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1)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41화
나는 내 앞에서 건들거리는 최건영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 내가 얻어야 할 수확은 두 개.
“God, 제가 생각한 건 이런 게….”
하나는 내 뒤에서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중얼거리고 있는 로건의 하차 이유를 찾는 것.
정확히는 왜 하차를 결심했는지, 내가 막으려면 막을 수 있는 문제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걸 위해, 그리고 내 순위 상승을 위해 버스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
돌발 미션이 찾아온 걸 보면, 지금 현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무사히 버스킹을 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하여튼 지금은 우리 팀 공연 시간이니까. 자리를 옮기든가, 아니면 우리가 끝나고 하든가.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알아들어요? 그럼 좀 비키지. 거슬리는데.”
내가 계속 조용히 있자 자신의 기세에 말려들었다고 판단한 건지, 최건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우리를 향해 쏘아붙였다.
“아니, 지금은 저희가 신고한 시간인데 가라는 게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공문까지 다 받아서 온 거라니까요?”
“우리도 마포구청에 신청하고 온 건데요? 아까도 예약 현황 보여 줬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먼저 왔는데 어딜 억지를 부려!”
막내 작가와 최건영의 대화에서 뭐 때문에 대기 시간이 그렇게 늘어졌는지, 그리고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도 바로 이해가 됐다.
두 기관에 교차로 공연 신고를 하다 보니 기관 실수로 시간이 겹쳐졌다, 이거잖아.
우리한테는 공문이 있으니까 정당성이 있고, 저쪽도 예약을 하고 미리 와 있었으니 자리를 주장할 권리가 있고.
뭐, 상황이야 어찌 됐든….
“저기요.”
“…뭐야.”
마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던 모자와 마스크를 훽 벗으며 최건영과 눈을 마주쳤다. 내 얼굴을 제대로 본 최건영은 살짝 움찔한 눈치였다.
“무슨, 아니. 연습생이라고….”
눈 밖에 안 보고 관상에 춤이 없니, 뭐니 시비를 걸었는데.
“네, 맞아요. 말씀 좀 천천히 나누시죠.”
생각한 거랑은 좀 다르게 생겼지?
내가 또 양아치처럼 생긴 얼굴 때문에 받은 악플이 꽤 되는 편이거든.
나는 내 얼굴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 최건영과 막내 작가를 번갈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지껄였다.
“괜히 힘 빼지 마시고, 그냥 같이하는 건 어떨까요?”
“네? 김춘용 연습생, 지금 무슨….”
“들어보니까, 저희가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충분히 같이 공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공문 겹친 게 우리 문제도 아닌.”
“―헛소리. 소리가 겹치잖아요, 소리가. 한쪽은 노래하고, 한쪽은 춤을 춘다고? 그 정도로 여기가 넓나? 머릿속이 꽃밭이라도 정도가 있지, 진짜!”
“어우, 노래만 부른다고는 안 했는데요. 제가 관상이랑은 다르게 춤은 또 제법.”
“아, 진짜 지랄하네!”
내가 더 말하는 걸 원치 않았는지, 최건영은 빠르게 말을 자르고 들어오며 화를 냈다.
적당히 상부상조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했더니, 스트릿 댄서라는 자부심이 하늘을 뚫는 상대로는 영 먹히지 않는 선택이었던 모양이다.
“미친, 뭐? 자기가 춤은 또 제법 춰?”
최건영은 욕설까지 섞어 대며 중얼거렸다.
“스트릿판 가오 다 죽었다. 이젠 어디 같지도 않은 연습생 새끼들도 맞먹으려고 드네. 방송국 새끼들이 아주 지들이 갑인 줄 알아서….”
‘이 싸가지 없는 자식.’
작게 말하는 척했지만 목소리가 큰 게, 결론은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말을 면전에서 들은 막내 작가의 얼굴이 당황과 화로 벌겋게 물들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말씀하신 거에 다 책임질 수 있으세요? 허참, 우리도 좋게 말로 넘어가려고 했더니.”
“뭘 좋게 넘어가? 대뜸 와서 촬영해야 하니까 자리 비워 달라고 한 게 누군데?”
“저는 분명 다른 자리가 있으면 넘어가 줄 수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저기요. 저희가 우스워요? 그러니까, 우리가 왜 넘어가야 하냐고. 그쪽이 가면 되잖아!”
최건영과 그의 크루, 그리고 방송국 사람들의 자존심이 맞부딪치는 일촉즉발의 상황.
제 화를 주체 못하고 발을 구르던 막내 작가는, 급기야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다른 면면의 명성을 내세우며 자기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자꾸 댄서, 댄서 하는데. 저희 프로그램 댄스 멘토 분이 누군지는 아세요? 그쪽 생각에 그분은 댄서가 아닌 모양입니다!?”
“어우, 씁….”
…이렇게 되면 내 생각이랑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풀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잠시 이 다음에 일어날 일들에 관해 머리를 굴리는 사이, 최건영은 비웃음을 얼굴에 띄우며 지지 않고 외쳤다.
“그놈의 댄스 멘토가 누군데 그렇게 떵떵거려? 매체 나가는 댄서면 다 거기서 거기,”
“―인터네셔널 댄스 대회 크럼프 부문 우승자, 진다솔 씨거든요! ‘그’ 진다솔 씨가 지금 당장 그쪽이 화낸 김춘용 연습생 보고 자기 크루 들어오라고 한 건 아세요? 뭣도 모르면서!”
“…뭐. 다솔, 다솔 형이라고?”
멘토가 누군지도 얘기했어, 거기에 내가 얽히기까지 해.
나는 전혀 예상 못했다는 듯, 말까지 더듬은 최건영의 입이 벌어지는 걸 쳐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댄싱 스트리트’의 우승자, 최건영.
잘생긴 얼굴. 호쾌하게 할 말 하는 성격. 끝내주는 춤 실력과 안무 창작 능력까지, 저 자식을 수식하는 말들은 정말 많지만.
그 어떤 것보다 인상적인 게 하나 있다면….
[‘댄싱 스테이지’ 최건영, 웃음 폭발 우승 소감… ‘다솔 형 X나 사랑해요’] [‘댄싱 스테이지’ 우승자 최건영의 팀 ‘아일릭(IllRic)’, 전원 진다솔 크루 합류!]우리 [타겟팅 스타>의 심사위원이자 댄스 멘토인 진다솔의 극성팬….
아니.
악성팬이라는 거지.
(구) 악성 멤버와 악성팬의 만남이라니. 좀 웃기긴 하네.
“다솔 형이 누굴 크루로 들인다고?”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눈동자를 몇 번 이리저리 굴린 최건영은 화가 난 망아지처럼 발을 굴러 댔다.
“이, 이 연습생을? 언제 그랬는데!”
“음… 첫 촬영날이었는데요.”
“구라치지 마.”
내가 진다솔의 크루에 제안받았다는 사실이, 그나마 적당히 지켜오던 존댓말과 예의마저 잊을 정도로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건영이 형. 그 말 맞아. 어제 방송에서 다, 다솔님이 저 사람한테 자기 크루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
제 댄스팀 멤버의 작은 목소리에 뒷목을 잡은 최건영이 소리 없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고는 곧 증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막내 작가를 노려보고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씨근덕거렸다.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안 믿어. 아니, 누구 허락으로 다솔 형의 크루에 들어간다는 거야?”
“그쪽 허락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지만, 전 어차피 아이돌 할 거라서 안 들어갈 건데요.”
“안 들어가긴 또 뭘 안 들어가!”
내 느물느물한 대답에 제 덥수룩한 머리를 마구 헤집은 최건영은 이내 결심했다는 듯, 몸 자세를 바로 하며 막내 작가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 방송국 분.”
“…뭡니까, 갑자기?”
“아까 이, 이… 연습생이 한 말. 들어 보니까 일리가 있네요. 같이하자고 한 거. 그래요, 같이합시다. 못할 거 없지. 아니? 우리가 자리 옮겨 줄 수도 있어요. 까짓 것 말이야.”
“허, 이제 와서요? 아니, 갑자기 왜….”
“대신!”
최건영은 불현듯 내 어깨에 팔을 턱, 두르며 건방진 얼굴로 지껄였다.
“이분이랑 같이 춤춰 보고 싶은데요.”
“뭐? 건영이 형, 그 사람이랑 같이 춘다고? 우리 오늘 공연은!”
“잠깐만 다물고 있어 봐.”
내 어깨를 잡은 최건영의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비겁하게 우리 크루랑 그쪽 연습생들이 같이하자, 그런 말은 아니에요. 그냥, 이 연습생이랑 나. 둘이서만… 뭐, 대장전 한 번 가자고요. 거기서 제가 만족하면 자리 옮겨 줄게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가늠하는 최건영의 의도는 투명했다.
압도적인 춤 실력으로 나를 눌러서 자기와 마찰을 빚은 [타겟팅 스타> 제작진은 물론, ‘그’ 진다솔에게 크루 제안을 받은 내 자존심을 꺾어 버리겠다는 거였다.
“형!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형 너무 흥분했어, 좀 진정을….”
“야, 그냥 그런 줄 알아. 카메라가 있으면 더 좋지. 됐어. 바로 오늘이야. 다솔 형한테 내 인상을 각인시킬….”
“아, 건영이 형! 우리도 춤추고 싶다고!”
“시끄러워, 시끄러워! 너네 내가 이러는 거 한두 번 봐? 이제 좀 적응을 해!”
자기 크루 리더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놀란 크루 멤버들이 최건영을 뜯어 말렸지만, 이미 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최건영의 상태를 보고 약간 당황한 막내 작가가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기왕 이렇게 촬영이 계속 딜레이 된 거. 내가 수락을 해 줬으면 좋겠는 마음 반, 그렇지만 자기 발언으로 연습생이 괜한 망신을 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 반.
이분도 참, 예전이나 지금이나 투명하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집어넣으며 목을 가다듬고 답했다.
“…해 볼게요, 그냥.”
내 대답에 막내 작가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어우,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괜한 말을 해서, 김춘용 연습생이 난감해진 건 아닌지….”
“아뇨, 뭐. 어차피 이건 미션 영상에 안 찍으실 거잖아요? 찍어도 분량이 많이 나가진 않을 테고. 로건이 메인이잖아요.”
“음, 촬영 목적이 있으니까. 그건 그런데요….”
“제가 저분한테 괜찮은 인상으로 남아서 자리 양보 받으면 이득인 거고, 그게 아니라도 제작진분들께서 다른 자리 찾아볼 시간은 만들어 볼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뭉친 어깨를 돌려 풀며 가벼운 말투로 대꾸했다.
어차피 이렇게 흘러가지 않았어도, 비슷한 방식으로 내가 최건영을 도발해서 자리를 옮기게끔 만들 생각이긴 했으니까.
따지고 보면 손 안 대고 코 풀기 했다, 이 말이다.
내 여상한 태도에 말려든 제작진들은 저들끼리 모여들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그럼 일단 다른 애들 좀 보내서 자리라도 찾아보라고 할까?”
“그럴 거면 여기는 인원 최소한으로 남기고, 시간이 많지는 않으니까. 할 거면 빨리 해야 해. 대기 시간이 워낙 길었어서….”
하필 버스킹 팀의 미션 촬영에 따라붙은 제작진들은 대부분 연차가 적은 막내들이었고, 그들은 불붙은 상황을 매끄럽게 조율하는 능력이 다소 부족했다.
그런 덕에 순식간에 판이 열렸다.
“Huh… Bro, 저는 이거 좀.”
갑작스러운 길거리 댄스판에 합류하기 위해 내가 스트레칭을 하는 사이, 원협 형과 함께 눈동자를 굴리던 로건이 내 눈치를 보며 슬며시 말을 걸어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새벽의 그 거리감 같은 건 아무렴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모자에 살짝 눌린 머리를 탈탈 털어 내며 되물었다.
“왜. 걱정돼?”
“Um, 아무래도요. 이건 제가 아는 Busking이랑 좀 다르기도 하고. 괜히 춘용 형이 이런 상황을 책임질 필요도….”
하긴, 로건은 그저 리버풀의 앨버트 선착장에서 노래하던 한국 가수들처럼 버스킹을 하고 싶어 했을 뿐이니까.
그렇지만, 그런 로건에게 마음의 짐을 살짝 지워 속마음을 듣는 게 내가 계획한 바였다.
본 목적 역시 다시금 상기한 나는 로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고는 미소 지었다.
“네가 봤을 때, 나 꽤 추지 않았냐? 완전 밀리고 그러진 않을걸.”
“그건 그렇지만, bro.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요. You know, 완전 넌센스잖아요. 지금이라도 그냥 장소를 옮기는 게,”
“어휴. 인마. 이리 와 봐.”
내가 로건의 귀를 잡아당겨 무언가 속닥거리자, 눈을 커다랗게 뜬 로건이 연신 입을 벙긋거렸다.
“…Really? 진짜요? 정말?”
“내가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
“Gosh, 그런 거라면, 아니, 진짜요?”
어느새 로건의 보이지 않는 꼬리도 붕방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로건.”
만약 이게 잘 되면.
“새벽에 물었던 거. 대답해 줘야 한다.”
“…….”
“억지는 아니지? 잘 되면 대답해 주면 돼. 안 되면 안 하면 되는 거고.”
내 말에 로건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살짝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나는 반대쪽에서 몸을 풀며 나를 노려보고 있는 최건영과 눈을 마주쳤다.
아까 다시 마주쳤을 때 생각대로 될까, 싶었는데 이렇게 되다니. 저 다혈질 녀석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최건영은 곧 입을 좍좍 벌리며 벙긋거렸다.
‘뭘 봐, 병신아.’
저게.
나는 얼굴에 살짝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코웃음 쳤다.
“진짜 댄서면 자기 안무를 만들 줄 알아야죠. 받아서 쓰는 사람이요? 푸훕, 미친… 그게 댄서인가요?”
‘자꾸 입만 열면 댄서, 댄서 하는데.’
지금 내가 너보다 무대를 못해도 100번은 더 올라가 봤다, 인마.
돌아오기 전부터, 저 자식은 아이돌이 왜 종합예술가인지 알 필요가 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