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9)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39화
* * *
한국인 연습생들이 방 선택을 위해 줄줄이 계단에 서 있는 잠깐의 대기 시간.
“김춘용 연습생, 손재하 연습생 다음으로 올라가실게요.”
“아, 넵.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올라가기 전에 알려 드릴 테니까, 화장실 가실 거면 지금 가셔도….”
뿅!
내 휴대폰에서 별안간 울린 알림음에 막내 작가의 표정이 해괴하게 무너졌다.
나는 ‘너 그런 취향이니?’라고 눈으로 말하는 막내 작가에게 어색한 미소를 보내고는, 우다다 화장실로 달려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이 자식이 또?
“촬영할 때는 보내지 말라니까, 진짜….”
– X: 카메라 없던데 상관없는 거 아님!?
– X: 야야 그리고 이제 알림 소리는 그냥 포기해 ㅡㅡ
솔직히 귀엽잖아? 징그러운 것보다는 귀여운 게 낫지!
– 김춘용: 핑계도 좋다 인마
내 가시 돋친 답장에 채팅창을 ‘ㅋ’로 도배한 엑스는 곧이어 자기가 지금 메시지를 보낸 진짜 이유를 밝히기 시작했다.
– X: 근데 너 이번 미션 로건이랑 같이할 거??
– X: 흐으음 네가 걔를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는데
– X: 꼭? 굳이? 걔일 필요가 있나?
– X: 내 말은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지 말자는 거지
– X: 네가 못 막는 이유로 하차하는 거면 미션 같이 좋은 기회 낭비하는 거니깐은 -,-
“꼭 로건일 필요가 있냐, 라…….”
엑스의 말에 혀를 한 번 내두른 나는 고민 끝에 천천히 답장을 적어 보냈다.
– 김춘용: 나도 꼭 로건이어야 한다, 이건 아냐
– X: 으으으응? 그럼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임??
– 김춘용: 일단 로건 버킷리스트가 좋은 거기도 하고
– 김춘용: 좀…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래
– X: 확이이인? 무슨 확인?
– 김춘용: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타겟팅 스타>를 하차했으면서, 영국으로 돌아가서는 또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로건.뭐, 단순히 본고장에서 데뷔가 하고 싶어서 돌아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느낀 바로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티를 안 내려 했지만, 가족들 얘기가 나올 때 안 좋아지는 눈빛이라든가.
그거에 관해 최대한 돌려 이야기해도 단호하게 쳐 내는 모습이라든가.
그러다 보니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얘가 [타겟팅 스타>를 관둔 이유가….
“혹시 가족들과 관련된 건 아닌가, 같은 거.”
거기까지 말한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어쩔 수 없이,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묵직해졌거든.
그리고 그런 거라면, 내가 설득해 볼 여지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뿅!
– X: 뭐 네가 다 계획이 있다 하면 그러려니 하는데
– X: 계약 조건 잊어버리면 안 된다? 미안한데 내가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 X: 아효 내가 좀 속편한 놈이랑 만났으면 이런 걱정도 안 하는데 니가 워낙 띨빵해서
– 김춘용: 띨빠아앙?? ㅡㅡ
– 김춘용: 됐고 지난 경연 1위 한 거 보상 줄 거나 준비해라
– X: 아 야 그거라면 완존 준비 완료지
– X: 푸하하핰ㅋ 원래라면 랜덤 지급인데 내가 이번에 특별히 너를 위해서….
– 김춘용 연습생, 이제 올라가실게요!
“네, 네! 갑니다!”
나는 나를 부르는 막내 작가의 목소리에 부리나케 휴대폰을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어쨌든,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이 다음에 올 보상 같은 게 아니었다.
“여기서 한 방을 들어가면 된단 말이지.”
4층으로 올라오자, 눈앞에 펼쳐친 6개의 방.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각각의 상징물.
이미 본 적 있는 광경이지만, 나는 복도 끝에 달린 카메라에 목소리가 잡히게끔 중얼거리며 방들을 살폈다.
여기서 방을 골라 들어가면, 그 안에 있는 글로벌 연습생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이미 내가 들어갈 방은 정해져 있었다.
* * *
“하준아, 복도 캠 확인했어?”
“네, 서빈은 츠바사 방으로 들어갔어요. 남산 팀이요. ENG 카메라 두 대 배정해 둘게요.”
“그래, 고마워. 이제 반 들어갔으니까 그때그때 전달해 놓고.”
메인 작가 이현정은 촬영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자리에 앉아 연습생들의 동선을 확인하고 있었다.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신경 써야 해.’
[AG 자체 아이돌 서바이벌 [타겟팅 스타>, OTT 서비스 전체 많이 본 프로그램 1위!] [[타겟팅 스타> 공식 주제가 ‘Aiming’, 음원차트 TOP 100 진입 쾌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미다스 손 주철영, ‘이번에도 한 번 더 보여 주겠다’]다른 서바이벌과 달리 연습생이 고작 18명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관심, 전례 없는 음원 성적.
뮤직데이즈 내부에서도 ‘이번에도 주철영이 또 일내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약간이라도 책 잡힐 건수를 만들어서는 안 됐다.
이번에 도입된 ‘미션’은 이전에 없던 형식이고, 또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방법도 모호한지라 사전 준비가 철저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 직후 이어지는 야외 촬영.
연습생들에게 아예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실물이 비춰지는 첫 순간이다.
‘절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지. 어떻게 될 줄 알고. 연습생 애들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이미 촬영하는 내내 질리도록 겪었어.’
이현정은 옆에서 막내 작가가 체크하고 있는 미션조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랜덤으로 들어가는 것치고는 조합이 꽤 괜찮았다.
‘한국 피시방 견학’을 부르짖은 가오옌의 방에는 학교 다니며 게임 꽤 했을 방유찬. ‘남산 등산’을 말한 료타의 방에는 기초 체력이 좋다고 자부한 이채혁.
마치 자기가 어딜 들어 가야 제일 빛나는지 아는 것만 같았다고 해야 하나.
“쭉 이런 식이면 좋을 거 같은데….”
“작가님, 손재하도 체크할까요?”
“아, 걔 들어갔어? 어디 한번 봐 봐.”
막내 작가의 부름에 복도 CCTV 컷을 한 번 돌려 본 이현정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화면 속 손재하는, 4층으로 올라온 그 즉시 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세심한 손재하의 성격이라면, 복도 카메라 앞에서 약간은 고민하는 척을 하고 들어갈 텐데. 오늘따라 결정이 빠르네. 왜지?’
그리고 이현정의 그런 궁금증은 곧 풀릴 수 있었다.
“―AG 순혈 애들. 어디로 들어갔어?”
“어, 피디님? 오늘 외부 일정 있으시다고….”
“그거 끝나고 바로 온 거야. 그래서 AG 순혈 애들. 걔네 어디로 들어갔어?”
얼마 지나지 않아, 살짝 창백한 표정의 주 피디가 방문을 쾅 열고 황급히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살짝 당황한 이현정은 그의 손에 협찬사의 생수를 쥐여 주고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손재하는 방금, 류웨이 방… 이요. 어, 어쩌다 보니 지화성도 류웨이 방이네요. 안진우는 아직이고요.”
“…허.”
이현정의 대답에 헛웃음을 지은 주 피디는 남는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처음 들어올 때보다 훨씬 안정된 얼굴이었다.
“하준아. 너 잠깐 나가 있어라.”
울상이 된 막내 작가를 쫓아내고, 이현정과 단둘이 방에 남게 되자 주 피디는 이를 뻑뻑 갈며 이내 입을 열었다.
“…내 오늘 외부 일정, 신 이사 만나는 거였어.”
주 피디의 말에 이현정은 벌어지는 입에 손을 가져다대며 경악했다.
“시, 신 이사 만나고 지금 바로 오신 거예요?”
‘그 인간 성격에, 마지막에 했던 전화대로면 아주 개지랄을 했을 텐데…!’
이현정이 알만하다는 얼굴로 주 피디를 보자, 그는 자기 이마 위로 쏟아진 머리칼을 마구 뒤로 넘기며 짜증을 냈다.
“그래. 상상하는 대로야. 아주 그냥, 사람을 아주 쥐어짤 것처럼… 미친, 떠올리기도 싫다.”
“요구하는 바가 있던가요?”
“분량 관련해서 몇 개 있었지. 안 들어주면 어쩌겠다는 것도 들었고.”
주 피디는 영상을 앞으로 돌려 류웨이 방으로 들어가는 지화성과 손재하에게 시선을 주며 혀를 쯧 찼다.
“벌써 손 쓸 수 있는 녀석들한테 언질할 건 다 했네. 개같은 새끼….”
주 피디의 말에 둘 사이에 묘한 정적이 돌았다.
그래.
연습생들도 결국은 AG 소속.
그중에서도 ‘순혈’이라고 불리는 연습생들이 어떤 말을 듣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제작진이라고 해도 쉽게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독하다, 독해. 돈밖에 모르는 인간들… 아니다. 나도 똑같지, 결국엔. 전부 다 결과론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주 피디는 탁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하여튼. 류웨이 녀석 버킷리스트는 뭐라고?”
“아, 그… ‘경복궁 가 보기’예요.”
“한복 입고? 그래. 신 이사가 집어넣은 녀석이 멍청하진 않을 테니까. 머리가 잘 돌아가네, 저것도.”
…아주 열받아.
이현정은 심상치 않은 주철영의 얼굴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신기호가 AG의 호랑이라면, 주철영은 뮤직데이즈의 미친개였다.
그가 시청률을 위해서 뭐든 하는 인간이 된 것도 결국은 자기의 그 드높은 자존감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여간 기분 상한 게 아닌 거 같은데. 이래서야….’
오랜 기간 그를 지켜 봐 온 이현정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피디님. 이상한 생각하고 계신 거 아니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아뇨, 피디님이 꼭… 누굴 조질 것 같은 얼굴이시니까.”
“그런 거 아냐. 뭐, 어떻게 신 이사를 엿 먹일 수 있을까 싶긴 했지. 좆같게도,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게 없긴 하지만.”
‘그게 그거잖아요! 나는 관련 안 되고 가늘고 길게 일하고 싶은데!’
이현정이 내적 고함을 꽥 지르며 공포에 떠는 사이, 제 턱을 슬슬 문지르며 눈동자를 굴리던 주 피디는 모니터링 화면에 등장한 연습생을 보곤 혀를 찼다.
“쟤는 또 왜 로건 방을 들어가? 잘나가다가 갑자기 삐끗하네.”
주 피디의 말에 이현정의 시선도 화면을 향했다.
화면 속 주 피디가 밀어주고 있는 연습생, 김춘용은 4층으로 올라온 즉시 거침없이 로건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로건 방에 들어가는 게 뭐 문제라도 되나요? 음, 둘이 친하니까. 이번 미션 케미도 괜찮게 나올 거 같은데요.”
“하, 하하! 이 작가. 어디 케미가 문제겠어. 그래, 쟤네 둘이라면 그림은 잘 만들겠지. 그렇지만….”
이현정의 추측에 주철영은 어깨까지 떨며 분노에 찬 헛웃음을 터뜨렸다.
“신 이사가 분량 조져 달라고 말한 게, 로건이야. 어차피 곧 하차할 애니까, 지금부터 밑작업을 해 달라고 하더라. 그럼 김춘용이도 손해를 보는 거지, 쯧.”
이현정, 그리고 주 피디가 있는 사무실의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누가 하차를 한다고?
충격적인 소식에 입을 틀어막은 이현정이 더듬거렸다.
“아니! 갑자기요? 아직 한창 촬영 중인데? 그게 무슨… 바로 하는 것도 아닌데, 지금 저희 보고 버즈량 줄이라고 미리 협작질을 하는 거예요?”
“우리 제작진이 아주 자기 시다바리라도 되는 줄 아는 거야, 그 인간은.”
씨근덕거린 주 피디의 시선이 다시 화면을 향했다.
– “……!”
– “……!”
로건과 김춘용은 약간의 대치 과정을 겪고, 조금 당황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방 안으로 들어오는 성원협을 열렬히 환영하며 떠드는 형태로 분량을 만들었다.
삐걱거리며 서로 눈치를 슬슬 보는 다른 방과 달리,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 모든 과정을 화난 얼굴로 바라보던 주 피디는 으드득, 소리를 내며 이를 갈았다.
‘어디 이 그림이 자기가 끌고 온 투자자들 때문에 만들어진 줄 아나, 신기호?’
평소의 주철영이었다면, 아니.
김춘용이 돌아오기 전 주철영은, 이렇게까지 신 이사를 향한 분노를 불태우지 않았다.
강경하기 짝이 없는 AG의 신 이사와 굳이 척을 져서 좋을 건 없었을뿐더러, 주철영이 그런 결심을 하게 할 만한 원동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 방송을 만들고 있다고… 어? 자기들이 밀어 달라고 지랄을 해야 분량 뽑을 수 있는 어중이 떠중이나 잡은 주제에. 방송 보는 눈도 없는 주제에.’
과거 애로우즈의 골칫덩이로 8년을 보내고, 그때와는 상당히 다른 마음가짐으로 돌아온 김춘용이 주철영에 눈에 든 상태였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김춘용이 ‘로건의 자진 하차 이유를 알아내겠다’는 자신의 의지로 로건의 방에 들어간 시점부터.
작은 스노우볼이 굴러 가기 시작했다.
“…이 작가.”
“네, 네?”
“저 둘 다 지금 신 이사 라인이 아닌 거잖아. 그렇지?”
“그렇… 죠? 로건은 지금 뭐,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그렇고… 김춘용 연습생은 따로 들은 게 없네요.”
“그거면 됐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미친 듯이 두들긴 주철영은 곧 화면을 향해 험악하게 웃어 보이며 작게 말했다.
“이 작가. 우리….”
도재찬 사장한테 연락 좀 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