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8)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58화
안태이가 왜 티오제와 위즈에 거대한 폭탄을 터뜨렸는가.
이건 김춘용이 추론처럼, ‘세기의 사랑’이라고 불린 제 배경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신인 아이돌 위즈 비주얼 멤버’라는 것보다도 앞에 붙는, 국민 배우 안명욱과 첫사랑의 아이콘 백영현의 귀하고 귀한 외동아들이라는 타이틀 말이다.
사실, 그건 데뷔 전까지 안태이의 세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어, 태이. 오늘도 촬영장 따라왔어?”
“네에!”
“아휴, 눈 큰 거 봐. 이제 몇 살이랬지? 7살? …넌 진짜 크게 되겠다, 정말.”
꾸준히 제 부모님의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쟤는 분명 부모님 닮아서 연예계에 큰 영향을 끼칠 거다’라는 말을 쉬지 않고 듣고.
솔직히, 안태이는 그게 좋았다.
누군들 칭찬이 싫겠냐고.
잘될 거라는 말이 싫겠냐고.
흔히들 ‘부모님의 위광에 묻힐 걱정을 하기 때문에 쉽게 같은 업종은 안 시킨다’는 말을 하곤 했지만, 안태이는 그런 말에 꺾이는 부류가 아니었다.
“어머… 태이 너도 연기 수업을 받아 보고 싶다고? 정말?”
“응. 그리고 음… 보컬 레슨 같은 것도 좀 받고 싶어!”
“어? 보컬 레슨도? 그건 갑자기 왜?”
“나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 엄마. 그래서 한 번 제대로 배우고 싶어. 진지하게.”
“…음, 너희 아빠가 좋아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엄마가 아는 분들께 한 번 여쭤볼게. 엄마는 태이 응원해!”
애초에 하고 싶으면 해 볼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입장인데 굳이 그 기회를 마다할 필요가 있나?
부모님을 따라 촬영장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좀 적어지고, 대화도 줄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태이 너, 독백할 때 주춤하던 거 많이 좋아졌네. 발성이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아, 정말요? 연습 양을 좀 늘리긴 했는데. 티가 날 줄은 몰랐어요.”
“응. 보컬 레슨이 진짜 효과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너 정말 잘하네… 질투날 정도야.”
게다가, 제 잘난 부모가 물려준 그 재능이 어디 갈 리가 없었다.
연기도 꽤 잘해, 노래도 어디 가서 밀릴 정도는 아니야.
“태이 네가 이제… 열 다섯? 뭐 할지 생각해 보긴 해야겠네. 염두에 둔 거 있어?”
“아직은 그냥 수업만 열심히 들어보고 싶은데… 하하, 염두에 둔 건 오늘 집 가서 뭐 먹을까, 이런 거?”
“어후, 그래. 너 같은 애들은 그런 식으로 살아도 되지… 좋겠다, 좋겠어.”
그러니 본래 안태이는 여느 소설에 나올 법한 스펙을 탄탄하게 갖춰 가면서, 행복한 고민만 할 예정이었다.
어느 분야에서 자기 재능을 꽃피울지, 어떤 방식으로 보여 줄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남들이 들으면 ‘곱게 자라서 머릿속이 꽃밭이다’라고 손가락질할 생각을 꼭꼭 품고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서일까?
“엄마! 집에 있었네? 나 오늘 레슨 다 다녀왔는데, 선생님들께서….”
“아, 태, 태이 왔어? 어머… 지금 올 줄 몰랐네….”
“…엄마 울어?”
“엄마 혼자 잠깐만 쉴게, 태이야. 미안해, 미안….”
안태이에게 벽은 다른 방식으로 찾아왔다.
우스꽝스럽더라도, ‘세기의 사랑’이라고 불린 제 부모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벽.
“어머? 태이, 오늘은 아빠가 안 태워다 주셨어?”
“하하, 네. 오늘은 스케줄 때문에 좀 바쁘셔서… 이따가 제가 버스 타고 촬영장 찾아가려고요! 요즘 많이 못 간 거 같아요. 좀 신경을 써 드렸어야 했는데요.”
“으음, 어머니께서는 안 가시고? 백영현 선생님께서도 요즘 작품 준비하시나?”
“아, 리딩 준비하시는 거 같아요. …아마도요.”
“으음, 그럼… 안명욱 선생님 이번 드라마, 장시원 씨 출연하시잖아? 그쪽도 동생 촬영장에 데려온다고 하더라고. 너희 아버지 면 좀 살게, 그 동생 선물이라도 사서 가는 건 어때?”
“…오, 좋은 거 같아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쌤!”
장시우가 비록 자신의 형의 위광에 자기가 가려질까, 자신의 팀 멤버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장씨 형제들의 관계는 확실히 좋았다.
동생을 끔찍이 여기는 형과, 그 형을 어떻게든 넘어보기 위해 노력하는 동생.
그러나, 같은 연예인 가족을 가진 안태이는 달랐다.
“…아빠. 어디 가요? 시간 되게 늦었는데.”
“어, 아들. 아빠 잠깐 머리 좀 식히려고. 요 앞에, 차 좀 몰고 다녀올까 하는데.”
“어, 음. 같이 갈까요? 저 오늘 수업 다녀온 거 말씀드릴게요. 오늘 안무 레슨도 새로 시작했….”
“오늘은 아빠 혼자 다녀올게. 일찍 자, 아들.”
“…당신 혼자 어딜 가겠다는 거야? 나랑 얘기 제대로 안 끝났잖아. 들어와.”
“여보, 난 더 할 말이 없다니까. 아니라고 했잖아, 그런 거. 당신도 머리 좀 식혀. 더 얘기한다고 좋아질 거 없어.”
“…….”
자기가 해결할 수 없는 오해는 쌓이기만 하고, 어떻게 풀어 볼까 싶어서 다가가도 도망가기만 하고.
“…엄마. 나 전에 제의 들어왔던 소속사, 한 번 가 볼까? 어떻게 생각해?”
“퀸스 말하는 거야, 태이야?”
“응. 나도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 슬슬 제대로 일 시작해 보면 엄마 아빠한테도 도움이 될까 싶은데. …도움이 되고 싶어.”
“…조금 더 나중에 같이 고민해 볼까? 우리 태이가 고등학교 들어가고, 완전히 어른이 될 때쯤에.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기가 좀 그렇네….”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서 착한 아들인 척을 해 봤지만, 이미 자신들의 세상에서 아들이라는 존재보다 결혼한 상대에 대한 미움이 더 커진 이들에게 그게 먹힐 리가 없었다.
온 세상의 부러움을 나눠 가지던 부부와 아들은 그렇게 천천히 멀어졌고, 안태이도 스스로 몸을 숨기고 아무 생각 없는 척하는 데에 익숙해졌다.
“…계약하는 데 부모님을 안 모시고 왔네? 당연히 같이 올 줄 알았더니.”
“하하, 이제 저도 성인인데요! 꼭 부모님과 같이 다녀야 하나요? 아, 도장 여기 찍으면 되는 거죠?”
“으음, 이런 장기 계약에는 성인이더라도 부모님과 같이 오는 경우가 있으니까… 뭐. 그래. 도장은 거기 찍으면 돼. 입사한 걸 축하한다.”
“…잘 부탁드려요!”
그런 배경 속에서, 안태이가 티오제와 김춘용 사이의 문제를 발견하고 반응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비로소 포기한 것에 대한 집착은 쉽게 가지 않았고, 눈과 몸을 돌려도 꾸준히 뒤를 계속 따라왔으니 말이다.
“야, 안태이. 너 아무리 춤 늦게 배웠다고 해도, 이거 하나 못 따라오면 안 돼. 데뷔 이제 3개월도 안 남았다고.”
“하하, 열심히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음, 역시 좀 부족한가? 더 노력할게, 응.”
“하아… 춘용 형이었으면 더 쉽게 알려줬을 텐,”
“…조은. 너 씨발, 방금 뭐라고 그랬냐?”
“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잠깐만, 잠깐만. 누구? 춘용이 누군데? 이름 되게 독특한… 아, 기억난다! 지금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오고 있는!”
“야, 야. 닥쳐. 안무 못 외웠으면 연습이나 하라고.”
‘걔랑 싸운 건가? …다른 그룹으로 데뷔할 것 같은 느낌이던데.’
이 모든 사단은 거기서 출발했다.
제 부모님의 관계를 제대로 되돌리지 못 했다는 생각에 절여진 안태이가,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판단을 내리면서 말이다.
오해로 싸우고, 다투고, 대화 한 번 안 하고 멀어지고.
그런 모습은 이미 자라는 과정에서 모두 보았으니까.
자기가 마냥 착하게 있는다고 그게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충동과 욱하는 마음에서 그런 식으로 군 게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어딜 가도 안태이 본인이 트러블의 중심에 있는 것만 같아서, 홧김에 ‘이렇게 하면 좀 달라지나?’하고 저지른 것도 분명 맞았다.
그리고 연예계에서 닳고 닳도록 배우로 살아온 제 부모님들과 달리, 이제 막 데뷔한 어린 또래들에게서는 반응이 아주 확실하게 왔고.
‘괜찮은데? 이대로만 좀 밀어붙이면, 제풀에 못 이겨서라도 대화를 좀 해 볼 것 같아. 이런 식으로 한 번 해보면, 엄마랑 아빠도….’
그러나.
역시 곱게 자란 건 곱게 자란 게 맞다고.
그런 안태이는, 누군가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된다.
언제 알게 됐냐면….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으니까, 그것도 해 주겠다고. 이해해?”
“…….”
“애초에 네가 바란 게 이거잖아. 모른 척하기는.”
자신이 여우 같다고 평한 김춘용에게 발목이 콱 물리고, 제가 놓은 덫에 스스로 들어가게 됐을 때.
애초에, 이 문제에 김춘용이 끼어있는 순간부터 안태이의 생각대로 상황이 흘러갈 순 없었다.
부모님과의 가정 불화?
아, 슬프고 힘들기야 하겠지.
멤버들이 가진 트러블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어?
장하지, 대단하지.
근데, 별별 산전수전을 겪고 돌아온 악성 멤버 앞에서, 곱게 자라왔으며 인생 최대 문제가 ‘자기가 해결하지 못한 불화’인 연예인 2세가 비비려 들어 봤자였다.
“잠깐. 뭐야, 태이 형? …혼자 싸우러 온 거예요? 3대1인 건 알고 있어요? 바본가?”
“으음, 일단 제압할까요? 어차피 이 메달들만 마저 교체하면, 저희 승리이긴 한데. 같은 그룹이시니까, 서노 씨랑 은이 씨가 정하세요.”
“…일단, 뭔가 얘기하려는 거 같으니까. 들어나 볼까요? 어차피, 저희 인원이 더 많으니까요.”
저만큼이나 덩치가 좋은 2팀 팀원들 앞에 홀로 서게 된 안태이는, 당혹감과 씁쓸함이 뒤섞인 미소를 지으며 얌전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래. 투항하는 거야, 이거. 얘기 좀 하자.”
안태이의 욕심이 김춘용의 손바닥 안에서 한풀 꺾이며, 이제야 제대로 된 판이 깔리는 순간이었다.
* * *
김춘용과 정연우가 합세해서 안태이에게 요구한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최대한, 2팀 생존자들의 주의를 안태이에게로 끌어낼 것.
“그러니까, 이제라도 저희 팀에 붙겠다는 거예요? 우승 상품 나눠 먹으려고? …이거 규칙상 가능한 얘긴가?”
“음… 아주 불가능한 말은 아닌 거 같아요. 예전 방영분에서, 2OCD 선배님들이랑 레오폴드 선배님들께서도 막판에 동맹을 맺으셨거든요.”
“그렇지만 완장이 있는 상태에서는, 완전히 신뢰가 불가능한데요.”
“그것도 그렇네요….”
저를 앞에 두고 신랄하게 나누는 대화에, 안태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 제 뒤를 흘깃 바라봤다.
움직이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이럴 거면 자기를 왜 이런 식으로 여기 세워 둔 건지!
“…….”
그러나, 안태이가 그렇게 본다고 뒤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서 도움을 준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본래 게임이라는 게 그랬다.
정말 이기고 싶으면, 목적을 달성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군도 속일 수 있어야 한다고.
물론, 이 타이밍에서 김춘용에게 아군이란….
“근데 춘용이한테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그냥 오셨다고요? …정말요?”
“에? 아, 네. 잠깐만 다녀온다고 그랬는데요.”
“…이거 전부 거짓말이죠? 걔가 촬영 중에 그런 걸 그냥 두고 볼 애가 아닌데요.”
이번에는 타 팀에 속해 있는, 손재하였지만.
손재하는 안태이를 향해 느린 발걸음으로 걸어가며 의미심장한 얼굴을 했다.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죠.”
“하하… 진짜예요. 저희가 있던 곳에서 화장실이 가까우니까, 금방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가까우니까, 조금만 참았다가 가라고 그랬겠죠. 이제 촬영 종료가 코앞인데, 그럴 리가요.”
“…제가 다른 팀이라서 좀 봐준 거 아닐까요?”
“글쎄요, 전 아닐 거 같은데.”
손재하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 정말로 이 미션에서 무사히 이기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안태이가 혹시 김춘용에게 다른 무언가를 한 건 아닐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아, 촬영인 거 알지.
근데 너 우리 팀 멤버한테 전에 폭탄 투하도 했잖아.
손재하의 부드러운 표정 아래 드러난 냉정함은 안태이가 뭐라고 더 입을 더 열지도 못 하게 만들었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빡빡해…!’
그리고 안태이가 이렇다 할 연기도 해 보지 못 한 채, 손재하 앞에서 패배의 허탈한 한숨을 토해 내려던 그때.
“―태이야, 너 연기는 진짜 안 되겠다!”
“헉, 잠깐!”
“완장 안 뜯어요, 안 뜯어! 뛰어, 안태이!”
중앙 계단을 타고 반대편으로 돌아와, 2팀 생존자들을 뒤에서 덮친 정연우와 김춘용이 그들 허리에 달린 메달을 빠르게 낚아챘다.
2팀이 막 교체하려고 했던, 2팀만 사용할 수 있는 메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