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79
79화 풀리지 않은 관계
텍사스식 바비큐의 여파는 너무 컸다.
먼저 파티가 끝나고 나자마자 나는 곧장 매장으로 달려가 가장 비싼 그릴과 훈연 기계를 사들였다.
우리 뒷마당에 바비큐 세팅을 완벽하게 하고 나서 아서 아저씨에게 전수 받은 고기 선정법부터 시작해서 시즈닝까지 완벽하게 따라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며칠을 뒷마당에 죽치며 연구에 매진했다.
사실 연구병이 도진 것이다.
영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그 장점을 빼먹기 위해서라도 완벽하게 구현할 때까지 연구에 매진하는 편이었다.
레시피와 방법까지 모두 전달받긴 했지만 원래 실전은 다른 법이다.
아무리 이론이 완벽하다고 해도 실전에선 전혀 통하지 않는 법이니까.
“그만해.”
연구에 푹 빠져 살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다.
“진짜 살해하기 전에 그만해.”
“거의… 진짜 거의 다 됐는데?”
“집 전체가 바비큐 냄새야. 여기 그냥 바비큐 집이라고 소개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알겠어?”
“하, 하지만… 시아야.”
“이젠 옷뿐만 아니라 내 살에서도 고기 냄새가 날 지경이야.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시아도 처음엔 동조했다.
뒷마당에서 전에 먹었던 텍사스식 바비큐를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아서 아저씨가 만든 브리스킷과 폭립을 맛보고는 시아의 볼은 또 한 번 다람쥐처럼 부풀어 올랐었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내 시선을 피하면서 바비큐를 흡입했었다.
그랬던 시아라서 내가 바비큐를 연구하는 걸 딱히 반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게 하루, 이틀, 삼일, 사일,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질렸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항의하러 나온 것이다.
“하루 삼시세끼 고기, 고기, 고기.”
“좋지 않아? 심지어 텍사스식 바비큐.”
“내가 육식인 줄 알았어. 나 고기 엄청 좋아한다고 생각한 내 착각이야. 이젠 제발 풀 좀 먹고 싶어. 고기랑 잠깐 절교할래. 이렇게는 못 살아.”
솔직히 시아가 저리 말할 정도라면 내가 정도가 심했던 건 맞다.
일주일 내내 바비큐만 먹었으니.
단 한 끼도 거르지 않고.
“제발.”
“알겠어. 오늘까지만 할게.”
그렇게 간신히 내 연구 열망을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영감은 떠올랐고.
푸드트럭에도 바비큐에서 제공하는 사이드처럼 시그니처 사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컵밥과 샌드위치 스타일로 판매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바비큐 플레이트처럼 모든 걸 담은 콤보 플레이트를 출시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한쪽에는 불맛이 살아있는 불고기가 얹어져 있고.
옆에는 미니 샌드위치로 만든 불고기 샌드위치.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면서도 미국인에게 어색하지 않을 법한 사이드가 필요했다.
앞으로는 그걸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었다.
불고기는 이미 완성형이었다.
그리고 컵밥과 샌드위치 형태로 파는 건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쩝. 아쉽네.”
“아니. 다시는 바비큐 한다는 소리 하지 마.”
“넹.”
시아가 돌아가고 나는 하던 일을 마무리했다.
어쨌든 만들고 있던 브리스킷과 폭립은 완성해야 하니까.
그리고 어차피 브리스킷과 폭립을 연습할 구실은 이미 더 있었다.
집에서 못한다면 밖에서 하면 되지.
딱 무대도 깔려있지 않은가.
Korean’s Night에서 하면 된다.
어차피 수천 명을 먹일 음식을 준비해야 하니까.
푸드트럭으로만 감당하긴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캠프를 차려서 아예 거대한 주방을 만들려고 했었는데.
그보다는 차라리 푸드트럭과 텍사스식 바비큐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
어차피 한정수와 김종현, 그리고 김정연, 시아까지 전부 바비큐를 맛봤고 어떻게 하는지 대충 봤으니까.
까먹었다면 내가 억지로 주입하면 되는 일이다.
그들과 함께라면 텍사스식 바비큐도 충분히 가능하지.
“잠깐… 그 꺼림칙한 웃음 뭐야? 뭔가 꿍꿍이가 있는데?”
“내가? 뭘?”
최대한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시아를 속인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의 이 매드네스 연구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만족할 때까지 하고 또 하고 또 한다.
*
“바비큐를 한다고?”
한정수는 일단 난색을 보였다.
한인 학생회 회장이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바비큐를 돌볼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분명 자기한테 모든 걸 맡기리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형만 하는 건 아니고요. 정연 누나랑 시아랑… 그리고 종현이가 도와줄 거예요.”
“아. 그건 좋은 소식이긴 한데. 너무 일을 크게 벌이는 건 아닐까?”
“형. 마지막이잖아요.”
사실 한정수에게는 이게 마지막 한인 학생회 활동이 될 터였다.
그는 졸업하고서도 내 편집자로 취직해 일할 생각이긴 하다.
비자를 원한다면 너튜브 채널 관리자로 비자를 받을 순 없겠지만, 내가 대표인 로펌도 있고.
김정연이 대표인 JY 컴퍼니도 있으니 비자를 내주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니까.
어쨌든 마지막을 찬란하면서도 위대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건 모든 사람의 로망 아니겠는가.
그리고 나도 한인 학생회에 앞으로 신경 쓸 시간이 점점 줄어들 테니까.
이게 아무래도 전면에 나서서 하는 마지막 활동이 될 터였다.
“지, 진짜 그래서 그런 거야? 날 위해서. 훌쩍. 차현식. 너어~ 진짜. 감동이다.”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짜는 한정수를 보며 경멸의 표정을 보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좋아. 한 번 해보지 뭐. 그래. 까짓거 뭐 어렵겠어? 안 그래?”
“그러니까요. Korean’s Night도 영상 감으로 딱 좋잖아요? 이번에는 브이로그 형식으로 한 번 찍어볼까요?”
“그것도 괜찮은데? 이걸 이렇게 연결한다고? 역시 넌 천재야.”
“아부는 됐습니다. 편집자님.”
“충성충성.”
어떻게든 한정수를 설득했으니 김정연과 김종현을 설득하는 건 일도 아니지.
그래서 곧장 김정연에게로 달려갔다.
그랬더니 김종현까지 1+1 느낌으로 같이 있지 않은가.
“어? 둘이 뭐 해요?”
“뭐, 뭐가? 이,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차현식!”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어, 어쩌라고!”
내가 챙겨주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진짜 이렇게까지 챙겨줄 줄이야.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김정연도 김종현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리고 김종현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Korean’s Night에서요.”
“갑자기 본론으로 들어간다고?”
“제가 좀 바빠서요.”
“나도 바쁘거든? 넌 고작 500만 너튜버지만! 난 1억 다운로드한 슝의 운영자란 말이야. 알아? 이걸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만지나 알아?”
“그러게요. 얼만데요?”
“아, 알아서 뭐 하게? 빼먹게?”
“좀 더불어 삽시다. 치사하게.”
“야야! 너 지분이 얼만데. 그리고 이거 아니라도 부자잖아.”
“아참! 요즘 인터뷰 요청 같은 건 안 와요?”
김정연은 꽤 젊은 나이에 JY 컴퍼니 대표가 되었다.
마치 미국에 하버드 출신 마크 저커버그처럼 젊은 나이에 이미 IT계를 선도하는 지도자가 된 셈이었다.
그러니 타임이니 포브스니 피플 매거진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할 거로 생각했다.
“이게 진짜 내가 인터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누나가 이룬 업적이잖아요.”
“절반… 아니 솔직히 말해서 7할은 네 덕이지.”
“와. 누나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었네요?”
“윽. 너 지금까지 날 어떻게 보고….”
“여차하면 매몰차게 배신할 냉혈한 정도?”
“야! 너 원래 사람 못 믿는 그 성격 내가 잘 알고는 있었지만! 나한테까지 그렇게 한다고? 하 참! 진짜 섭섭하다 섭섭해!”
“농담.”
“농담도 가려가면서 해라.”
조금 더 놀렸다간 김정연이 정말 삐질 거 같아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같이 할 거죠?”
“안 하면? 네가 가만히 있을 거야?”
“제가 뭐 잡아먹습니까?”
“잡아먹기만 하면 다행이지.”
물론 어떻게든 이 일에 집어넣을 생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저렇게까지 말할 것까지야.
내가 얼마나 평화주의잔데.
“어쨌든. 언제부터 준비하면 되는데? 사실 무대 연습하는 거 보단 훨씬 났지.”
“그건 그래요. 무대 하는 애들 보니까 살벌하던데. 무슨 국위선양한답시고 K팝 댄스를 칼군무 수준으로 추던데요?”
“그러니까. 그런 거 내 나이에 하면 허리 삐끗해.”
“누나도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죠.”
“너도 내 나이 되면 다~ 이해할 거다.”
뭐 20대 때는 돌도 씹어먹을 나이니 김정연은 엄살을 부리고 있는 거다.
실제로 30대부터는 1년이 다르게 몸이 늙는 걸 실감하니까.
“다음 주부터 바로 시작하려고요. 뭐 다른 거 없어요. 누나 집에서 바비큐 좀 만들면 돼요.”
“왜 넓은 네 집 놔두고 내 집으로 오는 건데?”
“아. 그건… 시아가 요즘 질렸거든요.”
“드디어? 네가 질린 거야? 그래서? 다른 남자 찾으러 떠난대?”
“아니 무슨 그런 악담을 그렇게 평온한 얼굴로 하실까?”
“아니야? 까비.”
“제가 일주일 내내 바비큐 연구한다고 삼시세끼 다 바비큐만 먹였거든요. 그랬더니 질려버렸어요. 우리 집에서 하면 시아가 진짜 가만 안 있을 거예요.”
Korean’s Night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바비큐를 더 연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드에 대한 영감까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물론 사이드야 차근차근 미국 일주하면서 생각하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눈앞에 놓인 연구를 놓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시아에게 미안할 이유도 없었다.
그녀와의 약속은 어디까지나 내 집에서 바비큐를 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다른 집에서 바비큐 하면 되는 거지.
그러니 김정연의 집이 딱 좋다.
이번에 번 돈으로 새로운 작업실도 만들 겸 새집 장만했다고 하던데.
이참에 구경도 하러 가면 되는 거니까.
“그럼 누나 집에서 모이는 걸로?”
“오키. 홍미나도 오라고 할까?”
“홍미나요? 홍미나는 총괄이라서 엄청 바쁘지 않나?”
“네가 오라고 하면 당장 올걸?”
“그래요?”
“그래, 이 둔탱아.”
둔탱이라니.
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
언제부터 알게 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홍미나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냥 다른 사람처럼 잘 대해준다고 착각했다.
전생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으니까.
홍미나가 워낙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항상 잘해주니까.
오해하는 사람도 많았었고.
나도 그중 한 명이기도 했고.
그래서 이번에도 오해겠거니 했다.
그런데 자꾸만 나와 얽히면서 홍미나의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언뜻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전생의 첫사랑이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시아가 있으니까.
원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실 그게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잘은 모르겠다.
그냥 너무 힘든 시기에 홍햇살이라는 별명처럼 나에게 너무나 밝은 햇살처럼 다가와 준 고마운 마음 때문에 그녀에게 반했다고 착각했던 걸 수도.
솔직한 심정으로는.
정시아에 대한 감정도 확신이 아직 없다.
내가 정말 정시아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저 젊은 혈기에 그녀를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장 가까운 시아와의 관계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사실 비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홍미나의 마음을 외면하고만 있었다.
“어쨌든 미나한테도 연락해 봐.”
“그래요. 홍미나도 오면 좋죠.”
“그래. 쫌.”
“하여간 누나도 오지랖은.”
“오지랖이 아니라 미나가 불쌍해서 그래.”
“저도 알아요.”
“너? 다 알고 있었어? 그냥 둔탱이는 아니었단 거야?”
“저 시아랑 사귀잖아요.”
“알지. 다 알고 있지만… 사람 맘이란 게 원래 맘대로 되냐? 미나한테도 기회를 주든. 딱 잘라서 얘기하든. 매듭은 지어야 하는 거 아냐? 언제까지 희망 고문시킬 거야?”
그래.
사실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는 법이었다.
김정연이 저리 말할 정도라면 주변 사람들도 대충 눈치채고 있을 테고.
어쩌면 시아조차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확실하게 선을 긋든.
마음을 정립하든 해야 할 일이었다.
“홍미나랑 만나볼게요.”
“잘 생각했어. 아, 그리고 너 김종현.”
“예? 예에에?”
“넌 오늘 들은 건 못 들은 거다?”
“다, 당연하죠!”
“걱정 마요, 누나. 저놈 절대 입 열 애는 아니니까.”
김종현이 선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이유 중 또 하나.
절대로 시시콜콜한 사적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 철근 같은 무거운 입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다음 주에 누나 집에서. 바비큐. 콜?”
“콜.”
“그럼 그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