조심해야지.’
처음으로 대중에게 데뷔곡을 보이는 쇼케이스 자리에서 일어날 뻔한 무대 사고를 멋들어지게 대처한 김춘용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짓다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1시간 30분으로 예정된 쇼케이스는 아직 반절도 지나지 않았으며….
– “이렇게 눈부신 날
너를 찾아 한 발짝
Hi, Hi. But Hide tightly”
“와, 씨… 뭐야? 뮤비 퀄리티 뭐야?”
“아니, 엄마! 이것 좀 봐. 이거 김춘용 맞아? 얘가 엄마 아들이라는데?”
“어머… 다른 사람 같다. 어쩜 좋니.”
쇼케이스 시작과 동시에 공개된 뮤직 비디오가,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재생되고 있었으니까.
[[Live> ToZ – 1st mini album ‘Six-leaf Clover’ 프리미엄 쇼케이스 (시청자수: 124,742)] [ToZ – 1st mini album ‘Six-leaf Clover’ Title “숨바꼭질” MV (조회수: 1,532,007)]티오제가 연예계에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순간은,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