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95
95화 캘리포니아(2)
“그래서?”
나는 일단 자세한 자초지종을 들었다.
스토킹을 언제부터 당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까지.
사실 그냥 오스틴이 ‘해줘~ 차현식’ 같은 마음으로 온 건 아니었다.
계획은 이랬다.
스토킹하는 파파라치는 신출귀몰하기 때문에 오스틴조차 제대로 얼굴을 본 적 없다고 한다.
제이 또한 당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직접 본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는 파파라치의 사진을 확인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섭다고.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구도가 나오는 게 맞나 싶은 정도의 구도로 자신을 찍어대기 때문이었다.
혹시 집 치안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의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스토킹은 잘 모르겠지만 파파라치 같은 경우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의 카메라로 우리가 찍히지 않을 거로 생각하는 구도에서 찍히는 경우가 많다는 건 나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스토킹 같다는 얘기.
파파라치야 워낙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고, 어느 정도는 자기를 마케팅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그 정도가 과하지만 않다면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오스틴 또한 처음에는 그냥 파파라치겠거니 했다는 걸 보면 딱히 개의치 않았던 듯했다.
하지만 제이의 설명에 따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집착이 심하고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으며 지나치게 사생활이 드러난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걸 돈의 목적으로 찍는다기보다는 과시용으로 찍어서 본인에게 직접 보낸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스틴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너 푸드트럭….”
오스틴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가 홍보할 겸 자주 찾아가면서 제이랑 같이 거기서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그러고 싶거든.”
“뭐 나야 좋지.”
“근데….”
오스틴은 조금 망설이는 듯했다.
“아마 표적이 될 수도 있어.”
“흠.”
“무슨 말인지 알지?”
“대충은. 파파라치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지?”
“어. 그래서 조금 조심스러운 거야. 그냥 단순히 홍보만 하는 건 아니니까. 네게 뭘 기대하는 건 아니야. 그냥 미끼 역할을 해달라는 거지. 물론 충분한 보상은 할게. 친구로서. 그리고 제이의 남자친구로서.”
오죽했으면 이럴까 싶었다.
오스틴 경우에도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봤다고 한다.
그리고 내게 제안하는 방법 또한 그중 하나일 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찝찝하면 안 해도 돼.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너한테도 부탁하는 거니까. 혹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어. 이해해.”
사실 손익을 따지자면 굳이 안 할 이유는 없었다.
표적이 된다고는 하지만 오스틴이나 제이 같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사람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설사 표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걸 너튜브 컨텐츠로 승화시키면 어떨까 하는 마음마저 들었으니까.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것 같다.
원래는 적당히 돈 벌어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길 바랐는데.
사람이 위치가 생기고 돈이 생기니까 또 욕심도 생기게 마련이었다.
그저 푸드트럭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K-푸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성공시키는 게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뿐만 아니라 김정연이 이끄는 슝이나 화상 프로그램, 그리고 너튜브에서조차도 범접 불가의 영역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어차피 이번 2회차 인생.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당장 하고 싶은 일은 오스틴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시아는?”
“응?”
“넌 어떻게 생각해?”
“…….”
시아는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뭔가 생각이 있는 듯하면서도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의 표정으로.
“생각이 없어?”
“응.”
“내가 뭘 하든 괜찮아?”
“그래, 씩. 나도 그게 걱정이야. 그래서 말인데… 혹시 며칠 간은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지내는 게 어때? 우리 경호원들이 보호해줄 거야.”
“흐음. 시아 넌 어떻게 생각해? 나랑 있는 게 안전할 거 같아? 아니면 호텔에서….”
“난 너랑 그냥 있을래.”
“그럴래?”
“죽더라도 같이 죽지 뭐.”
“죽긴 누가 죽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피-”
시아의 마음까지 확인했으니.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딱히 내가 큰 위험 부담을 지고 하는 일도 아니었다.
특별한 일도 아니었고.
나는 그저 푸드트럭으로 장사하면서 혹시나 이상한 사람이 없는지 정찰하는 역할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 소문의 파파라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캘 수 있다면 좋은 거고.
아니라도 딱히 우리에게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우정이지 않은가.
오래되진 않았지만.
아니지, 뭐 엄밀히 따지자면 지금 오스틴은 못 느끼겠지만 나는 10년이나 넘은 우정이라 생각한다.
회귀 전에서부터 녀석과 알고 지냈고, 일방적이긴 했지만, 주방에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응원했던 한 명의 팬이었으니까.
그런 친구의 절실한 부탁을 거절할 순 없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으니까.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하자.”
“정말? 아. 정말 고마워. 진짜 내가 부담스러운 부탁을 한 건데….”
“친구 사이에 무슨.”
“요, 씩. 진짜 넌….”
오스틴의 눈에서 눈물이 살짝 고였다.
온몸에 문신도 모자라서 얼굴에까지 문신한 녀석이 저리 여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니 괜히 새삼스레 녀석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이럴까 싶었다.
아마 나도 시아가 이런 시달림을 겪고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해결하려고 했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 꼭 도움이 됐으면 싶었다.
“하아… 너한테는 내가 못 할 짓을 했네. 이건 진짜 꼭 갚는다.”
“걱정 노노. 어차피 친구끼리 부탁이고. 딱히 나한테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아니야. 넌 내 인생을 구해준 거야. 정말 고마워 친구.”
“아무튼. 일단 푸드트럭 축제는 다음 주에 열리니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자고.”
“고마워. 나도 스케줄 빌 때 제이랑 같이 갈게.”
“그래.”
그렇게 얘기를 모두 끝내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워낙 오스틴이 현재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 공공장소에서 볼 수 없었던 관계로 그가 머무르는 호텔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확실히 오스틴이 성공했다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 바로 그가 타는 차였다.
“너 차 샀어?”
“차? 아~ 이거?”
오스틴은 일곱 개의 반지를 낀 손을 들어 제스처를 취하면서 혀를 내밀었다.
뭐 반지의 제왕이야 뭐야?
혀에도 피어싱을 했네?
예전에 느꼈던 그의 순박한 면은 많이 사라졌지만, 또 이런 플렉스 하는 삶을 사는 오스틴도 꽤 신선했다.
“This is my Monday Car, Bro.”
“하! 너 진짜.”
“화요일은 람보르기니, 수요일은 벤츠, 목요일은 페라리, 금요일은 부가티! 베입!”
모르긴 몰라도 아마 JB 레코딩 사장이 물들인 게 분명했다.
뭐 이런 점에서는 나보단 녀석이 번 돈으로 더 잘 즐기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돈을 벌어 놓고는 딱히 제대로 플렉스 한 적이 없지 않았나?
항상 소소하게 살았던 거 같은데.
이런 점은 오스틴에게 배워야 한다.
인생을 즐기는 법.
돈을 과시할 줄 아는 법.
불법적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노력해서 번 돈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삶이라니.
딱 내가 추구하던 이상적인 삶인데.
“오스틴.”
“어?”
“다음에 나랑 같이 놀자. 너한테 노는 법 좀 배워야겠다.”
“예에! 역시. 그럼 우리 다음에 더블데이트하자. 시아랑 제이랑 같이 클럽도 가고. 풀 파티도 하고! 렛츠 기릿!”
“좋지.”
“우리 사장님이 파티를 기가 막히게 하시거든.”
“아 그 조폭 같던 사장님?”
“하하! 재밌네. 맞아. 음. 딱히 틀린 말도 아닌데? 갱이랑 좀 친분이 있는 거 같던데?”
“그래? 그 파파라치 녀석… 잡히기만 하면 진짜 죽겠는데?”
“요, 씩.”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오스틴.
얼마나 최근에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다짐에 찬 표정으로 저렇게 바라볼까 싶었다.
“그 새끼. 잡히면 내가 진짜 죽일 거야.”
“워~ 오스틴. 너무 감정적으로 굴진 마. 그놈 죽인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너만 손해야. 알지?”
녀석 표정이 워낙 확고해 보인 탓에 걱정이 됐다.
저런 표정은 진짜 무슨 일이라도 치를 것 같은 그런 얼굴이었으니까.
“후~ 알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야. 그래도… 찾으면 절대로 그냥 경찰에 넘기진 않을 거야. 최소 팔 하나는 부러뜨릴 거야. 아니, 그놈 이빨 두 개까지.”
“하하. 그래.”
“그럼. 씩. 나는 먼저 간다. 다음에 보자!”
“그래. 들어가.”
그렇게 오스틴과 제이와 헤어지고 시아와 단둘이 남았다.
혹시나 사람 앞이라서 마음을 억제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싶어 시아에게 다시 물었다.
“진짜 괜찮아?”
“뭐가?”
“이번 일. 네가 부담스러우면….”
“꼭 남 일 같지는 않아서.”
“어?”
“나도 그런 일 어릴 때 좀 겪어봐서 알아. 귀찮아. 짜증 나고.”
그래, 사실 시아가 남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니까.
아마 누구 앞에서라도, 아마 미국 대통령 앞이라도 자기 할 말은 하는 녀석이니까.
“겪어봤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아빠 고향에서 항상 사람을 붙이거든. 아무래도 어떻게든 아빠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려고 혈안이었으니까.”
“아. 그런 문제도 있겠구나.”
사실 이름도 모를 유럽 어느 작은 국가라고 하더라도 막대한 양의 재산이 다른 나라로 팔려나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겠지.
그래서 사람을 보내 항상 감시하고 추적하는 게 일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두 푼도 아니고 수백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재산이니까.
“응. 그래서 어릴 때부터 누군가 감시당하는 건 지겹도록 당했어.”
시아가 항상 시니컬하고 매사에 심드렁한 게 어쩌면 어릴 때 겪었던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자기방어 기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 마음도 잘 알아.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와줄래.”
“착하네. 우리 시아.”
“그럼 이 대목에서 쓰담쓰담 하는 거야.”
“그걸 원해?”
“아니. 징그러. 저리 꺼져.”
“뭐야, 진짜.”
말은 저리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어릴 땐 누구나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람이라는 게 그냥 그런 성격으로 태어나는 경우는 잘 없다고 생각한다.
시아도 이런 성격과 이런 스타일을 가지게 된 건 다 어릴 때의 그 기억과 경험들 때문이겠지.
그런 경험들 덕분에 더 성숙하고 매사에 시니컬한 건 굉장한 매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면 또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미국 유학을 홀로 보내서 10년이 지나 한국으로 돌아오면 당당하고 영어가 유창한 멋진 아이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아이가 겪었을 10년이라는 과정은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았던 그런 느낌과도 비슷했다.
시아가 지금 내가 빠지다 못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소유한 것은, 그녀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뭐. 일단 그건 그거고. 우리는 우리 걱정부터 해야겠지?”
“응? 무슨 걱정?”
“푸드트럭 말이야. 이제 곧 축제야. 준비하기 촉박하다는 뜻이지. 괜찮은 식재료 마트도 찾아야 하고. 재료 선별하고 축제 위원회에 자리 선점도 받아야 하고. 할 게 산더미라는 말이지.”
“아~ 싫다. 오늘은 그냥 놀고 싶다. LA 날씨도 화창하고~ 너~ 무 좋은데~”
시아는 투정하는 소녀처럼 몸을 흔들며 나에게 말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오늘 하루 놀아 버리면 내일이 더 괴로워지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럼 오늘만 놀까?”
“오예!”
“진짜. 이럴 땐 애 같다니까.”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하고.
오늘은 시아와 화창한 LA 날씨를 만끽하기로 했다.
“뭐 할래?”
“짹쓰!”
“뭐, 뭐라는 거야!”
“당황하긴.”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가 한 말이….”
“그래서 짹쓰라고 했잖아.”
“하여간.”
“헤. 그 표정. 오랜만이다. 귀여워.”
시아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LA의 따사로운 햇살처럼.
“그럼 오늘은 해변 근처에서 씨푸드나 조질까?”
“좋지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