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190
사령관이 돌아왔다 190화
190 장례식(1)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지만 또 아침이 밝았다.
워싱턴의 날씨는 맑았지만 나는 도시 안에 마기가 침투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것은 신력이 몸에 스며들었기에 느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어제 테러가 일어났고 지하 굴이 발견되었다. 그 안쪽도 조사를 해 나가는 중이었지만, 이미 워싱턴으로 몰려나와 한바탕 난리를 치고 산화했다.
내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워싱턴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놈들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 때문에 도시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라 지시를 내려 두기는 하였지만, 워낙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놈들이라 만약 난리가 난다면 완벽하게 진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똑똑.
“교주님.”
이슬기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녀는 이미 정복을 갖춘 모습이었다.
“장례식에 가셔야죠.”
“시간이 벌써 그리되었나.”
“지금 출발해야 늦지 않습니다.”
“그럼 가야지. 대통령의 장례식에 늦을 수는 없지.”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대충 씻은 후에 정복으로 갈아입는다.
어깨 위에는 별이 4개였고 가슴에는 여러 훈장들이 가득하다. 거추장스럽지만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는 달고 다녀야 한다.
스승은 소파에 늘어져 TV를 보고 있는 중이다.
“스승님은 안 가십니까?”
“내가 군인도 아닌데 왜 가야 하느냐?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인류의 영웅으로 부상하셨지 않습니까.”
“영웅은 개뿔. 그냥 살기 위해 싸우는 것뿐이지. 나는 TV나 보련다.”
아무래도 스승을 데려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이슬기와 함께 호텔을 나섰다.
장례식장 앞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렬이 거리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으며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군인들이 쫙 깔려 있었기에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들이 탄 차량은 하이패스로 통과된다.
이 부근은 정체를 빚고 있었지만, 참모총장 정도 되면 경찰들의 엄호를 받으며 이동할 수 있다.
장례식장 앞은 더욱 가관이다.
많은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서 움직일 틈도 없었다.
대통령의 사진이 식장에 거대하게 걸려 있었고 추모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내가 차에서 내리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어차피 곧 있으면 발표를 할 테지만 기자들은 궁금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알려 달라고 했다.
참모총장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
대통령은 분명히 현 사령관인 임태수를 후계자로 지정했다. 전대 대통령의 유지가 담겨 있는 유언이었다.
유언도 멋스럽게 했다.
죽음을 앞둔 가운데 당당하게 말하다가 죽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다음 대 대통령은 거의 임태수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앞으로의 상황 수습 말이로군요.”
“맞습니다! 간단하게라도 이야기해 주실 수 없을까요?”
“곧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만, 간단하게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
주변이 고요해졌다.
내 입에 수많은 눈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걸로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모두 아셨을 겁니다. 놈들은 숨어서 활동하고 있으며 침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침공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변이체들을 동원하여 대통령까지 테러하였을까요?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부의 적부터 쓸어버리겠다는 계획인가요?”
“외부의 적도 강력하지만 내부를 파먹는 부역자들은 모조리 쓸어버려야 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저는 추모를 하러 왔습니다. 꽃 한 송이라도 놓게 해 주십시오. 그다음에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극성스러운 기자들도 이 순간만큼은 입을 다물었다.
사실 장례식장에서 일을 논한다는 것도 꽤 예의가 없는 일이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시신은 식장 한가운데 놓여 있었고 그 앞은 꽃송이로 가득하다.
나도 꽃 한 송이만 들고 가서 놓아 주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잠시 묵념을 한다.
나에게도 대통령의 빈자리는 꽤 컸다.
그가 버텨 주었기에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다. 참모총장이 되기까지도 꽤 많은 난관들이 있었는데, 사령관으로 가는 길은 과연 어떨까.
그때는 더 많은 정치적인 공격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뒤를 이제는 임태수가 봐 주어야 한다.
임태수의 모습도 보인다.
줄이 길었기에 묵념을 하고 잠시 물러났다.
임태수는 묵념을 마치고 나에게 걸어왔다.
“후우.”
“속은 괜찮으십니까?”
“속보다는 가슴이 터질 지경이로군. 대통령이 저리 가 버렸으니까.”
임태수는 진심으로 비통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힘을 내야 한다. 대통령이 죽었다고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 순간에도 부역자들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또 어디에서 어떤 침공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나가서 발표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참에 출마 선언도 하시고요.”
“그러지.”
우리들은 휘적휘적 식장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든 것으로 보였다.
슬픈 현실이었지만, 일은 진행되어야 한다.
임태수가 단상 앞에 섰다.
“대통령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계엄령을 선포하셨습니다. 인류의 비상사태라고 본 것입니다. 워싱턴 한복판에 테러를 한 놈들이라면 전 세계 어떤 도시에서 이런 일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계엄령을 선포하면 시민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내부의 적을 척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당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 부역자들이 쳐들어온다면 감당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
이제 임태수가 기자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일반인들은 부역자를 감당할 수 없다. 부역자들이 몰려드는 날이 재앙이 되는 것이다.
질문을 한 기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무리겠죠.”
“이런 상황에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으면 언제 해야 한단 말입니까. 자치령이 몇 개 날아가고 난 이후에 계엄령을 선포해 봤자 소용없는 짓입니다. 동양 속담 중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죠. 그런 일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 지금 선포하시는 겁니까?”
“대통령님의 유지에 따라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내부의 적을 척결하는 것과 동시에 대통령 선거를 하겠습니다. 선거운동은 길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계엄을 선포하는 것도 좋지 않을 테고 대통령의 자리를 오래 비워 둘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도 죽었고 장관들도 많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자리는 바로 대통령 대행이라는 위치일 겁니다. 그 자리는 제가 잠시 맡고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이미 한 번 죽었다. 그 자리를 쉽게 맡으려는 사람도 없었고, 또 죽을지도 모르니 임태수가 맡겠다는 의견에 이견은 없었다.
한 기자가 물었다.
“대통령 선거에 대행께서도 출마하십니까?”
“대통령께서는 저를 후계자로 지정하셨습니다.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후보가 될 자격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갑자기 군정을 실시하면 엄청난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그 때문에 임태수는 선거를 실시하여 대통령을 선출하고자 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군정을 실시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자치령들이 쓸려 나가고 인구가 3할이라도 죽어 나가야 군정을 실시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현 시간부로 계엄 상태에 들어갑니다. 각 도시마다 병력을 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24시간 감시체제가 될 것이며 전 인류를 상대로 다시 한 번 검사를 실시합니다. 또한 지하수로를 점검하여 놈들이 튀어나올 만한 곳들을 샅샅이 조사할 예정입니다.”
임태수는 그렇게 말한 후 단상에서 내려왔다.
박수갈채는 쏟아지지 않는다.
이곳은 장례식장이었고 며칠 동안 대통령의 장례식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나는 쉽게 워싱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상태에서 임태수까지 죽는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정말 끔찍한 일의 연속일 것이다.
최소한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는 이곳에서 버티고 있어야 한다.
참모총장의 집무실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지금부터는 민심도 잘 살펴야 한다.
참모총장이 되는 순간부터 군인이자 정치가로 활동해야 한다. 정치에서 멀어지면 추후 권력을 잡기도 힘들어진다.
다행히 나에 대한 지지도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문제라면 사람들의 반응이다.
댓글들을 살펴보니 가관이었다.
[이러다가 독재가 실시되는 것 아님?] [설마 그러기야 하겠냐?] [위기를 이용하여 독재를 실시하는 건 오랫동안 정치인들이 써먹었던 전략인데?] [차기 대통령에 현직 사령관이 당선된다면 어떻게 되는 거임?] [설마 다음 사령관이 곧바로 박수철 총장?] [다들 진정하시고, 내가 보기에는 이게 최선이야.] [지금이야말로 독재를 펴야 할 시기입니다.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아요. 부역자들이 설치면 자유의지에 의해 피할 건가요?]찬반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임태수의 출마에 대한 내용도 격렬한 토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군인 출신의 대통령이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역사가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다르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물론 내 목표는 군정이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대로 독재를 휘두르며 인류를 통제할 작정이다. 아직은 그 뜻을 비치지 않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미 임태수와는 이야기가 다 된 일이다.
인터넷 창을 닫고 전 세계 군대를 점검한다.
이것도 요즘에는 전산으로 처리되어 있어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커맨드를 내릴 수 있었다.
“이 비서.”
나는 이슬기를 불렀다.
그녀는 이곳에서도 내 비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네, 교주님.”
“서울 쪽이 좀 불안한데?”
“비슷한 병력으로 막고 있어요.”
“지원부대까지 모두 돌려서 경계를 강화하라고 해. 내가 보기에는 놈들이 1차전으로 끝내지 않을 것 같으니까.”
“알겠어요.”
곧바로 명령이 하달된다.
임태수 사령관이 대통령직을 대행하면서 군 통수권은 임시지만 나에게 돌아왔다. 사령관과 대통령의 직위를 겸임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각 주요 도시들의 배치도를 바라보며 부역자들이 테러를 저지를 만한 곳에 병력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만 해도 몇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좀 불안한데.”
느낌이 좋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 터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신력을 얻은 후로는 직감도 꽤나 발달했다.
잠시 모니터에서 눈을 뗀다.
참모총장의 일이 이런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적성에는 맞지 않는다. 현장을 뛰어다니며 지휘를 하는 것이 내 체질에 맞다.
잠시 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보는데 경계가 발령되었다.
삐익!
“교주님! 세계 주요 도시들이 침공당하고 있어요!”
“침공이라니?”
“내부에서 놈들이 기어 나오고 있다고 해요!”
“그렇게 죽였는데도!”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던 일이다.
이런 직감 때문에 미리 보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력전을 펼친다. 절대 밀려서는 안 된다.”
침공을 당하는 도시 가운데는 서울도 포함되어 있었다.
워싱턴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워싱턴의 변이체들을 처리한 이후에 서울로 가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