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72화
* * *
그렇게, 류웨이와 리밍쉔이 부딪치던 시각.
“오….”
개인 인터뷰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김춘용은 슬그머니 휴게실 자판기 뒤쪽에 자기 몸을 숨겼다.
‘류웨이가 저렇게 대놓고 씨근덕거릴 줄은 몰랐는데.’
물론, ‘앞으로 둘의 사이는 더 안 좋아질 거다’라고 생각하긴 했다.
현재 김춘용이 가진 부분들이 리밍쉔에게 조금씩 영향을 줬으니까.
“김, 춘용 연습생… 이랑. 리밍쉔 연습생… 이 계속 중심, 잡고 가는 걸로… 하죠. 좋네요.”
“…네? 그러니까, 저희가 댄스 브레이크를 한다고요?”
“예. 둘이 합, 괜… 찮으니까.”
“하하, 리밍쉔. 본 무대 때도 잘 부탁해.”
“어, 어. 그래. 고… 마워, 춘용.”
앞서서 김춘용이 엑스에게 받은 스킬, [울지 말고 씩씩하게 (D)]로 덕분에 좀 더 자신감 넘치게 된 리밍쉔의 태도라든가.
“아, 2절 브릿지 부분에 손 모양 있잖아. 그거 우리 둘이 맞춰 볼까?”
“어떤 식으로? 생각해 본 건 있어?”
“응. 봐 봐, 시우가 ‘저 희미한 탈출구’ 부분을 부를 때, 이렇, 게. 뭔지 알겠어?”
“어, 그거 좀… 괜찮네.”
혹은, 곁에서 함께 연습하며 닮게 된 춤선 같은 부분들 말이다.
정연우의 조언을 듣고, 김춘용이 생각한 바는 그랬다.
‘일단은 내가 류웨이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걸 보여 줘야 해.’
처음에 제대로 끼웠어야 할 단추를 너무 막무가내로 낀 경향이 있었으니, 조금 늦었더라도 제대로 대화하기 위한 관계부터 쌓아 보자고.
그래서 요 며칠.
일부러 더 리밍쉔에게 잘해 주고, 친근하게 다가가긴 했는데….
“지금은 류웨이, 너랑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你。(…너).”
“먼저 갈게. 인터뷰… 잘하고.”
그런 작은 부분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은 몰랐지.
“그 나이대 남학생들 자존심은 사람을 어디로 튀게 만들지 모르니까요. 어제는 도움을 받기 싫었는데, 오늘은 도움받고 싶을 수도 있죠.”
“…….”
“‘그쪽은 우리 나이대도 아니면서’ 같은 눈으로 보지 말고요, 하하.”
‘아, 또 연우 형 생각. 젠장. 집중하자.’
그렇게 리밍쉔이 먼저 떠나가고,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는 류웨이의 뒷모습을 김춘용이 바라보길 잠시.
김춘용이 몸을 숨기고 있던 휴게실 자판기 쪽으로, 류웨이가 거침없이 걸어 들어왔다.
“…안녕.”
일전에 김주안과 김춘용이 이야기를 나누던 때와 달리, 지금의 휴게실에는 연습생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기 위한 카메라가 달린 상태.
류웨이 역시 그 부분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저를 향해 멋쩍게 인사하는 김춘용을 향해 대놓고 분노를 표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래.”
그저 대거리하고 싶지 않다는 듯, 짧게 답하는 걸로 더 이상의 대화를 차단했을 뿐.
덜컹―
곧 자판기에서 이온 음료 캔을 하나 뽑아 낸 류웨이는, 실수인 듯 아닌 듯 그 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데구르르, 구른 음료는 거짓말처럼 김춘용의 발치 앞에 멈췄고, 그걸 줍기 위해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내려앉은 순간.
“저 녀석을 이용할 생각이겠지.”
…류웨이가 작고, 낮게 읊조렸고.
의외의 말에 김춘용이 한쪽 눈썹을 위로 까딱이자, 류웨이는 김춘용의 곁으로 몸을 더더욱 가까이 붙이며 말을 이었다.
“머리를 좀 쓴 거 같긴 하지만, 생각대로 되진 않을 거다.”
휴게실 카메라에는 서로 음료수를 줍기 위해 몸을 수그린, 꽤 재밌고 귀여운 광경으로 연출되고 있겠지만.
“나랑 저 녀석은 네가 상상할 수도 없는 관계야. 그건 견고하고, 쉽게 깨기 어려운 거지.”
그 실상은 꽤, 살벌했다.
“…글쎄. 내가 널 재밌게 해 주려면 뭔들 못할까.”
살짝 욱한 김춘용이 화답했으나, 류웨이는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다.
아니, 그다음 말을 꺼낼 때는 살짝 웃은 거 같기도 했다.
“내 덕에 퍼진 같지도 않은 루머로 네 순위가 떨어졌을 때는, 좀 재밌던데. 어떻게 해 보겠다고 해명이 올라온 것도.”
그런다고 데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 하하!”
류웨이라는 심증 100%만 있었을 뿐. 물증 같은 건 아무렴, 전혀 없는 상태였는데.
자신이 저지른 악랄한 짓을 숨길 생각도 않는 모습에, 김춘용은 저도 모르게 커다랗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런 식이니까 애로우즈도 그렇게 떠난 거겠지.’
김춘용의 사고 이후로 이미 휘청이고 있던 애로우즈를 돌 보듯 버려 둔 채 중국으로 향하고.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한들, 함께 시간을 보낸 멤버들을 모른 척하고.
‘다 날아갔다고 생각한 일말의 죄책감도 없애 주니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걸.’
입안 살을 꾸욱 깨문 김춘용은 류웨이가 떨어뜨린 음료수를 줍고 일어나며 큰소리로 외쳤다.
카메라에 확실히 잡히도록, 쩌렁쩌렁하게.
“어, 맞아. 진짜로 데뷔하고 싶지. 이게 아니면 나는 안 되거든.”
‘다음 보루를 생각하고 있는 너랑 다르게, 나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치익―
김춘용은 이온 음료의 뚜껑을 따 류웨이에게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송곳니가 제대로 보이도록, 완벽하게.
“그러니까 너도 힘내, 류웨이.”
원망은 나 말고, 네 약혼자한테 하고.
“…….
김춘용이 건넨 음료수를 가만히 바라보던 류웨이는, 대답 없이 휴게실을 나가 버렸다.
방송에서는 무던하게 [개인 인터뷰 직전 음료수를 뽑았을 때 생기는 일_avi>라는 자막이 붙는 광경이었지만, 뭐.
그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켜고 쓰레기통에 캔을 처박은 김춘용은 폭넓은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류웨이의 기대에 부응해 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 * *
내가 그 길로 곧장 향한 곳은 나의 다국적 룸메이트들이 모여 있는 숙소였다.
다가올 경연의 중간 평가가 끝난 지금.
“이익, 가오옌보다 제가 더 잘했습니다! 가오옌은 가사도 절었으면서! 절었으면서!”
“어허, 료타. 그 이후 나의 완벽한 춤을 봤다면 그런 말은 하지 못할 텐데.”
“Seriously, 저는 둘 다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pillow fight는 하지 않는 걸로 해요. 전부 터졌다고요!”
“오늘도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들은 로건에게는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맞아. 사실 더 특별한 건 가오옌이다. 봐라, 이 잘생긴 얼굴. 맙소사, 매일 봐도 질리지가 않아.”
개인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룸메이트들이 떠드는 소리가 문밖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잘 놀고 있었어?”
목을 가다듬은 내가 문을 열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아는 체를 하자, 언제나 그렇듯 진중한 얼굴로 헛소리를 시전하던 가오옌이 벌떡 일어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춘용 형! 내가 할 말이 있다!”
그래, 나도 할 말이 있긴 하지.
“그럼 이제 이 사람들에게 연락을 보내는 건가? 가오옌이 직접? 뭐. 가오옌은 플러팅 멘트에도 일가견이 있으니 믿어도 좋긴 하다.”
“아니, 무슨 소리야. 연습생이 일반인에게 DM을 보낸다고? 되겠냐, 그게. 너 진짜 그러다 큰일난다.”
“그럼 대체 어쩌자는 거다! 춘용 형은 너무 신중해. 이런 일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란 말이다!”
“저지르긴 할 거야, 대신….”
‘우리가 쓰는 [타겟팅 스타> 아웃그램 계정으로는 안 할 거야.’
남에게 보여지길 좋아하고, SNS를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고, 좋아요와 팔로워에 신경을 쓰는 소위 ‘인플루언서’들에게는 필요한 게 하나 꼭 있다.
그건 바로….
[안녕하세요 ( ˃ᴗ˂ )저희는 이제 막 중국 출원을 준비 중인 한국 뷰티 브랜드 ‘카오용용’이라고 합니다!
가오런화님의 피드 이미지가 자사 이미지와 꼭! 맞다고 판단한 바, 조심스럽게 제품 협찬을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४‘ٮ‘४]
협찬.
물론 협찬은 연예인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지 오래였다.
아니, 오히려 유명하지 않은 아이돌보다도 아웃그램스타들에게 더 많은 협찬이 들어가는 게 현실.
실제로 회사 이미지만 깎아내리고 있는 악성 멤버, 렉쓰레기인 나에게는 협찬 문의랄 게 온 적이 없다고.
그에 반해 1,500만 팔로워 가오옌에게는?
[가오옌 @GaoYeeen_(사진) (사진)
오늘도 가오옌의 빛나는 외모에 놀란 한 회사가 물건을 보내 줬다.
이런 팩을 한다고 가오옌처럼 잘생겨질 수는 없겠지만, 분명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터.
추천인에 가오옌의 이름을 쓰면 5,000원 쿠폰을 준다고 한다.
근데 벌써 300만 장이나 팔렸는데, 굳이 광고할 필요가 있다? 가오옌은 모르겠다. #광고]
문의가 쏟아지다 못해 골라서 하는 지경이었지, 뭐.
이미 가오옌의 [타겟팅 스타> 아웃그램 계정에도 서바이벌 후 협찬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쌓여 있었다.
“맙소사, 춘용 형. 진짜… 공안은 아닌 거겠지!?”
“아니라니까, 그러게.”
그냥 오래오래 악성 멤버로 연예계에서 굴러먹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게 많았던 거지.
내 의견에 대해 상상도 못 했다는 얼굴을 하던 가오옌은, 곧 옳다구나 하며 무릎을 퍽퍽 두들겨댔었다.
“춘용 형! 나의 형님이 한국에서 시도했다가 거의 망한 화장품 사업이 있는데, 그걸 이용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시도했다가 거의 망한… 크흠, 뭐. 실제로 있는 회사라면 좀 더 쉽게 접근 가능하긴 하겠다. 그럼 그 회사 아웃그램 계정으로 이 사람들한테 협찬 문의를 넣어도 돼?”
“안 된다면 말도 꺼내지 않았겠지. 가오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 형님은 협찬도 충분히 해 줄 수 있어!”
그리고, 그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고.
[타겟팅 스타> 제작진들이 연습생의 개인 계정 생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지라, 몰래 작업하는 데에 눈치를 보긴 했지만.애초에 만들어져 있던 계정을 통해서 한 행동이라 문제될 건 없었다.
어쨌든 답들이 도착하긴 했다, 이 말이지.
“춘용 형, 형도 봤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들 기쁘게 참여하겠다고 했다. 한 명 빼고 말이다.”
“어, 나도 봤어. 한 명한테서는 좀, 이상한… 답이 왔지.”
가오옌과 함께 이불을 뒤집어쓴 나는 휴대폰 스크롤을 쑥 내리곤 마지막으로 도착한 DM 메시지를 눌렀다.
그 사람은 나와 가오옌이 제일 확률이 높다고 여기던 ‘高秀敏’ 이라는 사람이었다.
[高秀敏: 협찬 제안 고맙습니다!] [高秀敏: 그렇지만, 질문 사항이 있어요.] [高秀敏: 얼굴 공개는 필수인 건가요?]“얼굴이 공개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하고 싶어요….”
“이 사람이 제일 유력하다고 생각했는데, 좀 이상하다. 류웨이와 퍽 가까워 보이는 피드를 꽤 많이 올린 사람이면서, 얼굴이 올라온 사진이 단 하나도 없어.”
휴대폰 불빛을 받은 가오옌은 살짝 심각한 얼굴로 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거짓말일 수도 있을 거 같다. 친분이 있어 보이는 척하기만 하고, 사실은 아니었던 거지. 그럼 얼굴이 없는 것도 설명이 된다.”
“…….
가오옌답지 않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오히려 연락이 온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게 쉽고, 정보를 알아내기도 편하겠지.
그 과정에서의 도덕성을 별개로 친다면 말이다.
“근데….”
내 마음 한구석에는 뭔가 석연치 않음이 스멀스멀 밀고 올라오고 있었다.
“…잠깐만. 내가 메시지 좀 보내 볼게.”
“음? 알겠다. 그렇게 해라. 하지만 빨리 하는 게 좋을 거다, 춘용 형. 나는 남자와 이렇게 오래 한 침대에서 부대끼고 있고 싶지 않아!”
“알았어, 인마. 너나 좀 떨어져.”
나는 가오옌을 내 반경 30cm 이상 떨어뜨리고는 잠깐 침음했다.
그 철두철미한 류웨이가 약혼을 깨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 걸 보면, 분명 상대도 보통은 아니었겠지.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자기를 숨기려고 하는 사람이 더 의심스럽다고.
게다가, 그 어떤 것보다도 우리의 의심을 증폭시켰던 한 피드.
[高秀敏 @Gaosuusuu류류가 잘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다 ♡
너무 보고 싶어
다시 빨리 중국에 돌아오기를 (기도)(기도)]
온갖 태그를 다 넣은 다른 피드들과 달리, 오로지 류웨이의 애칭과 더불어 함께 찍은 어린 시절 사진을 함께 첨부한 피드.
이런 걸 보고도 그냥 모른 척한다면, 처음부터 이 방법을 택할 생각을 말았어야지.
[카오용용: 얼굴 공개가 꺼려지시는군요 ㅠㅠ] [카오용용: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유를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물론 협찬은 진행할 예정입니다! 부담 갖지 말고 답장 주세요 (*^▽^*)]가오옌의 형님이 미리 보내 둔 협찬 문구를 참고하여 보낸 메시지가 번역되고, 곧 온라인 표시가 뜬 高秀敏.
그러니까. ‘가오슈민’에게서 천천히 답장이 돌아왔다.
[高秀敏: 그 이유는….]“…진짜 찾았다.”
“뭐라고!”
“봐봐, 이거 메시지 온 거.”
“…가오옌의 이름에 걸고, 맙소사.”
짝─
내 작은 목소리에 가오옌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이고, 우리 둘은 이불 속에서 하이파이브를 갈겼다.
글쎄.
원래 자기를 이상할 정도로 숨기는 사람이 당사자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니까?
물론, 얼굴 공개를 꺼린다고 했으면서….
[高秀敏: 제가 곧 한국에서 유명해질 사람과 결혼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ㅠㅠ] [高秀敏: 류류 말이에요 (웃음)(웃음)]이렇게 대놓고 자기인 걸 알릴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