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7)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57화
한단우의 머리에 떠오른 말은 단 하나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한단우는 아주 잠시 과거의 감상에 젖어서 모니터로부터 눈을 떼고, 방유찬과 짧은 대화를 나눴을 뿐이었다.
그런데….
– “미안해, 춘용아. 정말 미안하다니까!”
– “알아, 내가 언제 모른다고 그랬어? 그냥, 이거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거야. 싸움 말리는 거에는 자신 있다며?”
– “내가 그렇게 얘기한 건 맞는데! 이건….”
갑자기 김춘용에게 절절매며 어쩔 줄 몰라하는 안태이와 그런 안태이를 신나게 놀려 먹고 있는 김춘용이라니.
“뭐야, 진짜…?”
그의 입에서 절로 허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분명 처음, 김춘용은 위즈뿐만 아니라 티오제에게도 냅다 폭탄을 투하해대는 안태이를 다소 껄끄러워하는 눈치였다.
저 그룹이랑은 얼굴 보기도 좀 그런데, 뭔 모르는 멤버 하나까지 분탕을 치고 있으니, 감정이 별로인 게 당연하지.
– “아, 이해가 안 되네. 미안하다며, 태이야? 뭐든 잘할 수 있다고 그랬잖아! 난 너만 믿고 이걸 얘기한 건데, 섭섭하네?”
– “으윽… 잠깐만. 잠깐 시간이… 필요해.”
– “그래. 10초 줄게. 고민하는 데에 5초, 대답하는 데에 5초면 충분하지?”
– “음, 그 반으로 줄이죠. 이제 슬슬 2팀 생존자분들이 달려올 것 같아서.”
– “선배님이 그러시대, 태이야.”
근데 둘의 대화를 보면 마치 이 순간만 기다렸다는 것마냥,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는 김춘용이 ‘캐치미 캐치유’ 현장에 올 때부터 작정하고 안태이를 어떻게 해결 보겠다 마음 먹고 정연우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와, 잠깐! 용용 형 지금 뭐하고 있는 거예요? 유찬 형, 뭐 좀 봤어요?”
“아니, 나도 방금 막 상황 파악을 해서… 근데 뭔가 되고는 있는 모양인데?”
같은 티오제 멤버들도 놀라는 걸 감추기 어려울 정도인데, 아예 타 그룹인 한단우가 이 모든 전말을 눈치챌 수 있을 리가.
“하, 하하… 대체 뭔….”
그렇게, 한단우가 탈락자의 방에서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상황 전개에 벌어진 입을 못 다물고 있는 한편.
그 상황을 생생히 전달 중인 카메라 아래에서는, 절찬리에 1팀 생존자들의 촌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지금 특수 부대 생존 미션을 표방하고 있는 ‘캐치미 캐치유’의 1팀과 2팀의 생존자는 각각 세 명이었다.
1팀의 정연우와 김춘용, 안태이.
그리고 2팀의 손재하와 조은, 이선호.
남은 미션의 개수가 적고, 생존자마저 적어진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었다.
탈락당하기 전에 미션을 마치든, 상대방이 미션을 마무리하려는 순간에 덮쳐서 또 다른 기회를 얻든.
어쨌든 마주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그 결론은, 김춘용에게 가장 좋은 찬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폭탄마도 잡고, 무사히 촬영을 마무리해서 멤버들의 걱정도 접게 만들 찬스.
그렇기 때문에….
“고민 다 했어? 20초는 준 거 같은데.”
“정확히 30초예요. 하하, 춘용 씨… 제 생각보다 관대한 편이네.”
“아니, 두 사람 모두…!”
이렇게 정연우와 합세해서 안태이를 사정없이 몰아붙이고 있는 거고.
“…꼭 그 방법이어야 하는 거야? 난 네가 그걸 얘기할 줄은 몰랐는데!”
제 단정한 얼굴을 당혹감으로 마구 일그러뜨린 안태이는 그 어떤 때보다도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응. 이 방법이어야 해.”
김춘용은 안태이의 그런 태도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안태이가 아닌 다른 티오제 멤버들이라거나, 그에게 어떤 영향을 준 다른 이들이라면 좀 더 온건한 방법을 사용했을 테다.
김춘용은 절대적으로 가족과 티오제 멤버들에게 약하고, 외모와는 다르게 꽤나 선량한 성격이니까.
그렇지만, 경우가 경우이지 않은가.
로건과의 버스킹에서 최건영을 치울 때도, 심지어는 [타겟팅 스타> 첫 곡인 ‘Aiming’의 댄스 브레이크 센터를 위해 김주안의 기를 꺾을 때도.
김춘용도 충분히, 필요에 의해서는 손속을 봐주지 않는 이였다고.
뭐, 상황이 복잡하게 흘렀던 류웨이는 열외로 두더라도 말이다.
“씁.”
“…으.”
갑자기 떠오른 불쾌한 기억에 김춘용이 얼굴을 찌푸리며 혀를 차자, 김춘용의 눈치를 보고 있던 안태이가 제 드넓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탄식했다.
아까 자신이 무심코 한 번 더 꺼낸 ‘싸울 거냐’는 말로 인해서 김춘용에게 자기 행동 원리의 힌트를 주고 만 안태이는, 완전히 덫에 잡힌 초식 동물 같은 모습이었다.
키 크고, 도자기를 빚어 놓은 것처럼 잘생겼으며, 순진무구하지만, 결국 자기의 뜀뛰기 실력을 과신하고 덫에 콱 물린 토끼 같은 거.
“…알겠어. 할게. 그거면 되는 거지? 너 생각한 거랑 좀 다르다, 춘용아…!”
결국 보이지 않는 백기를 든 안태이에, 김춘용은 활짝 웃으며 녀석의 어깨를 툭툭 털어 줬다.
뭐, 딱히 털 것도 없었지만….
“걱정 마. 내가 무작정 너를 몰아세우려는 건 아니거든.”
“…뭐?”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으니까, 그것도 해 주겠다고. 이해해?”
슬쩍 마이크를 쥐고 오디오에 잡히지 않게끔 이런 말을 하려면, 그런 쇼맨십쯤은 필요했다.
“애초에 네가 바란 게 이거잖아. 모른 척하기는.”
김춘용은 떨떠름한 안태이의 코앞에서 미소 지었다.
“…….”
송곳니가 살짝 보이는 호쾌한 그 미소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별안간 발목이 붙잡힌 안태이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육식 동물.
늑대나 호랑이 같은 건 아니었다.
“이제 그럼 더 시간 끌지 말죠. 재미는 있지만, 결국 이겨야 좋은 게 이런 미션 촬영이니까요.”
그런 거대한 동물은 오히려 김춘용의 뒤에서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정연우에게나 어울렸다.
“그럼 가 볼까? 한 번 더 설명할 필요는 없지? 아마, 설명 안 해도 네가 제일 잘 할 테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안태이를 은근슬쩍 몰아붙이면서도 개구쟁이처럼 웃는 김춘용은….
“…너 여우 같다, 춘용아.”
그래. 이쪽.
“저, 잠깐 중요한 것 좀 얘기할게요. 이제 저희 셋뿐이니까… 이거부터 짚고 가야 할 거 같아서요.”
“응? 뭔데 그래?”
“…일단 들어 보죠.”
“아까 계획했던 거랑은 좀 다르긴 한데, 태이가 있으니까 이걸 써 볼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이편이 더 잘 먹힐 거예요.”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찾자마자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고,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태이 너, 너희 부모님 촬영장 많이 따라다녀 봤다고 그랬지?”
“…응, 맞아! 고등학생 되기 전까지도, 거의 매일….”
“그래. 그럼 역시, 네가 연기를 좀 해 줘야 할 거 같아.”
“뭐, 뭐? 아니, 그건 싫은데? 갑자기 무슨 연기를 하라는 거야? 너, 내가 여태까지 너한테 좀 못되게 굴었다고 지금….”
“에이. 아냐, 아냐. 내가 그렇게 속이 좁아 보여? 그런 게 아니고, 이번에 네가 꼭 필요해서 그래.”
“미안한데, 역시 그건 좀…!”
“어어? 아까 싸움만 말릴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면서? 다 할 수 있다면서, 태이야?”
절벽으로 몰아세워 놓고선, 갑자기 손을 번쩍 내밀어서는 그걸 덥썩 잡게 하는 김춘용의 모습이 안태이에게는 전부 여우 같았다, 이 말이다.
“…여우? 에이, 어디가.”
안태이의 그 말에 눈썹을 치켜올린 김춘용은 가만히 눈동자를 굴리다가, 일단 안태이의 팔을 잡아끄는 걸 택했다.
“뭐, 다른 동물 같은 건 네 마음대로 생각해. 딱히 중요한 게 아니니까.”
김춘용은 지금 안태이가 자기 머리 속에서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기고, 촬영 잘 끝내고,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이 게임을 제대로 끝내고, 이제야 좀 궁지에 몰린 안태이와 위즈와의 관계를 제대로 청산할 생각뿐이었지.
“왼쪽 계단에서 사람들 소리 들리네요. 이제 슬슬 올 것 같으니까… 태이 씨, 준비하시죠.”
그런 둘의 대거리를 마무리시키는 정연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김춘용은 자연스럽게 안태이의 팔을 이끌었다.
“준비됐지?”
“…….”
퍽-!
안태이의 불안하면서도 비장한 얼굴에, 김춘용은 제 두 눈을 샐쭉하게 휘며 녀석의 등을 한 대 쳤다.
이 고생을 하게 만든 분노와, 잘하고 오라는 격려를 담아서 말이다.
“지금, 가.”
그 낮은 목소리와 함께….
“…이제 이 메달만 바꾸면 되는 거 맞죠?”
“네. 다른 팀은 개수가 부족해서, 이것만 바꾸면 저희가 이길 거예요.”
“일단 안 잡히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조심해서 움직이죠.”
이 엉망진창 ‘캐치미 캐치유’ 촬영 미션의 마지막 한타가 와르르 찾아왔다.
* * *
부모님 촬영 현장을 꼬박꼬박 따라다닌 안태이 덕분에, 김춘용과 정연우는 안태이가 2팀의 생존자를 만나러 간 사이 중앙 계단 문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수 있었다.
느린 걸음으로 인기척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안태이의 뒷모습을 보며, 정연우는 흥미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춘용 씨. 잠깐 얘기 괜찮나?”
“네? 아, 네. 말씀하세요.”
“하하, 길게 얘기 안 할게요. 그냥, 지금 상황을 좀 이해하고 싶어서 말이에요.”
오늘 촬영 내내, 정연우는 가능한 김춘용의 편을 들어주며 그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에 시간을 쏟았다.
그러면서 정연우가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두 개였다.
첫째. 안태이가 지속적으로 김춘용을 긁으며 그를 떠보고자 한다는 것.
둘째. 이유야 무엇이 됐든, 위즈와 김춘용 사이에 어떤 트러블이 있었다는 것.
다른 이들이야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인데’ 싶겠지만, 정연우에게는 그 정보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쨌든 김춘용이 안태이를 어떻게 해결 보려고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위즈와의 관계가 문제가 된다는 결론만 도출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끝에서는 새로운 질문이 튀어나왔다.
“…지금 태이 씨가 가서 부모님 어깨너머로 배운 연기를 하는 게, 춘용 씨가 이 상황을 해결하는 거랑 관련이 있어요?”
방송용 오디오를 위해 애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그 말뜻은 뻔했다.
네가 안태이의 기를 꺾고 이번 촬영을 색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건 알겠다.
그렇지만, 그게 앞으로 있을 위즈와 안태이와 관련된 또 다른 트러블을 해결할 방법이 되냐.
사실 그랬다.
촬영 현장이라는 이유 때문에 김춘용은 자기 생각에 대한 설명을 극도로 자제했고, 일단은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러니, 그 곁에서 대강의 전말을 알고 지켜보는 이는 궁금할 수 밖에.
안태이가 저렇게 행동하도록 시키는 게, 정말 촬영 말고 다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나?
“허어….”
정연우의 말을 곱씹은 김춘용은, 낮은 탄식과 함께 여전히 토끼 같은 다리로 달팽이처럼 걸어가는 안태이를 바라봤다.
별안간 김춘용과 위즈 멤버들에게 너희 싸운 거냐고 폭탄을 던진 녀석.
그리고, 부모님 사이에 있었던 어떤 문제를 지켜보고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한 녀석.
녀석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살핀 김춘용은, 그 특유의 송곳니를 내비치며 무겁지 않은 목소리로 다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선배님. 그런 거 본 적 있으세요? 아동 교육 프로그램 같은 거.”
갑자기 아동 교육 프로그램?
굉장히 의아한 서두였으나, 정연우는 순순히 자신의 기억을 되짚으며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나갔다.
“…딱히요. 슬레딕스 멤버들이 출연한 게 아니면.”
“저는 좀 자주 봤거든요. 그리고 거기에 그런 애들이 종종 나와요. …착한아이 콤플렉스?”
“아아, 뭔지 알죠.”
미움 받고 싶지 않은 아이.
어떻게든 착한 아들, 혹은 딸로 남고 싶은 아이.
보통 그런 아이들은, 전문가의 솔루션을 통해서 그 나이대에 맞게 행동해도 된다는 걸 깨닫고 증상이 나아지곤 한다.
그러나, 분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했다.
이를테면, 솔루션 자체를 받을 수 없었다든가. 혹은, 이 아이가 그런 상태라는 걸 전혀 모를 때 말이다.
그럼 그런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게 제대로 해결 안 됐을 때 애가 어떻게 되는지도 아세요, 그럼?”
“…음. 본 적은 없지만, 대충 예상은 되는데요. 두 분류로 나뉘겠네요.”
영원히 착한 아이로 남거나, 혹은 자신이 착해도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삐뚤어지거나.
김춘용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입을 다물었다.
세기의 사랑이라는 안명욱과 백영현, 그리고 김춘용과 위즈.
여기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안태이가 제 성향을 자꾸만 무심코 드러낼 수밖에 없는, 그런 공통점이.
“그래도, 제 질문에 대한 답이 충족되지는 않는데요. 그래서, 이게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냐는….”
“어어, 선배님. 쉿이요, 쉿.”
여전히 의문을 표하는 정연우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김춘용은, 슬쩍 미소를 남기곤 계단문 너머를 바라봤다.
“…….”
“……!”
어느새, 안태이는 손재하를 포함한 2팀의 다른 인원들과 만나 대화를 시작하는 중이었다.
일단, 김춘용의 뉴! 계획은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이 촬영을 통해서 안태이의 껍데기를 한꺼풀 벗겨 내고, 그 직후 찾아올 메인 이벤트를 클리어하는 것.
“가시죠. 최대한 조용히요.”
“…하하, 좋아요. 대답은 이따 듣도록 하죠.”
그러기 위한, 잡고 잡히는 아이돌 특수 부대원들의 끝이 찾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