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65
265. 정의 극
뚝뚝
독고선의 초월적인 혈기를 상대로 격전을 벌인 탓에 찢어진 손바닥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찌직
비단 손바닥 가죽 만이 아니라 피부 곳곳이 막대한 혈기에 노출되어 갈라지고 찢어져 피가 흘러나왔다.
‘소현이를 치료하며 공력을 폭발적으로 늘리지 못했다면 그대로 짜부려졌겠어.’
“후우!”
호흡을 정돈한 장백서가 진룡일성검과 연천성강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캬아아아아!”
독고선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그의 검로에 따라 핏빛 폭풍우가 주변을 휩쓸었다.
장백서는 닥쳐오는 죽음의 격류를 정면으로 쳐내고 흘리면서 버텨냈다.
“흡-!”
카카카카카캉!!
처음에는 조원으로 흘리려 한 장백서였지만 이것만으로 공격을 흘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한계에 몰린 장백서가 택한 선택지는 검보중 정에 속한 검보들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압도적으로 밀리던 상황이 조금이지만 나아졌다.
‘생각 이상으로 조원에 정의 검보를 더하는 게 효과가 좋다!’
이제껏 조원을 정의 검보의 완성작으로 생각한 장백서였다.
하지만 서씨백화수를 접하며 정의 묘리에 대한 깨달음이 깊어졌고 그것이 극한 상황을 앞에 두고 결실을 맺고 있었다.
경화[傾化], 류인[流刃], 와혼[渦魂], 만극[卍極], 금강[金剛] 까지.
금강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조원의 하위호환이라 생각해 회귀 후에는 쓴 적도 없는 검보들이었다.
‘이제껏 조원으로 검식의 틀을 깼다고 스스로 자부해왔다, 허나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가!’
깨었다 생각한 틀 속에서도 새로운 깨달음이 숨어 있었고 이제 와서야 그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후웅!
깼다고 생각했던 틀이 완성되고 그걸 진정으로 깨부순다.
이런 일련의 광정이 장백서를 새로운 경지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전투의 양상을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바꾸고 있었다.
일격을 받아내고 한 발 물러나야 할 순간 반발자국으로 버텨내게 되고 허리를 크게 틀어 공격을 흘려야 할 때 어깨와 손목의 탄력만으로 이를 해낸다.
“크아아아아아아!”
조그만 변화.
하지만 그 조그만 변화가 독고선의 전진을 막아세웠다.
장백서는 이제 더 이상 뒤로 밀리지 않았다.
독고선은 앞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다.
한 자리에 멈춰선 두 사람의 검과 검이 적과 흑의 은하를 그리며 자리를 수놓았다.
“크윽!?’
어느새 그 순간이 다가왔다.
다섯 검보가 가진 틀의 극을 확인하고 그 모두를 부수는 순간.
이제껏 흩어져 있던 여섯 개의 검보가 하나의 ‘검법’으로 수속되었다.
“좋구나”
저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장백서는 천상의 선녀들과 운우지락을 나누는 순간 보다 피에 미친 혈귀를 상대로 생사를 나누는 이 순간이 더 황홀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뒤로 밀리지 않게 된 장백서가 오히려 한 발 앞으로 내딛었다.
“캬아아아!”
독고선은 이를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지금까지 이상의 막대한 혈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렇게 쏟아낸 혈기는 장백서의 검이 휘두르는 궤적을 만나자 먼지처럼 흩어졌다.
무리의 궤는 조원의 일맥상통했지만 이에 담긴 깨달음의 격이 달랐다.
정의 극에 도달한 장백서의 검에 더 이상 내공의 격차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혈기의 격류가 느릿한 검로에 분해되어 사라졌다, 붉은 격류가 분해되 별 빛을 닮은 알갱이로 화해 사라지는 모습이 퍽 아름답게 보였다.
흐르는 별.
성류[星流]
감법의 이름이 정해지는 순간이었으며 동시에 독고선의 패배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
성류검법 앞에 혈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상리를 벗어난 장백서의 검술을 마주하자 대법으로 흐려진 이성이 조금이지만 돌아오는 독고선이었다.
‘상대가 안 된다…… 나는 놈을 이길 수 없다.’
마음이 꺾이자 움직임도 무뎌졌다.
그렇게 생긴 빈틈을 장백서가 놓칠 리가 없었다.
촤아악!
촤악!
퍼억!
바깥 허벅지, 오른쪽 상박 왼쪽 어깨까지.
순식간에 세 군대가 터져나갔다.
상처에 혈기가 모여들어 회복시키려 했지만.
파사사삭!
상처에 남은 성류의 잔재가 그 모든 것을 무위로 돌렸다.
상처에서 몰려오는 격통이 독고선의 이성을 더 강하게 각성시켰다.
‘죽는다!’
죽음을 확신한 독고선의 몸은 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장백서를 죽여라
승부를 포기하려 하자 백가면이 심어 놓은 암시가 작동했다.
“크악!!”
혈기가 두정까지 치솟으며 그의 이지를 빼았았다.
동시에 남은 모든 공력에 본원진기까지 끌어내 동귀어진의 수를 쏟아냈다.
끌어모은 모든 혈기를 전방으로 분출하며 육체를 활시 삼아 상대에게 뛰어든다.
인간 공성추가 된 독고선의 돌진에 대지가 증발하고 대기가 끊어올랐다.
수중기를 휘감은 붉은 거창이 장백서의 숨통을 끊기 위해 내달렸다.
정면으로 맞서면 안 되는 기술임이 분명했지만 장백서는 독고선의 질주를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자루 검 중 진룡일성검을 찔러넣었다.
후우웅!
눈 앞의 모든 것을 분쇄할 듯 굉음을 뿜어내는 혈기의 창끝.
그 끝에 진룡일성검이 부드럽게 박혀들어갔다.
그리고 박혀 들어간 부분부터 혈창이 별무리로 분해되었다.
“아……!”
독고선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평생을 수련하고 수많은 자식을 집어 삼키고 끝내 자신의 생명을 쥐어짜 완성한 동귀어진의 절초가 찬란한 빛 무리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다만 이전과 다른 건 그렇게 흩날린 빛무리가 사라지지 않고 한 곳에 모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빛무리가 모여드는 곳은 반대쪽 손의 연천성강이었다.
육첩의 연청성강에 새로운 힘의 격류가 더해져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역무[易武]”
거대한 빛의 검이 혈창이 허물어져 드러난 독고선의 본체를 향해 쏟아졌다.
달조차 가려진 어두운 밤.
대지에 뿌려진 은하수가 하늘을 밝혔다.
***
위이이이잉
길게 꼬리를 늘어트리는 이명을 뒤로하고 독고선은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글렀군.’
동귀어진의 수로 만신창이가 된 육체에 장백서의 절초가 쏟아졌다.
사지는 어디로 뜯겨 날라갔는지 그도 아니면 증발해 버린 건지 보이지 않았고 평생을 애지중지 키운 공력은 그 대부분이 소실되어 느껴지지 않았다.
“쿨럭!”
독고선은 혈두귀공과 혈귀구궁대법으로 변질된 육체 덕에 잠시 버티고 있지만 죽음을 피할 방도는 없었다.
‘……혈기가 사라지니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군…….’
“어랍쇼, 이 자식 살아있네? 근데 어째 눈동자가 처음으로 사람 새끼 같다?”
“장… 백…… 서, 크흑!”
처음으로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에 독고선이 웃음을 터뜨렸다.
“혈기가 사라진 덕분이군, 비인외도의 길에 오른 쓰레기 치고는 퍽 호상이야.”
“혈두귀공을 익힌 후 이만큼 머리가 맑았던 적이 없었다…… 씌었던 마귀가 벗겨진 느낌이군.”
“뭘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어? 결국 네가 선택한 길이잖아 피해자 흉내내지 마라.”
“길이라… 그래 내가 걸어온 길이지…… 하지만 알고 있나? 나에게 이 외도의 길을 알려준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의미심장한 말에 비꼬기에 열중하던 장백서가 조금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크크크 나도 이제껏 내가 스스로 비인외도의 길을 걸었다 생각했다, 하지만 죽기 직전이 되니 알겠더군, 이제껏 내가 고른 선택지는 모두 누군가가 던져준 것이라는 걸.”
“곧 뒤지는 놈이 말 늘이지 말고 본론만 말해 나 바빠.”
“매정한 놈…… 그래 어차피 나도 시간이 없으니 빨리 말하지…… 나에게 혈두귀공을 가르쳐 준 자와 힘을 폭주시킨 혈귀구궁대법을 가르쳐 준 사람은 동일인이다, 하얀 가면을 쓴 녀석이었어…… 그리고 놈이 대법으로 미쳐가는 나에게 내린 명령이 장백서 네놈을 죽이라는 것이었다”
“하얀 가면… 백가면이라…….”
또 백가면이다.
‘최근 여기 저기서 놈의 흔적을 보게 되었는데 설마 여기서도 놈의 흔적이 나올 줄이야…….’
그와 동시에 머리에 떠오르는 건 두사람이 싸우는 걸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불청객이었다.
‘설마 놈인가?’
“쿨럭…… 이보게 장백서……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네…… 내 딸을 불러줄 수 없겠나?”
“딸?”
놈이 말하는 딸이란 유한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백서는 놈의 입에서 딸이라는 호칭으로 유한이가 호명되는 게 더 없이 불쾌했다.
“그 더러운 입으로 잘도 딸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군…….”
“혈두귀공을 연공한 죄는 인정하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는 길 남은 내 핏줄을 보고 싶어…… 내 이렇게 백가면에 대해서도 순순히 털어놓지 않았는가?”
“헛소리 좀 작작해라.”
독고선의 애원을 장백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난 네 사정 따위 모른다,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아 그나마 알 수 있는 건 힘에 대한 갈망 정도겠지, 그것 하나만은 이해는 못해도 공감은 할 수 있어, 하지만 네놈의 행동은 이미 그런 범주를 넘어섰어, 네놈이 한 짓은 저승길 선물 하나조차 허용되지 않는 그런 짓이었다. 그러니까 나도, 그 어떤 사람도 네놈을 용서하지도 동정하지도 않는다.”
독고선을 내려다보는 장백서의 눈에는 어떤 동정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사제의 인생에 더러운 짐짝과 응어리를 남기려 하지 말고 인간말종이면 인간말종답게 벌레처럼 죽어라.”
“하, 하하…….”
장백서의 독설에 독고선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정도면 내 핏줄이 끊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독고선은 끝까지 역겨운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퍼서석!
독고선의 시신은 혈귀구궁대법의 반동으로 톱밥 부스러지듯 부스러졌고 이내 불어온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장백서는 그 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독고선 같은 놈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독고선 같은 것들이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노리는 놈들을 이르는 것이었다.
긴 시간 기다린, 그리고 유현문의 방파재가 되어 줄 것이라 여긴 사천연합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누가, 혹은 무엇이 유현문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방파제가 되어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더 이상 나를 숨길 이유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