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1)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71화
연우 형이 연습생들에게 선물을 준 사실은, [타겟팅 스타> 방송 예고보다도 기사로 먼저 퍼져 나갔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타겟팅 스타> 연습생 일동 아웃그램 피드를 정연우가 차지한 이유는? ‘선배님 감사해요’] [정연우가 전자 매장에서 한 번에 400만 원을 긁은 이유_jpg] [슬레딕스 연우, [타겟팅 스타> 연습생 전원에게 호쾌한 선물… 연습생들 ‘눈이 반짝’]자신의 곡, ‘그로기(Groggy)’ 팀원들에게 최신형 스마트 워치를 선물한 건 물론.
다른 팀 연습생들에게도 고가의 헬스 밴드를 선물했으니, 기사가 안 나려고 해야 안 날 수가 없지.
생글생글 웃으며 연습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선물을 전달하던 연우 형의 얼굴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했다.
“별거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요.”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잘 차고 다니면 됐죠.”
팀원들에게만 선물을 주면 그림이 나쁘니, 다른 연습생들에게도 무언가 하나를 챙겨 주는 것.
이미지를 챙기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나, 정연우라는 사람의 비범함은 거기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더 중요한 건, 그 전자기기 모두, 연우 형이 현재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회사의 제품이라는 점.
연습생들은 굳이 대선배가 선물로 준 물건을 안 차고 다닐 이유가 없고, 회사 입장에서는 광고 모델이 이런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홍보도 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고.
간접 광고 부분 때문에 골머리 썩기야 하겠다만… 그건 [타겟팅 스타> 제작진들이 알아서 할 부분이지.
“…쯧.”
나는 내 손목에 자리한 은색의 메탈 스마트 워치를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자기 입으로 똑똑하다고 할 만하다니까.
삑!
[메시지 도착! 발신인 – 정연우]그렇게 내가 자기 생각을 하는 걸 알기라도 한 걸까?
나는 자신의 스마트 워치 화면에 뜬 발신인을 보며 나도 모르게 질린 얼굴을 하고 말았다.
남들이랑 똑같은 모델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거기 연우 형의 연락처가 들어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어쩐지 내부 설정이 다 정리돼 있더라니.
앞으로 방송하는 동안 이걸 뺐다간 어떤 구설수에 휘말릴지 모르니까, 이거 역시 노린 거겠지.
“쓸데없는 부분에서도 똑똑해….”
“춘용 아니키, 뭐라고요?”
“아, 그냥 뭐… 혼잣말이야.”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에, 료타는 미심쩍은 얼굴로 갸웃거리다 박수를 쳤다.
“아! 컨셉이군요?”
“뭐? 뭐라고?”
“흐음, 컨셉이라면 존중하겠어요. 역시 한국에서도 아이돌을 하려면, 저도 그런 전문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야….”
“야, 인마, 그런 거 아니야!”
“아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보고 들은 게 다 있, 으부붑!”
료타의 놀림이 멈춘 건 내가 자기 얼굴에 손바닥을 마구 비비고 난 후였다.
얼굴이 찐빵처럼 눌린 녀석은 퍽 억울한 낯이었지만… 자기 업보지, 뭐.
어딜 유교 코리아에서 형을 놀리고 있어?
– “아침 식사 후에 각 팀 중간 평가 촬영이 있습니다. 다들 연습복 챙겨 주세요!”
“이크….”
이렇게 다국적 룸메이트들과 시간을 보낸 지도 벌써 몇 개월.
어느새, 생방 직전 마지막 무대의 중간 평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전에 내 순위도 어떻게 복구하고 류웨이도 정리해야 하는데. 시간은 왜 이렇게 쏜살같이 흘러만 가는지.
“…후.”
내가 약간의 조급함에 한숨을 쉬는 사이, 스마트 위치에서는 연우 형이 보낸 메시지 속 이모티콘이 방글방글 미소 짓고 있었다.
– 정연우: 김춘용 연습생
– 정연우: 연습 열심히 해요 ^^
벌써 3일.
연우 형 소유의 SUV에서 대화를 나눈 그날 이후로, 내 스마트 워치에는 하루에 한 번씩 메시지가 도착하곤 했다.
– 정연우: 저예요
– 정연우: 차단하지 마요 ^^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예전도 아니고, 탑가수랑 연습생 사이에 불과한데 연락을?
그러나 내가 답장을 하든, 안 하든. 연우 형은 내게 꼬박꼬박 메시지를 보내왔다.
간단한 일상 얘기부터, 한참을 붙잡고 씨름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모호한 말들까지.
대부분 막상 이해하고 나면 별거 아닌 문장들이라 화가 나긴 했지만, 막상 ‘그거뿐이냐’고 물으면 또 애매했다.
삑!
– 정연우: 그때 제가 말한 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 정연우: 안 잊어 버렸죠?
…그래.
가끔 이런 것도 같이 도착하곤 했거든.
“그게 김춘용 연습생이 저한테 하고 싶은 질문이에요? 사람 환심 사는 법?”
“아니, 그렇게는 얘기 안 했는데요.”
그때 연우 형이 자기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주겠다는 말에 내가 꺼낸 질문.
그건, ‘어떻게 해야 내 도움을 바라지 않는 사람에게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로기(Groggy)’ 팀에 들어가게 된 걸로 리밍쉔과 보다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차선책을 고려하는 부분에서 놓칠 수는 없었다.
기왕 연우 형한테 탈탈 털리도 했으니, 나도 단물 좀 빨아먹자는 마음도 있었고.
“그게 그거죠. 뭐… 여자라도 만나는 건가? 아직 연습생인데, 대단하네요.”
“여자라뇨. 아니에요, 그런 거!”
“알아요. 누나분이 올리신 해명문 봤거든요. 방금은 그냥 놀린 거. 그리고 방금 반응으로 여자가 아니라는 것도 확실히 알았네요.”
“…….
“아, 약간 화났구나. 갑자기 누나 얘기 꺼내서. 그렇죠?”
“…하하. 선배님, 더 말씀하실 게 없으시면, 다시 숙소로 돌아가죠. 정말 짐이 많긴 하던─.”
“알았어요, 그만 놀릴게요.”
“아, 하실 말씀이 이제 생각나셨나요? 어후, 전 그것도 모르고 그냥 다시 숙소로 갈 뻔했네요. 무겁다고 징징거리면서요.”
“…….”
“네. 징징거리면서.”
“뭐, 그 사람은 김춘용 연습생의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으니까요. 그럼 방법은….”
‘그 연습생이 김춘용 연습생에게 바라는 게 생기도록 만들면 되겠네요.’
바로 연습생이라고 짚는 걸 보면, 진짜 뭘 알고 있나 싶다니까.
“Hey, 춘용 형! 이제 곧 나가야 해요. 이러다가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나겠어요!”
“어어, 잠시만. 금방 갈게.”
당시 대화를 잠깐 떠올린 나는 황급히 연습복으로 갈아입으며 현 상황을 되짚어 봤다.
리밍쉔이 뭐랬더라. 자기 도움이 필요하면, 드러나지 않을 방법을 찾아서 가져오라고 했던가?
“후….”
절로 한숨이 흐르는 요구 사항이지만, 뭐.
나는 마지막으로 후드티 팔을 끼워 넣으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다행인 부분이 있다면.
오늘 중간 평가 이후로, 리밍쉔과 류웨이의 관계는 더더욱 안 좋아질 전망이라는 거.
* * *
경연 중간 평가 후, 개인 인터뷰 직전.
“후….”
리밍쉔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처음에 [타겟팅 스타>의 출연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이 프로그램으로 무언가 얻을 거라는 기대 따위는 하지 않고 나온 게 리밍쉔이었다.
어차피 데뷔할 사람들은 전부 내정되어 있으니, 자신은 류웨이가 무사히 데뷔하는 걸 확인한 후 중국으로 돌아갈 입장이라 스스로 되뇌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밍쉔은 모든 무대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그럭저럭 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힘을 다 했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여기서는 데뷔를 할 수 없으니까. 중국인 멤버는 한 명으로 충분했으니까.
주변인들의 시선이 류웨이에게 고정되어 있는 지금… 만에 하나 데뷔권에 든다고 해도 그에게는 곤란하기만 하고.
그런 와중에, 이번에 짜인 ‘그로기(Groggy)’ 팀의 구성인원.
장시우, 안진우, 리밍쉔 본인.
그리고 다소 껄끄러운 존재, 김춘용으로 이루어진 4인 팀.
“…….”
리밍쉔은 휴가 직후 김춘용이 자신에게 꺼냈던 말들을 떠올리며 침음했다.
“우리 둘 다 상부상조를 하자는 거야. 나는 이번에 꼭… 데뷔를 해야 하거든.”
혹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김춘용이 제안한 말은 실현될 수만 있다면, 확실히 둘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내용이었으니까.
문제는, 리밍쉔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네가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마, 맞아.”
“그럼, 쓸데없는 생각을, 좀, 그만해.”
“미안 …미안 류웨이.”
류웨이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류웨이가 자신에게 보일 태도마저도 말이다.
“어머, 리밍쉔 연습생? 좋은 평가를 들었는데도 표정이 좋지 않네요.”
“아, 안… 녕하세요!”
리밍쉔은 개인 인터뷰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성에게 황급히 인사를 하며 표정을 갈무리했다.
메인 작가, 이현정은 다소 즐거운 표정으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좋아해야죠. 네? 그런 평가를 들었는데.”
“그렇, 그렇… 죠.”
“자자. 이제 카메라 보시고. 하나, 둘―”
그녀의 말을 듣자, 리밍쉔은 겨우 진정시킨 자신의 심장이 다시 마구 뛰는 걸 느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힘을 다했던 지금까지의 고연들과 달리 오늘은….
“‘그로기(Groggy)’ 팀이 오늘 멘토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평을 들었는데요. 어떤 기분이었는지 먼저 물어볼게요.”
저도 모르게 최선을 다했으니까.
“기분, 말이죠.”
리밍쉔은 매끄러운 발음으로 한국어를 뱉으며 혀를 내둘렀다.
“누구, 한… 명. 묻히는 경향도 없고… 좋, 았어요.”
“네 명이 꼭 한 몸 같았다? 뭐, 진다솔 멘토님이 잘 봐주신 거 같네요. 아, 의상이 연습복이 아니면 더 좋았을 거 같긴 한데. 흠. 중간 평가에선 어쩔 수 없나.”
“다음 보컬 디렉 때 제가 좀 더 봐주긴 할 거지만, 그래도 괜찮네요. …전부요.”
“어후, 빨리 본 공연 보고 싶어요. 곡도 좋고, 팀원들 합도 좋고!”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에, 리밍쉔은 움찔하며 오른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환상적이었다고? 방금 그거, 내가 한 말 맞나?’
리밍쉔은 지금껏 많은 무대를 준비해 왔었다.
그건 비단 [타겟팅 스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중국에서 다닌 예술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 후 희극학원에 다닐 때도.
‘그렇게 올린 무대가 적어도 수십은 될 거야, 아마.’
그때마다 리밍쉔의 옆에는 류웨이가 있었고, 자연스레 스포트라이트는 류웨이의 몫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자신을 향한 멘토들의 온전한 눈빛. 그리고 함께 합을 맞추는 상대방의 선명한 신뢰.
처음으로 ‘나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거구나’라고 느끼게 된 날.
“뭘 그렇게 놀라요? 환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걸요.”
“…네?”
“좋은 팀원을 만나면 그런 날도 오는 거죠. 그로기(Groggy) 팀이 열심히 연습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는걸요. 특히, 김춘용 연습생과의 합이 굉장히 좋았잖아요? 두 사람 시너지가 이렇게 좋으리라곤 아무도 예상 못 했는데요.”
“…….
순간, 인터뷰 중이란 것도 잊을 정도로 리밍쉔의 눈에 당황이 서렸다.
‘연습이야 열심히 했지. 근데 이렇게… 잘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처음이야.’
이현정은 그런 리밍쉔의 혼란에도 불구,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며 인터뷰를 이어 갔다.
“다른 연습생들의 무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네요. 말해 줄 수 있을까요?”
“다른 연습생들의 무대라고 하면, 음. 다른 팀… 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다른 팀이라, 글쎄.
평소 같으면, 류웨이가 얼마나 잘하는지 눈여겨봤을 텐데.
그렇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정말.
“저희 팀… 에 집중하느라고, 잘 기억이 안 나는 거 같아요.”
“오, 이번에는 확실히 우리 팀이 최고인 느낌이었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흠….”
편집 각을 좀 더 보기 위해 리밍쉔을 찔러 볼까 했던 이현정은, 곧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저으며 박수를 짝, 쳤다.
“인터뷰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여기서 끝이라고요?”
“네. 리밍쉔 연습생 얼굴이 워낙 꿈에 젖은 거 같아서, 굳이 말을 많이 안 해도 괜찮을 거 같네요.”
“좋아 보여요.”
“…….”
“지금까지 본 어떤 표정보다도요.”
인터뷰실에서 나온 리밍쉔은 이현정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곱씹으며 천천히 복도를 거닐었다.
괜히 뺨을 한 번 매만져 보는 건 덤이었다.
‘이번 무대 하나만 잘… 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리밍쉔의 순위는 데뷔권과 많이 떨어져 있고, 잘해 봤자 류웨이를 위협할 정도는 되지 않으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누구를 빛내는 그림자 역할 말고.
‘…나도 빛나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리밍쉔의 생각은 길어질 수가 없었다.
“―악!”
“静一下。(조용히 해.).”
갑작스럽게 등장해 자기 어깨를 강하게 잡아 오는, 류웨이 탓에 말이다.
“아, 좋아요. 좋은데… 감정이 너무 안 보이는 느낌. 동작이 큰 것도 좋지만, 역시 표정 연기가 조금은 필요하지 않나?”
“그러게요. 너무 무표정이라… 곡 분위기가 살지를 않네요.”
이세령의 곡 ‘잠수’로 오늘 제법 박한 평가를 받았던 류웨이의 두 눈동자는 싸늘하게 내려앉은 상태였다.
“跟我来。(따라와.).”
그 얼굴에서 리밍쉔이 항상 느끼던 부담감에 더해, 약간의 반발심이 생겼다면 좀 이상할까?
둘만 있을 때 류웨이가 한국말을 하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싫어.”
“什么?(뭐라고?).”
“싫다고 했어.”
진심으로, 약간은 신경질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