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1)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41화
망설임 없이 누른 기사는 내가 이전에 봤던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내용이었다.
[연예 기획사 퀸스(QuinCE)에서 새로이 준비하는 남자 신인 아이돌, ‘위즈(WEZ)’가 연일 화제다.위즈는 ‘한국 영화계 세기의 사랑’으로 알려진 배우 안명욱과 백영현의 자녀인 안태이, 한단우, 박하원, 조은, 서노, 제이든으로 이루어진 6인조 그룹이다.
…….
하나 흥미로운 것은 위즈는 퀸스의 자체적인 선별 과정을 통해서 뽑힌 데뷔조이며, 그 데뷔조에서 탈락된 연습생 중 현재 이미 데뷔한 아이돌이 있다는 점이다.
…….
현재, 그 탈락자가 최근 서바이벌을 통해 데뷔한 모 아이돌로 추정되는 가운데, 위즈의 데뷔 쇼케이스 ‘MONOCHROME: The First Showcase’를 향해 이목이 모이고 있다.]
“…허.”
아니, 다르지 않다의 정도가 아니었다.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이전과 전부 똑같았다.
결국 데뷔하게 된 인원도, 은근슬쩍 나를 언급하는 내용도, 데뷔곡도, 전부.
아, 약간 달라진 게 있다면….
[‘퀸스 내부 데뷔조에서 떨어진 데뷔 아이돌’에 대해 취재진이 궁금증을 보이자, 퀸스 측에서는 ‘그에게 있었던 일들로 왜 떨어졌는지 따로 설명될 것’이라는 말로 질문을 일축했다.]류웨이, 그 빌어먹을 자식이 만들어 낸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퀸스 측에서 ‘굳이’ 또 언급해서 부채질했다는 점일까.
누나에, 재하 형에.
내 개인적인 노력에 더불어서, 주변 사람들이 애써 잠재워 놓은 그 루머를 다시 언급하다니.
…이 인간들이.
나는 짜증 섞인 마음으로 이를 한 번 악물고는, 이제 막 카드를 들고 와서 게임을 시작하려는 멤버들에게 서글서글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 잠깐! 저는 먼저 방에 들어갈게요. 아, 음악 방송들 때문인가? 너무 피곤하네요.”
“어? 춘용이, 너. 그거 먹고 되겠어? 많이 먹지도 않았잖아. 젓가락도 깨끗한데!”
“어음, 식단을 해서 그런가? 약간 위가 줄어든 기분이라서요.”
“춘용아. 피곤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있다가 들어가는 건 어때? 이렇게 끝내기는 좀 아쉽잖아. 언제 또 이렇게 쉴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것도 그렇지만….”
“용용 형, 설마? 드디어 카드게임 질까 봐 도망가는 거예요? 에헤이, 곤란하죠! 로건, 시우야! 잡아!”
“Okay. 맡겨 줘요.”
“춘용 혀엉….”
나는 내 양팔을 잡는 동생들을 보며, 약간 기쁘면서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로는 친해졌다는 거지, 그러니까.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마음을 터놓고 아무렇지 않게 살을 부대낄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는 건 꽤나 큰 충족감을 줬다.
“용용 형, 혹시 쫄려요? 아니죠?”
“허….”
나는 내게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와학 웃어대는 화성이를 향해 허탈함 섞인 한숨을 가볍게 내뱉었다.
물론 나도 멤버들과 좀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당장에 해결할 일이 좀 있는지라.
평소 같으면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빠져나오겠지만, 이렇게 고기 파티가 벌어진 상황에서는 보다 쉬운 방법이 있었다.
“뭐, 그래. 좀 더 놀다가 들어가지, 뭐.”
“그래. 이런 시간이 막 자주 오는 것도 아닌….”
“근데요, 유찬 형. 술이 있으면 더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놀 거면 제가 나가서 사 올게요. 마실 수 있는 성인이 넷이니까… 한 15병 정도?”
“…….”
내가 ‘그’ 한 마디를 꺼내자, 멤버들, 그리고 호빈 형의 표정이 경악에 가깝게 물들었다.
시우와 로건이 주춤거리며 내 팔을 잡은 손을 푸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내 술자리 스킬로 인해 녹다운 된 기억이 아주 선명하게 머리에 박히셨다는 거지.
먼저 백기를 든 건 재하 형이었다.
“…춘용아, 먼저 들어가서 쉬어.”
“어어, 더 안 놀고요?”
“으음, 아니. 너는… 쉬어도 될 것 같아. 하하! 그래, 피곤할 땐 먹는 것도 힘들지? 어, 어서 들어가서 쉬어.”
“어후. 고마워요, 형들. 형들도 힘들면 쉬세요! 다른 사람들도!”
“아니, 저런 폭탄을 던져 놓고 어떻게 저렇게…!”
“화성, 쉿! Do you wanna see that 악몽 again?”
“한국말로 해요, 이 사람아!”
“다, 다투지 말아요….”
“하하….”
나는 다시금 소란스러워지는 멤버들을 향해 미소를 남기고는 나와 재하 형의 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게 아쉽고, 즐거운 회식 자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까 본 그 기사를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내일은 찬물이 아니라 얼음물이 우리 벤에 엎어질 거라고.
“…….”
방 안으로 들어온 나는, 얼굴 한가득 자리했던 미소를 빠르게 지우며 휴대폰 타자를 두드렸다.
그 기사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었다.
[김춘용: 야] [김춘용: 야 자냐?] [김춘용: 너 이 시간에 안 자는 거 아니까 대답해라]수신자는 기사를 쓴 당사자도, AG 마케팅팀 직원분도, 심지어는 이런 일과 관련해 유일하게 상담할 수 있는 엑스도 아니었다.
나와 사이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니지만, [타겟팅 스타> 이후로 퀸스로 돌아갔으며, 퀸스의 실장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삼촌을 둔….
[김주안: 안녕하세요 ^^ 죄송한데 번호 저장이 안 되어있어서요! 혹시 누구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김춘용: 나 김춘용] [김주안: 아 ㅆㅂ] [김주안: 소금이랑 소주 어디 감 악귀가 찾아왔네 미친] [김춘용: ^^] [김주안: 웃지 마 ㅁㅊ새키야 개끔찍해 죽어]나의 오랜 퀸스 연습생 동기, 김주안이었지.
* * *
김주안과 나눈 50통가량의 문자, 그리고 화장실에 틀어박혀 나눈 20분간의 통화, 그중 10분의 고함이 아주 쓸모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요청에 의해 삭제된 기사입니다]샵으로 가는 벤에서 다시 확인한 기사가 확실히 지워져 있었으니까.
내가 어제 멤버들과의 회식 자리도 물리고 김주안에게 부탁, 아니.
제안한 것은 하나였다.
이번에 퀸스가 마케팅용으로 올린 기사 중, 나와 관련된 것을 소속사 실장인 김주안네 삼촌의 권한으로 내려 달라는 것.
[김주안: 너 새끼가 한 말은 이해했어] [김주안: 후발 주자인 내가 그런 마케팅 희생양이 되기 싫으면 미리 조절을 해야 한다는 거잖아?] [김주안: ㅆㅂ 솔직히 니 말 듣기 싫은데 납득이 돼서 하는 거야] [김주안: 내가 니만큼 한단우를 싫어하는 걸 고맙게 생각해 미친놈아] [김주안: 하 ㅆㅂ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한단우 이제 데뷔한다고 줘팰 수도 없고 진짜] [김주안: 일단 ㅇㅋ 삼촌한테 말했고 내일 아침 해 뜨기 전에 기사 내려갈 거임]김주안이 나를 싫어하는 만큼이나 이번에 데뷔하는 위즈의 멤버 중 한 명을 싫어하며, ‘그런 그룹의 후속 그룹으로 데뷔할 너 자신을 위해서’라는 설득이 먹힌 덕분이었다.
“…후.”
나는 다소 상쾌한 기분으로 아직 어둑어둑한 차창 밖을 바라보며, 이전의 일들을 곰곰이 곱씹었다.
내가 김춘용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기 전의 일들을.
“안녕하세요, 애로우즈입니다!”
분명, 우리 애로우즈는 초기에 꽤 반응이 좋은 아이돌이었다.
뮤직데이즈에서 내놓은 시상식인 한국대중음악상, 그리고 CAMM 대중 가요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탈 정도로.
그러나, 엑스가 이전에 말했듯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상을 타지 못 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 상도덕이 있지. 무슨 기사를 이따위로 내. 이제 우리 소속사 가수라고 애를 무시하는 거야, 뭐야?”
“일단 기사 삭제 요청을 넣어놓기는 했는데, 벌써 조회 수가 꽤 돼요. SNS나 커뮤니티 언급도 왕왕 나오고 있고.”
“애들 데뷔하고 이제 일주일인데, 아오 진짜…!”
“이런 씨, 얘네 또 기사 냈어요! 아, 미치겠네!”
노이즈마케팅의 차이.
‘퀸스에서 버린 연습생을 데뷔시킨 AG’라는 프레임을 초창기에 잡지 못 한 탓에, 애로우즈의 앨범은 더 뜰 수 있었음에도 직후에 데뷔한 위즈에 가려지고 말았다.
그때 우리 회사는 지금의 티오제만큼 애로우즈에게 화력을 밀어붙이고 있지도 않았으며, 갓 데뷔한 내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바람에 더욱 상황이 악화되었고.
“미안. 나는 그냥, 데뷔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아냐, 렉스야. 너 때문이 아니야. 그러니까, 괜히 그런 생각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는 다음 앨범을 더 잘 준비하기만 하면 돼.”
“맞, 아요… 렉스 형도, 너무 신경쓰지, 않았으면….”
“―어쨌든, 우리는 별 볼 일 없는 녀석을 데뷔시킨 그룹이라는 이름을 덮어쓰게 됐군.”
“와 씨, 류웨이! 말을 그런 식으로 하면 어떡해요? 렉스 형이 나쁜 게 아니라, 이런 마케팅을 한 사람들이 나쁜 거지!”
“…….”
그런 일이 있고도 어떻게든 신인상을 따냈다는 건, 내게 정말 큰 위안이 되었다.
나는 민폐가 아니라고.
우리 팀은 정말 잘될 팀이 맞다고.
시상식의 위상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국 멤버의 인기를 등에 업어 얻은 의미 없는 상이라는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그동안 고생 많이 한 우리 멤버들, 너무 고맙고… 엄마, 아빠. 보미 누나, 나리! ‘상 타고 질질 짜지 마’라고 어제 메시지 보내 줬는데, 울어서 미안하고….”
내게는 손에 들린 트로피가, 내 등을 두드려주는 멤버들의 손이, 그리고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내 준 가족들이 더 귀했으니까.
“가족 여행 가자! 내가 다 준비할게, 어? 우리 가족 한 번도 해외여행 간 적 없잖아.”
“아니 김춘용, 너 리패키지 앨범 준비 안 해? 그냥, 그냥 가도 되는 거야?!”
“어, 내가 회사분들한테 부탁드렸어. 일주일 다녀와서, 진짜 열심히 잘하겠다고. 그러니까 가자! 가서 우리 가족 다 같이 쉬고 오는 거야. 누나도 방학이잖아?”
“그건… 그렇지. 아, 씨. 이래서야. 세부 다녀와서 추가 업무하게 생겼네…!”
“하하, 그건 다녀와서 생각하라고. 어?”
그 이후는 뭐, 더 말할 것도 없고.
“…….”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어느새 한껏 내려앉아 창백해져 있었다.
마치 귀신처럼.
아직 화장을 한 것도 아닌데 눈은 끔찍할 정도로 날카롭지, 세팅 안 한 새빨간 머리는 눈가로 내려앉았지.
화가 난 건지, 눈물이 난 건지, 표정은 괴상하기까지.
“…….”
뭐, 기분이야 가라앉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잠깐 잠든 멤버들이 이 꼴을 본다거나, 스스로 만든 신파에 젖어서 일을 그르친다거나 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
“…후.”
엄지와 검지로 입매를 다듬은 나는, 다시 결연한 얼굴로 어제 다른 이와 나눈 메시지를 확인했다.
한껏 오타가 섞인 그 메시지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문장마다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글쎄.
지금까지 나는 당장의 데뷔 스케줄과 이런저런 일이 있는 멤버들, 더 나아가서는 엑스와의 계약 자체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ㅇㅇ@wjsurehsrktm근데 어떻게아이돌이름이김춘용 [ 쌤이 진다솔이랑 같이 안무 짰다며? 뭐 올라오는 거 없음?] [⎿스케줄 땜에 바빠서 뭐 하기도 어려울 듯? 아니면 걍 진다솔이 다 짰는데 이름만 쓱 넣은 걸 수도 ㅋㅋㅋ] [아쉽당 티오제 얘네 개인 능력 꽤 좋은 거 같아서 자컨으로 만들면 좋은 거 많이 나올 텐데 딱히 없네] [⎿로건 말고 누가 없는 건 아님??] [⎿춘용이 춤 잘 춰 ㅁㅊ놈아 타타 멘토 평가 때 코레오 지가 짰댔잖아] [⎿⎿아 그건 방송용으로 띄워준 거겠지 ㄱㅡ 유난 미쳤네]
상대적으로 내 이름이 좀 덜 부각되더라도, 내 속죄를 위해서는 그게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저, 호빈 형. 저 뭐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춘용 씨. 안 주무시고 있었네요. 네, 말씀하세요. 가는 길에 커피라도 사서 갈까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혹시, 오늘 저희 생방 스케줄 끝나고, 저만 연습실로 갈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거, 정말 하실 생각이십니까? 저희 지금 일정 잡힌 것만 해도 꽤 빡빡한 편이라서, 저는 좀 염려스러운데요. 아, 춘용 씨 컨디션 관련해서요.”
“하하… 좀 피곤하기야 하겠지만요.”
우리 멤버들도, 가족들도 아닌 사람들이 내 이름을 또다시 막 팔아먹겠다는데.
“…이 편이 저희 팀한테, 더 도움될 거 같더라고요.”
팔아먹을 수 없을 이름으로 만들어 줘야지,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