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9)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59화
그 이후로는 숨 돌릴 틈도 없었다.
– “윽, 우리 걸 가져가 봐야 소용도 없어, 춘용아! 너희 메달은 우리한테 있잖아!”
– “대체 저걸 왜 들고 가는 건데?! 아니, 이거 진짜…!”
– “선호 형, 일단 가야 해요!”
손재하를 포함한 2팀 생존자들은 뒤에서 그들의 메달을 들고 튄 김춘용의 뒤를 바짝 쫓고.
– “다 쓸 곳이 있어서 가져가는 거라고요, 재하 형! 저를 좀 믿어 봐요!”
– “당장은 다른 팀인데. 믿으라고 해 봤자 말이 통할 리가 없죠.”
– “허억, 춘용아. 그래서 그걸 어디에 쓸 건데? 너 나한테 제대로 얘기 안 해 줘서, 난 모르겠어…!”
앞서 뛰어가는 김춘용와 정연우, 그리고 안태이는 뛰는 중에도 천연덕스럽게 떠들며 분량을 확보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걸 보며 하나하나 반응하는 건 탈락자의 방에서 옥신각신하던 비운의 멤버들이었다.
특히, 현재 김춘용의 활약인지 뭔지 모를 행동을 보고 있는 티오제 멤버들 말이다.
“아니, 용용 형이 왜 저러지? 유찬 형, 시우야. 둘 다 뭐 탈락 전에 들은 말 없어요?”
“전, 계속 다른 곳에서 다녀서… 잘, 모르겠어요….”
“춘용이가 말하려는 순간에 네가 날 덮치는 바람에 탈락당했거든, 화성아?”
“커흠. 아니,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같은 팀이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용용 형이랑 같이 1팀이었으면 벌써 알고 있겠다!”
“…….”
그들의 대화에, 한단우는 두 눈을 느리게 끔뻑이며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뭔가 변화가 있을까 싶어서였지만, 여전히 그 안에서 나오고 있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 “모를 게 뭐가 있어, 대체? 태이야. 메달 줄 테니까 뒤에 한 번 열어나 봐!”
– “열어? 메달을? 무슨… 헉.”
– “하하… 그동안 남의 거 뺏는 건 잘했으면서, 왜 그거 하나 확인할 생각을 못 했어?”
이상할 정도로 안태이를 꽉 휘어잡고 있는 김춘용과, 그런 녀석에서 쩔쩔매며 고분고분 말을 듣고 있는 안태이.
(구) 문제적 연습생 동기와, (현) 문제적 팀 멤버가 저런 조합을 보여 주다니.
이해해 보려고 해도 이해가 잘 안 됐다.
“쟤가 원래 저랬나….”
같은 팀 입장에서도 납득이 안 됐는지, 한단우가 저도 모르게 말을 흘렸다.
분명, 평소의 안태이였다면, 김춘용을 한껏 짜증나게 만들었을 텐데.
김춘용 앞에서 서글서글 웃는 얼굴로, 티나지 않게 속을 벅벅 긁어 댔을 텐데.
– “네가 제일 빠르니까, 빨리 뛰어가서 그것부터 바꾸고 와. 빨리.”
– “굳이 따로 가야 하는… 으왓, 거의 다 쫓아왔네! 아, 알았어!”
– “제대로 못 하면 아까 말했던 거 없다!”
근데, 그걸 저렇게 짧은 시간에 해결했다고?
“…….”
한단우는 양 주먹을 강하게 말아쥐며 화면에서 시선을 자연스레 돌렸다.
탈락자의 방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감정적 동요를 대놓고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태껏 잘만 해 왔지 않냐, 싶으면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단우야. 너 진짜 인사하러 안 갈 거야?”
“갈 거면 너나 가라고 했잖아. 난 그 자식 얼굴 이제 안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너희 진짜… 알았어. 그럼 나 혼자 가 볼게.”
어쩌면, 과거에 묻혀 있었던 일들을 해결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말이다.
다들 아닌 척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슴 한편에 후회를 품고 살곤 한다.
렉쓰레기가 계속 자기를 망가뜨리면서도 가족들과 멤버들을 향한 미안함 속에서 살았던 것처럼.
그리고, 어린 시절의 한단우가 종종 김춘용의 기사를 찾아보고 낮은 한숨을 내뱉었던 것처럼.
제일 좋은 방법은 애초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거라지만, 어디 그게 쉽기야 하겠는가.
철이 없고, 자기가 옳다고만 생각하는 어린 청춘들이 다 그랬다.
그러니, 그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도 능력이었다.
마치….
– “…재하 형, 여기서는 더 못 가요. 연우 선배님이랑 태이가 저희 메달을 다 교체할 거거든요, 이제. 그리고 형이 저랑 힘싸움을 해서, 이길 리가 없잖아요…!”
– “으음… 춘용아. 그러게, 우리 메달은 교체해 봐야 너희가 손해라니까.”
– “아뇨, 뒤에 메달 뒤를 열어서 저희 모양으로 바꾼 다음에 교체하면 손해가 아니거든요.”
– “…뭐?”
– “하하! 원래 형이라면 그것부터 제일 빨리 체크했을 텐데. 늦었어요, 재하 형!”
자기 리더 형을 붙잡고 이 미션에서 이기기 위해 집중하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는 누구처럼.
그 얼굴에는 스무 살답지 않은 여유가 묘하게 묻어났으나, 그걸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단지, ‘쟤가 무슨 생각이 있긴 하구나’ 같은 감상만 뱉을 수 있을 뿐.
– “…허억, 다 바꿨다! 잠깐, 춘용이 너도 하나 남았잖아! 빨리 가! 악! 나 탈락되겠어!”
– “…알았어. 그럼 재하 형. 이 촬영이 끝나면 저희는 다시 사이좋은 멤버로 돌아가야 하니까… 알죠? 이제 놔주세요.”
– “…그전에 내가 널 탈락시키는 건?”
– “어림없죠, 그건!”
손재하와 잠시 씨름을 하던 김춘용은, 안태이의 말을 마지막으로 손재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곤 몸을 뒤쪽으로 물렸다.
그렇게 중심을 잃은 손재하가 잠깐 휘청하는 사이, 김춘용은 빠르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1팀 구역을 향해 몸을 날렸다.
―쾅!
냅다 발로 문을 열고, 뒤이어 자신을 쫓아오는 다른 위즈 멤버들과 손재하의 손을 피하고.
– “거기 서!”
– “방금 안태이가 탈락했으니까, 저 메달만 다시 뺏으면 저희가 이기는…!”
– “안 된다니까요, 그러게. 저도 다 계획이 있다고요.”
다시 화면에 시선을 꽂게 된 한단우의 눈에서 렌즈 한쪽이 스르륵 동공 옆으로 약간 밀려났다.
“…….”
단지 장시간 이루어진 촬영 때문에 피곤하고, 현재 장소가 건조하다는 뜻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글쎄.
어째선지, 한단우는 그게 모니터 속에 보이는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라는 누군가의 안배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사실 네가 진짜 어떻게 하고 싶었는지 확실히 보라고.
이걸 보고 나면, 이 촬영이 끝나고 어떻게 하고 싶을지 떠오를 거라고.
– “마지막 메달 교체가 끝났습니다! 1팀, 2팀 모두 로비로 모이시겠습니다!”
그렇게, 김춘용이 마지막으로 2팀의 메달이었던 걸 1팀 메달의 표시로 바꾸면서 벽에 붙인 그 순간.
– “…짠.”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벽에 걸린 카메라에 빵, 하고 쏜 김춘용을 보며 한단우는 느리게 입을 벌렸다.
“…웃기고 있네.”
입에서는 여전히 약간 미운 말이 튀어나왔지만, 마음은 이전보다 편안했다.
그러니까, 이전의 문제와 다시 마주할 준비가 됐다고.
* * *
수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대화가 흘렀는지와는 별개로 촬영분 자체는 굉장히 잘 뽑혔다.
“아, 메달을 열어 볼 생각을 못 했어요! 연우 형, 형은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
“글쎄… 대충 촬영 시작하고 10분쯤 지났을 때?”
“그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잖아! 으악, 내가 탈락 당하기 전에 먼저 알았더라면…!”
제작진이 서프라이즈를 위해서 숨겨 뒀던, ‘상대팀 메달을 열어 보면 자기 팀 메달 문양이 나온다’는 사실을 출연자들이 막판에 아주 극적으로 써먹었으니까.
“God, 저희는 애초에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맞죠, 제이든?”
“맞아. 로건 때문에 내가 탈락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유용하게 쓸 수 있었을 텐데.”
“No, no. 정정할게요. 결국 똑같았을 거 같네요. 자꾸 그렇게 말하면 얄미워요!”
“씁, 로건. 어쩔 수 없어요.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니까. 전 그래도 엄마 아빠 안 부끄러울 정도로는 살아남았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화성이 형, 아까 막… 울, 울었다던데….”
“…편집해 주세요, 피디님. 네? 그 부분만!”
“화성 씨, 그게 메인인데 편집하면 곤란하죠!”
그렇게, 우승팀에게 상품을 지급하기 위해 다시금 깜짝 등장한 피디와 출연자들이 뒤섞여 가볍게 클로징을 진행하는 내내.
“…….”
“…안태이, 뭐해.”
“그러는 단우 너는 대체 어딜 봐?”
“…쯧.”
안태이와 한단우, 두 위즈 멤버의 시선은 한 곳에 꽂혀 있었다.
“하하.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오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걸 뭐라고 말씀드려야….”
“으음. 저야, 생각보다 별로 한 게 없는걸요. 뭐, 아주 안 했다고 하기도 웃기긴 하지만.”
“하하… 촬영 전에 말씀드린 건, 따로 연락드릴게요.”
우승 상품인 휴대용 안마기를 품에 가득 안고, 정연우와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춘용에게로 말이다.
그렇다고 먼저 다가가서 뭐라고 말하지도 못 하고, 코앞으로 다가온 촬영 종료의 순간을 그냥 보낼 수도 없고.
“자, 그럼! ‘캐치미 캐치유’ 아이돌 특수 부대편 촬영 종료하겠습니다! 슬레이트 내릴게요!”
그러나, 그들 마음과는 별개로 인원 부족에 시달리며 촬영 내내 고생했던 제작진들은 냅다 슬레이트를 내려 버렸다.
“넵, 마이크 반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완전한 오프 더 레코드였다.
마이크를 쥐고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되고, 상대방의 눈치를 보느라고 말을 고를 필요도 없는 지금.
“…….”
“…….”
눈을 한 번 쓱 마주친 둘은, 둘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비켜, 안태이. 나 지금 쟤랑 할 말 있어.”
“아니, 나도 궁금한 게 있다니까. 단우야, 너 항상 너무 강압적이야. 이런 건 나한테 좀 먼저 양보하면 안 돼?”
“네가 궁금할 게 뭐가 있는데? 그동안 벅벅 긁어 대기만 한 주제에.”
“그거 사과하려고 하니까, 못 하게 한 건 너잖아…!”
“아, 저리 가라고!”
한 명은 ‘그래서 아까 나를 그렇게 몰아붙이고 나서 해 주려고 했던 게 뭐냐’고 묻기 위해서.
그리고, 한 명은 ‘예전 일 가지고 대화 좀 하자’라고 말을 붙이기 위해서.
서로 다른, 그러나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불이 붙은 그들은, 서로 팔을 밀고 당겨가며 김춘용과의 대화 기회를 먼저 얻기 위해 옥신각신했다.
누가 보면 어린애들이 싸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역시, 춘용이한테 뭐라고 말을 걸려고 하는 것 같은데.”
“Right.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씁, 촬영하는 내내 제가 좀 편견에 쩔어서 봤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저 둘은 솔직히 모르겠거든요? 같은 팀도 아니었던지라.”
“저도… 곁에서, 보진 못 해서….”
그리고 그 모습을 약간 떨어진 곳에서 본 티오제 멤버들은,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리며 저마다의 의견을 공유했다.
뭐, 촬영도 잘 끝났고.
그 나이대 남자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옆에서 두고 보니까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말도 나오고.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 멤버에게 했던 행동 때문에 석연찮은 느낌은 좀 있고.
“…….”
저희 멤버들의 말을 모두 들은 손재하는, 무언가 생각하는 얼굴로 그쪽을 바라보고 있는 김춘용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춘용아.”
“아, 넵.”
“음, 네가 무슨 생각 중인지 잘 모르겠어서. 난 그냥 이대로 퇴근하는 게 어떻겠나 싶은데. 이번 촬영이 잘 끝났으니까, 굳이 더 부딪힐 필요가 없어 보여.”
손재하의 말에는 단 하나의 틀린 점도 없었다.
이거 잘 마무리했으니까 되지 않았냐.
우려했던 일도 안 일어났고, 대충 저쪽도 이제 우리에게 안 좋은 감정을 보이지 않으니까, 그걸로 됐다.
“맞죠, 맞아요, 형.”
손재하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한 김춘용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이대로 그냥 촬영장을 떠나도 됐다.
안태이의 기를 꺾어 뒀으니 다시 자신과 멤버들에게 시비 걸지도 않을 테고, 한단우도 뭔가 생각이 있는 듯 보이긴 하니까.
그렇지만.
“…그냥, 아주 잠깐만 다녀올게요, 형.”
확실한 매듭이, 필요했다.
어떤 관계는 그저 내버려 두고 흘러가게 두기만 해도 됐다.
시간이 약이고, 결국에는 상처가 낫고는 한다.
김춘용이 영영 안태이의 사정을 떠올리지 못 했더라면, 그리고 한단우와 있었던 일들을 다른 괴로운 일들 아래에 덮어 뒀더라면 괜찮았을 거다.
하지만, 무언가는 알게 된 이상 돌이킬 수 없어진다고.
잠시간 자신의 최우선이었던 멤버들과 떨어져서 촬영하는 동안, 김춘용은 무언가 느낀 바가 있었다.
그렇다니까, 글쎄.
결국에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화도 아니에요. 그냥 말 한 마디 정도? 진짜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음… 일단은, 알겠어.”
염려하는 손재하를 향해 손을 휘휘 내젓고 웃어 보인 김춘용은, 이제 저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도 서로 다투는 데에 집중 중인 안태이와 한단우의 앞에 섰다.
“…너희 사이 되게 좋다, 야.”
“헉, 춘용이….”
“…….”
순간 움찔하고 멈춘 녀석들을 가만히 보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김춘용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
“…뭐? 정말로?”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의 눈이 커다랗게 뜨인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