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42화
* * *
길거리 댄스 대결이 시작되기 직전.
“진짜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난 솔직히 좀 아닌 거 같애.”
이 일련의 사태를 모두 목도하고 있던 아일릭(IllRic)의 크루원, 이회진이 참다 못해 입을 열었다.
이 일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 섣부른 판단의 연속이었다.
앞으로 댄스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방송가 사람들을 도발하고, 거기 출연 중인 연습생에게 망신을 주려 한다니.
“지금이라도, 적당히 양보하는 그림 보여 주고 우리가 자리 옮기는 걸로 해, 형. 그런 김에 홍보도 좀 같이해 달라고 하고. 그럼 되잖아. 아, 이건 진짜 아닌데….”
걱정 어린 이회진의 말을 다 듣고도 콧노래나 부르던 최건영이 오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야, 쫄지 마. 무조건 내가 이기니까. 우리가 왜 굳이 자리를 옮기냐? 이거 끝나고 우리 공연하게 몸이나 풀어 둬, 이 자식들아. 형이 찢고 온다.”
‘우리 리더 형이지만 진짜 바보다. 부정할 여지가 없다. 저 형의 자신감은 텅 빈 머리에서 오고 있어…!’
물론, 이회진이 최건영과 함께 춤을 배우기 시작해 댄스팀을 만들고 공연을 한 지가 벌써 3년.
이회진도 최건영이 얼마나 진다솔을 존경하고 동경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스트릿 댄서 진다솔, AG 아이돌 서바이벌 [타겟팅 스타> 댄스 멘토로 전격 합류!]“어…? 진다솔님이 매체를 나간다고?”
“오. 그런 거면 건영 형한테 말해 줘야….”
“아니! 말하지 마! 그러다 형 연습실 티비 부숴! 너 그거 감당 가능해!?”
이회진은 애초에 진다솔이 [타겟팅 스타>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걸 굳이 SNS를 멀리하는 최건영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나도, 나도 저렇게 춤추고 싶어. 아니! 저 옆에서 같이 추고 싶어. 이회진. 너도 같이 하자. 존나 분명 개쩌는 조합이 될 거라고.”
“나,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그게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건가? 형.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좀….”
“안 될 게 뭐야, X발. 우리가 실력만 쌓으면 돼. 그다음에는… 다솔 형 연습실 앞에 찾아가서 무릎 꿇고 앉아 있든가 하지 뭐.”
“그래도 안 받아주면…?”
“받아줄 때까지 있으면 되지!”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고, 뒷일은 딱히 고려 앉는 최건영이 어떤 선택을 할지 스스로도 감이 오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 방송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까지 하다니, 무슨 운명이 이래?’
이회진은 제 머리를 가득 채우는 거친 생각과 함께, 최건영의 옆에서 이리저리 몸을 푸는 연습생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름이… 김춘용이랬지.’
아까 [타겟팅 스타>를 봤다던 아일릭 막내의 말로는, 진다솔에게 크루원 제의를 받을 정도의 실력이 있는 연습생.
“그럼 곡은 저쪽에서 정하는 건가요?”
“그렇다고는 하는데, 김춘용 연습생이 신경 쓰이면 제가 말을….”
“에이, 괜찮아요. 귀찮으실 텐데. 빨리하고 저희 미션 촬영도 해야죠.”
‘여기서 촬영할 생각이다? 그럼 최소한 건영 형한테 인정을 받거나, 이기겠다는 소리잖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제작진과 대화를 나누며 몸풀기에 집중할 뿐인, 날티 나는 인상의 연습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이회진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방송이기도 하고, 진다솔 님이 연습생 띄워 주기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하며 넘어갈 수도 있는 화두였어.’
그렇지만 말을 꺼낸 당사자가 ‘그’ 진다솔이라면 말이 좀 달라진다.
그 얼굴에 그 춤 실력이면 어디에서 뭘 하든 팬이 따라붙을 텐데, 늘상 유지하는 과묵한 언사와 행동.
말 대신 춤으로 보여주는 댄서 중 댄서, 진다솔.
“다발 씨솔이 형! 저를 가져요!”
이회진은 진다솔이 인터네셔널 댄스 대회 우승 당시, 휴대폰을 잡고 냅다 고함을 내지르던 최건영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건영 형 눈이 뒤집힐 만도 해. 다음 크루원은 반드시 자기가 될 거라고 그렇게 얘기해 댔으니까.’
이회진 역시 만일 진다솔의 크루에 새로운 멤버가 추가된다면 당연히 최건영일 거라 생각해 왔다.
단순히 같은 크루원이라서가 아니라, 그의 실력을 알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춤을 춰 본 사람이라면, 스트레칭 시에 보이는 근육이나 가벼운 스텝만 봐도 상대가 얼마나 잘 추는지 대략 가늠이 가능했다.
분명 저 날티 나는 연습생도, 최건영이 어느 정도의 댄서인지는 눈치챘을 게 분명했다.
‘근데 태도가 진짜 여유롭단 말야. 꼭….’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빠르게 안무 따는 것에서 두각을 보이는 이회진은, 그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관찰하는 데에도 꽤 재능이 있었다.
지금 김춘용을 보는 그의 시선은 어느 정도 정확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런 이회진이 [타겟팅 스타>의 제작진을 말리거나, 최건영의 뒷목을 쳐서 사태를 수습하거나 할 시간은 더 이상 없었다.
“뭐야? 아일릭 방송 타는 거야?”
“어, 어. 야. 저거 뮤직데이즈 카메라 같은데.”
“잠깐만. 저거 어제 방송한 아이돌 서바이벌 연습생들이야!”
“와 씨, 쟤 로건이잖아? 로건아! 로건아악!”
“미친, 대박. 연습생이 여길 왜 와? 야외 로켄가 봐.”
아일릭의 홍대 내 명성과 카메라의 존재,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연습생들의 면면으로 인해 그들 주변으로 몰려든 인파가, 이회진의 그런 선택권을 앗아 갔다.
“오키. 됐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위로 기지개를 쭉 편 최건영은 인파를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댄스팀 아일릭의 최건영입니다!”
와아아….
아직 약간 낯을 가리는 듯, 수줍은 감이 있는 환호에 최건영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 팀을 자주 지켜 봐주신 분들, 그리고 오늘 처음 뵐 분들도 계시는데요. 오늘은 아일릭의 대가리인 제가! 특별한 분과 함께 춤을 춰 볼까 합니다.”
최건영은 자기 긴 팔을 쭉 뻗어 반대쪽에 서 있는 연습생, 김춘용을 가리켰다.
“지금!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습생분인데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아, 형! 괜히 너 인지도 구리다고 도발하지 말라고!’
심약한 이회진이 입을 틀어막고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는 사이.
“안녕하세요. 뮤직 데이즈의 서바이벌, [타겟팅 스타>에 출연 중인 AG 연습생 김춘용입니다! 봄 춘, 용 용이에요!”
‘믿는 구석’이 있는 김춘용이 사람들 앞에 서며 큰 목소리로 제 자랑스러운 이름을 외쳤다.
* * *
“제가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인데, 댄스팀 아일릭 여러분 덕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
‘할아버지 이름 같은 새끼, 아양 존나 떨어 대네.’
최건영은 인파를 향해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김춘용을 속으로 왕창 비웃었다.
‘이제 망신당할 일뿐인데.’
그의 머릿속 계획은 나름 완벽했다.
‘적당히 개망신 주고, 그래도 연습생치고는 꽤 춘다면서 뭣도 아닌 거 가르쳐 주는 척한 다음에, 사람 안 몰리는 구석 자리로 쫓아 버리면 되겠지. 음음.’
최건영이라고 아주 나쁜 마음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뭣도 모르고 자기가 ‘춤을 제법 춘다’라고 말한 아이돌 연습생이 고까웠을 뿐이지.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매일 춤 추는지도 모르면서. 고작 저게 다솔 형한테 크루원 제의를 받았다고? 지랄하기는.’
저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는 김춘용, 그리고 [타겟팅 스타>의 제작진, 마지막으로 손톱을 물어뜯으며 발을 구르는 로건과 성원협에게 눈길을 준 최건영은 곧 큰 목소리로 외쳤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음악 주세요!”
‘내가 진짜가 뭔지 보여 줄게, 병신아.’
– This ain‘t a party for just crowd
let’s shout it out for girls & boys
“그럼, 저희가 각각 1절 2절로 나눠서 각각 춘 다음에….”
“거, 그건 알아서 해요. 곡이 내가 고른 곡이기만 하면 난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까.”
“…그럼 그쪽이 1절을 먼저 추시면, 제가 2절을 추는 걸로 할게요.”
행인들이 가장 많은 쪽으로 향한 최건영은 익숙한 노래의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특기는 왕성한 에너지와 박자감, 트릭을 특징으로 하는 크럼프(Krump).
최건영이 그렇게나 동경하는 진다솔이 독특하고 역동적인 코레오그래피로 이름을 날리기 전 주장르와 동일했다.
‘우리 팀 공연 영상은 항상 위튜브에 올라갔고, 연습생과 얽혔으니까 분명 더 화제가 되겠지. 어쩌면 다솔 형도 볼 만큼!’
살벌하게 박자를 쪼개며 암 스윙(Arm swing)을 자랑한 최건영은 뒤쪽에 흘깃 시선을 줬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팔을 뻗어 대며 호응하는 김춘용을 향해 최건영은 발을 쾅 굴러 스텀핑을 하며 혀를 내밀었다.
‘너는 내가 다솔 형을 만나게 될 계기, 그리고 들러리나 된 거라고. 이 새끼야!’
최건영이 댄스 네임을 따로 정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한 가지.
진다솔의 크루에 들어가서, 그에게 댄스 네임을 정해 달라고 하고 싶어서였다.
– All day, All night.
I feel the passion, And I feel it burn
I‘m sure you‘ll agree if you see it
‘너랑 나는 각오 자체가 달라. 남이 만들어 준 안무나 흐물텅 추는 새끼가 춤에 대해 뭘 안다고? 주제 파악을 좀 해. 그리고.’
“짜져 있어!”
우와아아!
최건영이 1절 마지막 부분에 신발을 벗어 하늘로 날리자, 지켜보던 행인들에게서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자기 턱 아래로 흐른 땀을 가볍게 훔치며 혀를 내민 최건영은 몸을 뒤로 물리곤 거만하게 웃었다.
‘이게 내가 출 수 있는 춤 중에 제일 완성도 높고, 격한 춤이라고.’
그런데 이 다음에 나오는 아이돌 연습생이 비리비리하고 별 볼 일 없는 춤을 춘다?
관중들의 시선이 어디로 쏠리고, 환호가 어디로 쏟아질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 I know you think I‘m stupid
But How about this?
Do I still look airhead?
“어? 그냥 눕는데?”
“저것도 춤인가? 오, 박자 탄다. 어어!”
그러나 곧이어서 최건영이 찢어 놓은 길거리 무대 가운데에 누운 [타겟팅 스타>의 연습생을.
“뭐, 뭐야, 시발?’
정확히는 김춘용의 춤을 코앞에서 목도한 최건영은, 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멍청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지금 흘러나오는 곡이 꽤 유명한 팝송이긴 했다. 그러나 곡의 유명세가 퀄리티 높은 즉흥 안무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때문에 ‘실전에 들어가기만 하면 저 연습생은 개망신 확정이다’라는 생각으로 최건영이 냅다 고른 곡인데.
‘아예 나랑 다른 노선으로 가시겠다? 허, 꼴에?’
김춘용은 아예 이전에 춘 최건영의 춤과 시작부터 다르다는 듯, 길거리에 냅다 드러누워 발로 박자를 맞추며 좌중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 Actually, you know nothing
I don‘t know much about it either
But, See, See
그리고 1절부터 이어져 오던 인상적인 베이스 리프와 함께 녹음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스피커에서 쏟아지고, 자리에서 코어 힘을 이용해 벌떡 일어난 김춘용이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장르는 최건영이 춘 것과 동일하게 크럼프.
그러나 몸을 움직이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자잘한 박자 쪼개기에 치중하기보다는 몸 전체 관절을 다 사용하고.
짧은 순간에 자리 이동을 감행해 공간을 넓게 쓰고.
고개와 손, 그리고 발을 동시에 움직여 동작을 크게 보이게 만드는 움직임.
“우, 우와아아…!”
“저거….”
그 유연한 몸짓에 살짝 떨어져서 지켜보던 사람들 입에서는 감탄이, 바로 코앞에 있던 최건영의 입에서는 지옥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익숙한 움직임, 익숙한 동작들.
“다, 다솔 형….”
그래.
김춘용이 몸을 움직이는 방식은.
최건영이 그렇게 동경해 마지않는 진다솔의 것과 닮아 있었다.
‘믿는 구석도 없는데 아무거나 막 한다고 할 리가 없잖아, 내가.’
김춘용은 진다솔이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자신의 느낌을 살린 방식으로 체스트 팝(Chest pop)을 하며 씩 웃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 중 김춘용만 아는 사실이 있다.
“렉스… 님은, 연습을… 좀. 더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어, 어느 정도로요?”
“음… 100.”
“배, 100시간이요?”
“아뇨. 100일….”
그건 바로, 진다솔은 김춘용이 애로우즈로 활동하던 당시, 그들의 두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 곡의 안무가였다는 점이었다.
‘그때 결국 타이틀곡 연습 시간만 100시간이 넘었어. 마지막에는 힘들어서 진다솔한테 욕을 할 정도였다고.’
김춘용의 춤 능력치 수식어가 ‘아이돌 메인 댄서’ 수준으로 오른 지금.
한때 토할 때까지 연습해서 무대에 올린 적 있는 안무를 변형해서 추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How much people are shouting out?
I can‘t count. You do it for me
Do it for Me
하이라이트.
김춘용이 최건영을 놀리듯, 아까 그가 했던 것과 똑같이 신발을 벗어 하늘로 집어던졌다.
와아아아아!
“김춘용, 김춘용! 미친, 이거 절대 위튜브에 올린다!”
“건영 형….”
김춘용을 부르짖는 팬의 목소리 아래로, 이회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형 쳐발렸어….”
당장 춤 실력은 최건영과 김춘용이 비등비등, 아니. 그래도 최건영이 나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
그리고 그건, 아직 ‘댄싱 스테이지’에서 우승하기 전인 최건영이 아니라, 악성 멤버에 불과하더라도 무대에 수백 번은 더 올라가 본 김춘용의 주목도가 훨씬 월등했다.
“이후에 ‘이 자리에서’ 저와 [타겟팅 스타> 연습생들이 함께 버스킹 합니다! 저 노래도 할 줄 아니까, 지켜 봐 주세요!”
김춘용의 당당한 승리 선언에.
“이익….”
최건영의 얼굴이 완전히 무너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김춘용은 거기에다 대고 사악하게 미소 지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아이돌은 종합 예술가야.’
이 싸가지 없는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