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6)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46화
‘그 주철영이 만든 서바이벌이라 어느 정도 믿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
‘그룹 성공을 해 본 적 없는 소속사라 좀 꺼려졌는데. 이렇게 나온다면야… 좀 더 밀어줘도 괜찮을 거 같아요.’
‘지금이라도 광고를 더 받죠. 공고 띄웁시다.’
대중들로부터 괜찮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챈 뮤직데이즈는 AG와 합심해서 3차 경연부터는 좀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시작은.
[3차 경연 베네핏 -나도, 똑같은 무대에서-뮤직 뮤직 투데이 무대의 기회를!]
3차 경연 승리자들로 꾸린 무대를 뮤직데이즈의 가요 방송인 ‘뮤직 뮤직 투데이’에 올리는 것부터였다.
이건 이번이 두 번째로 [타겟팅 스타>에 출연하는 것인 나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본격적으로, 내가 아는 것과 서바이벌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내일 오전, 스튜디오 촬영이 있겠습니다. 연습생분들은 7시까지 준비를 마치신 후 버스 앞에 대기해 주세요.>어쩐지, 이전과 다르게 아이돌 통조림 공장의 대강당에서 진행을 안 한다 싶더니.
그렇게까지 당혹스럽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데뷔 멤버를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인데, 다른 게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미 첫방에서 내 편집 순서가 앞당겨진 걸로 대충 예견된 상황이기도 했고.
“어, 어? 그러니까, 우리가 음방을 나간다는 거야?”
“전부? 에이. 당연히 이긴 팀이나, 이긴 사람만 나가는 거겠지!”
“잠깐만. 나 너무 떨리는데….”
그것과 별개로,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3차 경연의 베네핏부터 확인한 연습생들의 입은 다물릴 줄을 몰랐다.
“워, 연습생 여러분! 경연 내용보다도 베네핏을 먼저 보시는 건 처음이시죠? 저도 처음이랍니다!”
오랜만의 스튜디오 촬영에, 평소보다 더 화려하게 옷을 빼입고 등장한 MC 최가온이 웃으며 첨언했다.
“하하, 데뷔한 아이돌분들과 똑같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춘다니, 굉장히 기대되지 않나요? 저도 컴백하면 항상 첫방은 뮤뮤거든요!”
“너무 기대돼요!”
“꼭 올라가고 싶어요….”
그 말에 성실히 대답해 카메라 분량을 챙기면서도, 연습생들은 각각 동상이몽을 꾸고 있었다.
‘내가 올라갈 수 있을까? 지금 순위에?’
‘어떤 방법을 택해야 쉽게 올라갈 수 있지?’
‘아니, 그전에 무슨 경연인지부터 알려 달라고!’
아닌 척해도 모든 게 표정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미 자기가 그 무대에 올라가리라 확신 중인 지화성의 두 눈은 뜨겁다 못해 레이저가 나갈 지경이었다.
“허어….”
물론 그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대상에는 나 역시 포함되었다. 그러나 약간 다른 점은 있었다.
다른 연습생들과 달리 나는….
‘…당장 생각할 게 넘치는데 또 이런!’
일이 늘어난 걸 걱정 중이었지만.
로건네 부모님 문제에, 류웨이에, 이전과 차별점까지 보이는 3차 경연 준비까지?
당장이라도 가족들과 애로우즈 멤버들을 옆구리에 끼고 다른 나라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랄까.
“춘용아. 너 지금 표정 완전 무서워. 화났어?”
“아, 아니에요. 흠.”
내 옆자리에 앉은 유찬 형의 소곤거림에 나는 빠르게 표정을 정비하고 턱을 문질렀다.
남들 눈에 보일 정도로 동요하고 있다니. 안 될 말이다.
내 속죄를 하려면 도망가는 일은 어불성설이고, 애초에 내가 이때로 돌아온 것부터가 도박의 시작 아니겠는가.
…상황이 어떻게 되든 집중해야 했다.
나는 이제 얼굴에 물이 오른 유찬 형에게 잠깐 시선을 주고는, 잔뜩 신이 나서 진행 중인 최가온 선배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 베네핏부터 당차게 공개하고 시작하는 3차 경연! 그 내용도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죠? 집중해 주세요!”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그런 거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따져 봐야 했으니 말이다.
요즘 따라 죽어라 달라진 상황에 대비하고, 스트레스 받고, 엑스와 싸우고만 있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내가 뻘한 생각을 하는 사이, 최가온 선배님은 연습생과 큐시트를 번갈아 보며 프로패셔널하게 진행을 이어 나갔다.
“이번 3차 경연은, 오랜만의 개인 미션입니다! 등수 평가 이후로는 처음이네요? 하하. 이제 다시 스크린을 함께 보실게요.”
[포지션 경쟁 – 팀이지만 팀이 아냐!>스튜디오 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스크린으로 정돈된 픽토그램과 설명이 함께 떠올랐다.
정리하자면 이랬다.
보컬, 랩, 댄스 포지션으로 6명씩 조를 짠 후, 각 조별로 무대를 통해 등수를 매긴다.
그리고 조별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둘씩, 총 여섯이 [뮤직 뮤직 투데이> 무대에 올라가는 구조.
이건 내가 이전에 겪어 알고 있는 것과 같았다.
“어? 이거 저번에, 혹시….”
그리고, 굳이 두 번이나 서바이벌을 겪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고.
“나 이거 연습할 때 본 적 있어.”
“세레니아 선배님들이 찍었던 거랑 똑같잖아?”
그래.
3차 경연. 다른 말로 ‘포지션 경쟁’은, [타겟팅 스타> 직전, 주철영이 제작을 맡았던 [다이브 리틀 스타>에서 이미 한 번 선보인 적 있는 방식이었다.
“자자, 여러분. 화면에 계속 집중해 주시겠어요? 더 큰 거 하나 갑니다!”
최가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곤 이미 충분한 연습생들의 술렁임을 더 키우려는 셈인지, 잠깐 새카맣게 변한 화면에 긴 머리를 높게 틀어 올린 여자와 똑단발의 여자 둘이 등장했다.
바로.
– “안녕하세요, [타겟팅 스타> 연습생 여러분! 세레니아의 추시연.”
– “그리고 김예인이에요!”
[다이브 리틀 스타>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해, ‘세레니아’로 당당히 데뷔한 추시연과 김예인.“허어억, 대박!”
“갑자기? 갑자기 추시연 선배님이 왜? 아 잠깐만. 나 엄청 팬인데!”
“아니, 맥락을 못 따라가겠어…!”
연습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화사하게 웃은 두 서바이벌 선배들은 물 흘러가듯 부드러운 발음으로 말을 이었다.
– “저희가 [다이브 리틀 스타>에서 경험한 ‘포지션 경쟁’ 무대에 [타겟팅 스타> 연습생 여러분들도 오르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포지션 경쟁은 워낙 뜨거운 경쟁이라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요!”
-“오늘 저희가 이렇게 등장한 이유는, 여러분들께서 무대에 올라가실 곡을 알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자기들끼리 박수를 몇 번 짝짝, 친 추시연과 김예인은 서로 뒤집힌 종이를 꼭 붙잡고는 합창하듯 외쳤다.
– “[타겟팅 스타> 여러분들께서 준비하실 곡은 바로바로….”
그들의 마지막 말과 함께 종이가 뒤집히자, 화면 가득 경연곡이 드러났다.
[보컬: 세레니아 – 무지카(MUSICA)랩: 슬레딕스 – 아니리
댄스: 가온 – 크루셜 보이]
세레니아 멤버들이 스크린에 등장한 이상, 그들의 곡이 하나 있는 건 예견된 상태.
그러나 내 시선을 끈 건 댄스 포지션의 지정곡, 최가온의 데뷔곡인 ‘크루셜 보이’였다.
“오… 이건… 저도 몰랐는데요!”
자신의 곡이 나와 충분히 리액션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최가온은 자기 큐시트와 스크린, 그리고 제작진을 몇 번 번갈아서 보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 봐도 확실한 NG.
“―잠깐 끊었다가 가겠습니다!”
슬레이트가 내려가고, 메인 작가가 최가온에게로 뛰어갔다.
그걸로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깨달았다.
내 머리가 술로 절여진 악성 멤버 시절이 아니니, 추론은 쉬웠다.
내가 ‘렉스’로 출연했을 때도, 지금도.
…곡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전에는 랩 포지션만, 그리고 이번에는 랩과 댄스 둘 다.
이전의 댄스 포지션 곡은 ‘크루셜 보이’가 아니라, 다른 외국 팝송이었다.
그러나 단지 그것 하나만 바뀌어서라기에는, 최가온이 이 타이밍에서 NG를 낸 건 이전에도 동일했다.
최가온은 워낙에 프로패셔널한 인물이라, 스스로의 문제로는 절대 NG를 안 내는 사람으로 유명하거든.
그런 그가 드물게 낸 NG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내가 잊을 리가 없었다.
“10분만 쉬었다가 갈게요! 연습생분들도 수분 보충하세요!”
그 짧은 쉬는 시간에에 내 시선이 저절로 다른 연습생들을 향했다.
내가 현재 가장 큰 신경을 쏟고 있는 두 사람, 로건과 류웨이에게로 말이다.
그중에서 먼저 류웨이.
“…….”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의 류웨이는 오른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고 있었다.
웃는 건지, 아니면 인상을 쓰고 있는 건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류웨이는 이미, 최가온의 ‘크루셜 보이’를 완벽하게 출 줄 안다는 점.
애로우즈로 데뷔한 후, 류웨이가 어딜 나가도 자기소개로 ‘크루셜 보이’를 췄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 류웨이의 뒷배는 AG 중국통, 신기호 이사님.
“야. 춘용아. 너도 물 마실래? 너 얼굴이 새하얀데.”
“…아, 고마워요. 제가 세레니아 선배님들 팬이라. 놀라서 그런가 봐요.”
나는 유찬 형의 친절에 자연스럽게 응하며 뒷목을 타고 흐른 식은땀을 몰래 훔쳤다.
그러곤 이제 시선을 로건 쪽으로 돌렸다.
“로건, 어디 포지션에 들어가고 싶다?”
“당연히 Vocal이죠. 세레니아의 노래는 저도 들어 봤어요!”
Of course.
잘할 수 있다고요.
저렇게 웃는 로건은 내가 장담하건대, 자기가 자신 있어하던 보컬 포지션이 아니라 랩 포지션으로 떨어질 것이다.
“로건 연습생은… 어! 보컬이 아니라 랩 포지션에 배정되었네요! 이건 정말 의외의 배정인데요…?”
“Huh? 래, 랩이요?”
이전에도 그랬으니까.
어젯밤까지 애매하게 겉돌던 퍼즐이 순식간에 맞춰진다.
하차가 예정된 로건에게서, 확실히 버즈량을 뺏어 오기 위해 포지션을 조정할 정도로.
자기 예상보다 순위가 낮은 류웨이에게 유리할 수 있도록 촬영 직전에 곡을 바꿀 정도로.
…내 예상보다도 더, 신 이사님이 노골적으로 손을 쓰고 있었다는 점.
‘그렇다는 건….’
머리가 복잡해졌다가, 깨끗해졌다가, 종국에는 딱 하나의 답을 도출한다.
설마 억측이 아닐까, 해서 감히 떠올리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로건의 하차를 유도한 AG 측의 사람이 신 이사님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예상 말이다.
그렇게 되면 로건은 하차를 하는 게 아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차‘당한’ 거지.
“…하하.”
“너 왜 갑자기 웃어? 많이 힘들어? 정신 차려, 춘용아.”
별안간 내가 터뜨린 웃음에, 몇몇 연습생들의 시선이 잠깐 내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 시선을 떼지 않고, 길게 가지고 가는 사람.
“…….”
자기 입을 가리고 스크린을 바라보던 류웨이의 무감한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분명 돌아온 이후, 류웨이와 직접적으로 부딪힌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같이 경연을 진행한 적도 없었고, 같은 방을 쓰지도 않으며, 심지어는 미션마저도 겹치질 않았으니까.
“…….”
그러나 내 착각이 아니라면, 지금 우리 둘은 함께 데뷔했던 애로우즈 시절보다도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하차시키려는 대상인 로건보다 나를 더 신경 쓰고 있다는 게 좀 의아하긴 하지만.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해.
쟤가 지금 나를 저렇게 쳐다보고 있는데, 모르고 배겨?
나는 그런 류웨이에게 씩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공식적으로는 이게 우리 둘의 첫 번째 교류.
“…하.”
내 인사를 본 류웨이는 눈썹을 잠깐 치켜올렸다가, 모른 척하며 고개를 돌렸다.
저런 태도는 애로우즈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지만 인사를 안 할 수가 있나.
이제부터 서로 본격적으로 상대방의 목적을 망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텐데, 인사 정도는 해 둬야지.
로건이 류웨이와 신 이사님 때문에 하차‘당한’ 거라면.
로건을 신경쓰는 다른 AG 측 인물이 있어 비호를 받고, 이곳에 남을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도 써 볼 만한 패가 하나쯤은 있었다.
포커로 따지자면 조커 같은 거.
“곧 다시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메이크업 확인들 해 주세요!”
“저, 작가님.”
“…응? 김춘용 연습생? 무슨 일 있어요?”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요. 저 혹시… 면담 신청 좀 해도 될까요?”
“면담이요? 저랑요?”
“아, 작가님 말고….”
내 말을 들은 이현정 작가는 두 눈을 커다랗게 떴으나, 곧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바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씀은 드려 볼게요.”
“감사합니다!”
이현정의 긍정에 나는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지금 [타겟팅 스타>의 상승세가 아주 좋은 편이니, 내 예상이 맞다면 ‘그 사람’도 내 면담 신청을 피하지는 않을 터였다.
마침 내게는 대외적으로 써먹을 좋은 핑계도 하나 있었으니까.
“씁.”
돌아오기 전에는 워낙 사이가 좋지 않았던지라, 가급적이면 이번에는 부딪치지 않으려고 사리고 있긴 했지만….
때에 따라서는 비빌 곳을 찾아서 비비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게다가 엑스와의 계약, 가족들의 안위, 애로우즈를 향한 속죄가 달려 있는 상황.
불물 가릴 때가 아니었다.
나는 아까 류웨이를 향해 흔든 손으로 주먹을 꽉 쥐어 보이고는, 이 촬영 후 면담 대상과 나눌 대화를 정리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신 이사님과 류웨이가 원하는 대로만 일이 흘러가게 두진 않을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