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82
사령관이 돌아왔다 082화
082 진급(1)
임명식이 거행되었다.
장례식이 끝난 후에 곧바로 사령관이 임명되었지만,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현 인류의 목표는 생존이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였던 과거에는 목표가 행복한 삶이었겠지만 이제는 생존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기에 하루라도 사령관의 자리를 비워 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령부 앞에는 거대한 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공개적으로 임명이 되는 자리였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고위 장성들과 정치권 인사들도 있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 이 정도 고위층 인사들이 모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국가 방위나 행정을 비워 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합 대통령 존 카터가 단상 위에 섰다.
그는 연설을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각 전선에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버텨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얼마 전에 불의의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령관 마이클 콜슨 대장의 죽음입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저는 사령관의 자리를 비워 둘 수 없어 군부와 밀접하게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표결로 인하여 참모총장 임태수 대장을 임명하기로 하였습니다. 임태수 대장?”
“예, 대통령 각하.”
임태수가 단상으로 나온다.
대통령은 손수 그에게 별 하나를 더 달아 주었다.
연합군의 원수, 사령관이 된 임태수는 마이크 앞에 섰다.
“사령관, 한 말씀 하시죠.”
“감사합니다.”
임태수는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참모총장으로 몇 년을 있었지만, 이렇게 전군을 책임지는 자리에 설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던 모양이다.
“부족한 저에게 이만한 중임을 맡겨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금까지 은폐되어 왔지만 전선이 좋지 않습니다. 이제 시민의 눈을 속이는 것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전선이 힘겹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저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전선을 강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류 연합에 지존급의 헌터가 등장하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박수철 준장입니다.”
“…….”
임태수는 곧바로 나를 언급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 어린 얼굴로 임태수를 바라본다.
이미 마이클 콜슨이 나를 후계자로 지정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 두었다.
임태수까지 나를 후계자로 지정한다면 다음 대 사령관은 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박수철 준장은 앞으로.”
“충성!”
임태수는 내 어깨에 별을 하나 더 달아 주었다.
“박수철 준장을 소장으로, 백두산 군단장으로 임명한다. 귀관은 인류의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라.”
“예, 각하!”
“참모총장의 자리에는 전 백두산 군단장인 맥키엄 대장을 임명하겠습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을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이었지만, 군부 요직을 임명하는 사람은 바로 임태수였다.
장군으로 진급을 할 때는 국회의 통과가 있어야 하지만 보직은 사령관의 권한이었다.
내 경우에는 이미 국회에서 통과되어 있었기에 임태수가 곧바로 진급을 시켜 준 것이었다.
“맥키엄 대장 앞으로.”
맥키엄은 임태수에게 경례를 붙였다.
“참모총장으로 귀관을 임명한다.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척!
다시 경례를 한 후에 자리로 돌아간다.
임태수는 다시 단상에 섰다.
“중요한 인선은 마쳤습니다만, 군 내부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예정입니다. 제가 국민 여러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입대를 하라는 것입니다. 헌터 여러분들에게도 고합니다. 현 인류는 어려운 시국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입대를 하여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마이클 콜슨은 죽었지만, 임태수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것이다.
원래 새로운 사령관이 선출되면 여러 가지로 개혁을 하기 마련이었다. 대통령 다음가는 권력자. 어쩌면 그 이상의 힘을 가졌다고도 볼 수 있었다.
전 인류의 목숨을 책임지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사람들을 따라서 박수를 쳤다.
‘이것으로 되었다. 임태수 대장이 원수, 맥키엄 대장이 참모총장이 되었으니 다음 대 사령관은 내가 확실해.’
물론 그것이 끝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사령관이 되고 난 이후가 시작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위협을 알고 있는 나에게 있어 이건 걸음마에 지나지 않았다.
임명식이 끝난 직후 임태수는 회의를 소집하였다.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서로 얼굴을 맞댈 기회는 없을 것이다. 전 세계 고위 장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각자 전선을 맡고 있었고 밀리는 상황이다. 그러니 각 전선의 사령관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임태수는 감회가 새롭다는 얼굴로 주변을 바라봤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저희가 드릴 말씀입니다.”
세력의 구도는 확연했다.
아버지의 은혜를 입은 내 군벌 세력이 득세를 했다.
임태수를 비롯하여 맥키엄과 여러 장성들이 내 세력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마수천도 동참하였다.
군벌들이 응집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딱히 군벌이라고 지칭할 수 없었지만, 내 우호 세력들인 것은 확실하였다.
마이클 콜슨의 세력은 몰락하였다.
뒤에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라면 완전히 몰락했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마이클 콜슨의 충복이었던 리암 중장만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중립 세력들은 여전히 중립을 지킬 것이다.
수많은 세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군부였지만, 내 라인이 가장 득세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임태수가 나를 호명했다.
“박 소장.”
“예, 각하.”
“백두산 부대가 어떤 곳인지는 자네가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보네.”
“물론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백두산 부근에서 사고가 끊이지를 않았지. 베이징도 마찬가지네. 따지고 보면 그 근처 아니던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이징이 백두산 부근이라 보기는 어려웠지만 전 세계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나는 몬스터 웨이브가 백두산을 넘어 전 세계를 잠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말을 굳이 할 필요는 없었다.
“자네가 굳건하게 지켜 주게.”
“그리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령부를 한국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위험지역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사령부가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도 싶고.”
“그보다는 안전한 후방이 낫습니다.”
“맞습니다. 사령부를 옮기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참모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물론 그들은 권력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갈까 봐 우려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사령관이 한국인 아니었던가.
국가의 장벽은 사라졌지만, 몬스터 사태가 끝났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 그때가 되면 연합은 해체될 테니까.
임태수는 혀를 찼다.
“일단 살아남고 보아야지. 사령부에 고위 헌터들이 많으니 해 본 말이다.”
“험험.”
사람들은 헛기침을 하였다.
이 자리에서 중요한 안건들이 결정되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군의 증강이다.
최근 들어서 몬스터의 공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었다. 막기가 버거울 정도로 말이다. 전방에서는 치열하게 전투가 전개되고 있었다.
군인들을 더 모병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징집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미 여자들도 군대를 가는 판에 어떻게 확대를 하자는 건가?”
“헌터들을 모조리 징집한다거나.”
“그랬다가는 길드와 전쟁이 터지겠지.”
연합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내전이었다.
하지만 길드들이 생겨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다면 인류의 생존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아주 심각한 딜레마였다.
“아무래도 천천히 개혁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장성들은 길드에 대한 문제는 조금 유보하면서도 군비를 증강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합의를 보았다.
여기에 중요한 안건이 하나 더 있었다.
“군비를 확장하면 마도구를 더 들여올 수 있다. 그건 곧 일반인들도 헌터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지.”
“으음!”
“정말 혁신적인 일입니다.”
“박수철 소장?”
“그렇지 않아도 10% 인하된 가격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더 낮출 수는 없겠나?”
“그건…….”
임태수가 물었다.
역시 그는 인류를 위하는 사람이었다.
같은 라인에 있었지만 필요하다면 내 이익을 깎아 낼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게 되면 대외적으로 신뢰가 굳건해질 것이다.
“아시다시피 저는 회사의 대표이지만 실권은 없습니다. 다들 알아서 하지요. 저는 연합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래도 더 깎아 보게. 자네가 대표이지 않나?”
“무리하면 15%까지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아. 15%로 알고 있겠네.”
‘그 정도야.’
임태수 역시 정치적으로 대단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애초에 장성이 되는 순간부터는 정치라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일부러 저러는 것일 수도 있었다. 같은 파벌이라고 해도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는 가차 없다는 뜻이었다.
“아예 15% 인하로 발표를 하시죠? 그리고 군인이 되는 헌터에게는 1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를 하는 겁니다.”
“오오!”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 방안도 추진하도록 하지.”
여러 가지 방책들이 마련되었다.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군사력의 강화였다.
이제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나 둘 군인들이 임지로 복귀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보다 마도구를 5% 정도 더 인하를 해야 하므로 물론 서울에 들를 예정이기는 하였다.
비행장으로 이동하려 할 때 엘리스 비서실장이 달려왔다.
“각하께서 잠시 보자고 하시네요.”
“그렇습니까?”
“데려다주신다고요.”
“갑시다.”
대통령 전용 차량에 승차했다.
그곳에서 존 카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훌륭한 법안을 제시하였더군. 헌터의 비중을 늘릴 수 있는 방법 말이야.”
“서울에 가서 회사를 방문하려 합니다.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더 낮추는 방법도 찾아야지요.”
“그래 주면 고맙겠네. 내게 부탁할 것은 없나?”
대통령은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마도구의 가격을 15% 낮추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국방부에 납품하는 마도구에 세금 감면 혜택을 받으면 그리 큰 손해도 아니었다. 여기에 약간 더 생색을 내는 것뿐이었다.
마도구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마석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다. 기존 가격에서 5%만 낮게 책정하여 납품하면 된다.
‘부탁이라.’
대통령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빚을 하나 지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언젠가 빚을 갚아 주십시오.”
“허허허! 부탁은 나중에 하겠다고?”
“그렇습니다, 각하.”
“그것참 현명한 방법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