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8)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48화
그렇게 김춘용과 도재찬이 서로 간을 보며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사이.
인천으로 향하는 한 세단 안에서도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1터미널로 가서 두 사람 만난 다음에, 호텔 예약 어디로 잡았는지 체크해. 그리고 그거 확인하고 나서는 [타겟팅 스타> 생방 끝나는 일자 다음으로 청도 가는 표 예매하고.”
“네, 네. 근데… 저, 이사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신기호의 오더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던 비서는,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신기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질문을 허락하자, 비서는 눈동자를 굴리며 작게 말했다.
“왜 하필, 로건을 치우시는 겁니까?”
“…….”
비서의 질문에, 서류를 넘기던 신기호의 손이 멈췄다.
‘괜히 물은 건가?’
비서는 긴장감에 살짝 떨면서도 다음으로 물어볼 문장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어쩔 수 없었다.
이건, 줄곧 신기호의 업무를 봐 오던 최 비서가 가장 궁금해하던 것이었으니까.
회사 내 신기호의 측근들은 로건의 하차 이유를 대략 ‘현재 신 이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맞지 않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잘만 뜯어 보면 그 말에는 어폐가 가득했다.
대체 어떤 비전이 맞지 않는단 말인가?
로건은 신 이사가 전폭적으로 밀고 있는 류웨이와 포지션이 겹치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프로듀싱이 되는 연습생이 계약해서 데뷔한다면 회사 차원에서도 이득일 텐데 말이다.
“다 이유가 있으시겠지만… 재능있는 연습생인데. 이제 진짜 하차가 목전이다 보니, 하하. 네… 제가 몰라도 되는 일이라면, 음. 죄송합니다.”
축축한 손으로 차선을 변경한 비서는 황급히 사이드미러로 뒷자리에 앉은 신 이사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의외로 화가 난 얼굴이 아니었다.
손가락 끝으로 서류를 툭툭 친 신기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야. 로건 리. 재능이 있지. 그런 연습생이 데뷔하면 그룹에도 도움이 될 테고.”
“네, 그런데 대체 왜….”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알아 두면 되겠군.”
비서의 덧붙을 질문을 차의 창문을 내리는 걸로 피하며, 신기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말 그대로였다.
로건을 하차시켜야 하는 이유는 로건의 부모.
정확히는 로건의 집안 때문이었다.
“신 이사님, 개인 연습생들 프로필 정리해서 왔습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된 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그가 은밀하게 뒷조사를 한 개인 연습생들의 프로필이었다.
그리고, ‘로건 리’라는 이름 아래 적힌 문장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신기호의 얼굴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신기호가 [타겟팅 스타>로 끌어온 중국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점에서 투자를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슨, 뭐? 어디 투자자 아들? …월가가 주 무대?”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에, 영미권 영향력을 막대하게 행사할 수 있는 연습생이 등장하다니.
개인 연습생 모집을 뮤직 데이즈에서 담당한 탓에, 오리지널곡 촬영 후 신 이사가 프로필을 받아 볼 때가 되어서야 눈치를 챈 것이다.
만일 중국 투자자들이 이를 알게 된다면 어떤 반발이 들어 올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로건의 출연 배경이 그 부모에게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점일까.
“맙소사, 로건이 지금 한국에 있다고요…?”
“확인차 연락드린 건데… 혹시 모르셨던 겁니까?”
“아니, 그 애는 지금 기숙 학교에서 입시 준비 중인데요!”
신기호가 떨리는 손으로 건 미국 국제 전화 한 통이 그를 살렸다.
로건의 할머니에게서 ‘학교 기숙사에서 열심히 공부 중’이라는 말만 듣던 로건의 양친이 신기호의 통화에 혼비백산을 했으니 말이다.
얌전히 A레벨 테스트를 치고, 옥스퍼드 진학을 노려야 했던 우리 아들이 한국에?
그것도 케이팝 아이돌을 지망?
우리 증권가 집안에서 갑자기?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쪽 방면으로는 전혀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니, 이 상황을 바로잡으려 드는 건 당연지사.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긴 하지만, 이대로면 무사히 하차시킬 수 있겠군. 그러면 더이상 방송 외적으로 신경 쓸 일은 없어져.’
모든 게 다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만, 그런 신기호의 심기를 여전히 거슬리게 하고 있는 게 있다면….
“류웨이의 촬영 태도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
“류웨이가?”
“네. 미션 촬영 내내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고….”
“대체 뭘 봤길래?”
“그게, 같이 [타겟팅 스타>에 나오고 있는 연습생의 동영상이라고 하던데요.”
중국 투자자들의 아바타인 류웨이가, 자꾸만 한눈을 팔고 있다는 것.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서바이벌에 임해야 하는 처지인 걸 알면서도, 괴상한 연습생에 꽂힌 류웨이는 자꾸만 이상한 태도를 보였다.
그때 말한 김춘용이라는 연습생인 듯했는데, 신기호는 도저히 그 발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견제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대체 왜?
“…쯧.”
저 멀리 가까워져 오는 인천 공항의 불빛을 보던 신기호는 내렸던 창문을 더 내리며 제 총 모양 라이터를 달칵거렸다.
‘로건 하차 후에 얘기를 좀 하면 되겠지. 사리분별 못하는 애새끼 같으니라고.’
그리고, 자기 담배 끝에 불을 붙인 신기호는 몰랐다.
‘로건 하차 후에’라는 시간은 오지 않을 것이란 걸 말이다.
* * *
3차 포지션 경쟁의 중간 평가 촬영날.
“휴우….”
제일 마지막 순서로 개인 인터뷰를 마친 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재찬 사장님과의 면담 이후, 어떻게 시간을 보낸 건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바쁜 매일이었다.
회사 주가를 뚝뚝 떨어뜨리는 악성 멤버가 아닌, 가계약 연습생 신분으로 만난 도재찬 사장님은 정말….
“아니, 김춘용 연습생. 혼자 마음대로 잘하더라고. 내가 정해 준 예명도 막 갖다 버렸잖아?”
쉽지 않았다.
“렉스야, 이제 류웨이도 없는 마당에, 네가 댄스 주력 멤버잖냐. 응? 우리 애로우즈! 너 힘든 거 안다. 알아. 근데 멤버들 생각도 해야지.”
우리 감성적인 도재찬 사장님은 악성 멤버 시절의 내게는 오히려 절절 매는 경향이 강했었다.
…내가 겪었던 일이, 일이었으니까.
물론 후에 내가 정신 못 차리고 술독에 빠지고 나서는 그런 설득을 관두셨지만… 어쨌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자기 말도 듣지 않고 예명을 내팽개친 가계약 연습생.
“김춘용 연습생이 원래도 마음대로 할 생각이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러라는 소리지. 판 깔아 주면 하는 것도 재능이야.”
그 감정적인 면모는 접어 둔 채로, 더 공격적으로 제 목적을 달성하려는 엔터 사장.
사장님은 내게 로건과 관련된 것을 이것저것 물어 왔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 중 드러내도 되는 것과 드러내선 안 될 것을 골라내느라 애를 먹었다.
“아니, 그건 제가 말씀드리면 안 되죠….”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드러내도 되는 건 류웨이가 나와 로건을 향해서 음흉한 견제를 보인 것이었고, 드러내서 안 될 것은 로건의 직접적인 가정사였다.
어차피 사장님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신 이사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정황 정도였으니 말이다.
로건의 가정사는… 내가 본인도 아닌데 말하면 안 되지.
하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서, 개인사까지 내가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 상도덕이라는 게 있잖아.
“결론적으로 막무가내인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어휴.”
뿅!
– X: 오 오늘 중간 평가 혼자 좋은 말 들었다고 아주 여유로우신데? 다음 주 무대 생각 안 하고 아주 천하태평이신데??
– X: 지금 보컬 팀이 제일 잘하고 있잖아아아아!! 장난하냐?!
알림음과 함께, 휴대폰으로 쏟아진 엑스의 야단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충 타이핑을 남겼다.
– 김춘용: ㄲㅈ
– X: 와 진심 싸가지 레전드 ;;;;;
물론, 오늘 중간 평가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들은 팀은 보컬 포지션의 사람들이 맞았다.
제일 밸런스 좋은 연습생들이 포진되어 있으니까.
“…톤, 박자, 표정. 전부 좋아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좋은 거 같네요. 수고했어요, 손재하 연습생.”
“감사합니다!”
오리지널곡 경연, 그리고 2차 경연의 불운을 딛고 드디어 자기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게 된 재하 형에.
“방유찬 연습생은… 뭐 더 할 말이 없네요. 혹시 이 곡으로 가이드 알바라도 했나? 어떻게 이러지?”
“아, 가이드 알바는 이 곡 말고 다른 곡으로 해 봤습니다!”
“그걸 또 해 봤어?!”
‘보컬’이라는 포지션에서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유찬 형.
그리고 세레니아 선배님들의 높은 톤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시우와 서빈, 안진우.
“괜… 찮네요. 연습을 많이 했나 봐?”
심지어는 그 김주안까지 좋은 평을 들었다.
“감… 사해요, 형. 파트 양보해 주셔서….”
“아냐, 네 톤에 더 맞는 부분이었는걸.”
재하 형과는 언제 어떤 대화를 했는지 이제 데면데면해진 듯했지만, 내 알 바는 아니었고.
하여간. 제작진들끼리 하는 말을 슬쩍 들어보면, 이미 ‘보컬즈’ 같은 조합명을 붙이며 밀어주려는 모양새였다.
뿅!
– X: 아주 보컬즈 1호팬 나셨네요? 장난하냐?
– X: 좀 더 적극적으로! 아주 1위할 기세로! 몰라 인마? 이번에 드디어 니가 메인으로 눈에 띌 절호의 기회라고!
하나만 알고 뭘 모르기는.
나는 푸핫, 하고 터지려는 웃음을 감추며 답장을 보냈다.
– 김춘용: 야 지금은 내가 하는 걸로도 충분해;
실제로 나는 지금 매우 수월하게 포지션 경쟁에 임하고 있는 중이었다.
케미? 물론 케미야 보컬즈가 지금 백 배, 아니 과장 보태서 오백 배는 낫겠지.
우리 댄스 포지션 사람들은 오늘 나와 류웨이를 제외하고는 따로 노는 디테일로 지적을 받았으니까.
“…아쉬워요. 저라면, 아, 아닙니다!”
원곡자인 최가온 선배님이 애가 닳아 발을 동동 굴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가야 하는 핵심이 있다면.
– 김춘용: 바보야
– 김춘용: 포지션 경쟁은 개인 경연이야
같이 무대에 오르긴 하지만, 6명을 줄 세워서 점수를 받는 경연이 포지션 경쟁이었다.
“어, 어… 저는, 어. 유진 언니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혜윤이가, 1위네요. 네. 제가 4위고요.”
이미, [리틀 다이브 스타>에서 서로를 성심성의껏 도와주다가 1위와 6위로 갈라진 선례도 존재한다.
막판에 둘이 함께 데뷔를 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둘의 관계는 아마 돌이킬 수 없었을지도.
결론은, 이번에는 완벽한 팀 케미를 위해서 굳이 신경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
그리고 지금 댄스 포지션 팀은 아주 약간 맞지 않을 뿐, 내가 따로 각만 잡아주면 디테일 정도는 금방 올라올 수 있다.
지금 문제는….
다른 팀의 다른 녀석이지.
그렇게 떠올리며 숙소가 위치한 2층으로 도착했을 때.
“…어?”
나는 어렴풋이, 우리 숙소 방문 앞에 쪼그려 앉은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
동그란 듯 섬세하고, 불안해 보이는 얼굴. 골격이 탄탄한 몸. 축져진, 보이지 않는 귀와 꼬리.
저렇게까지 대놓고 침울할 줄은 몰랐는데.
…지금 복도 카메라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고.
나는 살짝 잠긴 목을 큼, 하고 풀고는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로건.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
숙소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사람, 로건은 곧 벌떡 일어나 내 옷 소매를 붙잡았다.
“저… 춘용 형.”
잠깐 talking about, 괜찮아요?
나는 로건의 떨리는 손과 얼굴을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마.”
내가 할 일은 이쪽이었다.
– X: 로건 때문에 니 데뷔가 뒷전이 되면 곤란하다 ㅡㅡ
나는 마지막으로 온 엑스의 메시지를 못 본 척하며, 로건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로건 때문에 내 데뷔가 뒷전이 된다고?
…역시 엑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정확히는.
로건을 돕는 이유가, 내 데뷔, 내 팀, 그리고 모두를 위해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