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43
243. 회수자
‘무림에서 일어난 혈난의 시발점이 이세계였다?’
으득
절로 이가 갈린 장백서가 필사적으로 분노와 짜증을 억눌렀다.
‘참자, 후 참아… 아직 더 알아내야 할 것들이 많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질문을 이어나갔다.
“댁이 달라고 한 이 용린포는 패왕성의 비고에서 얻은 것이다, 그 세토라는 괴물 놈의 가죽으로 만든 용린포가 왜 패왕성의 수중에 있었던 거지?”
세토란 드래곤을 죽인 건 이백년 전의 귀마였다.
그런데 그 세토의 가죽으로 만든 용린포가 패왕성의 비고에서 발견되었다는 건 백 칠십 년의 간극을 뛰어넘는 모종의 연결점이 있다는 의미였다.
“…앞서 말했듯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세토의 흔적을 회수하러 온 회수자였다.”
하진아는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두 분은 훌륭한 회수자였다, 마법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외계의 지식과 물건들을 많이 회수했다, 특히 세토의 힘을 고스란히 간직한 세 개의 귀물 중 하나를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세 개의 귀물?”
“중원에서 혈천자라 불리는 자가 세토의 비늘, 뼈, 그리고 송곳니를 이용해 만든 특별한 물건을 뜻한다, 세토가 가지고 있던 외계의 힘과 지식이 많이 담긴 위험한 물건이다, 우리 회수자가 반드시 회수해야 할 물건이다. 그리고 용린포가 바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회수한 귀물이었다.”
“이게?”
하진아의 이야기를 들은 장백서가 찝찝하다는 듯 용린포를 팔에서 풀었다.
다만 의아한 점은 그런 거창한 물건 치고는 용린포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기묘한 부분은 있어도 그리 대단치 않다는 점이었다.
“그런 대단한 물건이라 보기에는 품은 기운이 변변치 않은 것 같다만….”
“긴 세월 동안 힘을 사용하고 잠들어서 그런 거다, 어떤 ‘계기’가 있어 깨어나면 위험해질 거다.”
하진아의 설명에 장백서는 용린포를 묘한 눈으로 살펴보았다.
다만 비전문가의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기에 포기하고 다른 걸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너희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회수했다는 용린포가 어째서 패왕성의 수중에 있었던 거지?”
“…당시 용린포를 보관하고 있던 건 우리 할아버지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를 내버려두고 패왕성이란 곳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유는 지금도 모른다, 다만 그로 인해 자기 대에서 회수자의 업을 끝내지 못할 거라 생각한 아버지는 이 땅에 정착했고 나를 낳아 다음 대 회수자로 기르셨다.”
“그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 분 다 내가 어릴 때 돌림병으로 돌아가셨다.”
“저런, 명복을 빌지.”
그녀의 말을 통해 패황성의 비고에 있던 강철인형들이 누구의 작품인지 알게 된 장백서였다.
‘중원 무학과는 동떨어진 패왕성의 무공도 전대 회수자의 입김이 닿은 결과물일 수 있겠군.’
정보를 정리한 장백서가 품에서 혈화경과 백천패를 꺼내 마리아에게 건넸다.
“이것들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이건… 매게다….”
“매게?”
마리아는 백천패를 보고 매게라고 말했다.
끄덕.
“말 그대로다, 이거 매게, 외계의 힘을 끌고 오기 위한 피뢰침 같은 거다, 다만 이걸 만들려면 귀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진아는 백천패를 보고 이걸 만든 사람이 장백서냐 물어보았다.
“아니, 내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귀물을 가진 누군가가 이걸 만들었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 찾아 헤맨 귀물의 단서를 찾았다는 사실에 하진아가 달뜬 목소리를 냈다.
“흐음”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장백서를 뒤로하고 마리아는 이어서 혈화경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히익!”
비명을 내지르며 혈화경을 집어던졌다.
책을 내던진 마리아는 양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고 거친 숨소리를 냈다.
“괜찮나?”
“괘, 괜찮다… 아니 안 괜찮다, 준비 없이 외계지식 봤다, 머리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고?”
마리아의 격한 반응에 의아해진 장백서가 혈화경을 훑어보았다.
“아무렇지 않은데?”
이제껏 몇번이나 혈화경을 살펴본 장백서였지만 머리가 아프거나 한 적은 없었다.
“어, 어떻게… 아, 우리 말로 써있는데, 너 우리말 모른다, 그러니 영향 없다.”
혼자 놀랐다 혼자 납득한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백천패 피뢰침이라면 혈화경은 용매, 백천패로 끌어들이고 혈화경으로 발화시킨다.”
“흐음….”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였지만 장백서에게 필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백천패도 그렇고 혈화경도 안 낡았다, 즉, 당대에 이걸 만들 수 있는 놈 있단 거다.”
‘머리가 꽤나 잘 돌아가는군.’
과거 장백서도 혈화경과 백천패의 연식을 통해 마리아와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적이 있었다.
“…회수자는 이세계에 뿌려진 외계 지식과 귀물을 회수해야 된다, 부탁이다 이것들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달라!”
“속죄라도 하겠다는 거냐?”
“…가문의 숙원이다, 그러니까 부탁이다, 이걸 만든 사람 알려달라!”
하진아의 필사적인 태도에 분위기를 잡던 장백서가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누군지는 나야말로 알고 싶군, 내가 아는 정보로라고는 남궁세가와 관련이 있는 누군가, 혹은 남궁세가의 누군가 라는 것뿐이다.”
“남궁세가… 안다, 중원에서 가장 강한 집단 중 한곳이다, 나 혼자 힘으로는…….”
의기소침한 하진아에게 장백서가 물었다.
“그렇다면 날 따라오지 않겠나?”
“뭐?”
“당금 천하무림에서 남궁세가와 백천회의 품속으로 가장 깊게 파고든 게 바로 나다, 가문의 숙원이니 뭐니 하는 건 관심 없다만 네가 정말로 귀물을 회수할 생각이라면 나를 따라오는 게 가장 빠른 길일 거다, 따라온다고 하면 용린포도 넘겨주지.”
“…따라간다.”
장백서의 제안에 하진아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찾아헤매던 용린포는 물론 다른 귀물들을 찾는데도 힘을 보태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씨익-
“좋아, 이걸로 너도 의천회의 일원이다.”
“의천회? 뭐냐 그거?”
“그런 게 있어.”
***
이어진 사천 연합의 회의에서는 백천회에 대한 의제도 다루어졌지만 협의련의 규탄에 아직 정천맹이 침묵하는 중이었기에 무언가 반응을 보일 때까지는 현상 유지를 택하게 되었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정천맹이 답변을 내놓는 순간 무림은 대격변을 맞이하게 될 터였다.
그렇게 연합의 첫 회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채 막을 내렸고 장백서와 일행들은 사문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렇게 일행이 산문을 넘으려는 때.
스윽
미리 기다리고 있던 당유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왜 나를 피하는 거야?”
당유하는 처음 만났을 때의 환한 미소가 아닌,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 ”
한 짓이 있는 터라 장백서는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나랑 결혼하기 싫은 거야?”
순수하기 그지없는 당유하의 말들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그럼에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입을 열었다.
“결혼하기 싫은 게 아니라 결혼 할 수 없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어….”
“약속을 기억해준 것은 고맙소.”
그렇게 운을 땐 장백서는 당유하와 자신의 일행들, 그리고 합류한 하진아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하지만 철 들기 전의 옛날 이야기, 옛 인연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인연을 중요시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한 번 당유하를 죽인 장백서였다.
회귀로 그 사실이 없었던 것이 되었다 해도 제 손으로 당유하의 목숨을 빼앗았을 때의 감촉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번 내 손으로 죽인 여자의 구애를 받아들일 정도로 미치광이는 아니니까….’
글썽글썽
냉정한 거절의 말에 당유하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고…
차앙!
“인정 못 해!! 약속했잖아 결혼하겠다고!! 절대 못 가!”
생때에 가까운 당유하의 행동에 장백서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저벅저벅-
검을 뽑아든 당유하를 향해 장백서는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지 마!!”
눈물을 글썽이던 당유하가 검을 휘둘렀다.
촤악
그녀의 검이 장백서의 귀 끝을 스쳤다.
“어어…!?”
장백서의 귀 끝에서 피가 튀었고 유한이와 소현이가 기겁을 했다.
다만 금현아만은 담담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지 말라고!”
그 뒤로도 당유하는 검을 몇 번 휘둘렀다.
장백서가 자신의 앞에 서는 순간 두 사람 사이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질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다.
볼, 어깨, 그리고 허리.
옷과 피륙이 배여 피가 흘러내림에도 장백서는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몇 걸음을 내딛었을 때쯤.
처억.
장백서가 당유하의 앞에 섰다.
“으으….”
채앵!
당유하의 손에서 검이 흘러내렸다.
눈물로 범벅인 된 그녀와 마주봤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주었다.
“사랑해줘서 고마워.”
“으, 으아아아아앙!”
장백서의 품에 안긴 당유하가 울부짖었다.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그 말이 장백서와 자신 사이의 인연을 자르기 위한 말이란 걸 이해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줘서 고맙다.
그러니 이제는 안녕.
세상에 다시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또 잔인한 거절의 말이었다.
***
당유하를 뒤로하고 아미파를 떠나는 길, 금현아는 장백서의 상처에 정성스레 금창약을 발라주었다.
애초에 베인 깊이가 얕고 외공이 뛰어난 장백서였기에 그냥 두어도 어련히 나았겠지만 금현아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상처에 금창약을 바르는 동안 장백서는 두고온 당유하를 떠올렸다.
‘부디 그녀가 행복해지기를….’
아름답고 순수하며 그리고 강한 여인이었다.
분명 나 같은 건 잊고 잘 살아가겠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그 여자를 생각하고 있나요?”
“으, 응?”
금현아가 장백서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장백서가 당황하자 금현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단호하게 대하신 거 아닌가요? 꽤 깊은 인연인 것 같은데….”
“그 편이 나나 당유하에게나 좋을 테니까, 그리고 깊은 인연이라 하기도 애매한 게 아미지회 이전에 그녀를 만난 건 단 한 번 뿐이거든.”
“네!? 고작 한 번 만난 사이인데 당소저가 저렇게까지 한다고요?”
장백서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 놀라는 금현아였지만 곧 ‘음…그러고 보니 나도 그렇네…’ 따위의 소리를 하며 조용해졌다…
“뭐 몇 번을 만나는가 보다는 어떤 만남인지가 중요한 법이니까요.”
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 그렇구나….”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는 의견에 장백서가 당황스러운 듯 볼을 긁적였다.
스윽
장백서의 귓가로 몸을 기울인 금현아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삼처사첩 까지는 안돼도 하나 둘 정도는 봐줄 생각이었는데….”
흠칫!
“큼, 커험, 별것도 아닌 상처를 치료한다고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군, 어서 가자꾸나!”
장백서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같이 가요 사형!”
그리고 그 뒤를 금현아가 따랐다.
한 편 같은 시각 아미의 산문에서는 엉엉 우는 당유하를 달래느라 당추영이 진땀을 빼고 있었다.
‘에이 고놈은 우리 유하가 뭐 어떻다고 거절하는 건지, 쯧! 마음 같아서는 혼구멍을 내주고 싶은데…!’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사천 연합에게 장백서는 윤활유와 같은 존재였고 그런 그를 건드렸다가는 자칫 연합에서 당가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젊은이들 치정 문제에 손을 보탤 정도로 당추영이 팔불출은 아니었다.
“흠흠, 그만 울거라 유하야, 협행검? 그래봤자 요즘 이름 좀 날린 별거 없는 후기지수일 뿐이다! 이 숙부가 저놈보다 훨씬 멋진 놈을 찾아서 소개시켜주마!!”
“백서 욕하지 마!!”
“어, 으잉!?”
달래주려 장백서의 험담을 했다 오히려 호통을 들어먹은 당추영이 땀을 삐질 흘렸다.
“옛날 인연이라고? 흥! 누구 마음대로! 인연이란 게 칼로 자른다고 잘리는 게 아닌 걸 알려주겠어!”
인연을 잘라내기 위해 일부러 단호하게 행동한 장백서였다.
다만 역경이 강하면 강할수록 불타오르는 사랑도 있었고 장백서를 향한 당유하의 사랑이 바로 그러했다.
“두고 봐!! 난 꼭 너랑 결혼 할거야!!”
끊어진 것을 다시 잇는 것은 언제나 누군가의 강한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