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37
‘실체화라…….’
성지한은 눈앞에 나타난 권능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이 권능을 얻게 되면, 동방삭을 타워에서 꺼내서 독립적인 존재로 실체화할 수 있게 되는 건가?
‘정말 그게 된다면 창조나 다름없군…….’
무에서 유를 만드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게임 타입 ‘타워’ 안의 존재를 꺼내서 이 세계에 실체화시키는 거니.
이 정도면 창조의 영역에 근접했다 봐도 되었다.
그러니까 성공률 0%인가?
“어디, 권능은 찾았는가?”
“예. 실체화라는 권능이 생겨났습니다. 다만 성공확률이 0%여서, 저번에도 얻진 못할 능력이었네요.”
“실체화라…….”
동방삭은 성지한의 권능 이야기를 듣고 수염을 쓰다듬었다.
“혹시 아크에서도 구현이 가능할까?”
“아크에서 실체화라면…….”
“이곳에서 나가면, 난 서버의 존재로 나가게 되는 것 아니겠나.”
“그렇죠.”
“허나 아크에서 실체화되어 나가면, 진짜 ‘세상’의 존재가 되는 건지 궁금해서 말이네.”
“진짜 세상…….”
서버 4212가 창조된 세상이면, 아크가 있는 세계는 신인류가 살던 진짜 세상이라 볼 수 있겠지.
성지한은 동방삭의 말을 들으며, 실체화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이거, 생각보다 중요한 능력일 지도 모르겠는데.
“흠. 어차피 성공률 0%라, 얻지 못할 능력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아크에서 실체화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죠. 성공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을 해 봐야겠군요.”
“물론 내가 아크에서 실체화된다고 해도. 자네처럼 ‘격리자’인 것도 아니니 거기에 오래 머물러 있진 못할 것 같지만…….”
동방삭이 수염을 쓰다듬다 말고, 착 가라앉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울드를 벤 후의 일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울드를 벤 후라면…….”
“그녀는 현재 초월체의 완성을 방해하고 있지. 허나 그런 그녀가 죽는다면 중단되었던 초월체의 융합이 진행되지 않겠나?”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럼. 완성된 초월체가 과연 이 서버를 유지할 것인가?”
“글쎄요. 노아는 감독관의 권한으로, 서버 영구 보존을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만…… 사실 크게 신뢰가 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노아가 울드를 베고 감독관 권한을 되찾아야, ‘서버 영구 보존’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막상 그 감독관 권한은 그녀가 이미 쥐고 있는 상태였다.
전제부터 어긋난 상태였으니 노아가 이야기한 서버 영구 보존도 별 기대 안 하는 게 맞겠지.
“헌데…… 이 세상은 정말 가상현실 같은 건가?”
“음…… 아크에서 서버 접속기기로 접속하는 건, 배틀넷에 들어오는 것과 흡사하긴 했습니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동방삭은 눈을 감자.
스스스……
성지한의 눈앞으로, 화면이 하나 떠올랐다.
‘심상 구현인가.’
시커먼 우주 공간 속에서, 흑색의 관리자와 마주한 동방삭.
화면 속 그의 손에는 무극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검을 들려 하는 순간.
심상 구현을 통해 생겨난 화면에 균열이 생기더니.
지지지직…….
화면이 서서히 깨져나갔다.
“흐음. 기억이 다 돌아오지 않아서 그런지, 흑색의 관리자 전투를 벌인 건 구현되질 않는군…….”
“가족과 관계된 것뿐만 아니라, 그때의 기억도 찾으셨습니까?”
“그렇네. 무극검을 완성한 내가, 그와 어떤 방식으로 싸웠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만…….”
스으윽.
동방삭은 손을 뻗어, 부숴져 버린 심상 구현을 회수하더니.
다시 말문을 열었다.
“전투를 하다가…… 그 여파로 아크에 진입했던 것 같네.”
“아크에…… 말입니까?”
“그렇네. 그리고 거기서부턴 기억이 끊겼네만…… 만약 서버가 배틀넷과 같은 가상현실에 불과하다면, 전투를 하다가 아크로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성지한은 그 말에 두 눈을 깜빡였다.
확실히 저 화면은 분명 동방삭이 살던 세계가 멸망할 때 광경.
저 우주는 분명 서버 2101이 맞았다.
그런데 저기서 아무리 흑색의 관리자랑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한들, 아크로 이동할 수가 있는 건가?
“음…… 이건 흑색의 관리자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내 기억도 무극검과 마주하며, 조각 조각 떠오르는 게 많으니…… 기억을 더 정리하고 나오는 게 있으면 알려 주겠네.”
“알겠습니다.”
성지한은 다시 무신의 탑으로 되돌아오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서버에 대해 확실히 파악해 둘 필요가 있겠어.’
아크와 신인류의 존재를 알고 난 후에는.
서버가 배틀넷과 같이, 가상현실을 계속 시뮬레이션한 줄로만 알았는데.
동방삭이 여기서 전투를 하다가 아크에 진입했단 이야기를 하니, 아무래도 서버에 대해서 명확히 파악해야 할 것 같았다.
성지한이 그렇게 서버의 세상에 대해 생각할 때.
청홍에 갇혀 있던 적색의 관리자가 그에게 말했다.
[서버의 본질인가…… 이에 관해서는 헤파이스토스에 있을 때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찾아봤었나?’
아크에 처음 진입했을 때를 말하는 거군.
그때, 서버에 대해서도 알아봤나 보네.
[헤파이스토스는 아무래도 보조 에너지원이라 그런지, 핵심 정보에 접근할 권한은 없더군. 이번에 얻은 감독관 직위를 써먹어 보는 게 어떻겠나.]‘흠…… 감독관이라. 그래야지.’
노아가 죽으면서, 남겨준 ‘아크 감독관 – 주시자’ 직위.
저번에 아크에 있을 땐, 이 직위를 써먹지 못했지만.
다음 진입 때는 꼭 활용해 봐야겠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고는, 권능 확장 칸을 다시 열어보았다.
[‘보호’- 성공률 73%] [‘실체화’ – 성공률 0%]보호 아래에 생겨난 실체화 권능.
0%인 게, 아쉽긴 했지만.
‘뭐 어쨌든, 지금 당장은 0%인 걸 활용할 수 있어.’
성공확률 0%인‘실체화’ 강화를 실패하면, 기기숙련을 제외한 남은 3개의 권능 중 랜덤으로 1개가 강화되니까.
여기서는 일단 시간 역행이 강화되기를 기대해야겠네.
성지한은 그리 판단하곤, 바로 실체화에 4번 남은 권능 확장 기회를 모두 쏟아부었다.
그러자.
주시가 2번, 타워 구현도 상승이 1번 강화되더니.
[권능 확장이 실패했습니다. 기존 권능, ‘시간역행’이 강화됩니다.]마지막 순간에 시간 역행이 올라 주었다.
* * *
‘……주시가 권능 강화 기회를 잘도 잡아먹는군.’
‘아크 감독관 – 주시자’ 직위를 써먹기 위해선 꼭 필요한 능력이긴 했지만.
그래도 권능 얻고 나서 11번의 강화 기회 중 5번이나 강화되는 건 좀 너무하네.
‘주시…… 이거 어떻게 좀 써먹을 방법이 없나.’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자.
번쩍……!
그의 양쪽 눈에서 새하얀 빛이 강렬히 번뜩였다.
[지켜볼 대상을 떠올리십시오.]그와 동시에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성지한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생각만 하면, 바로 권능 사용법이 튀어나오니 이건 편하네.
‘시간 역행도 이렇게 써먹으면 되나?’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자.
지이이잉……
목 부위의 빛이 번쩍이더니.
아까와 동일한 음성이 내면에서 들려왔다.
‘1초에 백광 1……? 거기에 육체만 되돌아가는 거면, 별 쓸모가 없네.’
울드가 초월체와 연결되면서, 시간역행 권능이 초강화되며 괴물이 되었다고 하더니.
기존의 시간역행은 백광 소모량에 비해, 별 쓸모가 없어 보였다.
‘권능 확장된 게 초기화되면 리셋이라도 할 텐데 말이지.’
세이브 해 놓고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로드 계속 하듯이.
권능 확장한 거 계속 랜덤 돌릴 수 있었는데 그것도 안 되게 해 놨네.
‘아무래도 시간 역행은 지금보다 더 강화되야 쓸만하겠고…….’
스스스…….
성지한이 시간 역행을 쓸 생각이 없자, 빛이 서서히 약해지는 목 부위.
그는 대신, 아까 쓰려다가 말았던 ‘주시’를 사용하기로 했다.
‘주시할 대상은…… 지금 당장 찾을 건 역시 그 놈이지.’
공허의 기운을 느끼곤.
흑색의 관리자가 울드 말을 듣고 자신을 추격한다면서, 멘탈 터져서 자폭한 백색의 관리자.
이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으로 되돌아왔으니.
빨리 그놈을 찾아서,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성지한이 그렇게 백색의 관리자를 떠올리자.
파아아앗……!
두 눈에서 빛이 강하게 터져나오더니.
[탐색을 진행합니다……]그 음성과 함께.
양쪽 눈의 시야가 세상을 보지 않고.
우주를 드넓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휙. 휙.
수없이 많은 풍경이 스쳐지나가면서, 타겟을 찾아나가는 주시의 권능.
세상을 순식간에 탐색하는 게, 과연 빛의 권능이라 할 만했지만.
‘이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계속 보고 있어야 하나?’
성지한은 자신의 시야가 주시의 권능에 의해 사라진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
“이거 한번 발동되면, 내 시야를 이렇게 잡아먹냐? 병행은 불가능하고?”
[한쪽 눈에 주시의 권능을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집중할 시 주시의 효율이 50%로 떨어집니다.]50%라.
효율이 반으로 뚝 떨어지는 건 아쉬웠지만.
‘이러면, 오히려 아크에서 주시를 쓸 수 있겠는데?’
저번엔 주시의 권능을 얻고도, 양쪽 눈에서 빛이 발현되어서.
왼쪽 눈에 자리한 ‘타워 구현도 상승’과 겹치는 바람에 이를 써먹지 못했었다.
주시의 권능을 쓰려고 양쪽 눈에 청의 기운을 해방했다간.
권능이 2개로 판정되어 초월체에 흡수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렇게 자기가 오른쪽으로 가준다고 하면, 이 쪽에서 환영이지.
“50% 되도 괜찮으니, 오른쪽 눈에 집중시켜.”
[알겠습니다.]지이이잉…….
빛이 오른쪽 눈에 몰린다 싶더니.
다시 눈에 들어오는 왼쪽 시야.
그렇게 반은 무신의 탑 최상층이 들어오고.
반은 우주를 탐색 중이자,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적응할 때까진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그가 그렇게 양쪽 눈의 미스매칭에 적응해나가며, 탐색을 진행하길 1시간 쯤 지났을까.
‘근데 이제 얼마 후면 백색의 관리자 놈. 자폭할 시간인데…… 그냥 흑색한테 위치 알려 달라고 하는 게 낫나.’
백색의 관리자를 바로 못 찾는 주시의 권능에, 그가 그냥 탐색을 접을까 생각할 무렵.
[대상의 위치를 관측했습니다.] [대상의 좌표를 전송합니다……]번쩍!
백색의 관리자의 모습이, 드디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가 봐야겠군.’
성지한이 알려 준 좌표를 향해, 포탈을 열어 넘어가자.
빛의 눈을 보고 패닉에 빠져 있던 백색의 관리자가.
포탈을 통해 건너온 성지한을 보고는.
[아. 아니 네가 어떻게……?!]화들짝 놀랐다.
성지한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이거…… 진짜 되나?’
한가닥 의구심을 품은 채로.
“……제발특성두개주세요제발.”
이드가 알려준 명령어를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