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5)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45화
* * *
오후 4시, ‘글로벌 연습생 버킷리스트 이뤄 주기’ 미션 경복궁 팀의 촬영도 이제 막 슬레이트가 내려간 시간.
“연습생분들, 공식 SNS에 올라갈 단체 셀카 한 장씩만 부탁드릴게요.”
“앗, 알겠습니다! 저한테 맡겨 주세용!”
성균관 유생 한복을 차려입은 지화성은 제작진의 공기계를 전해 받으며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기분이 그렇게까지 쾌활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제작진한테 화풀이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뭐.’
지금 드글드글 끓고 있는 화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었다.
지화성의 약간 짜증 섞인 시선은, 그 화가 나게끔 만든 당사자인 류웨이를 향했다.
“…….”
곁에 손재하가 뻔히 불편하게 있는 걸 알면서도, 류웨이는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 않고 자기 할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참나.
‘뭐? 한복 입고 경복궁 오는 게 한국에서의 버킷리스트?’
거짓말도 정도가 있지.
그 생각을 반증하기라도 하듯, 미션 촬영 내내 류웨이의 태도는 전혀 좋지 못했다.
“와, 저희 여기서 사진 좀 찍고 갈까요? 여기 담벼락이 진짜 유명한 포토 스팟인데!”
“난 안 찍는다.”
“엥…? 어어? 어디 가요!”
자기가 오고 싶다고 했으면서, 경복궁 내에서의 사진 촬영은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라든가.
“이거, 언제 벗을 수 있지?”
“멋있는데 왜요? 아마 촬영 끝나기 전까지는 계속 입고 있어야 할 텐데….”
“거슬려.”
제작진이 준비해 준 한복을 노골적으로 불편해한다든가.
“류웨이. 뭐해요? 뭐 재밌는 거라도 있나? 그런 거면 같이….”
“아니.”
촬영 내내 시간만 나면 휴대폰을 보는 통에 지화성이 은근히 돌려 꼽을 줬더니, 도리어 더 짜증 나는 태도를 보인다든가 말이다.
지화성도 처음부터 류웨이를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본 건 아니었다.
데뷔 확률이 높은, 글로벌 연습생이라고는 해도 AG 순혈인 연습생과 척을 질 생각은 없었단 소리다.
“근데 뭐? 같이 볼 생각 없으니 저리 가라고?”
류웨이가 자신에게 던진 싸늘한 문장을 입에 올린 지화성은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류웨이를 향한 비호감을 착실히 쌓아 올렸다.
‘재하 형이 미리 말해 준 것만 아니면, 나도 너랑 같이 미션 영상 안 찍었어!’
지화성은 미션 촬영을 위해 방을 고르기 전, 손재하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화성아. 잠깐만 이리 와 봐. 말할 거 있어.”
“응? 무슨 일인데요?”
어딘가 가볍게 질린 얼굴의 손재하는, 절묘하게 카메라가 가려지는 자판기 뒤로 지화성을 데리고 갔다.
그러곤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따가 방 들어갈 때, 무조건 문 앞에 호랑이 인형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알았지?”
“호랑이요? 아니. 그걸 왜 굳이 지정해서….”
“지화성.”
“…….”
“그냥… 형 말 들어.”
‘형이 너한테 나쁜 거 시킬 리가 없잖아.’
손재하가 지화성에게 성까지 붙여서 이름을 부르는 경우.
그건, 지화성의 연습생 생활에 있어 정말 중요하거나 진지한 순간뿐이었다.
‘그래서 호랑이 인형이 있는 방으로 갔더니, 안에 류웨이가 있었다 이 말씀이지.’
지화성의 커다란 두 눈이 가늘어졌다.
뭔가 있는 게 분명한데, 지금의 지화성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그 방 안에 있던 류웨이. 그리고 지화성에게 직접적으로 어느 방으로 들어가라 지시를 해 준 형, 손재하.
‘숙소 가서 형이랑 얘기를 좀 해 봐야겠다. 뭐가 있어도 있는 게 분명해.’
지화성은 그렇게 짧은 생각을 마치곤 여전히 데면데면하게 서 있는 두 연습생을 향해 걸어갔다.
류웨이는 아까와 같이 여전히 스마트폰 화면만 뻔히 바라보고 있었다.
‘와씨, 이런 인간을 방송에서는 무슨. 수줍어서 사람을 잘 못 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냐!’
편집의 힘은 정말 위대했다.
‘신 이사님 라인이라고 대놓고 밀어 주는 거 진짜 더럽다, 더러워.’
그에 결국 심기가 뒤틀릴 만큼 뒤틀린 지화성은 머릿속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류웨이. 또 뭐 재밌는 거 보고 있어요?”
“…….”
“아까부터 계속 똑같은 영상을 보고 있네요? 우와, 쩐다. 난 촬영 중에 그럴 생각 못할 텐데. 어떻게 그러지?”
“화성아.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지화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재하는 카메라를 정돈 중인 제작진의 눈치를 보며 주의를 줬다.
“…….”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류웨이는 지화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자기가 보던 것에 몰두할 뿐이었다.
‘아니,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진짜 개짜증 나네 이 인간!’
치미는 짜증을 달래며 제 머리를 탈탈 턴 지화성은 슬쩍 류웨이의 휴대폰을 어깨 너머로 바라봤다.
그 안에는, 지화성도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춤을 추고 있는 저화질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의외의 영상에 지화성은 저도 모르게 소리 내 말했다.
“…길거리 댄스 영상? 그런 걸 뭐하러 보는.”
그리고 그 순간.
“치워.”
류웨이는 자기 옆으로 다가온 지화성의 어깨를 퍽 소리 날 정도로 밀어내며 씨근덕거렸다.
원래도 차가운 류웨이의 얼굴은 툭 건드리면 깨질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허?”
불시에 공격 아닌 공격을 당한 지화성은 잠시 당황하고는, 자기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치워? 치우긴 뭘 치워? 날? 나를?”
“애당초 훔쳐봤으면서 뻔뻔하긴.”
“와, 진짜 성격 대박! 지금 뻔뻔한 게 누군데?”
“화성아!”
“아니, 재하 형. 형도 계속 봤잖아요. 이 사람, 카메라 올 때만 그럴듯한 척하고, 지금까지 계속―.”
“지화성. 그만해. 어차피… 다 지난 일이야.”
“…하.”
손재하에게서 또 성을 붙여 이름을 불리자, 지화성은 입을 꾹 다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쉰 손재하는 제 이마를 한 번 짚고는 지화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제작진분들이 SNS 업로드용 셀카 찍으라고 하셨지? 빨리 찍자. 우리도 얼른 복귀해야 하니까.”
“…네.”
“류웨이. 우리 빨리 찍고 가죠.”
손재하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 류웨이는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지화성은, 류웨이가 휴대폰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기 직전.
꺼지기 전 휴대폰 속 스쳐 지나가는 동영상의 제목을 확실히 눈에 담았다.
‘…아일릭? 댄스팀 이름인가?’
지화성은 숙소로 돌아가서 손재하와의 대화 후 서치해 볼 단어를 확실히 기억한 후, 류웨이의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웃어요. 알았죠? 이거는 잘 찍어야 할 거 아냐.”
“…….”
류웨이는 그 아픈 손길에 얼굴을 잠깐 찡그렸으나, 곧 방송용 잘생긴 미소를 얼굴에 금방 띄웠다.
이런 빠른 태세 전환 때문에 류웨이의 방송상 이미지가 꽤 괜찮은 것이기도 했다.
‘음침한 자식.’
그 모습에 가볍게 혀를 찬 지화성은 공기계를 높이 들어 올리며, 겉과 속이 다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럼 찍을게요! 우리 셋의 데뷔를 기원하면서. 하나, 둘―.”
‘제에발. 하늘이 도와서 넌 데뷔 못했으면 좋겠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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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첫 미션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한 다국적 룸메이트들은 각자의 이유로 들떠 있었다.
“할 말이 있다!”
특히 ‘한국 PC방 견학’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온 가오옌은 흥분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난 오늘부터 두 명의 형이 있다. 나의 가족을 제외한 의형제라고 할 수 있지. 음, 나의 의형제들이 더 나은 거 같기도 하다.”
언제나와 같이 비장한 얼굴로 헛소리를 해 댔다.
“오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누구인가요, 가오옌?”
“그 질문을 기다렸다, 료타! 한 명은 료타도 알다시피 춘용 형이다.”
“춘용 아니키는 알고 있었어요! 저에게도 아니키니까요. 그렇지만 다른 한 명은요?”
“바로… 유찬 형이다!”
크게 감격이라도 한 건지, 자기 가슴에 손을 얹은 가오옌은 심호흡을 세 번 하고는 빠르게 외쳤다.
“유찬 형은 RoR의 신이다. 나는 다이아1등급의 사람을 실제로 처음 봤다. 유찬 형은 말 그대로 하드캐리를 했다. 신계. GOAT. 나의 신. 그렇게 됐다.”
…쟤한테 한국에는 다이아 등급을 넘어서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에 챌린저도 있다고 말을 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당장 이맘때 나도 배치 고사 치면 플래티넘은 나올 텐데.
씁.
“…료타는 어땠어? 촬영이긴 해도, 하고 싶은 거 하는 날이었잖아. 좋았을 거 같은데.”
나는 살짝 난감한 얼굴로 뺨을 긁적이다가, 그 말을 하는 대신 료타의 경험을 묻는 걸로 말을 돌렸다.
굳이 신난 애 맥 빠지게 할 필요는 없지.
그래도 어? 나도 게임은 꽤 한다고.
나중에라도 알아 둬라, 가오옌.
내 질문에 료타는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아, 춘용 아니키. 저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등산을 해서 소원 자물쇠를 달고 왔어요.”
“소원 자물쇠? 아, 그거….”
“네. 우리가 데뷔하게 해 달라고 빌었어요! 그게 본 목적이었습니다. 음음. 로맨틱해요. 제가 K-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요.”
“어후, 좋았겠네.”
굳이 남산을 안 가도 소원 자물쇠 달 곳이 많단 말은 하지 말자.
하여간, 둘 다 좋아 보였으니 됐다.
워낙에 어디로 튈지 예상이 안 되는 애들이라서, 야외 촬영은 무사했는지 확인했을 뿐.
물가에 내놓은 룸메이트들이 무사했다면야, 촬영 내용에 대한 건 내가 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나는 당장 당면한 다른 문제를 신경 써야지.
“크흡.”
“춘용 아니키, 어디 아픈가요? 뭔가 죽어 가는 소리가 들렸는데요.”
“아냐, 인마. 멀쩡히 살아 있어.”
나는 K-드라마 남자 주인공에 빙의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료타를 빠르게 안심시키고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물론 죽을 거 같긴 했다.
내 앞가림만 해도 숨 가쁜 와중에, 새로운 멤버가 될 대형견 데뷔까지 간섭해야 한다니.
뿅!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고, 상담할 수 있는 녀석은 안타깝게도 한 놈뿐이었다.
– X: 아 진심 개대박
– X: 가출? 가출 청소년?? 영국 엘리트 집안 도련님이 부모님 뜻대로 대학 가기 싫어서 한국 와서 아이돌을 지마아아앙??
– X: 야 소설도 이렇게 ㅋㅋ 쓰면 ㅋㅋ 욕먹어;;;
“나도 알아, 인마….”
“아무리 생각해도 춘용 형이 아픈 것 같다. 혼잣말까지 하기 시작한다. 역시, 어쩐지 자꾸 화장실에 가서 토하는 것 같더라니. 치료가 시급하다.”
“가오옌, 나 아픈 거 아니라고! 그냥 화장실 가고 싶어서 갔던 거라고!”
“헙. 들릴 줄 몰랐다. 춘용 형 치료 계획은 은밀히 진행한다, 료타.”
“아직도 들려, 이 자식아.”
가오옌의 헛소리를 단칼에 잘라 낸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엑스와의 채팅에 집중했다.
– X: 이제 어떡할 건데? 지금이라도 다른 녀석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님??
– X: 뭐 걔가 노래하고 작곡하는 거 쩔긴 하지만;; 니가 가출 청소년 안전 귀가를 뭔 자격으로 막아??
엑스의 말이 맞았다.
내가 건방진 영국인 가출 청소년의 안전 귀가를 막을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없는 것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무언가 쌓아 온 경력이라고는 악성 멤버로서의 명성뿐인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내 처지를 놀리기라도 하듯, 엑스의 채팅은 쉬지 않고 쏟아졌다.
– X: 야야 차라리 지금이라도 다른 연습생으로 눈길 돌리는 걸 추천한다 나는
– X: 내가 아무리 너를 도와주는 ♡요정♡ 비슷한 거라지만 가출 청소년 귀가는 못 막아 ㅜㅜ
– X: 뭐 니가 아까 돌발 미션 보상으로 받은 [아니 근데 들어보세요 (D)] 스킬로 설득할 방법은 없겠냐 그랬지만
– X: 지금 스킬 수준이 너무 낮지? 아마 그 정도 되려면 EX는 되어야 할 듯 ㅠㅠ
– X: 아니면 상대 호감도가 좀 높거나? 근데 네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을 생각하면 글쎄 푸하핰ㅋㅋ
“아휴….”
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채팅창을 그냥 꺼 버리며, 두 눈을 꾹 감고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반드시 같이 데뷔해야겠다는 확신을 얻은 이후에 이런 큰 산을 마주하다니.
이번에 내가 속죄할 애로우즈에는, 작사 작곡은 물론. 스타성 넘치는 로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로건 본인도, 가능하다면 한국에 남아 [타겟팅 스타>를 완주 후 데뷔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로건의 한국행이 가출이라는 걸 안 AG 측에서는, 이로 인해 일어날 불상사를 막기 위해 로건을 귀국시키고 싶어한다.
“잠깐.”
…대체 어떻게 알고?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무언가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불을 발로 뻥 찼다.
“맙소사, 춘용 형이 대단히 부끄러운 과거를 떠올린듯하다!”
“아니랬다, 인마!”
나는 가오옌의 얼굴에 냅다 베개를 집어던지고는 당혹감에 입을 벙긋거렸다.
그래.
“Um, 저희 부모님은 해외를 도시느라 바쁘셔서요. 저는 할머니랑 단둘이 지냈어요. 제가 한국에 올 수 있게 도와주신 것도 할머니고요.”
로건의 부모님은 일 년 중 새해에나 볼 정도로 바쁘게 해외를 돈다고 그랬다. 때문에, 로건의 학교 관련 연락은 할머니가 대부분 받으시고.
그럼 로건의 할머니가 입을 닫고 계시는 지금, 로건의 가출은 지금 완전 범죄라는 소리인데.
대체 어떻게 안 거지?
게다가, 로건 정도의 포텐이라면 그냥 돌려보내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붙잡을 방법을 찾는 게 보통일 텐데.
안개 속에 가려진 단 하나의 사실이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그 순간.
“Oh, 저희 언제 다시 촬영하러 가야 하나요? So busy, God.”
방금 막 샤워를 하고 나와 머리카락에서 물기를 뚝뚝 떨어뜨리는 로건이 생각을 뚝 끊어냈고, 손 끝에 잡히려던 생각은 훅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러게 말이다, 인마!”
“Opps, 아, 아파요, 춘용 형!”
“엄살은.”
나는 호들갑을 떠는 로건의 등을 한 번 더 철썩 치고는 입맛을 다셨다.
어쨌든,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벌써 세 번째 경연이.
로건의 하차 직전 공연이 훌쩍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