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61)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61화
* * *
함께 살고 나서부터 우리 티오제 멤버들의 숙소 도착 후 루틴은 거의 비슷했다.
“화성이 형, 싫어요… 오늘은, 제가 먼저 쓸래요…!”
“아잇, 제발. 나 진짜 오늘 너무 졸려서 그래. 내 차례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다니까? 시우야, 오늘만 양보 좀 해!”
“Mate. 둘 중 누가 먼저 씻든, 끝나면 저 좀 깨워 주세요. I’m exhausted, 으으….”
“어어, 로건! 자지 마요. 며칠 전에도 그러다가 못 일어났잖아요. 그러다가 진짜 감기 걸리는… 아! 용용 형! 반칙, 반칙! 냅다 먼저 들어가는 게 어디 있어요?”
“응, 여기.”
“맨날 저래, 맨날!”
“억울하면 먼저 태어났어야지, 화성아. 형 들어간다!”
누가 먼저 화장실을 사용할지 정하고, 자기 차례가 오기 전까지 졸다가 씻은 후 기절하듯 잠들거나.
“재하야. 뭐 좀 배달시킬까? 그냥 자면 애들 다 배고플 거 같은데….”
“으음, 전에 화성이네 부모님께서 보내 주신 반찬 좀 남았던 거 같아요. 그거랑 같이 밥 먹거나, 무난하게 치킨…? 아, 춘용아. 다 씻었구나. 너는 뭐 안 먹을래?”
“하하… 괜찮아요, 재하 형. 아, 오늘따라 너무 피곤하네? 좀 일찍 자야 할 것 같아요.”
혹은 그 사이 짬을 이용해서 굶주린 배에 뭐라도 집어넣고, 내일 다가올 스케줄을 위해 의욕을 내거나.
물론 나는 오늘도 다른 멤버들의 거친 손길과 권유를 모두 거절하고, 그 누구보다 빠른 샤워 후 침대로 향했다.
이전에 방탕하고 게으르게 살았던 만큼, 이번에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겠다고 스스로 결심했으니까.
[정연우: ^^]“윽….”
나는 스마트 워치 화면 가득 떠 있는 메시지를 보며 짧은 탄식을 흘렸다.
이제 내용도 안 적고 웃는 이모티콘만 띡 보내다니.
제발 답장 좀 하라고 징징거리는 안태이나, 한참 시간을 들여서 타자를 두드린 게 명백한 한단우의 메시지보다도 이쪽의 압박감이 더 컸다.
“대충 얘기 끝난 거 같으니까, 그럼 나는 가 볼게. 너희도 스케줄 마무리 잘해.”
“어어, 잠깐. 춘용아. 번호 좀 주고 가지 않을래? 앞으로 계속 연락하고 싶은데!”
“…너 나랑 ‘캐치미 캐치유’ 촬영하면서 질려했던 거 아니었어, 태이야?”
“응? 아닌데?”
“네가 원하던 게 지금 이루어졌는데, 또 대체 무슨 연락을 하자는….”
“에이. 그건 그거지. 연락이 별거야? 그냥 나한테 가끔 답장만 해 주면 돼!”
“…김춘용. 나도 네 번호 줘. 너 폰 바꿨잖아.”
애초에 그 녀석들은 내 번호를 강탈하듯이 가져갔고, 연우 형은 냅다 스마트 워치를 줘 버렸다는 차이점 때문이려나.
그게 아니라면, 뭐.
“뭐 생각해 둔 게 있나 보죠? 아, 이거 내가 들어주면 뭐 부탁 좀 해도 되려나?”
“그것보다도 더 좋은 걸 드릴 수 있죠. 아마도.”
“…더 좋은 거? 제가 뭘 요구할 줄 알고요?”
내가 스스로 던진 백지 수표를 어떻게든 잘 써서 줘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일 수도 있고.
“…씁.”
나는 짧게 혀를 차고, 침대로 몸을 던지며 조막만한 스마트 워치의 자판을 천천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번 캐치미 캐치유 촬영 내내 눈에 띄든, 띄지 않든 내 편의를 봐 주고 도움을 준 연우 형에게 내가 주기로 했던 ‘더 좋은 것’.
이제 갓 데뷔한 신인 주제에 대선배에게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있긴 했다.
그러니까, 미래를 아는 나만 줄 수 있는 거.
의뭉스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자기 흥미 본위대로만 살아가는 연우 형이라도 모든 걸 알 수는 없었다.
물론, 많은 걸 알고 있기야 하지.
[슬레딕스 주영, 여자아이돌 그룹 릴리제이의 빌리와 달콤한 데이트…. “반지도 사 줬네.”] [[그램뉴스> 주영♡빌리, 비밀 연애 피드 걸린 후 더 유명해졌다?]그렇지만, 팀 멤버의 열애설이 언제 터질지를 어떻게 알겠어?
지금이야 터지기 전이지만, 주영 선배님과 빌리 선배님의 열애설은 아이돌판을 아주 크게 뒤흔드는 사건 중 하나였다.
연차가 얼마 쌓이지 않은, 대중성을 노린 신인 여자 아이돌과 1티어 남자 아이돌 그룹 슬레딕스 멤버와의 연애.
한국 연예계 대표 황색 언론 엔터 게이트에서 아주 신이 나서 대서특필을 한 건 물론,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난리가 아니었다고.
“빌리 선배님 오늘 클럽 오셨던데? 렉스, 가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뭔 소리야… 샷이나 더 넣어 줘, 인마.”
“뭔 소리긴. 주영 선배님이랑 빌리 선배님 열애설 터진 거 때문에 네 기사 좀 가라앉았잖아. 안 감사해? 그리고, 겸사겸사 그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오늘 우리 술값도 렉스가….”
“그럼 계산은 내가 할 테니까, 여기 토한 거 배상은 너희가… 우욱.”
“야, 야! 일부러 토하려는 척하지 마!”
뭐, 내가 어울리던 질 안 좋은 녀석들 사이에서도 소소한 화제가 되었었고.
“…….”
나는 가만히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배터리가 거의 다 되어서 깜빡거리는 스마트 워치 상단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아. 감사합니다, 주영 선배님!”
“뭘 물 가지고 고맙다고요. 저기 우리 매니저가 핫팩 주고 있으니까, 잊어버리지 말고 챙겨 가요. 그러니까… 춘용 씨, 맞죠? 연우 형이 관심 가져서 알고 있어요.”
“하하, 네. [타겟팅 스타> 덕분에 안면이 좀… 음? 선배님, 전화 오시는 것 같은데요?”
“갑자기 무슨 전화가 오는, 헉! 자, 잠깐만요!”
“…하하.”
나랑 대화를 하다말고, 황급히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뛰어가는 주영 선배를 빤히 봤던 걸 생각하면 연애 중이라는 사실 정도는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걸 정확히 잡아내는 건 연우 형이 못 했던 게 분명했다.
연우 형이 알고 있었다면, 열애설이 터졌겠냐고.
자기가 아는 기자들한테 고급 술 한 병씩 쫙 돌리면서, 기사 좀 어떻게 해달라고 미리 정리를 해 놨겠지.
“커헉, 연우 형… 오늘따라 많이 마시네요.”
“음? …하하.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했다가 또 큰일난 녀석이 하나 있어서. 참… 왜 이렇게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지.”
“그거 혹시 제 얘기예요, 형?”
“뭐, 렉스 너도 학습 능력이 썩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네 얘기는 아니야. 그러니까 지레 찔려서 괜한 술 버리지 말고, 안 마실 거면 나 줘.”
그 열애설 때문에 연우 형의 음주량이 급격하게 늘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이 정도면 ‘더 좋은 거’에 안성맞춤이지.
[김춘용: 당연히 드리기로 했던 거 안 잊었습니다, 선배님!] [정연우: 뭔지 물어봐도 돼요?] [정연우: 미리 말하는데 술 선물은 안 받아요 ^^] [김춘용: ^^;;] [김춘용: 아 이게 만나서 드려야 하는 거라] [김춘용: 조만간 뵐 때 제가 한 번 더 연락드리겠습니다] [김춘용: 답장 안 주셔도 됩니다 편하게 쉬세요 ^0^]“…후.”
별안간 빠르게 답장이 와서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무사히 답장을 마치긴 했다.
‘조만간 뵐 때’라고 대강 뭉개기는 했지만, 그 문장에 딱히 거짓이 들어있지는 않았고.
우리 티오제의 ‘숨바꼭질’ 활동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슬레딕스가 컴백을 하고, 설령 일정이 바뀌어 못 만나더라도 곧 다가올 연말 가요제 무대에서 마주칠 테니 말이다.
“허어….”
쟁쟁한 아이돌들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 티오제의 이름이라니.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이건만, 스마트 워치를 내려놓기 무섭게 무음 설정된 내 휴대폰에서는 미친 듯이 알림이 쏟아지고 있었다.
[메시지 도착! 수신인: 폭탄 (제거 끝)] [- X: 야 너 이제 진짜 딴짓 하지 말고 나랑 얘기 좀…] [메시지 도착! 수신인: 한단우] [메시지 도착! 수신인: 호빈 형] [메시지 도착! 수신인: JDS 크루 진다솔 선생님] [(광고) 지금 즉!&시!& 들어가셔야 합니다 1시간 뒤 최소 1#6#퍼센트 업! 링크를 눌러 정보 확인▷ …]오라는 가족들의 연락은 안 오고, 지금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메시지와 광고만 쏟아지고.
이게 뭐냐, 진짜.
“어휴….”
휴대폰을 뒤집어 놓는 건 물론, 연우 형이 스마트 워치 역시 서랍장에 때려 박은 나는 다시 숙소 방 천장을 바라보며 가만히 침음했다.
할 일을 끝냈으니, 나도 잠시 숨돌릴 틈이 필요했다.
우리 티오제의 데뷔 활동처럼 말이다.
“재하야. 그럼 이제 우리 음방이 몇 번 정도 남은 거지?”
“아마 네 번 정도일 거예요. 흠…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네요. 그 전에 안무 안 맞는 부분 한 번 맞춰 보긴 해야 할 것 같아요. 마무리를 잘해야 하니까. 춘용이가 꼭 해 보자고 그러더라고요.”
“…갑자기 이 대화가 추가 연습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네, 하하! …그래. 마무리를 잘해야지. 맞아. 팬분들 보기 안 부끄럽게.”
2주에서 3주간의 짧은 활동을 한 후 리패키지 앨범으로 돌아오는 요즘 아이돌 특성상, 이제 우리 티오제의 ‘숨바꼭질’ 활동도 다음 주가 되면 막을 내릴 차례였다.
“아, 여러분. 다음 주 화요일에 리패키지 앨범 컨셉 회의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 음악 방송 촬영이랑 팬사인회를 같이 진행하고, 스케줄은 끝이에요. 월요일까지 휴가입니다.”
“헐! 이틀 동안 쉬어도 된다는 말…? 미쳤다, 미쳤어! 와, 저 그럼 무조건 미친 듯이 게임 할….”
“아, 문윤하 디렉터님께서 미리 컨셉 시안을 전달해 주셨어요. 화요일 전까지 다 읽고 오시라네요.”
“…이걸 다요? 8, 80페이지는 될 것 같은데요?”
“으음. 미친 듯이 게임은 못 하겠다, 화성아. 하하….”
덕분에 이틀 간의 짧은 휴가를 얻긴 했지만, 리패키지 앨범 얘기에, 연말 가요제 무대 준비 얘기에.
그런 걸 가만히 정리하고 있자니, 어쩔 수 없이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돌아온 후에, 내가 쉬지 않고 달렸던 시간이 머릿속을 쫙 스쳐 지나간다고 해야 하나?
가족들을 보고 엉엉 운 후에 바로 서바이벌을 나가고, 후에 중국으로 튈 생각 만만이었던 녀석을 쫓아내고 다시 데뷔하고.
멤버들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해결하고, 아예 처음 듣게 된 데뷔곡을 연습하고.
…문제적 (구) 매니저를 쫓아내고, 이번에는 나와 엮인 타 그룹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물론, 그 사이에 좋은 일 역시 많았다.
“Hey, 춘용 형! 가오옌이 혹시, 활동 끝나고 잠깐 자기 위튜브 채널에 출연해 줄 수 있냐고 연락을 보냈어요!”
“아, 정말? …너랑, 나랑, 료타랑 해서 같이 한 번 나가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긴 한데.”
“Got it. 료타가 요즘도 종종 한국에 오는 것 같더라고요. 뭘 준비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새로운 멤버인 로건을 만나게 되었다든가, 이전에 제대로 된 인연을 맺지 못 했던 이들과 가까워졌다든가.
“응, 엄마. 누나한테, 앨범 보냈으니까 택배 보관함 확인하라고 좀 해 줘. 응, 고마워. 사랑해요. 밥 챙겨 드세요.”
“…춘용 형. 부모님, 이에요…?”
“어? 어어… 맞아. 어머니야. 누나가 내 연락을 다 무시해서.”
“형은, 가족들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되게… 잘하네요.”
“…하하, 너도 너희 형님한테 사랑한다고 메시지 한 번 보내 보지, 왜? 좋아하실지도 모르잖아.”
“그건, 좀…!”
가족들에게도 더 잘할 수 있게 됐고, 멤버들과도 보다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지.
별명에 ‘쓰레기’가 붙던 시절과 다르게,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살아서 그런가.
일도 많고, 보람도 차고.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종합하고 보면 남는 게 하나 있었다.
진짜, 너무, 미친 듯이….
“주, 죽겠다….”
피곤하다는 거.
그러고 보니, 숙소에 들어오기 전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잠깐 숨을 돌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터진 이슈로 인해서 그 시간마저 반납하고 일하긴 했었다.
제대로 마음을 놓고 쉬어 본 게 까마득할 정도라니.
렉쓰레기 시절에 빈둥거리는 게 일상이었다 보니, 잘 쉬는 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 시절처럼 보낼 수 없으니….
모처럼 쉴 수 있는 이틀인데, 대체 뭘 해야 하는 건지.
“휴대폰 게임이라도 다시 깔아 볼까? 아, 휴대폰 보기 싫은데….”
그렇게, 내가 잠시 뻘하게 오늘 저녁부터 내일 밤까지의 휴식 계획을 고민하고 있던 그때.
“…춘용아. 자?”
“어? 유찬 형? …아직 자진 않는데요.”
“오, 다행이다! 그럼 잠깐만 나와 볼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어째선지 잔뜩 결연한 표정을 한 유찬 형이, 방문을 열고 나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