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6
6화 행오버
우버를 타고 적힌 주소로 도착했다.
과연 이걸 가정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으리으리한 대저택.
이미 정원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으며 수영장에는 몸매 좋은 형님, 누님들이 헐벗은 채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미국의 파티는 입장이나 퇴장이란 개념 자체가 없고 그냥 막 들어가고 나가면 된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초대되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곳.
“헤이, 와썹.”
“썹, 브로.”
두 손을 맞잡고 인사하는 두 흑형을 보며 정원을 가로질렀다.
이미 파티는 물이 올라 음악에 심취해 춤추는 사람들도 있었고, 온갖 음식과 술을 마시며 즐기는 부류, 그리고 한쪽 방에서 하얀 연기가 새어 나오는 걸 보니 대마 피우는 그룹도 형성된 모양이었다.
주법상 텍사스는 대마가 불법이지만, 암묵적으로 피워대기에 텍사스에 살면 대마 특유의 스컹크 방귀 비슷한 냄새 맡는 게 생활이 된다.
처음엔 대마 냄새와 스컹크 냄새 구분이 쉽지 않았는데 워낙 익숙해지니 구분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나야 당연히 춤을 추거나 대마를 피울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펀치로 시선을 옮겼다.
크리스마스 파티부터 시작해서 온갖 종류의 파티에는 꼭 빠지지 않는 게 바로 펀치다.
순한 맛 펀치로는 여러 종류의 주스를 섞어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매운맛으로는 이런 대규모 술 파티에는 주로 온갖 술을 때려 붓고, 주스, 과일, 얼음 등등을 넣어 폭탄주로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이런 파티의 펀치는 꽤 위험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엄청난 양의 알코올이 들었으나, 맛은 달달하니 취기를 느끼기도 전에 정신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을 놓고 파티에 심취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그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을 테지.
솔직히 말해서 이런 호화로운 파티에 참석해 본 적이 없다.
대학생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동식이랑 사업할 때도 그런 파티에는 주로 동식이가 참석하고 나는 주방에서 연구하고 일하기 바빴으니까.
그래서 지금 매우 맑은 정신으로 이런 광란의 파티를 즐기려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파티 호스트가 나를 초대했다고 해서 나를 특별 취급하거나 나를 케어해주는 게 아니라, 피터 입장에서는 나에게 파티에 와서 즐길 권한을 주었을 뿐이다.
이곳에 와서 어떤 식으로 즐기는지는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선택이고.
그래서 냅다 펀치 한잔을 잔으로 퍼 올려 벌컥벌컥 들이켰다.
생각보다 세지 않은 알코올에 달콤한 맛이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머리가 살짝 어지럽고 음악이 조금 웅웅- 거리듯이 들리니 내 마음도 웅웅- 들 뜨는 기분이었다.
“야.”
주변을 둘러보자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제각각 원하는 느낌으로 놀고 있는 자유로운 파티피플이 보였다.
그 중간에 나 또한 끼어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회귀한 게 실감이 났다.
이런 류의 삶은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동식이가 아니었다면, 설사 내가 그대로 성공한 요식업계 큰손이 되었더라고 하더라도 즐기는 방법 따위는 모른 채 돈만 많은 노인이 되었을 것이다.
“야.”
이게 심장이 뛰는 건지 스피커의 바운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정신이 나갈 거처럼 들뜨자 펀치를 한 번 더 퍼 올려 들이켰다.
“야!”
“어?”
그때,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뜩였다.
뒤를 돌아 나를 부른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더니···
“너 나한테 거짓말했어. 유 썬 오브 어 비치!”
대뜸 거짓말을 했다며 시원하게 욕부터 박는 이 여자는 시아 베네트.
그래, 보물찾기에서 1등 티켓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내쫓아야 하는 상황이라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었다.
“워~ 진정해.”
“너!”
사실 내가 거짓말을 했으니 내 잘못이 맞다.
그리고 시아를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 마땅한 변명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취기가 오른 탓일까?
나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펀치 한잔을 퍼 올리고는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여전히 나를 흘기며 팔짱을 끼고 있던 그녀는 얼떨결에 내가 준 펀치를 받아서 들었다.
“치얼스.”
“뭐라는 거야?”
“일단 한잔 적셔.”
나도 한 잔.
그리고 시아도 한잔 들이켰다.
“미안. 그때는 내가 착각했네. 그래도 내가 보상할게.”
“보상? 어떻게? 난 진짜 먹고 싶었다구!”
시아 베네트의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녀는 한참을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그녀는 어머니가 해주던 맛있는 한국 음식을 그리워했는데, 그러다 보니 그녀의 은밀한 취미는 한국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을 쫓으며 맛있는 한국 음식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등 티켓을 위해서 나는 시계탑 쪽에서 한국 음식 푸드 트럭이 왔다는 뻥을 쳤었다.
“내가 해줄게. 한국 음식. 나 요리사야. 어메이징 쿡이라고.”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옛날의 나라면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음식에 관심이 있고, 군대에서도 취사병을 하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경력이 아예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회귀한 나는 악독한 주방에서 10년을 연구하고 일하며 쌓은 커리어가 있는 어메이징 쿡이 맞다.
“너··· 진짜 요리사야?”
“그렇다니까?”
그녀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한국 음식 매니아인 그녀에게는 솔깃한 제안이겠지.
“정말? 약속?”
그녀가 수줍게 새끼손가락을 뾱- 들어 나에게 내밀었다.그리고 나는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어. 약속.”
그래, 그렇게 약속까지 했으니 내 파티를 방해하지 않겠지.
나는 여기에 온 목적은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으니까.
피터는 재벌집 아들이다.
그러니 그의 인맥으로는 꽤 대단한 집안의 자식들도 분명 이 파티에 참석하고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한 인플루언서부터 시작해서 연예인 지망생들까지.
떡잎부터 다른 사람들이 아직은 빛을 발하지 못한 채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회귀한 나는 누가 잘 나가고 누가 유명해질지 이미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만 쏙쏙 골라서 친해지면 나에게 도움 되는 인맥을 구축할 수 있지.
이 파티는 나에게 가장 큰 인맥의 풍류이자 기회인 셈이다.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시아가 조금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그녀 또한 파티를 즐기러 온 거니 서로 목적에 맞게 찢어지는 게 서로에게 이로울 거다.
펀치를 한잔 더 퍼 올리고는 시아가 사라진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겨 훗날의 유명인을 물색할 참이었다.
그런데.
휘청-
“어?”
머리가 핑- 돌고.
시야가 웅웅- 거리면서 바닥이 점점 나에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분명 펀치 세 잔정도 먹은 게 다인데.
가만.
생각해 보니 펀치 석 잔이면 대략 소주 한 병정도.
일에 치이며 살다 보니 술을 달고 살았기에 주량에는 자신 있었다.
자신하건대 소주 세 병은 거뜬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내 정신은 소주 세 병을 마셔도 끄떡없지만 내 몸은 맥주 한 잔만 마셔도 기절할 정도로 알쓰인 젊은 날의 차현식이지 않은가.
그걸 간과한 나는 한도를 아득히 초월한 술을 방금 쉴 새 없이 들이킨 것이다.
털썩-
그렇게 나는 파티 한중간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
“으음.”
정신을 차리니 푹신한 침대 안이었다.
아, 분명 누군가 쓰러진 나를 가엽게 여겨 기숙사로 옮겨 주었구나.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그 사람이 내 기숙사 번호를 아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내 기숙사 침대는 이렇게까지 고급스럽게 푹신하지도 않았다.
그 사실을 눈치채자마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낯선 천장이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얼른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그런데 알몸이었다.
더 놀란 나는 본능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을 한 손으로 가리고는 거울부터 찾았다.
불현듯 불안한 마음이 들었으니까.
회귀까지 한 마당에 빙의라고 안 될쏘냐?
다행히 바로 침대 옆에 화장대가 보였다.
거울이 딸린 화장대 앞에 서자 나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젊은 차현식 그대로.
달라진 건 없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일단 여기가 어딘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
처음 보는 곳.
꽤 비싼 집으로 보인다.
침대도 몸이 사르르 녹을 정도로 푹신하면서도 단단하니 딱 비싼 매트리스였다.
가구나 벽지만 봐도 부티 나는 집이라는 게 티가 났다.
내가 전혀 모르는 집.
“으음~”
그때, 내가 일어났던 침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꿈틀대며 이불이 바스락- 거리는 걸 보니 분명 이불 속에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었던 듯했다.
그리고 이불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민 사람은 다름 아닌···
시아 베네트?
“시아?”
“잘 잤어?”
그녀는 무심하게 눈을 끔뻑이며 부스스한 은발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거기 담배 좀.”
화장대 위에 얹어져 있는 담배와 라이터를 가리키는 그녀.
나는 얼떨결에 그녀의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주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를 입에 물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 때문에 나는 깜짝 놀랐다.
알몸으로 거침없이 일어난 탓에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려야 했다.
“너도 옷 좀 입지? 아니면··· 한 번 더?”
“뭐, 뭐?”
하의를 입지 않은 채 박시한 상의만을 입고 씨익- 웃는 시아.
그제야 내가 알몸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얼른 후다닥 일어났던 곳으로 달려가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내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저기···.”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가. 저. 그··· 뭐라 그러냐?”
“했냐고?”
“어? 아. 어.”
“음. 어떨 거 같아?”
그녀는 여전히 아무 감흥도 없다는 듯이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안 했을 수도 있지. 그렇지? 난 진짜 하나도 기억이 안 나거든.”
“네가 그게 편하다면.”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시아.
그리고 나는 그녀가 담배를 다 태울 때까지 불편한 채로 서 있었다.
담배를 다 피우자 그녀는 기지개를 켜고는 하품했다.
“약속. 오늘 지킬래?”
그리고 건넨 그녀의 한마디.
일단 뭐라도 해야 했기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음식. 먹고 싶어.”
“당연하지. H 마트 가서 장 보자.”
지금 여기서 이렇게 어색하게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바깥바람이라도 쐬면 좀 나아질까 싶었다.
그래서 얼른 그녀와 함께 댈러스 캐롤튼에 위치한 한인 마트로 가려고 했다.
“우버 부를게?”
“아니, 내 차 타고 가자.”
“너 차 있어?”
사실 그녀와는 엄청나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던 지라 그녀의 집이 어딘지 어떻게 사는지조차 잘 몰랐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도 다른 사람한테 들었기에 알 수 있었던 거지 그녀와 친했기에 원래 알던 게 아니었다.
“그, 그래.”
주차장으로 나가 삐빅- 하며 차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자 번쩍이는 차 한 대가 보였다.
그녀의 차는 BMW.
나는 겨우 10년 동안 개고생하고도 겨우 리스로 탈 수 있었던 차를 고작 대학교 신입생인 시아는 아무렇지 않게 타고 있었다.
전혀 몰랐다.
그녀가 부자일 거라고는.
그도 그럴 것이 비싼 가방을 메거나 비싼 옷을 입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씀씀이가 헤픈 것도 아니라서 돈이 많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차··· 좋네?”
“아. 아무거나 사달라고 했더니 이거 사주던데? 좋은 건가?”
심지어 그녀는 무심한 표정으로 어깨만 으쓱한다.
무슨 차인 줄도 모르고.
저게 더 열 받아.
“얼른 가자. 나 배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