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0)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40화
* * *
[타겟팅 스타>의 기념비적인 첫 야외 촬영을 위해 번화가로 나가는 벤 안.“My gosh. 원협 형,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요? 오늘은 weekday인 데다가, 심지어 지금은 오전인데요!”
“아아, 응. 거기는 오전에도 사람이 많아. 학교 가는 학생들도 있고, 워낙 유명한 번화가라서.”
“Wow, 너무 설레요. 진짜요! 쭉 해 보고 싶었던 일인데, 오늘이 제 Dreams come true day라니….”
벤에 오르고부터 들뜸을 주체 못하던 로건이 ‘공연할 Song list를 짜야겠어요!’라고 외치며 헤드셋을 착용하고 나서야 차 내부가 조용해졌다.
그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창문에 쳐진 커튼을 작게 넘기며 밖을 바라봤다.
차가 움직일수록 많아지는 젊은 사람들. 화려한 옷차림, 나는 길가에서 흔들리고 있는 표지판 안 글씨를 슬쩍 읽어 보았다.
“홍익대학교, 젊음의 거리….”
“Um… 제가 Korea에서 해 보고 싶은 Bucket List는 바로, ‘홍대에서 버스킹 해 보기’입니다!”
현재 [타겟팅 스타>를 촬영 중인 뮤직데이즈의 예능 중에는 ‘캔 유 힐 미(Can you heal me)’라는 음악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의 유명 가수들이 자신을 알지 못하는 타국에서 버스킹을 하며 사람들과 교감한다’는 기획.
한국 가수들의 뛰어난 실력과 해외의 아름다운 관광 명소의 시너지로 인해, 캔 유 힐 미는 상상 이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0만뷰 달성! 베네치아 곤돌라 위 천상의 목소리 하예빈 – Can’t Stop Me Now (커버)> [캔 유 힐 미(Can You Heal Me?) 프랑크푸르트 편 테오 컷 편집>공연 영상이 족족 한국 위튜브 채널 음악 부문 상단을 차지하는 건 물론, 뮤직데이즈의 간판 예능으로까지 자리 잡을 정도로 말이다.
근데 그런 캔 유 힐 미의 리버풀 편을 우연히 로건이 봤다니.
거기에, 그것 때문에 영국에서 뮤직데이즈 측으로 오디션 영상을 보내고, [타겟팅 스타>에 출연하게 됐다니.
우연보단 오히려 운명 같은 느낌이 있었다.
‘로건 이미지를 생각하면, 뭐. 잘 어울리긴 해.’
나는 픽 웃음을 짓고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천천히 곱씹었다.
리버풀에서의 버스킹은 낭만적이겠지만, 글쎄.
대한민국. 그것도 한국 버스킹의 성지인 홍대에서의 버스킹은….
“춘용아.”
하여간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막 불리고 그러네.
“어어, 네? 저요?”
“응. 왜 그렇게 놀라고 그래. 하하, 민망하게….”
어딘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린 원협 형은, 곧 헤드셋을 끼고 노래 리스트 업에 열중 중인 로건을 한 번 쳐다보고는 내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앞에 있는 제작진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너 혹시, 로건이랑 무슨 일 있어?”
“…저희가요?”
“아니. 너희 둘은 룸메이트에, 되게 친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좀 데면데면 한 거 같아서. 그런 거면 내가 알아 두는 게 좋을 거 같기도 하고.”
…오.
제작진도 눈치를 못 챘는데. 지금 나와 로건의 대화가 살짝 적은 것만으로 데면데면하다는 사실을 알다니.
“에이, 형. 그런 거 아니에요. 어쩌다가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응? 아니. 그…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평소랑은 다른 거 같은? 하하, 내가 너희랑 친했던 편이 아니라 틀릴 수도 있지만….”
나는 혀를 내두르며 뺨을 긁적였다.
성원협 형.
이전 소속사에 있을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데뷔조에서만 두 번이나 잘렸었지.
그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어진 오랜 연습생 생활 탓인가,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잠깐 고민한 나는 이내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런 거 정말 아니에요, 형.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제가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그랬어요.”
“…그런 거 맞지? 혹시 촬영에 지장이 가거나….”
“에이. 절대요! 형, 제가 거짓말할 것처럼 생겼어요?”
“그, 입 다물고 있으면 좀 많이 무섭게 생긴….”
“하하, 이 형 농담도 잘 하네!”
나는 원협 형의 어깨를 요란스럽게 팡팡 두드리며 여전히 미친 듯이 곡 제목을 적어 내리고 있는 로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Oh… 춘용 형! 이번 촬영도 함께 하게 돼서 너무 기뻐요.”
분명, 티를 안 내기는 했지만 로건은 내가 자기 방으로 들어온 게 썩 기쁘기만 한 눈치는 아니었다.
새벽에 그렇게 단호하게 대화를 나눈 이후로 바로 촬영을 하자니 썩 내키지는 않았겠지.
이런 건 시간을 좀 두고 얼굴을 봐야 자연스러워지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나한테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말야, 로건.
“이제 곧 도착합니다! 연습생분들 준비해 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촬영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는 그런 어색함을 신경 쓸 수도 없을 거였다.
나는 메이크업을 확인하는 척,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슬쩍 꺼내 엑스와의 어플을 확인했다.
“…뭐야, 이게?”
[울지 말고 씩씩하게 (D): 공연 시 당혹스러운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효과: 시전자 및 함께 공연하는 사람들의 자신감 + 10%]
“아니, 좋은 거 달랬더니, 뭐 이런 걸….”
“응? 춘용아, 뭐라고?”
“아, 아니에요! 하하. 여동생, 여동생이 메시지를 보내서요.”
“가족끼리 사이가 좋은가 보다. 보기 좋네!”
“Oh… 부러워요.”
내 황급한 변명에 원협 형이 호탕하게 받아치고, 신이 나서 창밖을 바라보던 로건의 어깨가 잠깐 움찔거렸다.
…아무리 봐도 로건, 쟤 패밀리 이슈 맞는 거 같다니까.
나는 살짝 내려앉은 로건의 눈썹을 눈여겨보고는 엑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김춘용: 야 무슨 스킬이 이래?
– 김춘용: [그래도 저 마음에 드시죠] 같은 거 없어? 나한테 직접적으로 도움되는 거?
– 김춘용: 뭐 이상한 걸 보내고 있어 ㅡㅡ 이게 1위 보상이라고?
– X: 야 그게 얼마나 좋은 건데 ㅁㅊ놈아
– X: 너 앞으로 무대에서 아무 일도 안 생길 거라고 장담 가능? 하놔 얘가 또 뭐 모르는 소리하고 있네
– X: 너 먼 일 생기면 진짜 나한테 감사하다고 절해라
– 김춘용: 너한테 절을 어떻게 하는데 ;
– X: 이모티콘 이 바보야 !!!!!!
“쯧….”
나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 놓고는, 천천히 주차하기 시작하는 벤 너머의 정경을 눈에 담았다.
뭐, 기대했던 스킬이 아니라서 엑스를 좀 놀리긴 했지만. 아주 도움이 안 되진 않을 거였다.
낭만적인 리버풀과는 다른, 홍대에서의 전쟁 같은 버스킹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 *
홍대 버스킹 거리.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위치한 대형 카페.
그곳의 구석 자리에 앉은 세 연습생들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사람 진짜 많다….”
“원협 형도 이런 큰 카페는 오랜만에 오는 거죠? 저도요.”
“으응… 연습생 기간이 워낙 길었거든.”
모자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그들은 퍽 수상해 보이긴 했으나, 워낙 독특한 착장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홍대이다 보니 다른 곳보다는 시선이 덜 끌렸다.
“Huh? 연습생은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거예요? 전 몰랐는데요.”
“그건 아니고. 내 예전 회사가 그런 거에 좀 예민했던지라….”
“저도 비슷했어요. 밤 10시 넘어서는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고도 그랬고, 간식 같은 것도 먹지 말라고 그러고.”
“우리는 아예 식단 도시락을 따로 짜서 줬었어. [타겟팅 스타> 나오기 전에는 매일 풀만 먹었다니까, 어휴.”
“Holy, 상상도 안 해 봤어요.”
“하여튼… 딜레이가 너무 길어지네, 지금.”
홍대에 버스킹 촬영을 하러 온 연습생들이 왜 이 카페에 죽치고 있냐 하면.
버스킹 현장에 도착하자, 당혹스러워하며 표정이 무너진 제작진들 때문이었다.
“연습생 분들은 여기서 잠깐 대기하고 계실게요! 네. 개인캠으로 소소한 영상 찍으시면서요! 지금 현장 체크를 조금 해야 해서, 하하! 네, 잠깐! 아! 주! 잠깐이면 됩니다!”
“네? 잠시만요, 뭐라고요?”
“잠깐이면 돼요! 정말요! 여기 블루베리 스무디 맛있어요!”
뭐가 자신들의 계획대로 제대로 풀리지 않은 모양인지, 우왕좌왕하던 그들은 곧 연습생들을 이 카페에 밀어 넣어 놓고는 무한 대기를 외쳤다.
“…저희가 여기 얼마나 있었죠?”
김춘용의 질문에 제 손목시계를 확인한 성원협이 탄식했다.
“하아, 대충 30분은 넘은 거 같은데. 아까 우리가 차에서 내릴 때가 11시였으니까….”
“Bloody….”
영문을 모르고 이곳에 버려진 연습생들이 시답잖은 방송용 멘트로 개인캠 분량을 채운 지 한참 지났음에도, 그들을 픽업하러 오는 제작진은 아무도 없었다.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걸까? 너무 늦어지는데. 그럼 우리 공연 시간도 줄어들 테고….”
“That’s What I‘m saying. 제 말이요.”
유리창 가까이 앉아 있던 로건이 고개를 쭉 빼서 바깥을 보고는 난감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Huh… 우리 자리에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나 봐요.”
그 말에 성원협과 김춘용도 옹기종기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뭔가 계속 말하고 있는 제작진과,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남자 네 명.
“음….”
그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던 김춘용은 자기 휴대폰에서 뿅, 하고 울린 알림을 보고는 작게 신음했다.
[돌발 미션 (NEW!)갑작스럽게 일어난 촬영 트러블?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이마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겠죠. 현 상황을 무사히 풀어내고 오늘 세웠던 소정의 목표를 달성해 봅시다!
보상: 도감 – [불시에 찾아온 문제들> 오픈]
“…일단 나갈까요?”
“뭐? 그래도 돼?”
“되고 안 되고보다도, 우리가 당사자인데 계속 앉아 있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요. 안 되면 제작진분들께 위치라도 옮기자고 얘기해 봐야 할 것 같고.”
“음… 그래, 그러자. 로건, 같이 나가 보자.”
살짝 고민하던 성원협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춘용의 말대로,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다고 해결될 것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 사람들 연습생 아니야?”
“연습생? 어디 연습생?”
“아니, 그 왜. 이번에 뮤직데이즈에서 하는….”
카페 내에서 그들을 알아보기 시작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와중이었다.
후다닥 바깥으로 나온 셋은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있는 제작진과 외부인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작가님. 지금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대기가 너무 길어져서요.”
김춘용의 거침없는 질문에 비지땀을 뻘뻘 흘리던 막내 작가, 이하준은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어어어, 김춘용 연습생! 밖에 나왔네요!? 아니, 그게. 신고한 공연 시간 때문이라, 금방 해결될….”
“금방 해결된다고 누가 그랬는데요?”
적의가 가득한 목소리에 연습생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아, 이거 존나 웃기는 사람들이네.”
갈비뼈가 다 드러나는 하얀색 나시를 입은, 짧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삐딱하게 짝다리를 짚으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대체 몇 번을 말해요? 촬영이면 우리가 다 비켜 줘야 햐나고. 지금은 우리 공연 시간이라니까?”
“아니, 대화는 저희랑 하시죠! 연습생분들한테는….”
“아, 그쪽 방송 나오는 연습생? 그럼 얼굴 구경이나 한 번 하죠. 피차 당사자인데.”
김춘용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온 남자는 자기만큼이나 훌쩍 커다란 김춘용을 보고는 비릿한 웃음을 띄웠다.
“뭐, 춤은 못 추니까 노래라도 하러 왔나 보네. 그래도 상도덕은 좀 지킵시다.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는 법이 어디 있어.”
“…네?”
“그쪽이요. 관상에 춤이 없는데? 노래 연습 열심히 하세요. 공연은 우리 순서 끝나고 하시고.”
‘모자랑 마스크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도 않을 텐데, 무슨 놈의 관상 타령이야.’
쏟아지는 막말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상대를 바라보던 김춘용은 이내, 상대가 누군지를 떠올리고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이 자식 이거.
‘…최건영이잖아?’
최건영.
김춘용이 사고 치던 시절, 게스트로 나갔다가 통편집을 당했던 스트릿 댄스 프로그램, ‘댄싱 스트리트’의 우승자.
지금이야 길거리 댄서지만, 최건영은 후에 가리는 장르 없이 뛰어난 춤 실력과 케이팝 안무가로 이름을 날린다.
“진짜 스트릿 댄서와 아이돌은 차이가 있죠. 굳이 말로 안 해도 말이에요. 그렇죠, 렉스님?”
“하, 하하….”
“렉스님도 그렇다고 하시네요! 이야, 공감해 주실 줄은 몰랐는데! 존X 웃기, 아. 죄송해요. 이건 편집해 주세요.”
…‘댄싱 스트리트’ 촬영 당시 은연중에 김춘용에게 꼽을 주기도 했었고 말이다.
김춘용은 아까 엑스에게서 받은 스킬, 그리고 현 상황과 상대를 가늠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거… 진짜 엑스한테 절하게 생겼는데?’
동시에, 홍대 버스킹 거리에서의 파란이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