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81)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81화
미리 제작진이 준비해 둔 담력 체험 장소로 연습생들이 이동하는 사이.
“…씁.”
나는 살짝 쌀쌀해진 밤공기에 후드 집업을 걸치며, 요주의 인물들을 다시금 확인했다.
“리밍쉔 연습생? 마이크 받으실게요.”
“아, 네.”
리밍쉔은 생각보다 의연해 보였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고.
“어, 류웨이 연습생도….”
“…….”
류웨이 표정은 아까 내가 본 것처럼 안 좋은 상태 그대로.
이거….
“김춘용 연습생. 마이크 달아 드릴게요. 물 같은 거 안 들어가게 조심해 주세요.”
“아, 네.”
다시 한번 생각하는 거지만, 느낌이 안 좋다.
솔직히 내 촉이 좋은 편이라고 장담은 못한다. 연예계 생활의 대부분을 계속 술만 먹고 인생을 낭비하면서 살아왔으니, 똑똑하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지만 본능적으로 사람이 느끼는 감각이 있지 않냐, 이 말이다.
애초에, 류웨이가 리밍쉔을 자기 담력 체험 파트너로 선정하면서 한 말이 ‘얘기할 게 좀 있어서’라는데.
그 전후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신경을 쓰는 게….
“이럴 수가. 춘용 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고작해야 사람이 분장한 게 전부인 점프 스케어 상황이 무서워서!”
…아닌가?
별안간 얼굴을 불쑥 내밀며 내게 포효하는 가오옌에게, 나는 나도 모르게 뻘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물론 가오옌이야, 저 둘의 뒷사정을 아는 게 아니라지만.
어쨌든 얘도 류웨이 지금 기분 상태가 어떻고, 이런 상황 속에서 저 둘이 함께 가는 게 썩 좋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유추할 수 있을 텐데.
“설령 진짜 귀신이라고 해도 내게 해악을 끼치지 못한다! 귀신은 지평좌표계를 고정할 수 없다! 걱정할 필요 없는데, 춘용 형. 정말이지 나약하다.”
“아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우냐니까, 진짜.”
그런 건 알 바 아니라는 듯, 현재에 집중하는 이 모습. 정말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Holy, 가오옌. 무서워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춘용 형을 비난하면 못 써요.”
“비난이 아니다, 로건. 나는 그저 현실을 일깨워 줄 뿐이야. 가오옌은 당당하게 들어가서, 누구보다 빠르게 보물을 쟁취해 온다. 로건과 춘용 형이 겁에 질려 엎드려 있는 사이에.”
“No, 저는 겁에 질리지 않았어요!”
내 다국적 룸메이트들 중 두 명이 앞에서 만담을 펼치고 있으니, 왜인지 지금껏 내가 한 고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예민해진 건가, 정말로?
그렇게 잠시 심란해지려던 차.
“춘용아. 핸드캠 받아 왔어. 여기 하나.”
“…아. 재하 형.”
나는 내 곁으로 다가온 재하 형 덕에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확실히, 다국적 룸메이트들과 있으면 근심 걱정을 잠깐 잊고 즐거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서조차 그러면 안 되니 말이다.
“감사해요. 제가 받으러 가도 됐었는데.”
“어? 아냐, 하하.”
내 인사에 빙긋 웃는 재하 형은 언제나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피디님한테 뭐 좀 여쭤볼 게 있어서, 겸사 겸사 다녀온 거야.”
게다가 다정하기까지 하고.
나는 형 몰래 혀를 내두르며 가볍게 이마를 짚었다.
휴가 때 이후로 대화하는 건 처음이거늘. 재하 형은 그건 아무렴 상관없다는 것처럼, 나를 대하는 게 꽤 자연스러웠다.
누나의 해명과 재하 형의 아웃그램 피드가 올라간 타이밍 덕분에, 내 루머 진화에 빠른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었다.
그때 유찬 형한테는 고맙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또 재하 형한테는 그런 말을 할 타이밍이 안 났었단 말이지.
기회가 되면 할 수 있는 게 좋을 텐데.
뭐….
“연습생 여러분! 이제 차례대로 들어가실게요!”
당장은 그것보다도, 지금부터 벌어질 상황에 집중해 보자고.
연습생들 모두가 [타겟팅 스타> 제작진이 직접 제작한 지도 한 장, 손전등, 그리고 핸드캠을 손에 들자, 막내 작가가 목소리를 높여 공지를 시작했다.
“지도에 찍힌 핏자국을 따라가시면 쉽게 쪽지를 발견하실 수 있어요. 중간중간에는 담력 체험용 공포 요소가 등장하니까, 기억해 주시고요! 핸드캠도 메모리 잘 안 빠지게 조심해 주세요!”
쪽지의 개수는 지도에 찍힌 핏자국 수만큼이었다.
그렇지만 그쪽지를 모두 읽지 않더라도, 보물을 찾아서 대강당에 대기하고 있을 최가온 선배님께 제일 먼저 갈 수만 있다면 오케이.
이러니저러니해도, 이미 이 담력 체험 컨텐츠의 스토리를 전부 알고 있는 내게 유리한 조건이긴 했다.
그냥 재하 형을 냅다 업고 보물만 챙기러 가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위튜브 블루 컨텐츠의 분량을 생각하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베네핏도, 방송 분량도 포기 못하지.
데뷔라는 게 어디 그렇게 녹록한 일이겠는가.
그리고 하필, 내 앞에 들어갈 사람들이 리밍쉔과 류웨이라 신경도 쓰이고 말이다.
“자, 그럼 여섯 번째로! 리밍쉔, 류웨이 팀 들어갑니다!”
“…네. 갑니다.”
어깨가 스칠 듯, 안 스칠 듯.
애매한 거리를 유지한 둘은 천천히 아이돌 통조림 시설 주차장 옆에 자리한 나무들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언뜻 보기에는 나무의 수가 많은 것 같지 않았지만, 막상 걸어 들어가면 아래쪽에 있는 도로까지 일직선으로 10분은 넘게 걸리는 긴 오솔길.
다른 기자들이나 팬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일부러 위치를 외곽으로 잡았다더니, 사실은 이런 컨텐츠까지 다 생각을 하면서 위치를 선정한 거겠지.
근데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그런 기가 막힌 컨텐츠를 진행하냐고, 왜.
돌아와서 바뀌는 것도 꽤 많았는데. 이런 컨텐츠 순서도 좀 바꿨으면 얼마나 좋아.
“손재하, 김춘용 팀! 이제 바로 들어가실게요!”
“아, 네!”
내가 주철영 피디의 철저한 기획력에 속으로 억울해 하는 사이, 어느새 나와 재하 형의 입장 순서까지 돌아왔다.
“길 잃어버리실 일은 없으시거든요? 그래도 혹시 너무 복잡하다, 싶으시면 분장 중이신 분께 말씀 걸어 주세요.”
“넵, 감사합니다.”
나는 내 뒤에서 ‘정 안 되면 귀신 턱에 주먹을 박아라’라고 응원을 날리는 가오옌에게 엄지를 한 번 척 올려 준 후, 천천히 숲길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 생각보다도 숲은 더 어두웠다.
히이이-
멀리서 제작진이 깔아놓은 귀곡성을 배경 삼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길을 찾고, 촬영도 제대로 해내야 하며, 내 앞에 먼저 들어간 리밍쉔과 류웨이 페어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
그런 와중에 재하 형은 내 옆으로 바짝 붙어 핸드캠을 들이밀고는, 빙긋 미소 지었다.
“아아. 스타 슈터 여러분, 안녕하세요? 재하입니다. 오늘의 미션 컨텐츠는 담력 체험이에요. 그리고 오늘의 제 파트너는 춘용입니다.”
“…아.”
나는 내 처지도 잠깐 잊고, 재하 형의 프로패셔널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되돌아와서 어딘가 묘한 재하 형의 태도 때문에 내가 잠깐 잊고 있었지만, 사실 형의 가장 아이돌다운 부분은 이런 곳에 있었다.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의연하게, 맡은 바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
“오늘 만나볼 먼슬리 이슈 스타는… 바로 어거스트 엔터의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 애로우즈입니다! 전부 박수!”
“안녕하세요, 애로우즈입니다!”
사고가 있기 전.
그러니까 내가 제대로 망가지기 전에, 애로우즈 멤버들이 단체로 한 예능 채널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MC들과 그 시기에 가장 유명한 미니 게임을 즐기고, 새로 나온 노래나 드라마를 홍보하는 그런 무난한 포맷의 예능 말이다.
문제는, 그 예능이 아이돌들을 상대로 꽤 악명이 높았다는 점.
“아, 렉스 씨가 뽑으신 쪽지는… 랜덤 노래 부르기네요! 하하, 근데 부를 수 있을까 모르겠네. 렉스 씨, 댄스 멤버 아니에요?”
“아, 맞습니다!”
“우리 제작진이 준비하는 랜덤 노래들은 전부 다 엄청 잘 불러야 하는 노래들인데. 어떡하지? 아, 이거 인터넷에 좀 돌아다니겠는데요? 야, 피디야. 신인한테 좀 가혹하잖아, 이거!”
‘솔직함과 털털함이 우리 프로그램의 자랑거리’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진행이었다.
나중에야 그런 부분에 질린 사람들이 채널을 돌리고, 시청률 저조로 프로그램이 폐지되었다지만. 당시에는 아주 이름을 날렸다, 이 말씀.
거기에, MC들의 그런 잣대가 나만을 향한 게 아니었다.
자신을 올라운더라고 소개한 시우에게는 그럼 딱히 제일 잘한다고 할 만한 게 없는 거 아니냐부터.
유찬 형에게는 대학 다니면서 여자 좀 많이 만나 봤을 거 같다, 화성이에게는 대구 출신이니 사투리 좀 해 보라는 말까지.
신인 아이돌이니 까라면 까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튜디오에 갔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취급까지 달가워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서 우리를 구하다시피 한 게 재하 형이었다.
“아, 이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데… 혹시 렉스에게서 벌칙을 뺏어 올 방법은 없을까요?”
“어어, 재하 씨. 우리한테서 즐거움을 뺏을 셈? 아, 우리도 방송해서 먹고 살아야지!”
“아니면, 렉스가 춤을 추고 유찬 형이 노래를 부르는 건요? 거기에, 시우는 둘 다 할 수 있거든요. 저희 멤버들이 정말 다재다능해요.”
“…아이고, 그럼 어쩔 수 없지. 제작진. 게임 준비한 거 하나 더 있죠? 그거 합시다.”
은근히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춤을 출 수 있게 만들어 주고,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들은 다른 멤버들을 변호하고.
이번 [타겟팅 스타> 촬영 내내 재하 형과 같이 무대를 올라갈 경험이 없어서, 약간 희미해진 감이 있긴 하지만.
사실, 내게 아이돌 그룹을 이끄는 리더의 인상을 처음으로 각인시켜 준 게 바로 재하 형이었단 말이지.
예전 기억을 떠올린 나는 슬쩍 미소 지으며 재하 형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핸드캠에 손을 흔들었다.
“스타 슈터 여러분, 안녕하세요. 봄 춘, 용 용! 춘용입니다. 재하 형과 함께 담력 체험을 하게 됐어요. 네. 저희는 지금 첫 번째 쪽지를 찾기 위해서 숲길을 걷고 있는데요. 아, 형이랑 같이 있어서 그런가. 별로 안 무서운데요?”
“어, 어?”
나는 살짝 놀란 얼굴의 재하 형을 이끌고, 지도를 보지 않아도 훤하게 기억하는 첫 번째 쪽지의 장소로 향했다.
사실 기억을 하고 말 것도 없었다.
첫 번째 쪽지는….
탁-!
“아, 헉!”
“형, 괜찮아요?”
“어, 어. 괜찮아. 근데… 잠깐. 이거 진짜 사람 손이야…?”
“…형. 그 손에 들린 거 한 번 봐봐요.”
숲길을 직진하다가 나오는 첫 번째 갈림길, 엎드려서 연습생들의 발목을 잡는 손.
그 붉은 핏자국이 가득 맺힌 손에 쪽지가 쥐어져 있었다.
“음, 이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는데. 좀 부끄럽네.”
잠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재하 형은, 자기 발목을 잡았던 손이 흔드는 쪽지를 천천히 주워들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바닥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놀라기에는 좋지만, 여기 가까이 오지 않으면 쪽지를 발견 못 할 거 같아.”
“놀라서 가는 애들도 몇 명 있을 거예요. 그럼 저희가 보물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거죠, 뭐.”
“으음… 일단 가면서 읽어보자. 단서는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네. 그렇게 해요, 형. 귀신님, 쪽지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춘용이었습니다!”
약간 당황한 건지, 파르르 떠는 손과 하트 만드는 걸 핸드캠에 찍은 나와 재하 형은 다시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진정하고 나니, 나의 그런 태도가 웃겼던 재하 형은 쿡쿡 웃기 시작했고.
“하, 하하. 누가 귀신한테 그렇게 친절하게 인사를 해, 춘용아. 하트는 또 뭐고.”
“아, 뭐. 고생들 하시니까….”
“그래. 너라면 그럴 거 같았어. 다른 일에서도… 사람들을 많이 신경 쓰니까.”
예를 들어서,
“리밍쉔이라거나.”
“…….”
“네가 좀 도와줬잖아. 그치?”
순간, 나는 재하 형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입을 일자로 만들며 눈동자를 굴렸다.
지금 핸드캠 속에서는 그냥 이전에 4차 경연을 같이 한 멤버를 자연스럽게 꺼낸 것처럼 보이겠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재하 형이 말하는 건 그거 때문이 아니란 걸.
“…하하. 네, 그런 셈이죠. 같이 무대할 때 제가 좀 도와줬거든요.”
“으음, 그렇지. 보기 좋았어. ‘그로기(Groggy)’ 팀 말이야.”
정말 아주 잠깐도 사람을 방심 못하게 한다니까, 이 형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가도 모르겠고, 하나도 모르겠다고 선언하면 그 옛날 형 같고.
굳이 류웨이 바로 다음 차례인 자기가 나를 뽑아서, 그 뒤를 쫓아갈 수 있게끔 상황을 만들어 준 것도 말이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재하 형은?
나는 부러 쾌활한 척을 하며, 형에게 불쑥 다가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형도 그래서 저를 뽑은 거잖아요, 그렇죠? 제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응. 그렇지. 같은 팀이 되면 좋을 거 같았거든.”
“네, 저도요.”
저도 형이랑 같은 팀이면 좋을 거 같아요.
이건 내 진심이었다.
단지 이런 서바이벌 담력 체험 페어 같은 거 말고, 다시 같이 데뷔를 해서, 형에게 제대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제대로 전해질 리는 없지만, 어쨌든 꺼내고 본 말.
“…….”
나의 그런 말이 의외였는지, 재하 형은 별안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달조차 구름에 가린 어둑어둑한 밤, 주변을 비치는 건 손전등 빛과 그에 반사된 형의 두 눈뿐이었다.
리더 형과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글쎄.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그때.
“잠깐만, 춘용아.”
재하 형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저게 뭐지?”
달빛이 구름을 벗어나면 닿은 시선 끝엔, 풀숲에 반쯤 가려진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이 숲에 들어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머리 한 구석에 담아 뒀던 불길함을 상기시키듯 말이다.
The malicious member is back! Episode 82
In fact, as Gao Yan first said, this courage experience was a mission that wouldn’t be that special if you weren’t afraid.
As long as you’re not afraid.
On the other hand, if you’re scared, it’s extremely scary content.
As for the extent… .
I could tell just by looking at the contents of the first note Jaeha and I received from the hand grabbing our ankles.
[Idol training facility where trainees have been singing, dancing, and preparing for the stage!In fact, as is already known, this is a facility built by remodeling an old abandoned factory.
(If you didn’t know, now you know ^^)
Dear trainees.
Have you ever gone down to the basement?
When we first visited this place, the 4th basement floor was locked with a large iron lock, so our production team had a hard time getting in.
There, we encounter something we didn’t really want to see.
It was obviously a food factory, but it was full of mannequins. ▷Continued from second message>
Storytelling that is appropriately mixed with the current situation, rather than suddenly coming up with a ridiculous story and saying, ‘Okay, now you can be scared.’
이미 한 번 겪어 본 난, 그 모든 게 새빨간 거짓말이란 사실을 알지만.
…지금 상황은 좀 달랐다.
두 번째 쪽지로 향하는 길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다든가, 그게 촬영 장비와 비슷해 보인다든가 하는 일은 이전에 없던 일이라고.
“잠시만요. 제가 보고 올게요.”
“…으응.”
그러니, 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향은 하나였다.
저건 진짜로, 떨어진 촬영 장비라는 사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어쩌다 떨어졌는가’였다.
이 담력 체험 미션은 각 쪽지 스팟마다 카메라가 하나씩 달려 있고, 거기서 연습생들이 놀라는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잡아내는 게 포인트였다.
근데 쪽지 스팟도 아닌 곳에 떨어진 촬영 장비라, 글쎄.
제작진이 카메라를 옮기는 사이에 실수로 떨어뜨렸거나, 아니면….
“춘용아, 뭐야?”
“음, 그게요.”
나는 풀 사이에 있어 살짝 축축해진 물건을 집어 들며 가볍게 혀를 내둘렀다.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풀숲에 떡 하니 자리하고 있던 건 촬영 장비였다.
정확히는.
“…카메라 같은데요.”
핸드캠이요.
“…….”
내 말을 들은 재하 형의 눈이 약간 차게 가라앉았다. 겁을 먹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단지, 대체 왜 그게 거기 있을까에 대해 추측하는 얼굴이었지.
핸드캠 이곳저곳에 묻어 있는 풀을 툭툭 털어 낸 나는 형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재하 형. 형 핸드캠 번호 몇 번이에요?”
“아, 내 번호는… 11번이야.”
내가 들고 있는 건 12번이었다.
그리고 방금 나와 재하 형이 발견한 핸드캠에 붙어 있는 번호는 10번.
추리는 쉬웠다.
들어간 순서대로 핸드캠을 받고, 그 번호는 아주 당연하게도 1번부터 시작하니까.
이 핸드캠의 주인은 류웨이라는 소리지.
내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딱히 없자, 곁에 다가온 재하 형 역시 번호를 확인하고 침묵했다.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그 둘이 함께 페어로 이런 숲을 들어간다는 것부터 좋은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둘 중 한 명의 장비가 이렇게 땅에 떨어져 있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려 볼 수 있겠지만, 글쎄.
내가 떠올린 것 중에 좋은 방향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제작진분들께 연락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언제나 촬영 상황을 제일 우선시하는 재하 형의 입에서 저런 문장이 튀어나왔으니까, 말은 다 했지.
“음, 글쎄요.”
제작진에게 연락을 해서 앞에 먼저 들어간 연습생들의 촬영 장비를 주웠다고 말한다.
방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연습생 입장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기도 했고.
그렇지만, 만일 이게 또 아무것도 아니었다면?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 류웨이와 리밍쉔이 정말로 겁에 질려 뛰어가다가 핸드캠을 ‘실수로’ 떨어뜨리고 간 거였다면?
만일 그런 거라면, 제작진에게 연락을 한 시점에서 나와 재하 형의 미션 촬영은 물 건너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재하 형도 그걸 뒤늦게 깨달았는지, 점점 더 표정이 안 좋아졌다.
게다가, 이제 슬슬 뒤에서 출발한 가오옌이 첫 번째 쪽지를 발견하러 갈 시점.
선택해야 했다.
그때.
“…아.”
나와 함께 서서 잠시간 고민하던 재하 형의 입에서, 미묘하게 불편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순간적으로 나는 눈을 커다랗게 뜨며 형을 바라봤다.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는 절대로 저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닌데, 재하 형은.
그리고 나는 곧 형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뺨에도 그 원인이 투둑, 하고 떨어지기 시작했거든.
“…비 오네요. 갑자기.”
재하 형은 비를 싫어했다.
왜인지에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최소한 형이 싫어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같이 살았던 주제에, 그것조차 모르면 진짜 멤버 실격이지.
“그러게. 기상청에서는 오늘 맑을 거라고 했는데, 소나기인가 봐. 하하, 스타 슈터 여러분, 저희 비 맞으면서 촬영해요….”
그 사실을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핸드캠에 대고 연신 손을 흔드는 재하 형을 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아. 저 형 정말 노력하고 있구나.
그리고 두 번째로 드는 생각은….
지금 상황을 빨리 해결해야겠다.
최대한 빠르게.
나는 내가 입고 있던 후드 집업을 벗어 형에게 건네며, 천천히 입을 뗐다.
살짝 굵어진 빗줄기가 맨살을 때렸지만, 아무렴. 문제가 될 거라곤 없었다.
“재하 형. 일단 이거 입으세요.”
“어, 어?”
내가 건넨 후드 집업에, 핸드캠에 대고 연신 무언가 말하던 재하 형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새카만 형의 두 눈동자는 지금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듯했지만,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 당장에 중요한 것부터 해결해요, 재하 형.
“그리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건데요.”
형 혹시…
“겁 많아요?”
이건 중요한 질문이었다.
아까처럼 깜짝 놀라는 걸 만나도 잠깐은 괜찮은지. 우수수 서 있는 분장된 마네킹 사이로 그냥 의연하게 보고 지나갈 수 있는지.
혹은, 그 마네킹 가운데 하나가 갑자기 움직여도 괜찮은지.
이전에 내가 재하 형의 [타겟팅 스타> 담력 체험 위튜브 블루 컨텐츠를 미리 봤다면 좋았겠지만, 못 봤으니 어쩔 수가 없다고.
“어… 글쎄.”
잠시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 재하 형은, 약간의 망설임 끝에 천천히 집업을 받아 들며 입을 열었다.
“…약간?”
“네. 좋아요.”
나는 잠시간 방치되어 있던 지도를 번쩍 들며 핸드캠에 대고 방송용 톤으로 말했다.
“아니, 제가 봤는데 말이에요. 저기 앞쪽에 갈림길 말이에요. 이쪽에도 길이 있는데, X 표시가 되어 있잖아요?”
“…그러게. 내 생각에, 그쪽 길은 가지 말라는 뜻인 거 같은데?”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것 같지는 않지만, 눈치가 좋은 재하 형은 자신의 핸드캠에도 리액션을 취하며 나와 장단을 맞춰 줬다.
“근데 이상하지 않아요, 형?”
“뭐가?”
진짜로 못 지나가는 길이라면,
“지도에 표시도 안 해 두겠죠.”
“…….”
연극 투로 외친 내 말에, 재하 형 역시 드디어 내 의도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주철영 피디는 정말 머리가 좋은 사람이 맞았다.
꼭, 가지 말라는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걸 보면 말이다.
[[타겟팅 스타 MISSION TIME> 가서는 안 되는 길에서 만난 수상한 상대?! 이채혁&츠바사] [타겟팅 스타>의 마지막 미션, 담력 체험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얻은 건 데뷔조의 연습생들이 아니었다.매일 아침, 연습생 통조림 시설 주변에서 러닝을 뛰었다는 이채혁이 속한 페어지.
그 영상 속에서, 이채혁은 여기로 가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엉엉 우는 츠바사의 팔을 질질 끌며 호쾌하게 외쳤었다.
– “아니이, 츠바사. 들어 보세요. 분명, 여기가 보물 있는 곳이에요. 제가 러닝을 뛰면서 봤는데, 이쪽으로 가면 엄청 큰 나무가 있단 말이에요. 보통 그런 곳에 보물을 숨겨 두는 게 맞지 않아요?”
– “그건 맞는데요! 채혁, 진정하세요. 저 길은 괴물이 나올 거 같아요. 싫어!”
– “세상에 괴물 같은 건 없어요, 츠바사. 그건 다 근육이 부족해서 보는 환상이에요.”
– “거짓말. 아까 쪽지를 봤잖아요? 이 일대에서 몰래 마네킹 생산업을 하다가 큰 사고가 있었다는 거! 분명 원혼이 가득할 거예요. 그리고, 저 길은 특히나 어둡다고요!”
– “밤에는 원래 어두워요!”
결론적으로, 이채혁의 말은 맞았다.
지도에 표시된 모든 쪽지를 다 만나서 스토리를 제대로 추리하게 되면, 마지막에는 이채혁이 말한 그 커다란 나무가 있는 쪽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아래 음침한 복장을 한 마네킹의 손에 들려 있는 상자를 가져가면 끝.
제작진이 공들여서 만든 공포 오브제에 놀라지 않고, 바로바로 쪽지를 찾고, 스토리 추측까지 다이렉트로 하면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쯤.
저 중간에 약간이라도 삐끗한다면 시간은 좀 더 걸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X 표시가 되어 있는 길을 가로질러 나무의 반대쪽으로 간다면, 모든 스토리를 스킵하고 바로 보물을 찾아서 복귀할 수가 있었다.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글쎄, 15분은 되나?
그런데, 굳이 X 표시를 해 놓은 이유가 다 있지.
“채혀어억… 보세요, 마네킹이 엄청 많잖아요. 흐어엉, 저 돌아갈래요… 귀신 나올 거 같아아….”
“츠바사, 혼자 가면 손전등은 없어요. 둘이 가면 죽어도 함께예요.”
“죽기 싫, 으아아아악! 움직였어! 움직였다고요! たすけて!”
“잠깐, 잠깐! 츠바사, 안 돼요! 나 말고 쟤네를 때려요! 악, 악!”
가지 말라는 길을 뚫고 가는 만큼,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인 오브제들의 정점은 이곳에 모조리 다 포진되어 있었다.
“제 생각에는, 굳이 쪽지를 다 보지 않아도 이쪽으로 가면 바로 보물을 가져올 수 있을 거 같아요. …대신, 많이 무섭겠지만요.”
“…그럴 거 같네. 어, 내 생각에도 그래. 아마 [타겟팅 스타> 제작진분들이라면 충분히 그러실 거 같아.”
시간을 들여서 컨텐츠를 뽑을 것이냐, 아니면 두려움을 감수하고 빠르게 원샷원킬로 갈 것이냐.
“…….”
“…….”
나와 재하 형의 두 눈동자가 마주쳤다.
같은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덤이었다.
우리는 후자를 택하고, 빠르게 움직여, 류웨이와 리밍쉔의 행방을 알아볼 요량이었다.
“형, 그럼 갈게요.”
“…그래. 가자.”
어느새 내 후드 집업을 입고 비장한 얼굴을 한 재하 형과 눈빛을 교환하고, 나는 [!! X !!>라고 크게 종이가 붙어 있는 길을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다.
어두워도 한참 어두운 길 가운데에 우리의 손전등 빛 한 줄기가 쏟아진다.
히이이이이―
그동안 깔아 뒀던 음산한 BGM의 출처가 이곳이었는지, 점점 안쪽으로 갈수록 소리가 커졌다.
게다가 오솔길 옆에 깔린 마네킹의 퀄리티는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고.
사아아아―
비까지 와서 그 으스스함을 더 하다니, 누가 이 촬영 전에 고사라도 지냈나 싶네.
그리고, 이런 스펙타클한 상황 속에서 정점을 찍는 건….
끽- 끼기긱― 기긱―
“마, 마네킹이 움직이는데?”
“형, 사람이에요! 인사하죠! 하나, 둘!”
“안녕하세요! 손재하입니다!”
“김춘용입니다!”
“그어, 어어… 으, 으음?”
우리의 커다란 인사 소리에 분장한 스탭은 크게 당황한 듯, 앞으로 뻗어야 하는 손을 자기 뺨으로 가져가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어어, 잠깐, 그어어….”
이 상황 속에서 화들짝 놀라고 기겁해야 할 연습생들이 손에 핸드캠을 번쩍 들고 목적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
“비 오는데 고생이 많으셔요! 힘내세요!”
그러니, 인사는 서비스였다.
그렇게 한 3분을 더 달렸을까?
예전에 본 거라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이쯤 달리다 보면, 아마도….
“춘용아. 잠깐만. 저, 저거 같아.”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약간은 힘에 부쳤는지, 숨을 헉헉 몰아쉬는 재하 형이 내 어깨를 턱 잡았다.
그래, 내 눈에도 저게 목적이었던 보물 같아 보이긴 했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약 1.5배 정도는 큰 나무 아래.
불쑥 튀어나온 마네킹의 손에 들린, 살짝 젖은 종이 상자.
저런 것까지도 연출을 잘해 뒀네, 진짜.
“…헉.”
그렇게, 오늘 미션의 최종 상품이자 베네핏이 될 마네킹 손 위의 종이 상자를 줍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재하 형의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뒤를 돌며 두리번거렸다.
“재, 재하 형. 왜 그래요?”
“아, 아니. 춘용이 네 머리색, 빨간색인데 비가 와서 옷에 물들었, 아. 진짜 미안. 갑자기 생각하니까, 아.”
아, 이런.
“하, 하하! 아, 미안해. 왜 갑자기 웃기지. 비 오는데 막 뛰어가고. 스탭분한테 인사하고, 아.”
우리 상황이 퍽 웃겼던 건지, 재하 형은 별안간 웃음을 터뜨리며 내 어깨를 두드려 줬다.
뭐, 가만히 생각하면 좀 웃기긴 한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까.
생각해 보니, 애로우즈 시절에도 재하 형과는 이런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비가 올 때 형은 방에서 잘 안 나왔고, 나는… 파전에는 소주라고 밖을 나돌았으니까.
어쩌면, 오늘이 재하 형과 내가 처음으로 함께한 비 오는 날일 수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약간은 감상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데.
순간, 나는 얼굴을 확 굳히며 재하 형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춘용아? 화났어?”
내가 갑자기 정색을 하자 화가 난 거라고 생각한 건지, 재하 형이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가로저어 보이며, 가만히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커다란 나무 반대쪽의 낮은 숲 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그리고 동시에, 재하 형도 나와 같이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굳이’ 가지 말라는 길을 뚫고 냅다 전속력으로 뛰어서 보물을 차지하려 했던 이유.
“내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너는 들을 생각조차 없잖아. 그런데 대체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거야? 장난해?”
“别撒谎。(거짓말하지 마.)”
“거짓말?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데!”
그 이유가, 오솔길 너머 비를 맞고 서서 서로에게 힘껏 화를 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