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7화
나와 새벽에 은밀한 대화를 나눴다고 해서, 지화성의 태도가 드라마틱하게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미세한 차이가 더 큰 변화를 가지고 오는 법이었다.
“로건.”
아침 식사 후에도 이어지는 안무 연습.
어제와 같이 조용한 분위기에 노래만 쾅쾅 울리며 춤을 추는 가운데, 갑자기 노래를 끈 지화성이 로건을 불렀다. 어제 로건이 7번이나 틀렸던 그 스텝 부분이 지나간 직후였다.
“H, Holy. 화성, 왜요?”
“…뭘 그렇게 놀라요? 내가 잡아먹기라도 하나?”
“아니 그게….”
나는 뭔가 크게 잘못한 강아지 같은 눈으로 내 눈치를 보는 로건 때문에 입을 틀어막아야만 했다. 쟤 왜 저렇게 귀엽냐, 진짜.
나와 로건을 번갈아서 보던 지화성은 입을 일 자로 쭉 찢으며 중얼거렸다.
“…했다고.”
“Oh, Sorry? 뭐라고요? 미안해요, 못 들었어요!”
“아, 잘했다고요!”
지화성의 고함이 연습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얼핏 봐서는 어제와 다를 바 없이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아니, 오늘이 조금 더 격하지. 근데 내용은 화가 아니었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지화성을 바라만 보는 로건에게 내가 얼른 말을 걸었다.
“너 잘했대. 어제 틀렸던 부분 안 틀렸다고. 내가 봐도 잘 췄더라, 로건. 엄청 늘었어. 굿.”
“Oh? really!? Wow, 고마워요, 화성. 그리고 춘용 형! 이런 칭찬은 처음 들어요!”
“뭐 또 칭찬을 소리 지르면서 하나. 역시 지화성은 스탈린의 화신임에 틀림없다.”
로건은 순수하게 기뻐하고, 그 옆에 서 있던 가오옌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투덜거렸다.
“왜. 너는 칭찬 안 해 주니까 서운해서 그래?”
“춘용 형, 아니다! 나는 지화성의 칭찬 없이도 잘한다!”
“어쭈, 그래요?”
지화성은 예의 그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코끝을 찡긋거렸다.
“뭐, 가오옌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얘기가 듣기 싫으면 어쩔 수 없죠. 앞으로 가오옌 칭찬은 없이 연습 갈게요.”
“왜! 나도 칭찬해라!”
“와, 앞뒤 다른 거 봐. 방금은 내 칭찬 없이도 잘한다면서요?”
그제야 자신의 말에 모순을 느낀 가오옌은 눈동자를 굴리곤 빠르게 말했다. 토종 한국인인 나보다도 더 빠른 억양으로.
“그거랑 그거랑은 다르다. 한국 속담에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 있어. 가오옌은 칭찬을 받으면 고래보다 더 잘 춤춘다.”
“…허.”
가오옌의 말을 다 들은 지화성은 허탈한 웃음을 짓다가, 그에게로 와락 어깨동무를 하며 깍깍 웃어 댔다.
“가오옌, 진짜 웃기네요? 야, 너 진짜 재밌다!”
“뭐야, 왜 갑자기 반말이냐!”
“왜, 너는 계속 반말했는데, 나는 하면 안 돼? 우리 친구잖아. 동갑내기 친구!”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나와 로건, 지화성 모두 친구다.”
“Oh, 그럼 나도 hug 같이 해도 돼요?”
허그 좋아, 강아지. 로건이 보이지 않는 꼬리를 흔들고 다가오자, 지화성이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노. 안 돼요. 연습해야지. 이따가는 돼요.”
“그럼 지금 연습할게요!”
“가오옌도 한다!”
순식간에 죽을 척척 맞춘 그들은 서로를 붙잡고 안무를 봐 주기 시작했다. 그 셋의 기묘한 모습을 지켜보던 서빈이 얼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루 만에 저렇게 화해가 되나?”
나는 어깨를 한 번 가볍게 으쓱이며 답했다.
“어리고, 동갑이잖아. 그럴 수도 있지.”
“넌 또 무슨, 한 서른은 된 것 같은 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그래? 진짜 너도 쟤네 못지않게 희한한 거 알아?”
내가 돌아오기 전에는 서른 가까운 나이이기는 했는데. 이걸 뭣도 모르는 서빈에게 지적받다니.
“빈아.”
“응…?”
“너, 댄스 브레이크 아이솔레이션 부분 어깨가 많이 굳어 있더라.”
“그, 그걸 언제 봤어?”
“우리가 거울 보면서 연습하는데, 당연히 보이지.”
서른은 된 것 같다는 서빈의 발언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욱한 나는 서빈의 어깨를 콱 부여잡으며 씨익 웃었다.
“내가 더 열심히 도와줄게.”
안 그래도, 남들을 가르쳐 주다 보면 떨어진 능력치가 빠르게 회복되는 걸 확인한 참이었다.
이걸로 나한테 전생에 술 끊으라고 조언해 준 건 갚는 거다, 서빈.
내가 기이할 만큼 빡세게 연습한다는 걸 안 서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 * *
김주안은 화기애애한 연습실 밖으로 몰래 나오며 인상을 썼다.
‘마음에 안 들어.’
어제 지화성의 급발작과 함께 개같이 싸워서 드디어 팀 분위기가 좀 무너지나 싶어, 안 좋은 분위기 속에서 홀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개인 인터뷰 시간에 입 좀 털어 볼까 했는데.
“…김춘용.”
그래. 김춘용.
그 자식이 또 자신의 계획을 그르쳤다.
김주안은 그 이름을 말하며 저도 모르게 발을 쾅 굴렀다.
김주안은 김춘용이 쓸데없이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꼴 보기 싫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자신과 비교될뿐더러.
…그런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게 본인의 추잡한 열등감인 줄도 모르고, 김주안은 이를 박박 갈며 복도에 있는 음료수 자판기에서 이온 음료를 잔뜩 뽑았다.
지금 연습실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녀석들이 다 가져갔으니, 천사표 이미지라도 챙기기 위해서였다.
‘김춘용 거에만 뭐 탈까? 아냐, 그러다가 걸리면 데뷔는 완전히 나가리니까 다른 걸 생각해야….’
햄스터 같은 외모와 안 어울리게 음습한 상상을 하는 김주안의 뒤로, 누군가가 슥 다가왔다.
김주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금방 비켜 드릴게요.”
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목소리는 그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으응, 괜찮아. 천천히 해.”
“…어? 재하 형?”
뒤에는 주안이 그토록 가고 싶었던 팀의 리더, 손재하가 다른 팀원 하나와 함께 서 있었다.
역시 AG 에이스라는 별명이 어디 가지 않는지, 땀에 절어 있어도 손재하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외모였다.
‘아, 이 형이 나를 뽑았으면 이렇게 고생 안 해도 됐을 텐데! 왜 대체 나를 안 뽑은 거야? 아, 또 열 받네.’
그러나 김주안은 그런 속마음을 숨기며 자신이 뽑은 음료수 두 개를 그들에게 주며 살랑살랑 미소 지었다.
“두 분 이거 드세요. 저는 아까도 마셨거든요.”
“아, 고마워. 형, 이거 받아요.”
“저, 재하 형 옆의 분은 이름이…?”
“아, 저는 방유찬이에요. 유찬이요.”
“저는 김주안이에요! 재하 형보다 형이시니까, 저한테 말 편하게 하세요.”
“응…? 뭐, 그래. 알겠어.”
“주안아, 연습은 좀 어때? 어제 화성이한테 들으니까 살짝 마찰이 있었다던데. 잘 풀린 거 같더라고.”
김주안은 자기들 팀에서 있었던 첫 번째 마찰의 원인은 자신이었다는 걸 쏙 빼놓고는 불쌍한 표정으로 지껄였다.
“뭐, 이래저래요. 화성이가 고생이죠… 그래도 제가 열심히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요!”
“…네가 도와주고 있으면 다행이다. 화성이가 나를 많이 따라서, 다른 팀에서 혼자 괜찮을까 걱정을 좀 했거든.”
“에이. 괜찮아요. 제가 화성이한테 형이 많이 생각하고 있다, 말 전해 드릴게요. 두 분 다 연습 열심히 하세요!”
김주안은 마지막까지 손재하에게 아양 떠는 걸 잊지 않으며 후다닥 제 연습실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유찬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재하야. 친한 애야?”
“아….”
방유찬의 말에 대답을 살짝 망설인 손재하는, 이내 얼굴에 싱그러운 미소를 띄우며 유찬에게 답했다.
“좀 더 지켜봐야 제대로 알 것 같아요.”
* * *
뮤직 데이즈, 일명 엠데이즈의 본사 8층 휴게실.
“다시 한번 얘기해 봐.”
이현정은 머리가 아파옴을 느끼면서도 주 피디에게 해야 할 말을 마저 다 전했다.
“그거 뒤에 후드로 카메라를 가려 놔서… 둘이 어디로 갔는지는 정확히 안 나왔어요. 비상계단인 줄 알았는데, 그쪽 카메라에 잡힌 것도 아무것도 없고요.”
“허, 아직 데뷔도 못한 애새끼들이 건방지게. 그딴 건 대체 어디서 배웠대.”
그러나 그렇게 얘기하는 것치고 주 피디의 얼굴은 그다지 화가 난 것 같지 않았다. 그의 편집증적인 성격을 아는 이현정은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어머, 그게 다예요?”
“응? 뭐가?”
“아니, 평소 같으면… 엄청나게 욕하셨을 거면서. 자기들 방송 분량까지 가리는 주제 모르는 놈들이라고, 아주 쌍욕을.”
“아아, 뭐.”
주 피디는 테이블에 있는 사탕의 포장을 쭉 잡아 뜯어 입에 넣으며 태평하게 답했다.
“뭐, 이 작가 말대로 평소 같으면 그랬지. 근데 김춘용이, 그거가 앞부분을 워낙 잘 만들어 줘 가지고. 빡치긴 하는데 참을 만해.”
“정말… 마음에 들어하시네요.”
“이 작가도 봤잖아. 그 녀석이 하는 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안 좋아할 수가 있나?”
이현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가만히 공감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김춘용은 정말 방송을 잘 만들었으니까.
주 피디는 뺨 이쪽저쪽으로 사탕을 굴리며 손가락을 접어댔다.
“그 문윤하한테 뻔뻔하게 얘기하는 거, 노래 편곡 별스럽게 해서 희한한 점수 받은 거, 진다솔 눈에 든 거, 자기 춤 실력 보여 주면서 댄스 브레이크 센터 따낸 거. 진짜 환장하게 좋은 그림이잖아. 걔는 그게 있어, 그게.”
외모나 실력 외에도 사람의 시선을 끄는 말투, 행동.
중요한 순간에 터져 주는 무언가.
“…스타성이 있죠. 김춘용.”
이현정의 대답에 주 피디가 흡족하게 웃었다.
“바로 그거야.”
결국 대중들은 그저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사람이 아니라 스타를 원한다.
그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었다.
김춘용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훌륭한 재목이고.
‘이게 진짜 방송이 되고도 먹히는진 봐야겠지만, 어쨌든….’
“지금 분량 제일 좋은 팀도 그쪽 팀이지? 다른 팀은 좀 어때.”
“아, 다른 팀이요. 음.”
주 피디의 말에 현정은 김춘용에 대한 생각은 잡시 접어 두고, 곰곰이 다른 팀의 사정을 떠올렸다.
먼저 어거스트 엔터의 에이스, 손재하가 속한 팀.
해당 팀에는 다른 AG 연습생인 장시우와 제작진이 초반부터 주목하고 있던 방유찬이 속해 있었다.
‘그 둘은 잘하지. 손재하가 팀원을 잘 뽑았어.’
나머지는 적당히 협조적인 팀원들이라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좋고, 합도 나쁘지 않고.
굳이 특징을 찾으라면, 거기 댄스 멤버가 댄스 브레이크 부분에서 자꾸만 튀려고 해서 손재하가 곤혹을 겪고 있다는 점일까나.
어쨌든, 김춘용네 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그림을 만들고 있긴 하다.
그리고 지금 편집실에 있는 조연출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문제의 인물.
중국인 연습생, 류웨이가 속한 팀.
이쪽은 김춘용과 다르게 안 좋은 쪽으로 문제였다.
“이대로만 하는 걸로.”
“…….”
대체 류웨이가 어디서 뭐라고 한 건지, 거기 있는 그 누구도 감히 류웨이에게 함부로 하질 못했다.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건 말은 물론이고 신체 접촉, 모든 소통을 의미한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뭔가?
부족한 나에서 더 나은 나로의 성장, 연습생들끼리의 우정, 한순간의 카메라 찬스를 받기 위해 절실한 미소를 짓는 것.
서사팔이 아니겠냔 말이다.
그냥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걸로 데뷔하고 싶으면 이런 서바이벌을 나오면 안 됐다. 회사에서 아기새처럼 어르고 달래가며 키운 다음에 바로 음방 무대로 내보내야지.
그런 의미에서 류웨이의 그런 횡포는 방송적으로 좋지 않았다. 쓸만한 컷을 만들려면 영상을 초별로 잘라서 재탄생시켜야 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하지 않을 수도 없다. 투자처랑 직속으로 이어져 있는 신 이사 픽이 류웨이니까!
그 말인 즉슨, 만들어 낼 때까지 야근이라는 소리다.
‘이따 커피에 샷 4번은 추가해야겠네. 젠장.’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이현정의 얼굴이 매스껍게 변하자, 주 피디는 알만 하다는 듯 오른손을 휘휘 내저었다.
“됐다, 됐어. 알만 해. 일단 지금 신 이사가 한국에 없으니까, 우리 생각대로 만들면 돼. 지금 예고편들 만지고 있지?”
“아, 네. 지금 1차는 거의 다 했고, 2차랑 1화 건드리고 있을 거예요.”
“내가 이따가 확인하러 갈게. 이 작가는 다시 숙소 쪽 가서 개인 인터뷰 따고. 자극적으로. 분량 많이 뽑게.”
“…….”
“…….”
둘은 서로에게 엄지를 척 올려 주고 휴게실을 박차고 나갔다.
[타겟팅 스타>의 1차 예고편이 나가기까지 이틀하고 반.그리고, 연습생들의 첫 번째 무대도 이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