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7)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47화
* * *
포지션 경쟁 팀 발표 후, 연습생들의 가열찬 연습이 이뤄지기 시작한 지 일주일째.
연습생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대화 주제는 다름 아닌, 오늘 자로 방영된 [타겟팅 스타>의 3화 이야기였다.
[과연, 스타 슈터님들께서 선공개로 보신 ‘Aiming’ 무대의 비하인드는?!> [아이돌 선배들의 레전드 곡을 커버해야 하는 연습생들! 얼굴에 긴장감이 도는데…!>주된 내용은 2화에 이은 오리지널곡 ‘Aiming’의 무대 영상, 경찰과 도둑, 그리고 2차 경연을 준비하면서 팀별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요약.
2번 영상실에 옹기종기 모여 3화를 함께 지켜본 ‘저 파도 너머의 우리’ 팀 사람들 역시 그 화두에 대해 한 마디씩 말을 얹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금… 불쌍해 보이더라. 하하!”
그리고 유찬 형의 말대로, 방송 속 우리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 “너무, 너무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으아아!”
[갑작스럽게 절을 하는 료타 연습생! 아니, 절이 아닐지도?!>대선배인 민시영의 곡을 뽑아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개인 인터뷰 도중에 도게자를 박는 료타 하며.
– “…….”
[황.당.그.자.체! 얼어버린 김춘용 연습생….>료타가 민시영 선배님의 곡을 뽑았다고 벌벌 떨며 말하는 순간, 초코바를 입에 넣다 말고 그대로 굳어 버린 내 모습.
– “난감? 난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절대 일주일 안에 할 수 없는 과제를 해 오라고 하는 교수님을 만난 것 같은 느낌에 더 가까운데….”
대학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유찬 형의 기가 막힌 비유까지.
[아 X발 나 진짜로 도게자 하는 일본인 처음 봄;] [아니 어떻게아이돌연습생이름이김춘용 [ 이 먹는 초코바 뭐임? 이거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니고 초코바 바이럴 아님?] [레이디스완도 개빡세보이는데 이쪽 보니까 저기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나는 인터넷 반응 확인을 위해 몰래 보고 있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콱 쑤셔 넣으며 유들거렸다.
“하하… 그래도 저희 무대 잘했으니까요. 다음 주에 4화도 방송되면, 어. 괜찮을 거 같은데요.”
그리고.
“…맞아요. 혀, 형들이 무대 잘해 주셨으니까….”
내 다독임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무릎을 끌어안고 잠자코 3화를 지켜보던 시우였다.
이건 또 의외였다.
[연습에 제대로 집중을 못하는 장시우 연습생!> [같은 팀 연습생들이 난감해 하는데, 이유가 무엇일지?!>– “…….”
[장시우 연습생의 침묵에 당황한 제작진들, 잠시간 회의를….>3화에서는 민시영 선배님과의 면담 전이라, 연습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넋을 놓은 시우의 모습이 조명되었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네티즌들이 떠들기 아주 좋은 건수였고 말이다.
아직 4화 방영 전이니까 함부로 말 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우도 분명 사정이 있었을 테고, 17살 연습생에게 험한 말 꺼내는 거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네 다음 시우빠 ㅋㅋ 얘네는 실드 레퍼토리가 왜 이렇게 낡앗음?? 좀 발전이라는 걸 해 봐라 ㅠ]
“저, 저 화장실 좀….”
나와 같이 몰래 휴대폰을 보다가 화장실에 다녀와 눈시울이 불거진 채로 돌아온 시우는, 오히려 더 심지가 굳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4화가, 방영되면. 다들 생각이 달라질 테니까요.”
나는 그런 우리 막내의 얼굴을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어쨌든, 시우도 큰 결심으로 [타겟팅 스타>에 나오겠다고 동의를 했던 건데. 내가 너무 얘를 어리게 봤나 싶기도 하고.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눈썹을 들썩인 유찬 형이 시우의 마른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보탰다.
“맞는 말이야. 우리 무대 1위였잖아? 춘용이 안무도 좋았고, 시우가 짠 무대 구성도 좋았으니까! 사소한 걸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으아아, 저는 한 게 없습니다만!”
“료타는 착하니까! 그리고 나도 노래 말고는 한 게 없는걸?”
“메인 보컬인 유찬 형이 저를 두 번 죽이고 있습니다아아!”
“하하….”
다시금 영상실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우리는 아까 작가님이 넣어 주신 협찬 간식을 하나씩 까먹으며 근황 토크를 하기 시작했다.
“춘용이랑 료타는 댄스 포지션 연습할 만해?”
“아,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춘용 아니키와 류웨이가 완전 독주 중입니다! 저는 백댄서예요, 백댄서.”
료타의 추켜세움에 나는 난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거든.
“김, 춘용 연습생은… 오늘도, 잘하네요. 아직도, 아이돌 할 생각….”
“아하하! 감사합니다, 다솔 멘토님!”
“…아쉽, 하여튼… 류, 웨이 연습생… 도. 표정만, 더….”
“谢谢(감사합니다).”
우리 댄스 포지션에는 나와 류웨이, 료타. 그리고 이채혁, 한상우, 츠바사가 뽑히게 되었고, 거기서 두각을 드러내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이미 한 번 돌아온 처지이니까.
못하면 그게 정신적으로 더 타격을 맞을 일이지.
게다가.
[상태창이름: 김춘용 (서바이벌 프로그램 연습생)
보컬: 55 (아이돌 보컬)
랩: 63 (아이돌 서브 래퍼)
춤: 84 (아이돌 메인 댄서)
외모: 78 (80) (잘생긴 아이돌)
매력: 76 (매력적인 아이돌)
스킬: 아이돌의 아우라 (C)
댄스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해 (C)
B의 의지 (F)
그래도 저 마음에 드시죠? (F)
울지 말고 씩씩하게 (D)
아니 근데 들어 보세요 (D)
…]
어느새 꼬박꼬박 성장한 내 능력치가 원래대로 거의 돌아오기도 했고 말이다.
‘아이돌의 아우라’ 스킬은 등급까지 올랐으니, 꽤 괜찮은 상태라고 봐야지.
그렇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춤의 완성도가 아니라, 내게 서늘하게 꽂히는 류웨이의 시선 같은 것이었다.
몇 년을 봤음에도 속을 전혀 모르겠는 사람은 재하 형과 류웨이가 유이했다.
‘…….’
류웨이의 그 무감한 얼굴을 떠올리던 나는, 자연스럽게 화두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걸 택했다.
“시우랑 유찬 형이 같이 보컬 포지션이죠? 맞나?”
“아, 네에… 그, 세레니아 선배님들 곡, 연습하고 있어요.”
“시우랑 유찬 형 둘 다 음역대가 높으니까, 곡이랑 잘 어울릴 거 같아요.”
“으응, 그런 부분이 편한 건 있지. 재하도 엄청 잘하고… 우리는 누가 음방에 나가게 될지 정말 모르겠네.”
그리고 화두를 돌리기 무섭게.
“아, 근데 좀 의문인 게, 로건이 보컬 포지션이 아닌 건 좀 이상하긴 해. 그렇지?”
자기 턱을 문지르며 고민하는 듯하던 유찬 형이 불시에 핵심을 꿰뚫고 들어왔다.
“…그렇죠. 네. 저는 당연히 보컬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말이야. 오히려 우리 팀의 채혁이가 랩으로 가는 게 더 어울렸을 텐데. 좀 그래.”
나의 예상대로,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로건은 랩 포지션으로 배정받게 되었다.
‘네티즌 리서치를 통해 가장 어울릴 것 같은 포지션에 배정했다’는, 이전과 똑같은 제작진의 핑계로 말이다.
이는 신 이사님이 방송에 직접적으로 손을 쓰고 있다는 내 추측에 확신을 실어다 줬다.
“Um… 제가, Rap에 어울린다는 거죠.”
아마 자신의 [타겟팅 스타> 마지막 무대일지도 모르는 경연에서 생각한 적 없는 분야를 도전하게 된 로건의 얼굴은 좋다곤 할 수 없었지만.
“열심히 할게요. 이런 experience은 또 언제 해 볼지 모르니까요.”
어쨌든 의연하긴 했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걸 하게 된 류웨이, 자기가 해 본 적 없는 걸 하게 된 로건.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묘하게 끼며, 류웨이의 견제를 받고 있는 나.
여러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방법까지도 말이다.
“어, 저는….”
생각이 길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머리에 있던 말을 꺼낼 뻔한 그때.
똑똑―
“김춘용 연습생?”
우리 영상실의 문을 열고, 메인 작가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피곤한 낯의 그녀는 다른 연습생들의 면면을 확인하고는, 내게 손짓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사무실로 내려와요. 촬영 관련 말할 게 있어서요.”
“응? 갑자기 춘용이만? 무슨 일이지?”
나는 내게로 향하는 눈길을 받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제가 말씀드린 게 좀 있어서요. 별 건 아니니까, 금방 다녀올게요. 너무 늦으면 먼저 들어가세요!”
메인 작가가 나를 부르는 이유에 대해, 짚이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 * *
“대화가 끝나면 바로, 숙소로 돌아가세요. 알겠죠? 영상실로 돌아가지 말고요.”
이현정의 안내에 따라 들어가게 된 사무실 안에는, 김춘용이 생각하고 있던 그 대상이 앉아 있었다.
“오, 렉스! 아니, 김춘용 연습생. 맞지?”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도재찬 사장.
김춘용은 빠르게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둘의 시선이 잠시 오가고, 먼저 입을 뗀 사람은….
“그러니까, 제가 면담을 신청한 이유는….”
“내가 김춘용 연습생을 여기 부른 건….”
둘 다.
‘…사장님이 나를 불렀다고?’
예상 못한 상황에 살짝 당황한 김춘용은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했다.
“저, 예명 관련해서 사장님과 면담을 좀 하고 싶은데요. 괜찮을까요?”
이현정에게 면담 신청을 할 당시 김춘용의 생각은 이랬다.
도재찬 사장이 손수 지어 준 예명, ‘렉스’를 사용하지 않고 본명으로 방송에 나왔으니, 그걸 핑계로 독대할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방을 쓰는 로건의 이야기를 꺼낸다.
‘물론, 너무 정치적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고. 사고 치던 시절부터 부딪힌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됐긴 하지만….’
“어… 김춘용 연습생? 뭐라고 했지?”
살짝 길어지려는 정적에, 김춘용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저, 먼저 말씀하세요. 죄송합니다. 그, 제작진분들께 제가 사장님과 면담 신청을 요청했었거든요. 그래서 그걸로 부르신 줄 알고….”
“아! 아니야. 아니, 나한테 면담을 신청했다고? 나한테? 허, 그건 못 들었는데 말이지. 뭐, 하여튼 말이야.”
뺨을 긁적인 도재찬은 곧 김춘용을 훑어보며 말을 골랐다.
“김춘용 연습생. 내가 이렇게 부른 이유는, 한 연습생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몇 개 있어서야. 같은 방인 글로벌 연습생들을 특히 잘 챙겨 주고 있다고도 들었고.”
도재찬은 자기가 챙겨 온 서류 몇 개를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카메라도 없고, 이 얘기는 우리 둘만 알고 있을 테니까, 걱정은 안 했으면 좋겠네.”
어리둥절하게 서류를 바라본 김춘용은, 순식간에 표정을 관리하며 도재찬과 똑바로 두 눈을 마주쳤다.
서류 안에 박힌 사진은, 요 며칠 김춘용이.
아니.
방금 전까지도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지에 고민하던 사람의 것이었다.
“…로건이요?”
“그래.”
도재찬은 자기의 거친 손을 몇 번 문지르며 두 눈을 빛냈다.
그 역시 이 늦은 시간, 서울 외진 곳에 위치한 연습생 통조림 시설까지 찾아온 이유가 다 있었으니 말이다.
– 도 사장님이 요즘 그렇게 좋아하시는 로건 리가, 하차할 생각 중인 건 알고 계시나 모르겠네요?
“…주 피디. 뭐라고?”
악에 받치고, 더 이상 신기호 이사에게 빌빌 길 생각이 없는 주철영 피디에게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 신 이사님은 알고 계시던데요. 손수 하차시키시려고요. 모르셨다니 안타깝습니다. 뭐, 신 이사님이 서바이벌을 전부 담당하고 계시긴 하지만….
사장님께서 모르시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주철영 피디가 도재찬 사장에게 딱히 좋은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도재찬 사장 역시 한국인 AG 순혈 연습생들을 데뷔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제작진들을 쪼아 댄 AG 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그러나.
적의 적은 동료라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도재찬이 레이디 스완의 ‘캘린더’를 완벽하게 커버한 로건에게 은근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기까지 했다.
‘내가 아이돌 그룹 하나 제대로 못 만들었다고 어거스트가 자기 건 줄 아나, 신기호?’
신 이사가 로건의 하차 안내문을 다 작성하고 나서야 ‘연습생 개인 사정으로 인해’ 같은 말로 통보할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된 도재찬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도재찬은 이를 으득, 갈고는 침착하게 김춘용에게 문장을 되뇌었다.
“김춘용 연습생이 로건 연습생에게서 들은 가족 이야기라든가, 개인적으로 힘들어하는 게 있었는지 알려 주면 좋을 거 같아. 이런 걸 내가 모르면 또, 곤란하니까.”
눈앞에 놓인 서류, 도재찬의 심상치 않은 반응, 그리고 콕 집어서 꺼낸 ‘가족 이야기’.
연예계 생활을 하며 얻은 것이 눈치뿐인 김춘용은 그 힌트들로 인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자기들끼리 대립하기 시작했구나. 굳이 내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아도.’
…이렇게 되면 일이 더 수월해지지.
“가정사는, 제가 말하기 좀 그런 것들이라서요. 다른 걸… 말씀드릴 수는 있는데.”
“뭐든 천천히 얘기해, 김춘용 연습생.”
나는 오늘 안 잘 생각으로 찾아왔으니까.
김춘용이 굴린 스노우볼에.
본인의 눈도 함께 쌓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