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8)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38화
* * *
이틀간의 휴가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연습생들의 반응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나는 분량이 왜 이렇게 적었을까… 매력이 없나? 별로인가? 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자책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아쓰. 더 열심히 해서 방송 더 많이 나온다. 내가 또 지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데, 엄빠 기 살려 드려야지.”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이 있었고.
“아, 진짜 짜증나… 왜 우는 것까지 들어가서….”
이전에 터진 멘탈을 다 회복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시 시작되는 촬영에 짜증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속한 숙소 방의 다국적 룸메이트들은….
“저, 정말 내가 그렇게 생겼습니까? 거짓말! 거짓말! 저는 그렇게 깡마르고 음침한 느낌이 아닌데요! 보아요, 나의 이 근육!”
“아니, 료타. 내가 보니 정확했다. 내 조각 같은 얼굴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담겨 있었다. 그게 틀릴 리가 없지.”
“이이이익! 그건 카메라빨입니다!”
“그럴수록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할 뿐이다, 료타! 우리는 같은 카메라를 썼다!”
“말도 안 돼애애! 이리 와요, 가오옌. 다시 한번 맞다이입니다!”
“룸메이트들끼리 싸우면 안 된다, 얘들아. 곧 촬영이잖아. 그리고 카메라 확인 제대로 해야지.”
나는 자연스럽게 료타와 가오옌의 사이를 갈라 놓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면서 또 저 멀리 지화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로건을 보는 것을 놓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가오옌과 료타랑 도둑잡기를 했는데… 네가 사기를 쳤다고? 로건, 너무 양아치 아니야?!”
“화성! 사기라뇨. bluffing이에요. bluffing은 카드 게임의 꽃이자 알파라고요.”
새벽에 워낙 단호하게 나랑 나누던 대화를 끊어 내서 걱정했는데.
“아니, 카드 밑장을 뺐으면 그건 블러핑이 아니라 사기지…. 너 생각보다 무섭다.”
“Scary? God, 저는 화성이 제일 무서운데요.”
다행히도 기분이 안 좋은 거 같지는 않군.
로건에게서 시선을 뗀 나는 어딘가 분주해 보이는 제작진에게로 눈동자를 돌렸다.
오늘 찍을 촬영이 또 새로운 포맷이다 보니, 담당자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 기억이 맞다면, 이쯤에서….’
“여러분, 좋은 휴가 보내셨나요!”
그렇지.
나는 강당 앞문을 벌컥 열고 카메라와 함께 등장하는 최가온을 보며 빠르게 료타와 가오옌을 잡아당겼다.
촬영 들어가자, 얘들아.
“이야, 스타 슈터 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계시는 연습생분들을 또 제가 이렇게 1열 직관하게 되다니. 전 정말 복 받은 MC예요. 여러분이 저보다 더 슈퍼스타가 되는 건 아닐까 몰라.”
“…에이. 인기 절정 가온 님이 MC인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는 저희가 영광이죠!”
“휘유, 이걸 받아치네요? 이채혁 연습생의 끝내주는 순발력에 모두 박수!”
짝짝짝!
나를 포함한 17명의 연습생들이 최가온의 무리수를 잘 받아 낸 이채혁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대선배가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쳐서 카메라 찬스를 따는 것도 능력이지.
“하, 하하… 감사합니다….”
어쨌든, 내 생각과는 별개로 촬영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저는 여러분이 너무 보고 싶어서 [타겟팅 스타>의 1화와 2화를 4번이나 봤지 뭐예요. [타겟팅 스타>가 제휴를 맺은 OTT 서비스를 통해서요!”
최가온의 협찬 홍보에 카메라 뒤에 서있던 메인 작가는 엄지를 치켜 올렸고, 그쪽을 향해 윙크를 날린 최가온은 곧 다시 프롬프터 속 문구를 외쳤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 오늘 촬영이 어떤 촬영인지 혹시 아시나요? 거기 서빈 연습생! 대답해 보실까요?”
“어어….”
자신에게 확 쏠린 카메라들에, 자신이 제일 잘생겨 보일 필승 각도를 만들어 보인 서빈이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세 번째 경연 주제 촬영 아닐까요? 저번에 가온 님이 등장하셨을 때도 비슷한 이유였던 거 같은데요!”
“맞아요!라고 얘기해 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아니네요. 아쉬워요, 서빈 연습생. 왜냐하면, 오늘 촬영은….”
좀 특별한 거거든요.
최가온의 말이 끝나는 순간, 강당 스크린에 사진이 하나 떠올랐다.
다트와 총을 연상시키는 픽토그램 사이, 짙은 핑크색으로 적힌 영문자는….
[MISSION TIME!>“Mission time? What?”
“로건 연습생의 본토 발음 잘 들어보았습니다! 하하, 맞아요. 바로 미션이죠. 미션이요!”
최가온은 예의 그 생글생글한 미소와 함께 진행을 이어갔다.
“‘미션’은 [타겟팅 스타>의 위튜브 블루 전용 업로드 컨텐츠로, 여러분은 해당 컨텐츠의 조회수와 좋아요로 점수를 배분받게 됩니다. 최종 점수가 높은 연습생이 데뷔한다는 사실, 기억하고 계시죠?! 그러니, 당연히 미션에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말을 곱씹어 듣던 연습생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유료 서비스인 위튜브 블루 전용 컨텐츠이고, 그 영상의 조회수와 좋아요로 점수를 준다는 게….
‘뭔 소리야?’
일그러진 연습생들의 생각을 대변해 주기라도 하듯, 가오옌과 료타가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한국말은 통달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렵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 못 했다. 맙소사다.”
“저도요, 가오옌. 배움에는 정말 끝이 없군요.”
“에이, 이해 못 해도 돼. 괜찮아.”
나는 그들의 말을 잘라 들어가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두 외국인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춘용 형….”
“춘용 아니키!”
나는 내 격려에 감격해 대뜸 이름을 불러오는 가오옌과 료타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내가 단지 자기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그렇게 말한다고 이해한 듯싶었다.
“으음….”
그게 아니라.
진짜 이해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건데.
[아이돌 서바이벌 ‘타겟팅 스타’ 미션 점수제 공분… ‘투명성을 찾기 어렵다’] [단순히 케미를 위해? 아니면 데뷔 멤버 조작? [타겟팅 스타> 속 ‘미션’ 파헤치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경연 말고 다른 방법으로 점수를?’ [타켓팅 스타>의 ‘미션제’]연습생들도 이해를 하지 못 했듯, 대중들도 쉽게 이해를 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타겟팅 스타>의 제작진은 방송이 끝날 때까지도 ‘미션 점수’가 어떤 환산법을 통해서 연습생들에게 각각 주어졌는지 설명하지 못 한다.
“조작은 없었습니다. 독특한 포맷을 이용해서 시청자분들의 관심도를 높이려는 의도였을 뿐이죠.”
후에 이를 두고 데뷔조에 관련해서 논란이 생겼을 때 밝혀진 바로는 ‘데뷔 멤버가 바뀔 정도로 의미 있을 정도의 점수가 아니었다’ 였고.
주철영 피디가 이제껏 찍어 온 서바이벌과 [타겟팅 스타> 간에는 꽤 다양한 차별점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미션’이라는 포맷이었다.
참가하는 연습생이 적게는 50명, 더 많게는 100명 가까이 되던 전작들과 달리 [타겟팅 스타>에 출연하는 연습생은 겨우 18명.
그것도 가계약이라고는 해도 모두 어거스트 연습생들.
상대적으로 소수인 정예 인원들 탓에 탈락 제도를 통해 방송적 긴장감을 주는 방법은 쓸 수가 없었다.
‘결국 사람들이 미치는 건 관계성이다, 이거 아냐!’
그러다 보니 주철영이 택한 방법이 바로 ‘연습생들 간의 케미 살리기’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션’의 핵심은 미션을 통해서 더욱 가까워지는 연습생들간의 관계와 위튜브 블루를 통한 수익이란 소리다.
‘그러니까, 그냥 시키는대로 잘 찍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매력적이고, 잘생겨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앞으로 있을 미션들은 위튜브 블루 시청자 투표 후 결정이 되겠지만, 오늘 첫 미션은 특별히 제작진 분들이 준비하셨다고 하는데요!”
연습생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자, 최가온은 손가락을 여섯 개 펴 보이며 씨익 미소지었다.
“그건 지금 여기― 출연 중인 6명의 연습생들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순간, ‘MISSION TIME’ 이라고 적힌 화면이 검게 변하더니, 서서히 밝아지면서 목소리를 변조하고 얼굴에 블러 처리를 한 연습생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 “어… 해 보고 싶었던 일이요. 너무 많아서, 어려운데….”
– “―삐― 는 거의 모든 걸 해 봤지만, 이건 특별히 한국에서만 할 수 있다. 이 분야는 한국이 최고다. 나는 한국의 ―삐―들을 늘 동경해 왔다.”
– “내가,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친구가 당연히 이걸 해 봐야 한다고 했어요. 바, 빠서 못 했지만….”
– “…딱. 하나가 있다.”
삐―
짧은 인터뷰 영상이 끝났다.
“뭐, 뭐지? 너 저런 거 찍은 적 있어?”
“아니? 민호, 너는?”
“나도 없는데….”
연습생들의 웅성거림이 강당에 들어차자, 마치 이걸 말하기만을 기다렸다는 최가온이 높은 목소리로 어리둥절한 연습생들을 향해 외쳤다.
“여러분의 첫 번째 미션은.”
– “외국인 연습생들의 한국 버킷리스트 이뤄 주기’입니다!”
최가온의 말이 강당을 쩌렁쩌렁 울리고, 모든 카메라가 연습생들을 향했다.
“…어? 외국인 연습생?”
“그러니까, 츠바사랑, 리밍쉔이랑, 류웨이….”
한국인 연습생 12명이 ‘너희 설마 미션이 뭔지 미리 알고 있었냐?’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외국인 연습생들은 손을 마구 내저으며 부정했다.
“모, 몰랐어요. 그냥 개인 인터뷰인 줄 알았는데!”
“알았으면, 얘기했을 거야….”
“그래! 가오옌은 아는 게 없다!”
“가오옌,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오해하잖아요!”
“Huh, 저도 몰랐어요. 정말요.”
“…….”
“자, 자. 외국인 연습생 여러분의 말이 맞아요. ‘미션’이라는 걸 알리지 않기 위해 제작진 여러분이 아주아주 조심해서 인터뷰를 했다고 하니, 의심은 그만!”
휘익-
휘파람 소리와 함께 연습생들을 진정시킨 최가온은 느물느물 웃으며 화면 쪽으로 팔을 뻗었다.
“그전에, 외국인 연습생 친구들의 버킷리스트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츠바사 연습생. 혹시 본인이 인터뷰 당시에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나요?”
“아, 저는….”
“쉿! 말하면 안 돼요! 해당 버킷리스트의 주인이 누군지는 차후에 공개되어야 하는 내용이니까요!”
‘그럼 왜 물어본 거야 XX?’ 같은 마음이 들 법도 하건만, 료타와 함께 일본에서 온 츠바사는 순한 얼굴로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고 그 반응에 만족한 최가온은 츠바사를 향해 엄지를 올려주고는 이어 말했다.
“이제부터, 6명의 외국인 연습생 여러분은 4층에 위치한 방에 들어가고, 그 앞에 자신의 버킷리스트와 관련된 상징물을 세워 둘 거예요. 그리고! 나머지 연습생 여러분은 그 상징물을 보고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일지 예상하며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꽤나 체계적인 방법에 연습생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박수를 쳤다.
모두의 머리에는 드는 생각은 동일했다.
이거 재밌겠다.
…그리고 다른 연습생들과 케미를 잘 만들면 카메라에 많이 잡힐 수도 있겠다!
실제로도 그랬다.
미션 영상은 코어 팬덤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4화 직후 공개되고, 그 팬덤의 화력에 맞춰 해당 연습생들의 인지도도 빠르게 올라갔다.
데뷔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내 투표수가 올라간 것도 두 번째 미션이 공개된 이후였으니까 말이지.
‘이번에도 부디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욕심을 내지는 말자.’
당장 중요한 건 무사히 애로우즈로 데뷔하는 것.
“…….”
그리고 로건이 왜 하차하는지 알아내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 후 로건을 애로우즈로 데리고 오는 것.
‘그러려면, 일단 이번 미션에서 로건의 방을 선택해야겠지.’
대화를 해야 그 내막을 알 테니까.
나는 화면에 뜬 글자들을 확인하며 작게 웃었다.
2. 홍대에서 버스킹 하기
3. 한국 PC방 견학
4. 남산 올라가 보기
5. 한국 대학로 구경
6. 경복궁 가 보기]
나열된 여섯 개의 버킷리스트는 일찍이 내가 본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남산 올라가 보기는 료타, 대학로 구경은 리밍쉔.
그리고 전에 내가 했던 ‘한강 피크닉 하기’는 츠바사.
소거법으로 계산을 하면 로건이 어떤 버킷리스트를 내놓았는지 떠올리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버킷리스트가 같다는 건 앞에 내놓을 상징물도 똑같다는 뜻.
나는 내 반대편에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제 뺨을 긁적이는 로건을 보며 방안에서 마주쳤을 때 뭐라고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까꿍? 아니면 쟤가 영국인이니까, 서프라이즈?
그게 뭐가 됐든….
반드시, 이번 미션을 통해서 로건의 하차와 관련된 실마리를 잡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