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5
025. 각오를 다지다
“금현아 소…… 아니 사매,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로 왔나?”
사매, 금현아는 검보를 펼치느라 땀투성이가 된 장백서에게 다가와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수건을 건네 주었다.
“달이 너무 아름다운 밤이라 밤산책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나오고 보니 문득 사형께서는 항상 야심한 밤에도 수련에 열중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떠올라 걱정되는 마음에 오게 되었습니다, 혹시 폐가 되었나요?”
금현아가 건넨 수건으로 땀을 닦은 장백서에게 이어서 그녀는 시원한 물이 담긴 병을 건넸다.
“아니, 전혀, 오히려 고맙구나…….”
금현아가 건네 준 물을 벌컥 벌컥 소리를 내며 마신 장백서는 차가운 물이 들어오니 머리가 조금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
그런 장백서를 금현아는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말없이 바라보았다.
“뭘 그리 쳐다보느냐? 그렇게 뚫어져라 볼 만큼 멋진 얼굴은 아니란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갑자기 너무 버럭하는 금현아의 모습에 장백서는 저도 모르게 조금 움츠러들어 식은 땀을 삐질하고 흘렸다.
“누, 누가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생각 외로 격한 금현아의 반응에 장백서가 움츠리고 있으려니…….
“사형, 혹시 무언가 고민이 있으신가요?”
갑작스러운 금현아의 질문에 장백서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왜 그렇게 생각한 것이냐”
당황한 기색이 조금 묻어나오는 장백서의 질문에 금현아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하겠죠.”
그 말에 장백서는 깜짝 놀랐다.
장백서는 겉은 십 사세의 소년이었지만 그 속은 그렇지 않았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겪은 노강호중의 노강호이자 정파인들에게는 공포의 존재이고 마도의 사람들에게는 존경받는 존재, 그것이 검마 장백서였다.
설령 배에 칼이 박히고 그대로 칼을 비튼다 해도 태연하게 웃을 수 있고 부모의 원수와 같이 겸상을 해도(없지만) 예의를 완벽히 지킬 수 있는 장백서가 고작 마음의 심란함 따위가 겉에 드러날 리가 없었다.
그런데 금현아는 그저 저녁을 같이 먹었을 뿐임에도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장백서가 고민을 가지고 있음을 눈치챘다는 것이다.
‘과연 상인의 딸은 상인의 딸이라는 것인가…….’
“과연 금가동대인의 딸 다운 혜안이구나.”
자기 혼자 이유를 찾아 납득하는 장백서의 모습에 금현아는 ‘후후’ 하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후후, 그런 게 아니에요 사형.”
“응? 그, 그럼 어떻게 알아차린 것이냐?”
의외의 반응에 어리둥절해하는 장백서의 질문에 금현아는 수줍게 웃어 보이고는 대답했다.
“여자니까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혹은 너무 많은 의미가 담긴 대답에 장백서는 일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조금은 놀리는 것 같기도, 또는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한 금현아의 모습에 장백서는 자신의 고민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금현아의 아리송한 대답처럼 인세라는 놈은 요지경이라 무엇 하나 명확하고 확실한 것이 없는 법이다,
그런데 장백서는 천기를 거슬러 과거로 돌아온 덕분에 자신이 이 인세라는 놈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회귀 전에도 당연하게 가지고 있던 이 요지경의 세상을 꿰뚫어보는 혜안이 점점 녹이 슬었고,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가면서도 내심의 불안감에 구애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불안감이야 말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의 영원한 지기라는 것을 잊고 말이다.
‘우습구나…… 정마대전이라는 시대의 격랑도 나 자신을 등불 삼아 헤쳐 나간 검마 장백서가 이런 꼴이라니…….’
장백서는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를 잃은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음을 깨달은 것이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장백서는 금현아를 바라보았다.
“고민이 해소되셨군요.”
잠시 식사자리를 함께 한 것만으로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 금현아는 장백서의 고민이 해소된 것을 대번에 알아챘다.
그런 금현아를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장백서는 입을 열었다.
“모두 네 덕이다.”
금현아 입장에서는 상당히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그녀는 조금도 당황하거나 말의 진의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으로 인해 장백서의 고민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순수하게 기뻐할 뿐이었다.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려는 순간 갑작스레 돌풍이 불어왔다.
“아!”
이전까지의 노련하고 침착한 모습이 거짓말 같이 바람에 머리가 흩날리자 금현아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장백서는 ‘원래 여자들이 바람에 머리가 흐트러지는 것을 저렇게 싫어했나?’ 라 잠시 생각하다가…….
“잠깐 사매, 가만히…….”
“네?”
장백서는 금현아의 얼굴로 조심히 손을 뻗었고 그 손길에 금현아는 대번에 눈에 보일 정도로 당황했다.
그런 금현아를 아랑곳하지 않고 장백서는 금현아의 머리칼에 붙은 나뭇잎을 떼 주었다.
은빛의 머리칼인 만큼 그 사이에 붙은 새파란 나뭇잎은 더욱 눈에 띄었고…… 그리고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금현아의 머리칼에 붙은 나뭇잎을 떼고 장백서가 손을 다시 회수하려 할 때 금현아는 손을 뻗어 장백서의 손을 감쌌다.
“사매?”
그리고 그렇게 감싼 장백서의 손을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댔다.
그런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에 장백서가 당황하든지 말든지 그녀는 볼에서 느껴지는 손의 감촉과 그 기분 좋은 서늘함을 눈을 감고 즐겼다.
“……후후, 여전히 기분 좋게 서늘한 손이시네요.”
“……덕분에 냉혈한이라는 소리도 자주 들었지.”
그가 냉혈한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은 주로 회귀 전의 정마대전에서였다.
전장에서 워낙 손속이 사나워서 한 때는 냉혈검이라고 불리기까지 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물론 그런 속 뜻을 알 길 없는 금현아는 장백서의 말에 빙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손이 차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따뜻하다는 뜻이라고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둘은 잠시 대화를 주고받았다.
별 의미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대부분이 그저 별거 아닌 일이었지만 둘은 즐거웠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던 두 사람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는 인물이 나타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모습을 드러냈다.
쉭!
마치 그림자가 솟아난 것처럼 검은 인영이 금현아의 그림자속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아가씨, 밤이 깊었습니다.”
‘금현아를 호위하던 초절정의 고수군…….’
애초에 따라와 있는 것은 장백서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장백서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금현아는 잠시 자신의 호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금현아는 아직 그렇게 밤이 깊지 않다 말했고 호위는 이미 밤이 충분히 깊었으니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동안 입씨름이 이어졌지만 결국 승자는 금현아의 호위였다.
결국 작별인사를 한 금현아는 내키지 않는 티를 팍팍 내면서 자신의 거처인 금현각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장주가 남자와 너무 가까워지지 않게 하라 지시했나 보군.’
장백서는 금가동의 딸바보스러운 면모를 떠올리며 저렇게 세심히 호위로 여고수를 붙인 것을 보면 응당 그런 식의 지시도 내렸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호위 일이 쉽지 않겠다고 금현아의 호위를 염려하던 장백서는 알지 못했다.
금현아의 호위가 급히 그녀를 금현각으로 데리고 간 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둘의 대화를 더 이상은 참고 못 듣겠어서 그런 것임을…….
‘으으, 저런 식의 달콤한 분위기는 도저히 못 견디겠어…… 에휴, 나도 빨리 연인이 생겼으면…….’
나이가 곧 혼자 지낸 세월인 쓸쓸한 여고수의 한탄이었다.
***
큰 거래를 앞둔 유현문이었지만 그 하루하루는 평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고 장백서의 하루하루 역시 별 다를 것이 없었다.
무공을 수련하고 사제들과 어울리고 밥을 먹고 잠을 잔다.
무엇 하나 변하지 않은 것 같은 하루하루의 끝에 약속했던 그날이 코 앞에 다가왔다.
청성지회!
코 앞에 다가온 청성지회를 두고 사천각지의 문파에서 대표를 청성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큰 행사를 코 앞에 둔 사천에는 무어라 한 마디로 딱 정의하기 힘든 긴장감이 흐르고 있어 평소 청성지회에 속한 문파들과 갈등을 빚고 있던 문파들도 혹여나 이번 청성지회에서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올까 다툼을 멈췄으며, 또한 청성지회 문파들과 거래를 하고 있던 상단들도 평소에 스리슬쩍 바가지를 씌우고 있던 물품의 값을 정상으로 되돌렸다.
혹여라도 그런 사실이 청성지회에서 한 번이라도 언급된다면 사천에서 발붙이고 장사할 수 없게 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크고 작은 문파와 상단, 그 외에도 청성과 한 톨이라도 관계가 있는 무림의 단체들은 혹여나 청성지회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언급되어 불상사를 겪게 되지 않을까 초긴장 상태였다. 반대로 청성지회에 참가하는 문파들은 여태껏 있어 왔던 성가신 일이나 혹은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해결이 힘들었던 일을 청성지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목록을 짜고 자신들이 줄을 대 두었던 유력자들에게 건넬 선물을 마련하느라 눈코 땔 세 없이 바쁘게 준비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물론 광하진인과 비밀스러운 계약을 맺은 유현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
“……근데 저는 도대체 왜 갑니까?”
“광하진인께서 특별히 너를 지목하셨더구나.”
장문의 대답에 장백서는 조용히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 망할 노친네!!’
청성지회로 떠나는 명단은 이러했다.
일결배 장문인의 사제이자 동시에 장문의 대리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주영찬, 그리고 실질적인 무력을 담당하고 유현문의 실력을 과시할 이결배의 초절정 고수 청무와 절정 고수인 청연아, 그리고…….
“제, 제가 가 보았자 거기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는데 광하진인이 말하기를 ‘뛰어난 후학을 보임으로 삼 세력이 더욱 눈독을 들이게 하기 위함’ 이라 하더구나…….”
‘빠져나갈 구멍이 없나 이 교활한 영감 같으니라고……!’
속으로 욕을 퍼붓고 가고 싶지 않음을 온 몸으로 피력하는 장백서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피할 길이 없었다.
“오우 오우, 이번에도 같이 여행가게 됐네 사질~!”
여기서 혼자 신난 것은 물론 청연아였다.
“너무 그렇게 낙담하지 말거라 백서야, 네가 한창 무공수련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런 외유가 새로운 성장의 단초가 되기도 하니 좋게 생각하거라”
장백서가 낙담하는 이유가 무공을 수련할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라 단정하고 이야기하는 중증의 무공뇌인 사부에게 장백서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이면 수련 손실이 얼만데!’
……그 사부에 그 제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