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사고
“편집은 알아서 잘하고.”
“예.”
“돈 주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알겠냐?”
“네.”
“야, 내가 짬이 있는데 편집자한테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하아… 내가 진짜.”
한정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할 자격은 없었다.
그가 굳이 소속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펙도 부족하고 실력도 부족한 편집자를 뽑은 탓이었으니까.
“척하면 딱! 알아서 해야지. 언제까지 내가 디렉팅해 주길 바라는 거야. 나 영상 찍기도 바빠.”
“네, 알아요.”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죄송합니다아.”
“죄, 죄송하면 다야? 죄송하면 편집일 끝나나?”
“아니요.”
“크흠.”
한정수의 볼이 빨개졌다.
그는 편집자를 실력이 아닌 자기 취향대로 뽑았다.
정확히는 여자 취향.
면접을 보러 온 여자가 워낙 자기 취향이라 부족한 경력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뽑은 것이다.
“이번 주까지 끝내 놓겠습니다.”
“그래?”
“네.”
“그, 그럼… 배고프니까 일단 밥 먹을까?”
“그래도 돼요?”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내가 설마 굶기기야 하겠어? 혹시… 뭐… 먹고 싶은 건?”
반짝이는 여자 편집자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는 한정수.
“으음~ 햄버거?”
“너 또 햄버거야? 뭐… 스테이크나 파스타 그런 건 먹고 싶지 않냐? 맨날 정크 푸드만 먹으면 몸 버려, 최수정.”
최수정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헤실헤실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래도 맥두날두가 짱 맛있어요.”
“하아… 현식이가 들으면 노발대발할 얘기다.”
“아! 그럼 불프 불고기도 좋은데, 전 샌드위치로. 덮밥은 거추장스러워서.”
“그건 더 현식이가 난리 칠 얘기고.”
한정수는 이미 최수정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런 최수정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정수를 이렇게 길들이는 게 아니라는 것.
“그럼 맥두날두? 전 빅맨 세트로요.”
“하아… 내가 맛있는 거 사 준다고 해도 넌 맨날 빅맨이냐?”
“그게 젤 맛있어요. 정수 오빠도 먹어 봐요.”
“오, 오빠?”
“아!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하, 하하하. 뭐 오빠도 나쁘진 않네. 사석에선 오빠라고 부르던지. 크흠, 난 공과 사는 구분하는 스타일이거든.”
“그래도 될까요… 오빠?”
“하, 하하하. 그, 그래!”
“그럼 오빠… 빨리 주문 좀.”
“아, 그래. 그렇지 참.”
한정수는 얼른 앱을 열어 맥두날두 딜리버리를 시켰다.
“세상 참 좋아졌어. 배달은 한국의 고유한 전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딜리버리도 잘 나오고.”
“그러니까요. 짱 편해요.”
“넌 쉬고 있어. 오빠가 나중에 오면 알려 줄게.”
“네에~”
최수정은 편집하던 의자에 앉은 채로 폰을 켰다.
여느 다른 여자애들처럼 SNS와 가십거리를 훑던 그녀.
그러다 우연히 어떤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어?”
“왜? 왜왜 무슨 일인데?”
“아, 그냥 사고가 났다고 해서요.”
“그래? 아씨~ 놀랬잖아.”
“그냥 비행기 사고래요.”
“비행기…? 어? 그거 줘 봐.”
“예? 아, 예에.”
최수정이 자기 폰을 한정수에게 건넸다.
그리고 한정수는 그녀가 켜놓은 기사를 훑기 시작했다.
점점 표정이 굳어지더니 거의 사색이 되어 버린 그의 얼굴.
“이, 이게 무슨 소리야?!”
* * *
“아, 귀찮아.”
“정연아, 그래도 이거 정해야지.”
“그냥 대충하면 안 돼?”
“그래도… JY 컴퍼니 대표랑 전 대표가 하는 결혼인데… 구색은 갖춰야지.”
김종현은 어떻게든 김정연을 설득하고 있었다.
이제 약 석 달 남은 결혼 일정.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결혼식을 어떻게 할 건지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겠어. 그래서 드레스?”
“어. 네가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정하면 내가 알아서 집으로 보낼게, 알겠지?”
“그냥 기성으로 맞추면 안 되나? 꼭 치수 재고 해야 돼?”
“어.”
“단호하긴. 짜식, 멋지네.”
“알겠으니까 다음으로 식장은….”
“그냥 요 근처 호텔에서 하자. 아님, 솔직히 우리 앞마당 어떰?”
“회사원들 반도 안 들어가겠다.”
“아니, 뭐가 그렇게 복잡해? 그냥 결혼하자. 하고 혼인 신고한 담에 그냥 살면 안 돼?”
보통이라면 여자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을 것이고, 남자는 그 반대일 것이다.
무조건은 아니겠지만, 이게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남녀의 모습.
하지만 그런 통상적인 걸 깨부수는 이 커플.
“뭐 이래라저래라 에휴~”
불평은 늘어놓지만, 김종현이 시키는 일은 잘하는 김정연.
“그래서? 안 할 거야?”
“누가 안 한대? 할 거야. 하는데… 그냥 귀찮아서 그렇지.”
“하는 것도 없으면서 뭐가 그렇게 귀찮아?”
“하는 게 없다니? 너 진짜 섭섭하다! 내가 일어나면 어? 제일 먼저 뭐 해? 샤워하지? 샤워가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아? 너 머리 길어 봤어? 감아도 감아도 끝이 안 나.”
“샤워가… 일이야?”
“일이지! 그리고 샤워 끝나면 뭐 해? 아침 먹지? 베이글 굽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알아?”
“그래서 가정부 들이자니까?”
“가정부야 많지. 근데 이건 내가 직접 해야 해.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어. 내 목으로 넘어가는 걸 다른 사람한테 맡기다니. 아침의 신성한 의식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법이야.”
“외식은 어떻게 하냐? 다른 사람한테 맡겨야 하는데.”
“어? 그러네? 나 이제 외식도 못 할 듯?”
“미치겠네, 진짜.”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일! 밥 먹고 멍때려야 해. 그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알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그 기분을 네가 아냐고?”
김종현은 한숨을 내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히스테리에 가까운 불평을 늘어놓는 걸 보니 분명 그가 찾고 있는 게 해결책이었다.
“자.”
“어? 웁.”
그녀의 입에 식빵 한 조각을 쑤셔 넣는 김종현.
“곧 밥 나올 거니까 일단 그걸로 허기 좀 채워.”
“음뇸뇸.”
아무 말도 없이 식빵을 먹던 김정연.
그리고 다 먹은 뒤에는 갑자기 고분고분해졌다.
“이제 시작할까?”
“미안해.”
“뭐가?”
“짜증 내서, 헷.”
“배고파서 그런 거 알고 있었어.”
“아~ 몰랑, 진짜. 날 진짜 너무 잘 안다니까.”
“자, 다음으로… 여기 예식장 리스트…. 어?”
“왜?”
인터넷으로 예식장 리스트를 보여 주려던 김종현이 무언가 이상한 걸 본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만.”
그리고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들고 있던 태블릿을 바닥에 떨궜다.
“꺄악! 깜짝이야. 괜찮아? 너 이제 수전증도 있어? 그러니까 내가 와인 작작 마시라고 했지?”
“그… 그거 봐 봐.”
“뭘?”
떨어진 태블릿을 주워 아무 생각 없이 보던 김정연도 잠시 후 김종현과 똑같이 태블릿을 떨어트렸다.
“지, 지금 이거 무슨 소리야? 내가 본 게 맞아?”
“…정연아.”
“다, 당장 시아한테 연락해! 당장!”
* * *
“똑똑.”
“누가 노크를 입으로 냅니까?”
노크하는 시늉만 하면서 들어오는 홍미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최기명.
“바빠요?”
“아니요. 이제 곧 집에 가야죠.”
“아~ 그래요? 전 안 바쁘면 밥이나 한 끼….”
“가시죠. 어디로 모실까요?”
빛의 속도로 겉옷을 걸치고는 그녀 앞에 서는 최기명.
이제 이들도 어엿한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하던 일은 마저 해야죠. 앉아요.”
농땡이를 피우려던 최기명을 억지로 자리에 다시 앉히고는 자기가 맞은편에 앉는 홍미나.
그녀의 싱그러운 미소에 그는 헤벌쭉하며 정신을 못 차린다.
“중국 건은 잘 되고 있나요?”
“어라? 업무 모드인가요?”
“당연하죠. 저 이래 봬도 불프 대표라고요.”
“아이고. 대표님, 제가 몰라뵀네요.”
최기명은 정리하던 파일을 그녀에게 건넸다.
안 그래도 그녀가 오기 전까지 중국 진출과 관련된 사항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걸리는 게 조금 있긴 하지만 어떻게든 될 거 같아요. 어쨌든 미국을 기점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보니까요.”
“그렇군요. 차현식 회장님이 좋아하시겠어요.”
“회장님이야 한국 가는 걸 더 좋아하시겠죠.”
“아~ 오빠 오늘 한국 갔나?”
“아마 오늘 비행기겠지?”
“부럽다~ 나도 한국 가고 싶은데.”
“갈래?”
“어딜?”
“한국.”
“같이?”
“아… 응.”
최기명의 용기에 피식― 웃는 홍미나.
“그나저나 이제 도착했으려나?”
“음, 아침 일찍 출발했으니까. 아마도?”
“궁금하다. 확인해 봐야지~”
홍미나는 폰을 꺼내 검색하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검색하는 홍미나가 귀여웠는지 최기명은 가만히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흥이 났던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심각하게 바뀌었다.
그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막고 폰을 테이블에 떨어트리는 게 아닌가.
“왜? 왜 그래?”
“오, 오빠… 이것 좀 봐.”
“뭔데 그래?”
최기명도 확인한다.
그리고 흔들리는 동공.
아찔한 듯 휘청거리다가 가까스로 주변 테이블에 손을 뻗어 지지했다.
“이거… 오늘 기사야? 오늘 맞아? 어제 아니야? 그냥 어제 있었던 기사가….”
“아니야. 지금… 실시간으로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어.”
“이, 이런 미친. 지, 지금 당장 공항으로 가자! 당장!”
“응!”
* * *
“그럼 저희는 가 볼게요. 할아버지한테 인사해야지.”
“그래, 한국에 가서도 연락하고.”
“예.”
시아는 아이들과 함께 텍사스로 돌아갈 채비를 끝냈다.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하는 그녀의 할아버지 로드윅 바네트를 위해서 이렇게 마이애미로 여행을 온 것이다.
“할부지.”
“어이구, 우리 손주들. 할애비가 챙겨 준 용돈으로 맛난 거 사 먹어라?”
“아빠가 챙겨 준 돈으로 집도 사요.”
“허허, 뭐 남는 걸로 집도 사고 차도 사면 좋지, 뭘.”
로드윅 바네트가 손주들에게 챙겨 준 용돈은 일반인이 평생 모아도 될까 말까 한 돈이었다.
그걸 애들 맛있는 거 사 먹이라고 챙겨 준 거니 시아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벌써 그런 거 사 주면 애들 버릇 나빠져.”
“애들이 뭘 안다고 그러냐. 허허.”
시아는 로드윅 바네트를 생각할 때 냉정하고 자식에게 있어서 꽤 냉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주들에게는 한없이 약해지고 모든 걸 퍼 주고 싶어지는 그저 할아버지에 불과했다.
돈이 아무리 많고 아무리 유명하다 한들 역시 그도 손주 바라기일 뿐이었다.
“이제 갈게요. 텍사스 갔다가 바로 한국 가야 해요. 남편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넌 참…. 차 서방이 그렇게 좋으냐? 질리지도 않아?”
“아니, 늘 새로워. 늘 짜릿해. 완벽한 남자야.”
“참 나, 아주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구먼. 그나저나 차 서방은 한국 잘 도착했으려나?”
“음,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시간이긴 하네요.”
로드윅 바네트의 말에 시아는 생각난 김에 비행기 시간을 확인해 보려 인터넷을 켰다.
그런데 폰에는 그녀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소식들로 가득했다.
평소 잘 당황하지 않는 시아.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손이 떨리고, 아니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 아아.”
“왜 그러냐?”
로드윅 바네트가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추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왜 그러냐니깐?”
“…….”
큰 충격을 받은 건지 그녀는 그대로 폰을 바닥에 떨구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이 녀석이… 요즘 운동 부족이냐? 허허, 뭘 봤길래….”
싱겁다는 듯이 떨어진 폰을 주워 시아가 보던 기사를 읽는 로드윅 바네트.
“이, 이게 무슨….”
“흐읍!”
시아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지인이와 지민이는 깜짝 놀라 엄마를 부둥켜안으며 같이 울었다.
영문도 모르면서 엄마의 슬픔과 눈물에 전염되듯 우는 아이들.
애써 그걸 무시하면서 로드윅 바네트는 최대한 침착하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동원해서라도 차현식 회장의 생사를 확인해! 무슨 짓을 해도 되니까!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