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3)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73화
* * *
류웨이의 약혼녀, 가오슈민.
나이는 나랑 류웨이와 같은 20세. 지금은 베이징 소재의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중.
요즘 최대 관심사는 중국 내에서 우회해서 시청 중인 한국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타겟팅 스타>.
거기에 출연 중인 류웨이와는 6살 때부터 아는 사이이고, 약혼을 했으며, 집안끼리 엮이기 전부터도 자기가 류웨이를 좋아해 왔다, 라.
“허….”
이 모든 건 내가 굳이 꼬치꼬치 캐물어서 알아낸 정보가 아니었다.
한 번 말문이 트인 가오슈민이, 미친 듯이 보내온 DM 속 이야기를 요약 정리한 거지.
[高秀敏: 뭐 이 모든 게 아직은 비밀이지만요] [高秀敏: 저와 류류가 결혼하면 결국에는 다 알려질 사실이니까] [高秀敏: 유명인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앞으로 저는 많은 협찬을 받을 예정이니까요] [高秀敏: 저를 일찍이 알아본 협찬사들은 대단합니다 :-D] [高秀敏: 요즘 DM이 좀 많이 오는 거 같더니 (웃음) (웃음)]그녀의 DM은, 하루가 지난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답장을 안 해도 그냥 막 보내더라니까, 글쎄.
“김, 춘용 연습생… 계속, 알림이… 오네요.”
“아, 아하하! 네. 동생이 계속 뭐, 연락을 보내 오네요.”
“…제 크루, 에 들어오면… 연애는, 자유인데….”
“…그런 게 정말로 아니라서요! 그런 말씀 마세요, 다솔 님!”
종일 아웃그램 DM 알림이 삑삑 울려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뒤늦게라도 아웃그램 알림을 껐으니 망정이지, 계속 켜 두면 엑스와 함께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 이등공신이 될 뻔했다.
가오옌과 같이 비상계단으로 몸을 피신한 지금도 그 당혹감이 다 가시질 않았다.
나도 클럽에서 술잔을 돌리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만나 봤다고 자부하는데.
“진짜, 말 너무 많아….”
이런 사람은 또 처음이란 말이지.
내 작은 탄식에 가오옌은 팔짱을 척, 끼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춘용 형, 아직 멀었군.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가오옌의 첫째 누나.”
“…누나 분들도 있었어?”
“그럼. 가오옌은 5남매 중 막내다. 가오옌의 첫째 누나 역시 처음에는 말하기를 꺼려 하지만, 살짝만 찌르면 장마철에 열린 댐 수문처럼 줄줄 읊는다. 그 방법으로 가오옌이 누나의 수많은 간식을 훔쳐먹었지. 암.”
“그, 그래?”
“그렇다. 가오옌의 분석으로,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이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는 거다. 그래서 은근히 티를 내는 거지. 류웨이의 과거 사진을 올리면서 따로 태그를 달지 않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당시 기억이 생생한 듯, 쩝 하고 입맛을 다신 가오옌은 손가락을 한 번 튕기고는 자기 휴대폰을 흔들었다.
“하여간, 춘용 형이 말한 대로 일단 모두 다 캡처했다.”
“…어, 고생했어. 나도 좀 캡처하긴 했는데… 워낙 보내는 양이 많아서 말이지. 혼자서는 안 되겠더라.”
“그럼 이제 이걸 기자한테 넘기는 거다? 가오옌, 아직 아는 한국 기자는 없는데! 역시 첫 포문을 연다면 엔터 게이트겠지.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이 또한 슈퍼스타의 길.”
가오옌의 입에서 익히 들은 연예 타블로이드 회사의 이름이 나오자, 절로 쓴웃음이 흘렀다.
엔터 게이트(Ent-Gate).
[슬레딕스 주영, 여자아이돌 그룹 릴리제이의 빌리와 달콤한 데이트…. “반지도 사 줬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니었어? 테오의 은밀한 부동산 투기 일대기] [[Exclusive> ‘안재호의 샴푸 회사는 사실 돈세탁용 페이퍼 회사였다’ 녹취록 단독 입수]연예계 이슈는 모두 우리를 통해 흘러나온다고 자부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황색 언론사.
‘렉쓰레기’라는 화려한 별명도 거기서 처음으로 지어 줬으니, 다른 설명은 더 할 필요도 없었다.
확실히, 엔터 게이트에 이 사실을 알린다면 앞서 나온 나의 루머들보다도 더 화끈하게 대서특필해 줄 테지.
인상부터 이미 ‘아 쟤 뭐 있을 거 같다’ 싶게 날카로운 나와 달리, 류웨이는 단정하고도 차가운 도시 미남 이미지니까.
거의 확실하게 데뷔권을 바라보고 있는 그런 외모의 연습생에게 약혼녀라, 화제가 안 될 수가 없고.
그렇지만….
“아니, 타블로이드지에는 이걸 안 넘길 거야. 그렇게 되면 가오옌, 너랑 나를 너무 쉽게 특정하게 돼.”
“맙소사, 춘용 형! 류웨이가 먼저 선빵을 쳤는데 아직도 그 소린가!”
“서, 선빵….”
가오옌의 한국어 실력이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한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대체 어디서 저런 걸 자꾸 배워 오는 건지.
뭐, 물어봤자 또 ‘내 한국말은 내가 알려 준다’고 하겠지. 뻔해.
“…거기에 안 넘기는 이유에 다른 게 있어서는 아니야.”
나는 애써 가오옌의 말을 흘려넘기며 가오옌에게 내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
“류웨이랑 다르게, 나는 직접 할 거거든.”
“…직접?”
“이걸 제일 잘 퍼뜨릴 수 있는 건 아마… 나 말고 없을 거야.”
내가 특히나 자부심을 보이자, 가오옌의 얼굴이 요상하게 변했다.
‘계속 노래하고 춤추는 것만 연습생이 어떻게 한국 최고의 타블로이드지보다도 더 잘 퍼뜨린다는 거지. 춘용 형은 제정신이 아니다.’ 같은 얼굴.
“춘용 형, 지금 약간…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이따가 연습 끝나고 다시 한번 설득을 해 보겠다. 암, 가오옌의 역할이 그거지.”
아, 또 얘가 말한 거구나.
살짝 머쓱해진 나는 가볍게 뺨을 긁으며 딴청을 피웠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렇지만, 역시 이걸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시간대에는 아무도 없다.
“어쨌든… 뭐.”
나는 가오옌과 천천히 비상계단을 벗어나며 더운 공기가 훅 끼쳐 오는 1층 로비에서 두 눈을 크게 끔뻑였다.
류웨이를 끌어내릴 메인 루트가 탄탄대로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거기에 도움을 줄, 리밍쉔과의 관계도 꽤 괜찮게 진척이 되고 있었다.
* * *
4차 경연이 끝난 직후에는 생방송과 문자 투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습생 통조림 시설에 감도는 긴장감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
“앗, 미,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래. 알겠어.”
사소한 실수에도 연습생들은 쉽게 예민해졌고, 더 쉽게 위축되곤 했다.
지금 이 생활이 끝나면, 연습생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이 반절을 넘어서일까.
생글생글 잘 웃고 다니던 연습생의 얼굴에는 옅은 수심이 드리워졌고, 애써서 분위기를 다시 띄우더라도 가라앉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리밍쉔은….
“원 에잇, 투 에잇, 따, 따… 네. 네. 좋… 아요.”
“감, 사합니다.”
중심을 잘 잡고 있는 편이었고.
애초에 리밍쉔은 [타겟팅 스타>에 데뷔를 염두에 두고 출연한 게 아니었고, 오히려 끝나고 돌아간다면 중국에서 제대로 그룹을 준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10분 쉬었다가, 다시… 하죠.”
“가, 감사합니다!”
댄스 멘토인 진다솔이 연습실 밖으로 나가고, 리밍쉔은 거울 앞에 몸을 천천히 기대며 숨을 골랐다.
‘그로기(Groggy)’는 무대를 워낙 넓게 쓰는 안무가 많았기 때문에, 김춘용과 함께 대형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리밍쉔은 체력 소모가 큰 편이었다.
다른 그 어떤 무대를 올랐을 때보다도 말이다.
“쉬고 있어. 내가 음료수 좀 사 올게. 아, 이온 음료 괜찮지?”
“아, 네. 감사해요, 춘용 형….”
“감사합니다, 형!”
“뭘. 금방 다녀올게. 자판기 여기 바로 앞에 있더라.”
그러나 그와 같이 온 힘을 쏟은 김춘용은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연습실 밖을 나섰다.
“앞으로 이런 건 내가 사 올게. 그래도 내가 제일 형이잖아? 하하, 이럴 때 형인 척 안 해 보면 또 언제 해 보겠냐?”
“나도 어쨌든, 춘용 너랑 동갑인데….”
“뭐… 리밍쉔, 너는 한국에서 받는 서비스라고 생각해.”
단지, 같은 팀원들의 사기를 제대로 충전시켜 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말이다.
‘자판기가 바로 앞에 있기는, 한 층은 더 내려가야 하는데.’
리밍쉔은 머리를 불쑥 치고 들어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춘용, 쟤는 정말….’
“좀… 신기, 하죠. 춘용 형.”
“…어?”
리밍쉔은 어느새 자기 옆에서 우물쭈물 말을 고르고 있는 연습생을 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낯 가리기로 유명한 장시우가, 먼저 말을 건다고?
‘굳이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입을 안 여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류웨이 같이.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제 친구의 이름에, 리밍쉔은 입 안 살을 꾹 깨물었다.
자신이 류웨이를 먼저 밀어낸 그날 이후로, 류웨이와 직접적인 대화는 없었다.
그렇지만, 둘의 관계가 관계이니. 계속 떠오르는 것도 당연지사.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지.’
리밍쉔이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용기를 내서 입을 연 장시우는 조심조심 리밍쉔을 향해서 스몰토크를 시도하는 중이었다.
“음, 춘용… 형이. 이렇게, 분위기 풀어 주는 걸 잘하시더라고요.”
“…그래? 나는 처음 같이 팀이 되어 본 거라, 잘 몰랐어. 미니 게임에서는 몇 번 마주쳐 봤지만… 연습이랑은 또 다르니까.”
“네. 저는 이게 두 번째인데… 형이 정말, 잘 챙겨 주세요.”
장시우는 고양이마냥 눈동자만 도르륵 굴려 리밍쉔을 한 번 보고는,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다.
“제가, 전에 민폐를 정말 많이 끼쳤어서… 이번에는, 잘해 보고 싶어요.”
가만히 도움받는 거 말고요.
그런 장시우의 말에, 곁에 있던 안진우도 자연스럽게 거들었다.
“나도 그래. 그냥 다 떠나서, 춘용이 형… 엄청 잘하지 않아? 안무도 빨리 따고, 보컬도 괜찮고. 댄스 주력인데 진짜, 대단해.”
원래 김춘용을 대신해서 8위를 달리고 있던 게 바로 안진우였다.
AG 순혈, 탄탄한 기본기, 잘생긴 얼굴. 그러나 아직은 많이 부족한 연습생 연차.
만일 [타겟팅 스타>로 데뷔를 할 수 있다면 좋고, 아니면 AG 지하에서 좀 더 연습을 하고.
리밍쉔과 비슷한 입장에서 서바이벌에 임하고 있는 안진우는, 어쩌면 그보다 더 순수한 마음으로 김춘용에게 감탄할 수가 있었다.
“배울 점이 진짜 많은 거 같아. 알려 주기도 쉽게 알려 주고….”
“그렇죠. 진우 형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나도 이번이 처음으로 같이 연습하는 거긴 한데, 아. 좀 더 자주 했으면 좋았을 거 같아.”
두 AG 한국 연습생의 말을 듣던 리밍쉔은 입을 꾹 다물며 이마를 살짝 짚었다.
둘의 말에는 틀린 게 없었다.
이번에 ‘그로기(Groggy)’팀원이 되어서 함께 연습하고, 그 어떤 때보다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쩌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방송을 넘어서도 말이다.
리밍쉔의 욕심은 어느새 구체화가 끝난 상태였다.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언제 이렇게 좋은 팀으로 또 무대를 해 볼 수 있을지 몰라.’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류웨이도, 집안도 모두 잊고 한 번만 좋은 무대를 꾸려 보고 싶다고.
“나 왔어. 별로 안 늦었지? 바빠서 음료수는 그냥 하나로 통일했어!”
“저는 좋아요. 춘용 형, 혹시 그….”
“아, 맞다. 시우 약과 먹을래? 주머니에 있더라.”
“…감사합니다아.”
저기, 무서울 만큼 날카롭게 생겼으면서 선량한 한국 연습생과 함께.
그러나.
그런 리밍쉔의 남 모를 바람을 어떻게 알기라도 한 걸까?
“…좋네요. 음, 리밍쉔 연습생. 2절에서 음 플랫 되는 건 좀 신경 씁시다. 장시우 연습생도요. 안진우 연습생은 가사 숙지!”
“네, 네!”
“김춘용 연습생은… 고음 올릴 때 가성을 좀 더 얇게 뽑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원래도 목소리가 좀 허스키해서. 확실하게 톤 차이를 줘야 하니까.”
“넵! 감사합니다, 멘토님.”
“뭐. 오늘 본 팀 중에서 완성도는 제일 높아요. 무대 기대할게요.”
민시영의 보컬 멘토링 후, 살짝 상기된 마음을 끌어안고 숙소로 향하는 리밍쉔의 덜미를 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다려.”
평소 같으면, 절대 꺼내지 않았을 한국말을 굳이 입에 올리는….
“…류웨이.”
리밍쉔은 얕게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끔뻑였다.
어쨌든 리밍쉔과 류웨이의 관계는 지금 [타겟팅 스타>에 출연하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복잡하고 기이했다.
오래 전부터 집안이 붙여 준 소꿉친구, 그러나 솔직한 이야기는 절대 못 하는 사이.
한 명이 빛나면, 한 명은 배경이 되어야 하는 동전의 양면.
리밍쉔의 어깨를 턱, 잡은 류웨이는 낮은 목소리로 씨근덕거렸다.
“이번에는, 제대로 따라 와.”
네가 지금 상황 파악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
그 말을 듣는 순간, 리밍쉔의 두 눈도 묘하게 가라앉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결론적으로 류웨이와 리밍쉔을 정의하고 있는 단어는 친구였다.
상대방을 윽박지르고, 굽혀주고, 은근히 눈치를 보고, 때에 따라서는 하고 싶은 말도 못 했지만, 어쨌든.
그러나, 친구가 갈라서게 되면 남보다도 못 하게 된다고 했던가?
중국에 그런 속담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그래. 일단 얘기 좀 하자.”
정말 남보다도 못 하게 되는지는, 이제부터 확인해 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