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60)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60화
* * *
다사다난했던 ‘캐치미 캐치유’의 촬영이 끝난 후.
[이번에는 특수 부대다! ‘캐치미 캐치유’ 차주 예고편♬>예고편은 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올라왔다.
– “제가 마지막으로 고를 팀원은….”
– “아, 나는 형이 왜 이분을 처음부터 안 고르나 했네! ――에서부터 눈여겨봤잖아. 맞지?”
– “하하, 주영아. 네가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내가 뭐가 되니.”
[이미 인연이 있는 사람을 팀원으로 고르는 연우?!>– “이리 와 봐요! 지금 완전 호감됐거든요?”
– “윽, 잠깐…! 저도 호감이긴 한데요, 그게!”
– “제이든, Listen. I think I found a great 비밀.”
– “I got you. 말하라, 로건.”
[특급 신인들의 좌우충돌 케미스트리♪ 그들에겐 대체 무슨 일이?>다른 편들 예고보다 조금 더 길고, 대화 장면이 많이 나오게끔 편집이 되어서 말이다.
솔직히 식중독으로 인한 카메라팀의 부재 때문에 분량 채우기 힘들진 않을까, 괜한 말 한 것까지 들어간 건 아닐까, 약간 걱정하긴 했는데.
“춘용아아… 슬레딕스 연우 선배님이 마지막에 팀원으로 고른 거 너 맞지? 응? 모자이크 되어 있긴 했는데, 난 그래도 네가 맞는 거 같아. 내 영혼이 말해 주더라니까.”
“아, 그건 아직 비밀인데요! 누나한테만 살짝 말씀드리면… 머리색 한 번 더 확인하시는 건 어때요?”
“허억… 진짜 우리 춘용이 프로 아이돌이야… 아, 포스트잇은 위즈 멤버들 중에서 누구랑 제일 대화 많이 했는지 적어 주면 돼. 그리고 이건 선물! 너 ‘캐치미 캐치유’ 예고편에서 헤어밴드 하고 있던 거 정말 너무 잘 어울려서….”
2주차 오프라인 팬 사인회에 찾아온 팬분들의 눈치를 살펴보니, 그렇진 않은 모양이었다.
“시우는 선배님들 어렵지 않았어? 첫 예능이었잖아. 물론, 예고편만 봐도 잘했을 거 같긴 한데!”
“네에… 형들이, 전부 다 잘해 주셨어요….”
“잠깐만. 형? 형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누구랑!”
“아, 위즈의… 하, 하원 형이랑….”
로건에게는 제이든이랑 많이 친해졌냐, 화성이에게는 은이와 새로운 동갑즈로 부상 중인 거 아냐 등등.
그래.
“재하야, 소속사에 재하 예능 좀 더 보내 달라고 해 보는 건 어때? 네 얼굴이 국보인데 방송 많이 나가서 얼굴을 알려야지….”
“으음,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한 번 여쭤 볼게요. 저도 예능 좀 많이 나가 보고 싶긴 했거든요.”
“유찬 오빠. 전 진짜 ‘캐치미 캐치유’ 예고 보고 확신했거든요. 오빠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나가 봐야 할 거 같아요. 오빠 재능은 거기에 있어요.”
“…제가 몸치라고 돌려서 말하는 건 아니죠!? 아,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근데 왜 하필 예고편에 제가 넘어지는 장면이 제일 먼저 나온 건지….”
확실히, 반응이 좋았다고.
“다들 팬 사인회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2주차라 그런지, 첫주보다는 긴장이 덜하셨죠?”
그리고 그런 사실이 내 눈에만 보인 건 아니었는지, 우리가 팬사인회 후 벤에 탑승하기 무섭게 환한 미소를 지은 호빈 형이 말을 쏟아냈다.
“‘캐치미 캐치유’의 예고편이 잘 뽑혀서 그런지, 대화할 거리도 많고 말이에요. 이게, 계속 사람들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잊어버리거든요.”
“헐, 맞아요. 아니, 전 오늘 ‘캐치미 캐치유’ 의상 얘기를 별로 안 한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아까 시우가 저한테 10번 넘게 했다고 그러는 거예요!”
“하하… 다들 그렇더라고요. 그래도, 예능에 나오면 다양한 레퍼토리를 적용시킬 수 있으니까. 점점 더 늘어날 겁니다.”
호빈 형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벤이 부드럽게 출발하고, 멤버들은 팬 사인회 내내 나눴던 팬분들과의 대화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로건은 오늘 위즈에 제이든 얘기 많이 들은 거 같던데. 에피소드 재밌는 거 좀 많이 풀었어?”
“Huh, 최대로요! 마침 오늘 저랑 대화한 제니아분이 캐나다랑 영국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서, 다행히도….”
멤버들의 신이 난 목소리들을 듣고 있으니, 어딘가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거였다.
애초에 처음부터 내가 바랐던, 평화로운 데뷔 활동이 이런 분위기라고.
…타 그룹 때문에 벤 안에서 멤버들과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
물론 그 대화의 주제에 타 그룹이 끼어 있긴 했지만, 모로 가도 다들 즐거운 것 같아 보여서 좋았다, 이 말이다.
“후우….”
그렇게, 내가 좌석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고 이 상황을 만끽하고 있던 때.
“아, 춘용아.”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재하 형이, 부드럽게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네, 형. 어… 물 드려요?”
“아, 아니야. 그냥 뭐 좀 궁금해서 그래. …오늘 팬 사인회 때 있잖아.”
자기 입을 오른손으로 가린 재하 형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까 포스트잇 말이야. 누구 적었어?”
“어어… 오늘 포스트잇 받은 게 너무 많아서 뭘 말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왜, 있잖아. 위즈 멤버들 중에서 누구랑 제일 대화 많이 했냐는 거.”
“아.”
분명한 의도가 있는 재하 형의 말에, 나는 짧은 탄식을 터뜨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그래. 오늘 팬 사인회 자리가 바로 옆이라서 다 봤을 텐데.
사실, 이걸 안 물어볼 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그게 왜 궁금해요, 형? 어차피 제가 제일 친한 건 우리 멤버들인데.”
“으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지. 네가 ‘캐치미 캐치유’ 촬영이 끝나고 위즈분들이랑 무슨 대화를 했는지, 우리한테 전혀 안 알려 줬잖아?”
정말 궁금한 건지, 아니면 놀리는 건지 모를 재하 형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그래서 제가 그 제니아한테, 캐나다에 가게 된다면 퀘백을 가 보고 싶다고….”
“쉿, 로건. 이따가 마저 말해 줘요. 이따가!”
심지어 순식간에 벤 안을 울리던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도 사라진 채 모두들 우리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거참, 다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거에 너무 관심을 주네.
“씁….”
가볍게 혀를 찬 나는, 그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답변을 툭 내뱉었다.
“그냥, 전부 다라고 적었어요.”
“…정말?”
“네. 사실이니까요.”
이것만큼은 진실을 회피하려고 내놓은 답이 아니었다.
[Q3. 춘용이가 ‘캐치미 캐치유’ 촬영하면서 제일 많이 대화한 위즈 멤버는!?> [전부 다 대화해 봤어요! ^0^>진짜로 나는 제니아분이 주신 그 포스트잇에 그렇게 적었거든.
그러나, 멤버들의 표정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그게 아닐 텐데’라는 문장을 이마에 커다랗게 써 붙인 채로 말이다.
“으음… 알겠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오해하진 마.”
“에잇, 재미없다. 저는 또 용용 형이 뭐 특별한 사람 적었을 줄 알고 귀기울인 건데!”
“Huh? 화성, 그것 때문에 제 말을 끊은 거예요? 너무해요. 물론 저도 궁금하긴 했는데…!”
“뭐, 춘용이 말이 맞긴 해. 팀이 갈라졌다고는 해도, 미니 게임 하면서 얼굴 좀 맞댔잖아? 그거면 전부 다 대화한 거지, 뭐.”
“저는, 춘용이 형이… 마지막에, 대화하신 분들… 적었을 줄 알았어요….”
“씁… 아, 졸리다! 저 숙소 도착 전까지 조금만 잘게요. 네?”
멤버들의 아쉬움 섞인 투덜거림을 뒤로한 채, 나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 담요를 머리 끝까지 덮으며 자는 척을 시작했다.
사실, 내 몸이 가려지자마자 빠르게 휴대폰을 꺼내들긴 했지만.
스케줄 내내 방치해 뒀던 내 휴대폰의 상단바는, 와장창 쏟아진 알림으로 인해서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 X: 야 김춘용용구리
– X: 이제 적당히 했으면 계약 집중 좀 해 응???? 이게 모하는 짓이야 ㅡㅡ
– X: 너 무슨 칭구칭구 만드려고 돌아왔냐? 아니잖아! 젤 중요한 일에 뽀커스 하라고 뽀커스
– X: 이런 쓸데없는 예능에 진심전력으로 임하지 말고 어?
– X: 니 그룹 인지도를 올리고! 니가 세최케이팝 아이돌이 될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되는! 뭐 그런 거에 집중하란 말이야!
그 알림의 제일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역시, 잊을만 하면 내 위치와 상태를 콕콕 집으며 날 괴롭히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엑스였지만….
그 밖에도, 다른 이에게 연락이 도착해 있긴 했다.
[폭탄(제거 끝): 춘용아 이거 보면 답장 좀 해 주면 안 돼?] [폭탄(제거 끝): 너 단우한테는 답장해 줬다며 ㅠㅠ 나한테는 왜 안 해 줘? 나 촬영 내내 네가 시키는 대로 잘 했잖아] [폭탄(제거 끝): 네가 답장 안 해 줘도 우리 이번 음방에서 만난단 말이야]이제 완전히 불발탄이 됐겠거니, 하며 저장명까지 그걸로 바꿔놓은 녀석 하나와….
[한단우: 그래 고맙다] [한단우: 팬사인회 열심히해]이제야, 제대로 된 소통을 다시 시작하게 된 (구) 연습생 동기, (현) 라이벌 그룹의 리더에게서 말이다.
“…….”
그 메시지를 미리 보기로 확인한 나는, 내 얼굴을 덮고 있던 담요를 다시 아래로 내리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솔직히… 너희한테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 아니야. 우리 어차피 다른 그룹이잖아.”
“어어, 춘용아. 너 좀 너무 하는데? 나한테 촬영 내내 그렇게 대해 놓고선….”
“조용히 좀 해 봐, 안태이….”
“…근데, 그래도 내가 멤버들 걱정을 시키고 싶진 않거든. 너희랑 대화 마무리도 좀 해야 할 거 같고.”
“김춘용, 너… 성격 좀 변했네. 퀸스 있을 때는 나름 자기 잘난 맛으로 살던….”
“야.”
녀석들과 나눈 게 그렇게 나쁜 대화는 아니었다.
안태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뒷배경을 알고, 한단우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오해라는 걸 알고.
간만에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왔다’는 메리트를 활용할 수 있는 시점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한단우 너도 나한테 할 말 있어서 오려고 했던 거 아니야?”
“맞, 맞는데… 김춘용, 니가 먼저 말문을 열었잖아.”
“아, 그럼 양보할게. 니가 먼저 말해.”
“…아니, 괜찮아. 니가 말해.”
쪽팔리잖아.
우리 티오제 멤버들과 가족들에게 내가 맹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 그 관계에서 내가 확실한 을의 입장을 자처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 짓이 있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그렇지만, 한단우와는 별개의 일이었다.
“단우한테도, 춘용이한테도 쌤이 미안해. 내가 디렉팅을 좀 더 확실히 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우리 사이에 있었던 문제의 잘잘못을 따져 보자면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같은 안무 선생님 아래에서 월말평가를 준비하면서, 우연하게 비슷한 안무가 나왔다.
그럼 내 잘못인가? 아니면, 한단우 잘못?
혹은, 다른 친구의 좋은 점을 참고하라고 말해 준 안무 선생님 잘못?
애매하다니까, 이게.
당시 나와 한단우는 둘다 월말평가에서 꽤 좋은 점수를 받았고, 안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도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에, 그저 ‘따로 준비한 애가 어떻게 나랑 안무가 비슷한가’ 라는 이유로 머리에 불이 붙고, 감정이 상해서 그렇지.
“…넌 무슨 말을 할 준비도 안 하고 사람을 찾아오고 그러냐?”
“그러는 김춘용, 너는.”
“너도 참….”
때문에, 막상 그걸로 대화를 하려고 하니 서로 난감한 상황이 열린 거였다.
그렇게, 한단우와 내가 서로 어떻게 이 뒤틀린 관계에 대해서 입을 열면 좋을지 골머리를 썩이던 그때.
그 해답은, 곁에서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우리를 빤히 바라보던 녀석이 내려줬다.
“잠깐, 잠깐. 얘들아! 너희 지금 감정 상한 거 풀려고 하는 거구나? 하하… 아, 나는 내가 이걸 먼저 권유해야 하는 줄 알았잖아. 그래서 춘용이 찾아가려고 한 건데!”
아니, 어쩌면 녀석은 그 상황을 바라고 있었을지도.
안태이는 자기가 해결해 볼 수 없었던 문제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풀리는지 지켜보고, 나와 한단우는 묵은 감정을 조금이나마 풀고.
“후….”
그 메시지를 미리보기로 확인한 나는, 내 얼굴을 덮고 있던 담요를 다시 아래로 내리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뭐, 우리 멤버들에게 사고 현장 파편 튈 일이 없어졌으니, 이걸로 충분하다고 해야 할까.
라이벌 그룹이라고는 해도, 활동 기간이 거의 겹치지 않으니까.
조금만 조심해서 서로를 대하면 될 일이었으니.
“저, 호빈 형. 저희 그럼 다음 주 일정까지는 전부 픽스된 건가요?”
“아, 춘용 씨. 안 주무셨군요? 네. 아마 다음 주 주말쯤에 리패키지 앨범 일정을 잡지 않을까 싶어요.”
형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뉘엿뉘엿 기울고 있는 창 밖의 해를 잠깐 쳐다보고는 가만히 손가락을 헤아렸다.
엑스와의 계약 조건을 완수하고, 신인상 수상 후에 가족과 세부 여행 따위는 상상도 안 하고.
이제 나와 멤버들은 정말로 신인상을 타기 위한 일정을 완벽히 소화하기만 하면 됐다.
아, 물론.
그전에….
[정연우: 저한테 주기로 한 ‘더 좋은’ 거] [정연우: 잊어버린 건 아니죠 춘용 씨? ^^]이렇게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 내밀었던 백지 수표를 건네주긴 해야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