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299
사령관이 돌아왔다 299화
299 라오틴의 제안(2)
라오틴 교단의 교황청.
이곳은 세상과 분리가 되어 있는 땅이었으며 제국의 땅과도 분리되어 있었다.
수백억 인류의 성지이자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교황청의 지배자는 엔드로스 6세이며 그는 신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교황은 엎드려 기도를 올렸다.
“라오틴 님! 저희 교단의 성물을 잃은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악마들이 성물을 빼앗았으며 그들을 추격한 성기사단은 몰살당했습니다. 군대까지 동원하였으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사특하게도 지하에 숨어 뭔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디 저에게 지혜를 내려 주소서!”
“…….”
라오틴의 음성은 들리지 않는다.
악마가 나타나 성물을 빼앗았음에도 불구하고 라오틴은 이 세상에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
과연 라오틴은 존재하는 것일까?
교황은 그렇게 기도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마도 이건 꿈일 것이다.
그는 갈대밭을 헤매고 있었는데, 높은 나무를 찾아가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나무 아래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성스러운 빛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제론.”
“호, 혹시 라오틴 님!”
“이번에 중요한 물건을 잃었더구나.”
“죄, 죄송합니다! 악마들이 나타나 성물을 탈취하는 바람에……!”
“너에게 전사들을 보내겠다. 그들에게 악마들의 위치를 알려 주거라.”
“성물을 되찾으셨습니까?”
“회수하겠다.”
“회수라니…….”
스아아!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놀라운 예지몽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까지 라오틴은 이 세상에 관여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의 꿈에 나타난 것이다. 설마 그냥 꿈인 걸까?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다.
세상에 이런 꿈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스스스슷!
그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였다.
눈앞에 빛이 뭉쳐지더니 인간의 형체를 드러냈다. 어마어마한 신성력으로 빚어지고 있었는데, 문 앞을 지키던 성기사단이 들어올 정도였다.
“성하! 괜찮으신 겁니까?”
“괜찮다! 이들은 라오틴 님이 보내신 전사들이다!”
“전사들이라니!”
털썩.
교황은 무릎을 꿇었다.
난생처음 겪는 신비로운 일이었다.
신성력이 빚어져 인간의 형상을 갖추다니? 신의 행사가 아니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곧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복장이 좀 특이하다.
“고대 성기사단의 복장…….”
새하얀 패너플리에 빛의 검으로 무장하고 있는 남녀.
그들은 성스러운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척!
전사들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당신이 저희들을 이곳으로 이끄셨군요?”
“호, 혹시 라오틴 님께서……?”
“맞아요. 성물을 악마들이 가져갔다고…….”
“맞습니다! 악마들이 이 세상에 나타난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렇게 신의 전사들까지 나타나다니, 도대체가……?”
“신들의 세계는 복잡하여 인간이 알 수 없는 곳이죠. 저희들 역시 라오틴 님의 명령에 따를 뿐,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남성 전사가 그리 말했다.
꽤 호리호리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라오틴 님이 직접 보낸 전사라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기적은 성서에서나 나올 법한 것.
아마도 오늘의 일은 성서에 기록될 것이다. 그 역시 성서에 기록되는 교황으로 남을 것이고 말이다.
“부디 성물을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 전에 악마들의 정보를 자세하게 알고 싶군요.”
“물론입니다! 로메르 단장!”
“옛, 성하!”
“이분들에게 모든 정보를 넘겨주도록 하라!”
“하, 하지만…….”
로메르 단장은 망설이고 있었다.
이것이 만약 악마의 계략이라면? 물론 이들이 신성력을 뿜어냈고 기적처럼 나타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교황이 그를 독려했다.
“나의 직권으로 승인한다.”
“성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우리는 귀빈실로 안내되었다.
호텔보다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만족스러울 정도의 방이었는데, 이곳에 정보들이 널려 있었다.
비비안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생각이 주효했네요.”
“그런가요?”
“설마하니 이런 방법으로 가능할지는 몰랐어요. 조금 어렵게 성물이라는 것을 구할 줄 알았는데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종교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면 반드시 교황이 정보를 내어 주리라 확신했었다.
기적이라는 것이 없는 세계 같았고 과학이 극단적으로 발달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 기적을 목격하게 된다면?
교황의 믿음이 어떤지는 몰라도 굳이 믿음 없는 사람도 믿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교황이 전해 준 정보를 자세하게 살폈다.
이곳은 과학이 발달해 있는 세계. 사진이 없을 리가 없었다.
“이건?”
“군단장급의 악마로군요.”
우리는 한눈에 그걸 알아보았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군단장과 대적한 세월이 얼마이던가?
군단장이 이곳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물을 훔쳤다고 하는데 그들 역시 절대신의 유물을 찾고 있는 걸까?
갑자기 가슴이 싸해졌다.
“마신도 유물을 찾고 있는 것 같군요.”
“마신이요?”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설마 성물이 유물인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을 보니.”
마신 역시 유물을 노리고 있다.
운 좋게 하나의 유물은 내가 흡수를 하였지만, 나머지 2개는 마신도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신은 절대신과 필적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만약 놈이 여기서 유물 하나를 취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겠군요.”
우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다면 군단장을 해치우고 그들이 수집한 정보도 탈취하여 취합을 해야 한다.
빼앗긴 성물은 금으로 만들어진 잔이었는데, 그것이 유물이 아니라면 분명히 유물로 가는 길을 알려 주는 단서일 것이다.
“바로 덮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직 아침이 되려면 시간이 남았습니다. 성배……. 그 잔이 유물이 아니라면 시간은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알겠어요.”
그동안 우리는 이곳에 널브러져 있는 정보를 꼼꼼하게 살피기로 하였다.
마신의 손길은 이곳 차원에서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혹시 라오틴은 군단장이 출현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올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신들 중에는 예지력을 갖춘 자들이 있다고 한다. 만약 라오틴이 그런 예지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이런 방치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우리는 성기사단의 방문을 받았다.
똑똑.
“들어와요.”
“신의 전사들을 뵙습니다! 저는 라오틴 교단의 성기사단장 하멜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하멜 님.”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밤새도록 정보들을 살폈습니다. 그들이 마계 군단장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마계……. 정말로 악마들이 세상에 나왔군요.”
“제가 사는 곳에서는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꽤 충격적일 수도 있겠네요.”
“사실, 그 때문에 교단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하멜은 한숨을 내쉬었다.
악마들이 나타났고 성물을 탈취해 갔다. 그것도 모자라 대량의 학살을 자행하였다.
다른 행성 연합과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상당히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화학무기가 통하지 않는 놈들이니까.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악마들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오직 원시적인 무기로밖에는 상대가 되지 않으니……. 그나마 저희들은 신성력을 각성했습니다.”
“오호.”
라오틴이 그냥 방치하지는 않은 것 같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성기사단이라면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그 상당 부분이라는 것이 잡스러운 악마들을 베는 정도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런 말을 이들에게 할 수는 없었다.
“악마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은 봉쇄가 되었군요?”
“맞습니다. 그곳에서 무엇을 찾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도시 하나가 폐허로 변했습니다.”
“그곳을 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정말이십니까?”
“물론입니다.”
“악마의 땅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죽었고 땅은 검게 변색되어 있지요. 그곳을 정화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예.”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신성력을 쏟아부어도 안 된다면 태초의 기운을 사용하면 된다.
아무리 오염이 된 지역이라고 해도 정화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절대신의 유물을 얻는다면 정화를 못 해 줄 이유는 없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것뿐이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작전을 논의하도록 하지요.”
작전은 비교적 간단했다.
악마들이 있는 중심지까지 헬기를 타고 간 후에 강하하여 적들을 쓸어버린다. 그리고 성배를 탈취하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낮았지만 성배 자체가 유물이라면 그 자리에서 흡수를 하고, 지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성배를 돌려준다.
이것이 계획의 골자였다.
물론 유물을 바로 흡수할 거라는 이야기는 그들에게 하지 않았다.
“단장님은 성기사들과 함께 졸개들을 상대하는 데 주력해 주십시오. 저는 그들의 머리를 치겠습니다.”
“두 분으로 가능하시겠습니까?”
비비안과 나는 눈빛을 교환한다.
군단장을 죽이는 정도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내가 신위에 오르기 전이었다면 목숨을 걸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군단장은 죽인다.
아예 그곳에 있는 악마들의 씨를 말려 버려야 할 것이다. 그냥 두면 언젠가는 살아남아 다른 차원에 피해를 입힐 게 분명하니.
재수가 없으면 다음번에 3천왕이 강림할 때 함께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반드시 죽여야 한다.
“이번 작전은 은밀하고 빠르게 진행해야 할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작전은 이 정도면 되었다.
지도로 위치도 숙지하였고 어떤 식으로 놈들을 정리해야 할지도 충분히 논의하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군단장을 죽이고 성배를 되찾는 것이었지만, 졸개들을 처리하는 일도 꽤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 출발합시다.”
“성기사단 출동한다!”
“예!”
100명에 이르는 성기사단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상당한 숫자의 성기사단이 각성한 것으로 보아 라오틴이 축복을 내려 주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라오틴이 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구로 돌아가기 전에 라오틴을 한 번 만나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대기하고 있던 헬기에 올라탔다.
“부디 이번에 두 번째 유물을 찾았으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