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57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건 초월체인가.’
울드를 완전히 소멸시킨 성지한은 초월체의 빛을 바라보았다.
울드의 시계가 사라진 뒤 더 강렬해진 빛은.
그가 펼쳐 낸 예토혼세의 영역을 느리지만 차근차근 갉아먹고 있었다.
‘거기에 더 문제는 여기서 나가질 못한다는 거지.’
예토혼세의 영역 빼고는 빛으로 잠식된 세상.
여기서 나가 초월체의 빛을 쬐기라도 하면, 또다시 매혹을 당하게 될 위험성이 있었다.
물론 이드에게서 얻은 정신 보호도 있고 하니 저번처럼 무력하게 당하진 않겠지만.
‘무극검을 든 강상도 저 빛을 겨우 버텨 냈었지…… 일단은 밖에 나가면 힘들다고 생각해야 해.’
밖에 나가면 초월체의 빛에 바로 현혹되고.
그렇다고 이 예토혼세의 안에만 있기엔, 이 영역이 무한정 지속되질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그래도 성지한에게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울드의 권능을 일단 사용해 봐야겠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악하던 울드에게서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시간 역행의 운용.
특히 그녀가 예토혼세의 영역에서 날뛸 때, 성지한은 시간 역행의 권능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스윽.
성지한이 손을 펼치자.
파직. 파직…….
그의 손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순백의 빛으로 이루어진 원형의 테두리가 생성되었다.
“무엇을 하려는가?”
“울드의 빛의 시계를 한번 만들어 보고 있었습니다만…… 음. 쉽게 되질 않는군요.”
원래는, 자신에게만 써먹을 수 있다던 시간 역행의 권능.
이렇게 시계를 만들어 외부의 시간에 개입할 수 있었던 것도.
울드도 초월체와 융합될 뻔할 때, 그녀의 권능이 초강화되어서 그런 거라 했지.
“그래도 모양새는 그럴듯하게 만들어지는 거 같네만…….”
“아무래도 권능의 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시간 역행 권능이 그렇게 많이 강화되지 않은 성지한으로서는.
방법을 이해해도 힘이 부족해서 시계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 역행에 있어, 울드의 레벨이 99라고 치면 나는 한 5 수준일 테니까.’
이렇게 힘이 부족할 줄 알았다면 울드를 살려서 이용할 걸 그랬나?
성지한은 잠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니다. 그녀를 살려 뒀으면, 언제든 뒤통수를 맞았겠지.’
울드가 발악하던 걸 떠올리자 그런 아쉬움은 금방 사라졌다.
성지한이 그렇게 울드에 대한 미련을 털며, 빛의 시계 생성에 집중할 즈음.
“흠…… 권능의 힘이 부족하다라. 그럼 빛의 시계를 짐이 좀 가져와도 되겠는가?”
“빛의 시계를요?”
“그렇네. 아크에는 울드가 뿌려 둔 빛의 시계들이 있지 않는가. 거기서 힘을 추출해 내세.”
“흠…… 그게 아직 남아 있겠습니까? 울드가 죽었는데.”
“아직 다른 신인류 놈들 몸에도 붙어 있네.”
그러면서 강상은 예토혼세의 영역 밖에 널브러져 있는 격리자들을 가리켰다.
울드가 마지막 발악을 할 때, 이리로 날아왔던 격리자들은.
그녀가 사라졌음에도 아직 몸에 빛의 시계가 붙어 있는 상태였다.
“정말 그렇군요.”
“내 한번 떼 보겠네.”
휙.
그러면서 강상이 손을 움직이자.
치이이익……!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격리자의 피부와 합쳐 있는 빛의 시계가 예토혼세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커. 컥…….”
펄떡. 펄떡……!
누워 있던 격리자의 몸이 몇 차례 경련하더니.
“…….”
순식간에 노화가 진행되면서 몸이 금방 쪼그라들었다.
신인류는 불노불사라 그러더니 늙긴 늙는구나.
‘시간의 감옥에 갇혀서 그런 건가?’
성지한이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볼 무렵.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쉬던 격리자가 금방 호흡을 멈추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곧 축 늘어지나 싶더니.
슈우우우…….
초월체의 빛이, 순식간에 그를 집어삼켰다.
“저건…… 시계를 떼서 격리자가 초월체에게 먹힌 겁니까?”
“그런 것 같군. 정확히는 호흡이 멈추고 완전히 죽은 게 확인되자 흡수한 것 같네만.”
성지한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다른 격리자들을 바라보았다.
이들도 지금은 숨을 쉬고 있진 않지만.
어쨌거나 시계는 붙어 있으니까 ‘사망’ 판정을 받은 건 아닌가 보네.
성지한이 그렇게 다른 격리자들을 살피고 있을 무렵.
“음…… 사위. 저걸 보게.”
강상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심각한 얼굴로 예토혼세의 경계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초월체의 힘이 조금 더 강해진 거 같군.”
순백의 빛이 한층 더 강하게 경계를 갉아먹고 있었다.
* * *
“아무래도 격리자를 흡수해서 강해진 것 같군요.”
그러며 성지한은 이드가 순순히 죽어 줬을 때를 떠올렸다.
원래 ‘격리자’들은.
빛의 권능을 1개만 지니고 있어 신인류의 사회에서 쓸모없는 이들로 인식되며 차별받는 존재.
‘하나, 아소카는 태어날 때부터 격리자가 있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이들을 일부러 개조했다고 했지.’
격리자들이 지닌 권능들은 모두 초월체가 완전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
그래서 격리자는 태어날 때 자질 없이 태어난 게 아니라, 권능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진 존재들이었다.
‘실제로 이드도 아소카가 머리의 봉인을 해제하니 전신에 빛이 흩어지지 않았던가.’
원래는 머리에만 빛이 날 운명이 아니었는데.
‘보호’의 권능을 키우기 위해 시스템 차원에서 그렇게 육성된 이드.
이드뿐만 아니라, 격리자들의 권능 모두가 초월체를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부품이라면.
이번에 격리자가 죽은 후, 초월체의 힘이 조금 더 강해진 게 이해가 되었다.
“격리자는 원래 초월체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으니. 아까 사람이 먹히고, 강해진 게 이해가 갑니다.”
“흠…… 그렇군. 근데 왜 저들은 내버려 두는 거지? 빛의 시계 때문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거기에 시계가 사라지고, 잠깐 숨이 붙어 있을 땐 내버려 둔 걸 보면…… 죽은 상태가 되어야 완전히 회수해 가는 것 같군요.”
“살아 있을 때는 내버려 두더니. 죽을 때는 회수한다고……”
“아크가 만들어진 진짜 이유는. 격리자들의 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숨이 붙어 있을 때는, 육성을 시키기 위해 내버려 두는 듯싶습니다.”
강상은 그 말에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 악녀의 권능이 죽어서는 도움이 되는군. 그럼, 사위. 그녀의 시계를 흡수해 보게.”
“알겠습니다.”
강상의 손짓에 따라, 둥둥 떠오른 빛의 시계를 성지한이 쥐자.
지이이잉…….
그가 만들어냈던 빛의 시계에서 광채가 은은히 피어오르더니.
보다 더 선명한 빛깔이 나타났다.
‘확실히 시간 역행이 강화되었네.’
물론 울드의 수준까지 가기엔 아직 멀었지만.
그녀가 남긴 빛의 시계를 회수하다 보면 초월체의 빛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
다만 문제는.
‘강상의 방식으로 빛의 시계를 격리자들에게서 떼어 내면 그들이 죽어 초월체를 강화시킨단 말이지…….’
빛의 시계를 강화하려다가, 역으로 초월체가 강해질 수 있는 상황.
성지한은 잠시 방법을 생각하다가.
아소카가 이드를 정상인으로 만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아소카가 한 것처럼 격리자들의 힘을 분산시켜서 정상인으로 만든다면…… 초월체도 그다지 강화되진 않을 것 같은데.’
애초에 격리자를 만든 게 초월체가 필요한 권능들을 특별히 강화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레벨로 따지면 99 찍은 특성들을 죄다 1로 되돌리면 저 빛 무리도 그다지 강화 효과를 누리지 못하겠지.
“황제여. 이번엔 격리자들을 그냥 안으로 데려오죠.”
“그래. 방법을 떠올렸는가?”
“아소카가 이드를 되돌렸을 때처럼. 격리자들을 정상인으로 만들고 시계를 떼 보려 합니다.”
“호오…… 그건 해 볼 법하군. 그럼 어디 한 놈 데려와 보지.”
강상이 쓰러져 있는 신인류에게 손을 뻗자.
스으윽…….
축 늘어져 있던 남자 한 명이 예토혼세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가슴팍이 권능의 발현 부위인지 그쪽에서 빛이 새어나오던 남자는.
번쩍……!
영역 안으로 들어서자, 가슴에 모인 빛이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영역 안으로 들어오니 격리자들을 제어하고 있는 힘이 느껴지네.’
원래는 정상인으로 살 수 있었지만.
초월체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기 위해 자신도 의도치 않게 ‘격리자’ 신세가 된 남자.
거기에 빛의 시계까지 붙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무한히 반복하기까지 했으니.
‘정상인으로 되돌리는 게 그에게도 낫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그의 가슴 쪽에 손을 가져갔다.
파지지직…….
그의 손이 닿자 강하게 저항하는 새하얀 전류.
하나.
‘이 안에서라면 매듭을 풀 수 있다.’
아소카의 깨달음을 이어받은 성지한은 이 저항을 끊어 낼 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손이 푸르게 빛나자 전류가 약해지더니.
지이이잉…….
가슴팍의 빛이 곧 전신으로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
“저들이 말하는 정상인이 된 건가?”
“예. 그럼, 시계를 빼 보죠.”
성지한이 그러며 남자의 몸에 박혀 있던 시계를 빼자.
파스스스…….
남자의 몸이 급속도로 노화되더니 살이 금방 쪼그라들었다.
‘이미 죽은 상태라 그런가. 이드 때처럼, 권능을 갈무리해서 얻진 못하네.’
이드 때는 그의 협조 덕에 보호의 권능까지 얻을 수 있었는데.
눈앞의 남자는 시계만 빼면 죽는 상황이라 그런지, 그의 권능까지 얻어 갈 수는 없었다.
순백의 빛이 예토혼세의 영역 안에서 퍼지더니, 사라지고.
죽은 남자의 몸뚱아리에 빛이 미약해지자 성지한은 그를 밖에 내보냈다.
그러자.
슈우우우…….
초월체의 빛이 시체가 된 그를 집어삼켰다.
“이번에는 초월체가 강화되지 않은 것 같군. 격리자들을 정상인으로 바꾸어 내보내는 방법으로 유효해 보이네.”
“예. 거기에 빼낸 시계를 통해 제 빛의 시계도 강화되었습니다. 일단은 이대로 가면 될 것 같군요.”
초월체를 강화시킬 수단도 없애고 이쪽의 방어수단은 강화하고.
이건 일석이조나 다름없는 방법이었다.
성지한은 예토혼세의 영역 밖에 널브러진 격리자들을 바라보면서, 눈을 빛냈다.
“일단은 한 명씩 해서, 계속 가죠.”
“알곘네.”
스으으윽…….
강상의 손짓에 한 명씩 빨려 들어오는 격리자들.
성지한은 아까의 방법대로 이들을 처리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정리되면서 점차 완성도가 높아지는 빛의 시계.
“이젠 더 이상 주변에 격리자들이 없군……”
어느새 주변 격리자들은 모두 성지한에 의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럼 이제, 여기까지 안 온 격리자들을 짐이 데리고 오지.”
“지금 밖에 나가면 초월체의 빛에 공격당하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는 버틸 수 있네.”
아니, 아까도 겨우 버텼으면서 무슨 자신감이래.
성지한은 그를 말려 보려고 했지만.
“자네는 내게 울드를 마무리하게 해 주지 않았나. 복수를 달성하게 해 준 은혜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갚겠네.”
강상은 성지한이 울드의 마무리를 양보한 걸 고맙게 생각했는지.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이거 뭐, 마음은 고맙다만…….’
성지한은 초월체의 빛을 바라보았다.
사람을 홀리게 하는 저 광채에 직격당하면 아무리 강상이라도 버티긴 힘들 터.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성지한은 손을 뻗어 자신이 만든 빛의 시계를 강상에게 옮겼다.
어느새 나름 괜찮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시계.
“이 정도면 완성도가 상당하군.”
강상이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거릴 즈음.
번쩍……!
시계의 테두리에서 광채가 퍼져 나가더니.
“호오……?”
새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보호막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