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66
266. 문을 여시오
“휴우~ 이걸로 대충 정리는 끝났군.”
주율곡은 길었던 서류 정리를 마치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부님.”
요양차 서류 정리를 돕던 청무도 마음이 홀가분한지 미소 지었다.
“수고는 무슨… 문의 사업체가 늘어나면 좋은 거지.”
“그렇지요.”
“이것도 다 백서 덕이지.”
사인가의 반란은 련주인 독고선의 사망으로 성공리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번 반란의 최고 공로자는 두말할 것 없이 장백서였다.
그는 이것을 빌미로 귀주에서 사인련이 관리하던 사업체 다수와 이권을 유현문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거리 때문에 직영으로 관리할 순 없었지만 대리자를 두고 관리하는 것만으로 유현문에 큰 재정적 이익이 돌아왔다.
다만 모든 일이 좋게 끝난 것만은 아니었다.
“이번 일로 사천연합에서 공식적으로 항의 서신을 보냈습니다.”
“끙…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일이 잘 풀렸으니 망정이지 만약 일이 조금만 틀어졌어도 상당히 골치 아파졌을 테니까…….”
유현문은 사천연합의 일원이고 당연히 유현문의 제자인 장백서도 사천연합에 소속된 입장이었다.
더욱이 장백서는 제 일 회 사천연합 회의에서 두각을 드러낸 만큼 이러한 인식은 훨씬 강했다.
즉슨 장백서가 독단으로 벌인 일이 사천연합 전체의 의사로 여겨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고 그렇게 되면 사천연합과 사인련의 전면전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는 의미였다.
“……근데 너는 그걸 아는 놈이 백서를 그냥 보내줬냐?”
“그럼 사제를 구하러 가는 제자를 말립니까? 스승님이라면 그리 하겠습니까?”
“끄응…… 녀석 나이가 들더니 말재주만 느는구나.”
청무에게 핀잔을 준 주율곡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적소흑마 독고선인가…… 그런 거물을 혼자서 쓰러트리다니…… 언젠가 그 아이가 무림의 새로운 거물로 우뚝 설 날이 올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벌써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군.”
“…….”
“청무 네가 보기에 그 아이의 경지는 어떻더냐?”
절레절레.
“청출어람이라 천하용봉지회에 나서기 전 백서의 무위도 저를 뛰어넘은 지 오래였습니다, 그것이 이번 여행길에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인지 이제는 제가 짐작조차 못할 경지에 올라 있습니다.”
“허허, 사천십대고수에 이름을 올린 네가 짐작조차 못할 경지라…….”
주율곡은 과거 청무와 나누었던 흰소리를 떠올렸다.
장백서가 약관전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막상 초절정의 경지는 옛 진작에 오르더니 결국 절세고수의 경지에 오른 것이었다.
“허허, 본 문의 흥복이야.”
짧은 말이었지만 주율곡은 이 이상의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본문의 흥복께서는 지금 뭘 하고 계시나?”
“유한이와 사제끼리의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사제라…….”
“실례, 이제는 사제가 아니라 사매군요.”
주율곡은 문득 궁금해졌다.
그 뺀질뺀질한 장백서가 여자라는 게 밝혀져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유한이를 어떻게 달래고 있을지 말이다.
***
“…….”
“…….”
장백서와 유한이는 이제는 완전히 장백서 전용이 된 낡은 연무장에 보자기를 깔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갓 점심을 먹어 배도 부르니 낮잠을 자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었다.
다만 나란히 누운 장백서와 유한이는 낮잠전의 간담이라기에는 꽤나 무거운 무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의모님들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걱정 말거라. 내가 다 손을 써 두었으니, 아무렴 유한이 네 의모님들을 내가 박하게 대하겠느냐?”
“아닙니다! 사형을 의심하거나 못미더워하는 게 아니라 그저 걱정이 돼서…….”
“하하 농담이다 너무 허둥대지 마라.”
말은 저렇게 했지만 막상 유한이의 의모를 챙기는 건 사인청에게 다 시킨 장백서였다.
이번 반란으로 사인가가 사인련을 되찾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우선 독고선을 지지하는 세력과 사인청의 반란에 참여한 세력이 상잔해 사인련의 세력 자체가 크게 줄었으며 장백서와 독고선이 혈투로 인해 사인련 본단이 깡그리 무너져 내렸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앞으로 사인청을 지지하고 지원해 주었어야 할 반란 문파의 수장들이 독고선을 암습하려다 대부분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그러게 말 좀 쳐 들을 것이지.’
다만 결과적으로 이는 장백서에게 득으로 이어졌는데.
사인련의 전력이 갈려나가고 더해서 지지기반까지 증발한 사인가 입장에서는 부실해진 기반을 받쳐 줄 뒷배가 필요했고 사인청은 그 뒷배로 장백서를 선택했다,
사전에 깔아둔 밑밥이 제대로 먹힌 탓에 정체를 밝힌 지금도 사인청은 장백서가 단순한 유현문의 제자가 아닌 뒤에서 무림을 좌지우지하는 비밀 집단의 일원 즘으로 여기고 있었다.
장백서는 그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해 사인청의 뒷배가 되어주기로 했다.
알아서 착각해주는 데 정정해 줄 필요도 없었고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그냥 입 닦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이로서 장백서는 사인청을 뒤에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었다.
말이 사인청이지 사인청이 사인가의 가주고 그 사인가가 사인련을 먹었으니 사도 최대 세력이 장백서의 수중에 떨어진 셈이었다.
“……아버, 아니 독고선 그자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이모님들이 잘 지내신다는 이야기에 안심한 유한이는 조심스레 독고선, 자신의 혈통상 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끝까지 추악한 인간이었다,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마지막에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말은 장백서 딴에는 위로의 의미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겠습니까… 그자가 제 아버지인데…….”
유한이가 양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두렵습니다, 혹여 제가 조금이라도 독고선을 닮았을까 봐…… 그와 같은 괴물이 될까 봐 두렵습니다.”
스윽
불안해하는 유한이의 모습에 장백서가 몸을 일으켰다.
얼굴을 감싸 쥔 유한이를 내려다보며 장백서는 말했다.
“으레 고수라고 불리는 실력자들은 짧은 시간 합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서로의 인간상을 꿰뚫어보기 마련이란다.”
“……”
“내가 독고선과 검을 맞대면 서 느낀 인간상은 상종못할 인간말종의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 저도…….”
“그리고 나는!”
장백서는 일부러 유한이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
“독고선 그자에 대해서도 알지만 유한이 너에 대해서는 더욱 잘 알고 있다.”
“……!”
“너는 나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사제다, 이제까지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고맙습니다 사형.”
투박하고 서투르지만 진심이 담긴 위로에 유한이는 미소 지었다.
그러다……
“사제라…… 사제가 아니라 사매입니다 사형.”
“그렇구나.”
“……이미 알고 계셨군요.”
“스승님한테 사정을 들었으니까.”
사실은 그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굳이 거기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뭔가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울 게 뭐가 있겠느냐?”
“……앞으로 사형을, 그리고 사문의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무섭습니다.”
이번 일로 유한이가 여자란 사실이 사문 전체에 알려졌다.
유한이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찌 처신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뭘 그리 고민하느냐, 그냥 평소처럼 지내면 된다.”
“하지만…….”
“무뚝뚝하고 건방지지만 무공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겉은 차가운 주제에 사실 속마음은은 굉장히 따뜻한…… 그게 바로 내가 아는 장유한이다, 그리고 유현문의 모두가 아는 장유한이지 여기에 남자 여자따위는 하등 중요하지 않아.”
“……무뚝뚝하고 건방지다니 사형께서는 평소 절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크흠!”
“아하하하!”
조금 심술궂은 질문을 한 유한이가 곤란해하는 장백서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유한이는 슬쩍 몸을 기울려 장백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래도 이제 제가 여자아이라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
싱긋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장백서를 보며 유한이가 만개한 해바라기 같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아름다운 미소를
***
중원 전역으로 어떤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협행검 장백서.
당금 무림의 가장 주목받는 초신성의 새로운 활약이 사람들의 입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비인무도한 금공의 제물로 납치당한 사제를 구하기 위해 단신으로 적소흑마 독고선을 격퇴한 무용담은 뭇 무림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런데 이렇게 퍼져나가는 이야기는 독고선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다.
이제껏 장백서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은폐한 활약상까지 어찌된 일인지 함께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 업적들 하나하나가 너무 대단했던지라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허, 협행검 언젠가 사고 한 번 크게 칠 줄은 알았지만 벌써 이런 업적을 세우다니…….”
경악하는 이.
“아니 협행검의 나이가 이제 겨우 약관을 지났다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믿지 못하는 이.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이 일치하고 말의 앞뒤가 맞는 걸 보니 아무래도 소문은 모두 진짜인 모양이군”
사실임을 확신하는 이.
그런 와중 정말 현명한 몇몇 이들은 소문의 확산이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마치 누군가 소문이 퍼지도록 손을 쓴 것처럼.
“여기까지도 잘 퍼졌을려나?”
소문을 고의적으로 확산시킨 장본인 장백서는 시야의 저 끝에서 끝까지 이어지는 길다란 담벼락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더럽게 크군.”
현재 장백서가 있는 곳은 안휘의 성도인 합비, 정확히는 합비의 도심지 외곽에 있는 거대한 장원의 대문 앞이었다.
“이쯤 되면 장원이 아니라 도시 속의 작은 도시 수준이군, 하긴 세가라고 거창한 이름으로 불려도 그 본질은 결국 힘 있는 집성촌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가?”
장백서는 문지기 들이 지키고 있는 대문으로 향했다.
‘얼씨구? 문지기도 절정 고수네?’
한낱 문지기들조차 절정고수란 사실에 장백서는 새삼 남궁세가가 칠대세가의 수좌라는 것을 느꼈다.
“멈추시오!”
그 문지기가 장백서를 제지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남궁세가는 당분간 외부 교류를 하지 않는 바이니 돌아가시오.”
“그럼 저것들은?”
장백서는 커다란 대문 한 켠에 작게 만들어진 쪽문을 가리켰다.
그 쪽문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분들은 사전에 약속을 잡으신 분들이요.”
“거참 약속 많이들 잡으셨네 새끼손가락 닳겠어~가주 대리가 그 큰 사고를 치고 잠적했는데 참 당당해 눈치라도 좀 봐야 되는 거 아니야?”
말이 약속이지 자숙하는 시늉이나 하면서 뒤로는 평소 그대로 돌아가는 남궁세가의 모습에 장백서가 혀를 찼다.
검제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며 큰 침체기를 겪은 남궁세가였지만 그 이름값이 어디 가지는 않는지 벌써 빠르게 세를 회복하고 있었다.
“감히… 뭐 하는 인간인데 대남궁세가의 대문에서 본가를 욕하는 것이오!!”
차앙!
거침없는 비아냥 거림에 문지기가 칼을 뽑아 들어 목을 겨눴다.
스윽
장백서가 무심한 눈으로 문지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궁세가에 불만 더럽게 많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