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99)
99 화 거인….!
거인….!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20마리의 괴물들과 거인이 대지 위를 질주했다.
검은 반인반마의 흑기사가 천천히 검은 할버드를 치켜들었다.
다그닥.
검은 마갑으로 둘러싸인 하반신이 첫발을 내디뎠다. 시작은 지극히 가벼운 동작. 하지만 육중한 흑색 편자가 바닥을 딛자, 돌로 이루어진 거리에 깊은 자국이 패였다.
내달리는 네 개의 다리. 기사의 거대한 몸이 거침없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나아가는 이레트는 말없이 할버드를 치켜들고 마주 달려오는 부패의 거인을 조준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튀어나온 검은 금속들이 할버드를 타고서 뭉쳐 들자, 이내 할버드는 거대한 랜스의 형태로 변화했다.
쿵! 쿵! 쿵! 쿵! 쿵!
두 발의 거인과 네 다리의 기사. 거대한 괴물들이 서로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돌진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거인의 포효와 기사의 침묵. 마침내 그 둘이 서로를 향해 교차했다.
이레트는 침착하게 여태까지 달려온 속도와 자신의 무게를 랜스의 끝에 실었다. 부패의 거인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네 개의 식칼을 놀려 위에서 아래로 랜스를 내려쳤다.
랜스의 끝이 향하는 방향이 비틀리기만 한다면, 부패의 거인은 다른 충격쯤이야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거인의 배에 박혀 있는 상반신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20명의 괴물들이 충돌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리를 벌렸다.
콰아아아아앙!!!
거친 충격음과 함께 드러난 결과는 아까와 같았다. 튕겨 나가는 거인의 몸뚱어리와 거인의 배를 관통한 검은 랜스. 바닥을 굴러 벌떡 일어난 거인이 포효를 터뜨렸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붉은 피. 피가 흘러내렸다. 부패의 거인은 피를 흘리는 이레트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어깨 아래로 완전히 뜯긴 팔뚝. 뜯겨 나간 팔은 아직도 부패의 거인의 몸통에 박힌 랜스의 손잡이를 꼭 쥐고 있었다. 부패의 거인은 천천히 손을 뻗어 검은 갑옷으로 뒤덮인 팔을 입 안에 던져 넣었다.
우득우득.
당연히 금속이 쉽게 씹힐 리 없었다. 적의 피와 살을 취하려 했던 거인은 이레트의 눈치를 슬쩍 보곤 바닥에 그녀의 팔을 재빨리 내뱉었다. 침과 여기저기 일그러진 팔뚝이 바닥 위를 나뒹굴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팔을 취했다는 포효. 그리고 그 포효와 함께 20마리의 괴물들이 이레트의 다리를 향해 질주했다.
-기야아아아악!!!
-기야아아아악!!!
-기야아아아악!!!
후웅.
하지만 질주하던 괴물들은 흑기사가 휘두른 검은 할버드에 얻어맞고 달려나간 속도 그대로 튕겨 나 벽에 처박혔다.
– 기야아아앗?!
우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돋아나는 새 팔. 이레트는 숨겨 두었던 두 개의 팔을 마저 꺼냈다. 정체를 드러낸 네 개의 손이 각기 다른 무기들을 쥐었다.
먼 거리의 적을 제거하기 위해 자라난 석궁.
그녀가 애용하는 무기인 할버드.
돌진을 충격으로 전환시킬 랜스.
그리고 기사의 기본 소양인 묵직한 검.
전부 변신한 이레트의 몸에 맞게 거대한 무기들. 네 개의 무기를 동시에 쥔 첫 번째 사도가 부패의 거인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 곧 끝 내 주 지 .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두 거대한 괴물은 다시 한번 서로를 향해 질주했다. 하지만 저번의 충돌과 달리 이레트는 랜스만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네 개의 팔 중 하나를 치켜들어 석궁을 쏴 날렸다.
푹,
거대한 쇠뇌에서 날아간 금속 기둥이 거인의 무릎 관절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 그 아 아 아 아 앗 ? !
쾅!
졸지에 무게 중심을 잃은 거인이 바닥을 굴러 건물에 처박혔다. 이레트는 네 개의 다리를 놀려 몸을 가속했다. 그리고 달려가던 몸의 힘을 그대로 랜스의 끝에 실어 눈앞의 거인의 몸에 내다 꽂아 버렸다.
콰아아앙!
방금 아물었던 거인의 몸뚱이에 또 한 번 거대한 랜스가 관통했다. 이레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침착하게 네 개의 손 중 하나를 놀려 검을 휘둘렀다.
서것.
랜스에 꼬챙이처럼 꿰여 있던 거인의 머리가 허공을 날아 바닥 위를 나뒹굴었다.
이레트가 벌인 일련의 살육 행위는 지극히 짧은 순간에 기계적으로 일어났다. 그 결과가 어땠든, 그녀는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훈련을 받아온 몸이었다.
이런 식으로 본능에 맡겨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괴물 따윈 아무리 힘과 속도가 비슷하다고 한들 상대가 되질 않았다.
턱.
아니, 되질 않았어야 했었다. 졸지에 머리를 잃었음에도 거인의 몸뚱이는 멈추지 않았다. 거인의 손 중 하나가 식칼을 놓고 그녀의 목을 붙잡아 왔다.
머리를 잃었는데도 움직인다. 이레트는 벌레처럼 끈질긴 이 기괴한 몸뚱이에 조금 감탄했다. 물론, 그녀의 감탄과는 상관없이 움직인 손이 거인의 팔을 베어 냈지만.
서걱.
거인의 네 개의 팔 중 하나가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남은 세 개의 팔이 기다렸다는 듯이 녹슨 식칼을 휘둘러 이레트의 몸을 두들기려 했다.
툭.
이레트는 미련 없이 거인의 몸뚱이를 꼬챙이처럼 꿰고 있던 랜스를 놓았다. 그에 따라 랜스에 의지해 그녀의 몸에 붙어 있던 거인의 몸뚱어리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이레트는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는 거인의 몸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 너 는 내 상 대 가 되 지 못 한 다 .
꿈틀대는 살덩어리들이 돋아나며 순식간에 거인의 팔과 머리가 제 모습을 되찾았다. 거인은 이레트를 바라보며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이레트는 그제야 지금의 상황을 깨달았다. 지금 거인과 그녀 사이의 거리는 아까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긴 거리를 내달려 와서 충돌하는 건, 당연히 두 개의 다리뿐인 거인보다 네 개의 다리가 달린 이레트가 우위였다. 애초에 몸의 구조가 달려와서 그대로 충돌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반인반마에게 돌진으로 이긴다는 건 어불성설. 거인은 침착하게 고통을 감내하며 적과의 거리를 좁혔다.
적이 방심하도록. 그리고 거인이 짠 판 위에서 놀아난 이레트는 거미줄에 달려드는 곤충처럼 저 스스로 거리를 좁혀 버렸다.
– 흠 .
그녀가 짧은 침음성을 내뱉은 그때. 거인이 눈앞의 기사를 향해 거침없이 식칼을 휘둘렀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콰앙!
검은 할버드가 두 개의 식칼을 동시에 쳐냈다. 이레트는 침착하게 거인과의 거리를 벌리려고 시도했다. 굳이 상대에게 승리의 여지를 줄 필요는 없었기에.
– 기야아아아아악!!!
– 기야아아아아악!!!
– 기야아아아아악!!!
어느새 다가온 스무 마리의 괴물들이 이레트의 몸을 타고 기어올랐다. 그녀는 거침없이 몸을 흔들어 댔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은 그녀의 갑옷 틈새에 자신의 팔을 박아넣고 흔들림을 견뎌 냈다.
– 젠 장 . 귀 찮 게 구 는 군 .
카앙!!!
그녀가 무슨 곤란을 느끼든 말든, 부패의 거인은 드러난 빈틈을 향해 거침없이 식칼을 휘둘렀다.
콰앙!
이레트는 다급하게 검을 휘둘러 두 개의 식칼을 막아 냈지만, 미처 막아 내지 못한 한 쌍의 식칼이 그녀의 갑옷을 두들겼다.
우그러지는 흑색 갑옷. 아릿한 충격이 갑옷 너머의 이레트의 몸을 파고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의 다리에 매달린 스무 마리의 괴물들이 마갑 틈새 사이로 녹슨 쇠꼬챙이들을 밀어 넣으며 끊임없이 그녀를 귀찮게 했다.
여기저기 쏘이는 고통 속에서 이레트는 이를 악물었다.
– 이 비 겁 한 괴 물 이 진 짜 !
– 그 핫 핫 핫 핫 핫 핫 ! ! !
웃음인지 포효인지 모를 소리로 대답한 부패의 거인은 답지 않게 새하얀 이빨들을 드러내며 다음 공격을 이어 나갔다.
– 좋 다 ! 이 대 로 죽 여 주 마 ! ! !
쾅! 쾅! 쾅! 쾅!
이레트의 손에 쥐어진 네 개의 무기가 거침없이 거인의 몸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거인은 분주하게 녹슨 식칼을 놀려 이레트의 공세를 막아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이레트를 궁지에 몰아넣었지만, 거인에겐 한 방이 부족했다.
저 검은 갑주를 뚫고서 이레트에게 충격을 줄 한 방이.
쾅! 쾅! 쾅! 쾅!
튀어 나는 거친 불티. 검고 녹슨 금속 조각들이 비산하는 가운데,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 중으로 울려 퍼졌다.
– 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악 ! ! !
이레트는 그제야 자신이 전투에 집중하느라 깜박 잊고 있던 존재를 깨달았다.
아도라. 아도라가 아직 극장 안에 있었다.
– 저 리 비 켜 라 ! ! !
콰앙!!!
어깨에 박히는 녹슨 식칼. 다소의 손해를 감수한 이레트는 몸에 주렁주렁 괴물들을 매단 채 극장을 향해 질주했다.
제발 늦지 않길 바라면서.
***
부패의 거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극장 안으로 들어온 내가 제일 먼저 한 건 다키아의 상태를 확인한 것이었다.
언제 들어갔는지 모를 의자 밑에 숨어서 몸을 회복하고 있던 다키아는 다가온 게 나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 이기신 거예요?”
콰앙!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멀리서 들려오는 포효와 충돌음. 다키아는 그 소리를 듣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듯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밖에서 열심히 부패의 거인분께서 싸우고 계십니다.”
“마르낙 사제님이 여기로 다시 들어오신 건 역시 저 나방 괴물 때문이겠네요.”
“맞습니다.”
사실, 저 나방 괴물의 생사가 궁금했다기보다는 혹시 몸을 회복한 나방 괴물이 다키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싶어 먼저 들어왔다.
‘살해!’
어머니께서도 저 나방 괴물의 몸뚱어리에 있을 신성을 흡수하고 밖의 기사를 상대하는 편이 낫다고 충고해 주셨고.
다키아는 나를 보더니 누워서 손을 뻗었다.
“저 좀 부축해 주세요. 아직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어려워요.”
“예.”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 부축해 준 뒤, 바닥에 죽은 듯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괴물을 향해 다가갔다.
다키아는 배에 구멍이 뚫린 채로 전신이 불탄 거대한 나방을 보더니 내게 물었다.
“그런데 이제 이걸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죽일 겁니다. 그다음은 어머니께서 뒤처리를 해 주실 거고요.”
– 그 , 그 러 지 마 ! 안 돼 ! 살 려 줘 !
나방의 배에 박혀서 죽은 듯이 늘어져 있던 여인이 번쩍 눈을 뜨고서 새된 목소리로 내게 목숨을 구걸했다.
나는 혹시 모를 여인의 공격에 대비해 다키아를 조금 더 내 쪽으로 잡아당겨 거의 안듯이 부축하고서 언제든지 부패의 문을 활성화할 준비를 했다.
“제가 당신을 살려 둬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일단 말을 꺼낸다. 나는 말을 하면서 여인의 머리와 내 손의 거리를 가늠했다. 세 발자국. 딱 세 발자국만 다가가면 일격에 여인의 머리를 베어 낼 수 있었다.
– 나 , 나 는 해 야 만 할 일 이 있 어 ! 아 직 죽 을 수 없 다 고 ! ! !
한 걸음.
“그건 당신이 죽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 그 , 그 건 죽 인 게 아 니 야 ! 진 짜 죽 인 게 아 니 라 고 ! ! !
두 걸음.
“그게 무슨 뜻입니까?”
– 나 , 날 살 려 주 겠 다고 약 속 해 주 면 다 말 해 줄 게 ! 전 부 다 ! ! !
세 걸음.
내가 미련 없이 도살자를 휘둘러 그녀의 목을 베려던 그때. 그녀가 내뱉은 말이 나를 멈춰 세웠다.
– 그 , 그 래 ! 거 기 ! 이 르 멜 가 의 딸 ! 네 아 비 의 목 적 을 알 려 줄 게 ! 내 가 ! 이 번 일 은 전 부 . . .
푹.
극장의 천장을 부수며 떨어져 내린 사내가 아도라의 가슴을 꿰뚫었다.
– 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악 ! ! !
울려 퍼지는 아도라의 비명. 피를 뒤집어쓴 사내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키아의 혈육, 데르소 이르멜이 다키아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분명 너한테 떠나라고 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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