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9)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49화
절찬리에 [타겟팅 스타>를 편집 중인 뮤직데이즈 본사 영상 편집실.
“잘하고 있어요?”
“아, 작가님!”
“고생하는 거 같길래… 더 고생하라고 뭐 좀 사 왔어요.”
“그래도 사 와 주셨으니 감사하다고 해야죠….”
이현정은 산더미처럼 사 온 에너지 드링크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지금 어디 파트 건드리고 있어요?”
“아, 지금 클립 따고 있는데요. 복도랑 휴게실 중에서 잘라서 쓸 거 있나 보고 있어요. 근데 복도는 오디오 씹힌 게 워낙 많아서 좀 애매하네요.”
“흠, 그럼 휴게실을 좀 많이 넣어야겠네요. 숙소 방은 좀 어때요?”
“아, 괜찮은 거 몇 개 좀 건지긴 했는데요… 일단 휴게실 좀 보시겠어요? 밤에 몰래 얘기 나눈 연습생들이 좀 있더라고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것은 연습생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들끼리의 케미.
주철영의 세뇌에 가까운 말들을 머리에 새긴 편집자들 역시 그 위주로 방송을 만들어 가고 있던 참이었다.
[타겟팅 스타> 위튜브 공식 채널에 예고편의 일환으로 올라가는 클립 역시 그 일환 중 하나였다. [4화 예고! 형제즈의 졸림 가득한 새벽 대화 모음] [료타&츠바사 “그러니까 그게 일본어로 뭐였지?”] [[타겟팅 스타> 대표 명창 콤비 목관리 루틴 대공개]“다 괜찮긴 한데, 어…?”
잘린 화면을 몇 개 넘기며 체크하던 이현정은, 곧이어 등장한 두 사람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김춘용 연습생이랑 로건?”
“아, 네. 그저께 찍혔어요. 제대로는 안 들어 봤지만, 서로 조언해 주는 거 같길래 ‘룸메즈’ 같은 걸로 넣으면 어떨까 해서.”
“―오디오 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체크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어… 물론이죠.”
이현정은 긴장으로 뻣뻣해진 손바닥을 문지르며 입술을 씹었다.
도재찬이 은밀하게 연습생 숙소를 찾은 날,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만난 연습생에는 김춘용뿐만 아니라 로건 역시 있었다.
‘…현재 사건의 당사자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도재찬과 대화를 나눈 두 요주의 연습생이 밤에 은밀히 나눈 대화라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내가 김춘용 연습생한테 카메라에 보이는 선에서 해결 하라고는 했지만, 이런 중요한 얘기를 카메라에 잡히게 하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이현정의 지대한 긴장과 함께 낀 헤드셋 속 로건과 김춘용이 나누는 대화는 단출했다.
먼저 들려오는 건 로건의 목소리.
–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요. You know what I’m saying. 그러니까… 네.”
화면 속 로건의 얼굴은 그답지 않게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순한 리트리버에게서 장난감을 강제로 뺏었을 때 느끼는 죄책감이 들 정도로 말이다.
김춘용도 별반 다르진 않았는지, 가볍게 혀를 차고는 뺨을 긁적거렸다.
– “음… 글쎄. 나도 함부로 얘기하긴 좀….”
– “그래도, 이걸 얘기할 사람이 춘용 형밖에 없어요. As you know, 형밖에 모르니까요.”
로건의 목소리는 절박한 구석이 있었다. 이현정이 주 피디에게 건너 들어 아는 그의 현 상태라면, 충분히 그럴 법도 했다.
‘도재찬 사장이 개인적으로 [타겟팅 스타> 이후 전속 계약을 제시했는데, 로건이 한국에서는 미성년이라 자기가 계약을 체결할 수가 없다고 그랬지.’
게다가 지금 신 이사의 압박을 들어 주는 척하기 위해 주철영이 의도적으로 랩 포지션의 곡을 바꾸고, 로건을 거기에 배치까지 해 버렸으니.
저 어린 리버풀 보이가 모르긴 몰라도 진퇴양난의 상태이긴 할 테다.
“로건 연습생.”
“Yes, 아니. 네, 네!”
“스스로도 알겠지만… 이건 아니에요. 알죠.”
“…네.”
“가사를 새로 쓴다거나, 노래를 만들라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이미 있는 곡을 연습하는 건 성의의 문제인데.”
“…….”
“정신 차립시다. 앞으로 무대가 몇 개나 남았는지 떠올리면서요.”
‘당장 그저께 있었던 중간 평가에서 엄청난 혹평을 듣기까지 했으니, 마음이 영 안 좋겠네. 아휴, 어린 애가….’
화면 속 김춘용은 대답없이 잠시간 침묵하더니, 휴게실의 자판기에서 이온 음료를 하나 뽑아 로건에게 건넸다.
– “…어쨌든 포지션 경쟁에 로건 네가 나가는 건 바뀌지 않는 거잖아. 아냐?”
– “Yes. 그건 맞죠.”
그리고 김춘용은 로건에게 대답 전, 카메라를 한 번 흘깃 쳐다봤다.
‘뭐, 뭐야? 지금 나를 보는, 아니지. 카메라를 보잖아?’
그런 태도는 마치 ‘작가님, 잘 보고 계시죠?’하고 말을 거는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렇게 약 3초를 바라봤을까.
다시 로건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김춘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로건. 들어 봐. …만약, 이게 네 마지막 무대야.”
– “…….”
– “근데 네가 다른 생각을 하다가 제대로 못하고 다시 리버풀로 돌아갔어. 어떨 거 같아?”
– “What…? 모, 모르겠어요.”
– “좀 다르게 말해 볼게. 네가 뭐, 악마랑 계약 같은 걸 해서, 잔뜩 후회하던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오게 됐어. 그럼 과거를 바꿔서 미래에 후회가 없도록 하겠지?”
– “춘용 형. 무슨, 무슨 말이에요? 한국어 몰라요. 더 쉽게.”
– “야 인마. 그러니까 내 말은….”
당장은, 지금 할 수 있는 거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
김춘용이 로건에게 헤드락을 거는 장면까지 본 이현정은, 헤드셋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둘, 서로 알 거 다 알고 돌려서 얘기해 주고 있네.’
그냥 봐서는 랩 포지션에서 헤매는 로건을 챙겨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명백히 김춘용 연습생이 로건의 하차 관련 고민을 상담해 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현정은 고민에 빠졌다.
이걸 과연 클립으로 내보내도 될 것인가?
주철영 피디도, 신기호 이사도, 도재찬 사장도 보지 못한 영상.
지금 이 대화 내용을 알고 있는 건 그녀뿐이었다.
서로의 목적에 따라 삼파전에 가깝게 대립하고 있는 [타겟팅 스타>의 현 상황에, 이현정도 이제는 제대로 갈피를 잡아야 했다.
이 영상이 나갔을 때 누가 좋아할 것이며, 누가 싫어하고, 어떤 사람이 피해를 볼 것인가.
‘주 피디님은… 아냐. 신 이사라면 분명히 연습생들을 걸고넘어질 거야. 그렇지만 도재찬 사장은? 아, 미치겠네!’
혼란 속에 손톱을 몇 번 물어뜯은 이현정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편집팀 사람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혹시… 이거 말고 다른 클립 따 둔 것도 몇 개 더 있나요?”
“아, 이 둘이 나오는 걸로요?”
“둘 중 한 명이라도 괜찮아요.”
“어… 음. 아 맞아! 연습실 영상이 있는데요. 이것도 클립 후보 중 하나였어요.”
달칵.
편집팀 사람이 다음으로 재생한 영상에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이현정은 천천히 입을 벌렸다.
“…이걸로 내보내죠.”
“아, 그럴까요? 근데 둘이 약간 분위기가 묘해서… 오히려 아까 그 조언해 주는 영상이 낫지 않을까 싶고.”
“아뇨, 이게 더 좋을 거 같아요.”
“어어… 알겠습니다.”
“부탁 좀 할게요. 수고해요.”
편집자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응원의 말을 남긴 이현정은 조심스럽게 편집실 바깥으로 몸을 옮겼다.
뮤직데이즈 본사 복도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위해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른들 알력 싸움에, 어린애들을 꼭 엮일 필요는 없으니까….’
오늘 그녀가 순간적으로 내린 판단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건, 이로 인해 또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변할 건 분명했다.
* * *
자극에 목말라 있던 아이돌 팬덤이 [타겟팅 스타>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공식 위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4화 예고를 빙자한 연습생들의 케미 영상은 적지 않은 반응을 모았다.
[불났어요불 @fireworksday(링크)
아니 순혈즈 새벽 대화 ㅋㅋㅋㅋ 다 졸려서 웅냥냥거리는 소리로만 들림 ㅠ 이 아기동물들 대체 어쩔 거임??] [⎿영상에서 순혈즈 말고 ‘형제즈’라고 콕 찝어놨는데도 굳이 순혈즈 워딩 쓰는 화성맘 수준 ㅋㅋㅋㅋ 계급주의에 눈이 돌아버리셨죠 ㅠ] [붕방찬찬 @UUchan__ALL
명창즈라고 엮긴 했는데 SB씨가 그 정도야…? 솔직히 차니가 너무 압도적이라서 좀 ㅋㅋㅋㅋ] [⎿ㅇㅇ @DWDFROP9999
응 느그 유찬 거지 출신인 거나 신경 쓰셈] [AG물산회사 @HARDWARE_store
(영상)
#재하가 불러 주는 자장가 #들어 보세요♡] [아니 츠바사랑 료타 일본인 아님? 근데 갑자기 ‘일본어 생각 안 나요’ ㄹㅈㄷ] [⎿근데 한국어로도 못 함… 글로벌 연습생 0개 국어 사람 살려 ㅆㅂ]
각자 자기 연습생, 남의 연습생의 영상을 언급하며 관심을 높여 가는 가운데.
특히나 시선을 끄는 이들 역시 존재했다.
[[춘용&류웨이> 우리의 새벽 연습은 당신의 낮 월루 보다 뜨겁다!]바로, 김춘용과 류웨이의 밤샘 연습이었다.
– “어… 류웨이.”
– “…….”
– “음, 연습 같이 할래?”
– “…그러든가.”
긴 대화 없이 둘이 함께 미친 듯이 최가온의 ‘크루셜 보이’를 추는 영상은 메타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니 류웨이랑 김춘용 조합 뭐임? 개의외인데?] [얘네는 조합명을 뭘로 짓냐… 댄서즈?] [⎿조합명이 없으면 죽냐? 그냥 김춘용&류웨이라고 해 ;] [⎿⎿응 다음 아이돌 산업 이해할 생각 없는 루저ㅅㄲ]일단 지금 김춘용은 ‘어떻게 아이돌 연습생 이름이 김춘용’ 이라는 밈과 예상하지 못한 춤 실력, 그리고 날티나는 외모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에 반해 류웨이는 냉미남의 기상, 중국 멤버를 향한 네티즌의 호감, 그리고 기대하던 대로의 실력으로 정석적인 인기를 끄는 상황.
그렇게 정반대의, 같은 포지션의 두 연습생이 새벽 내내 잠도 자지 않고 함께 연습을 하다니.
[3차 경연 같은 팀인가 봄… 둘이 서로의 춤 실력을 존X 겨루네 ㅁㅊ] [아니 근데 곡이 크루셜 보이잖아 ; 중간에 추고 있는데 최가온 난입하는 거 아님?] [⎿오히려 좋아]물론 네티즌이 신이 나서 추측을 하는 것과, 실상은 좀 달랐지만 말이다.
* * *
‘역시 로건이랑 휴게실에서 대화한 건 클립으로 안 나오네.’
아이돌 통조림 시설에서의 밤.
김춘용은 서치를 마치고 머리 위로 뒤집어쓴 이불을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철영 피디든, 메인 작가든. 둘 중 한 명이라도 그 영상을 보면 안 내보낼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기분이 묘한 것도 사실이야.’
로건과의 대화를 지하 계단에서 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휴게실에서 한 이유.
그건 김춘용이 카메라 너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나와 로건은 이미 도재찬 사장과 [타겟팅 스타>의 내부 상황에 대한 말들을 나눴고, 당신들이 그거에 신경 쓰는 걸 알고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 행보를 더 신경 써라. 로건의 가정사가 드러나지 않게끔… 하고 말이지.’
김춘용이 악성 멤버 렉쓰레기로 명성을 떨칠 당시, 그의 악성 멤버적 행보를 광고하기 위해 주철영이 내놓은 연예계 뉴스 프로그램에서 가족들이 언급된 적이 있었다.
[렉스의 기행은 정말 가족의 상실로부터 비롯된 걸까?!]지금이야 어째선진 몰라도 주철영이 김춘용을 자기 픽으로 뽑은 듯했으나, 그때의 그 증오가 쉽게 옅어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로건을 애로우즈의 멤버로 만들고 싶은 거지, 걔 사정을 세상만사에 공개하고 싶은 게 아니니까.’
정신없는 연습으로 흐려졌던 과거 생각이 불쑥 떠오르자, 김춘용은 송곳니로 입 안 살을 꾸욱 깨물며 몸을 옆으로 돌렸다.
뿅!
– X: 오우 좀 감성적인데 ㄷㄷ
– X: 그렇다고 류웨이랑 그렇게 춤추면서 화풀이할 필요가 있었남? ㅠㅠ
– X: 걔 얼굴 표정은 안 변해도 빡친 게 내 눈에 보일 지경이었음….
엑스의 말대로, 로건과의 대화를 마친 김춘용이 류웨이와 밤을 새서 연습한 것은 거의 화풀이에 가까웠다.
너 하나와 신 이사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얽혀든 거냐고.
왜 너는 굳이 애로우즈를 발판으로 삼아서, 내가 새로운 멤버를 구하려고 애쓰게 만드냐고.
왜 내 속죄를 더 힘들게 만들려는 거냐고.
“…어휴.”
그런 자신의 태도가 악성 멤버 시절로부터 습관된 남탓 하기에서 비롯됐다는 걸 안 김춘용은, 미간을 팍 찌푸리며 짧게 답장을 보냈다.
– 김춘용: 어 쩌 라 고 ㅡㅡ
– 김춘용: 네가 나를 지금으로 다시 돌려보내지만 않았어도 안 그랬어
– X: 오 지금 내 탓을 하시겠다? 오오… 오오오…
– X: 악성멤 짬 나오시네 ㅋㅋㅋㅋㅋㅋㅋ
– X: 하여튼
– X: 빨리 자셈 ㅋㅋㅋㅋ 너 무섭게 생겨서 화장이라도 해야 좀 착해 보이자나 ㅠ
– X: 늦게 자면 화장 안 먹혀서 내일 공연에 지장 생겨용~~
김춘용은 엑스의 놀림과 걱정을 보고는 휴대폰을 베개 아래로 쑥 집어넣었다.
그 말대로였다.
많은 것을 바꿔 놓을 포지션 경쟁의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