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96
296. 공동
“함정이었다니… 이거 파괴조 사람들이 걱정이군…….”
“그쪽이 이쪽보다는 사정이 나을 겁니다, 도시 외부로 나가 비선의 눈을 속이는 것과 달리 혈천궁 내부의 병력을 속이기는 여의치 않았을 테니까요.”
남아 있던 혈천궁의 병력 역시 이곳으로 파견되었으니 혈천궁 쪽은 아예 무주공산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 해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을 것 같진 않군.”
이제껏 광천교 쪽에서 선보인 기괴막측한 힘을 생각하면 고검의 의견은 실로 타당한 것이었다.
“아마 보통 무림인들은 생에 본 적 없는 기이한 수를 준비해 뒀겠지.”
“그래서 전문가를 붙여 뒀지 않습니까?”
“그 어린 소저 말인가?”
“네 하진아 소저.”
고검은 하진아가 영 미덥지 않은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어리고 심약한 소저가 잘 해낼 거란 생각이 도무지 안 드는군, 자네는 그렇지 않나?”
하진아를 미덥지 않게 여기는 건 비단 고검만이 아니었다.
정예로 엄선된 원정대에서도 다시 한 번 최고의 정예를 추린 것이 이번 별동대였다.
그런 별동대에 별호도 없고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어린 소저가 함께 하게 됐으니.
신뢰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하진아가 별동대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온전히 그녀를 추천한 장백서의 이름값 덕분이었다.
“하 소저를 추천한 건 접니다, 제가 제 사람을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그녀를 믿어주겠습니까?”
한 점 의심 없는 장백서의 눈에 고검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지금 남 걱정할 때도 아닌 것 같고.”
고검은 자신들을 둘러 싼 칠혈장을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살폈다.
‘한 명 한 명 만만한 놈이 없군.’
“쳇, 그래서 어쩔 거냐?”
“뭘 말입니까?”
“그리 태연한 것을 보니 뭐 생각해 둔 것이 있을 것 아니냐?”
고검의 말마따나 칠혈장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멀리서 혈로군의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질 때도 장백서는 시종일관 태연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한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태연함!
고검은 거기에 희망을 걸었다.
“없지는 않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고검이 장백서와 알고 지낸 시간이 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짧은 교류만으로도 장백서가 아무런 대책 없이 태연할 인간이 아니라는 것 즘은 알 수 있었다.
“거 뭘 준비한 줄은 모르겠지만 할 거면 후딱 하거라 늙은이 애태우지 말고!”
덩치가 산만한 근육질 남성이 그렇게 조르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조금만 떨어져 주시겠습니까? 조금 부담스러워서…….”
“그, 그래 그러도록 하지, 그래서 대책이 뭔가?”
“그 대책은 지금 당장 쓸 수 없는 대책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벌 필요가 있죠, 그러니 고검, 죄송하지만 둘 정도만 맡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둘이라…… 못할 건 없지만 그러면 너 혼자 셋을 감당해야 할 것인데…… 괜찮겠느냐?”
“…….”
삼대 일.
그것도 같은 절세고수를 상대로 삼대 일이라니 무모하기 그지없었다.
‘실제로 미래에 내가 그렇게 죽었지.’
하지만 지금의 장백서는 미래의 장백서와는 달랐다.
“근래 깨달은 것들도 시험할 겸 힘내보려 합니다.”
“뭐? 힘내 보겠다? 하하하하하하!!”
터무니없는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 모습에 고검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좋군, 무림의 후배가 이리 힘을 내겠다는데 늙은이가 돼서 투정을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두 놈은 나에게 맡기시게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 아주 박살을 내놓지!”
“그럼 저도 맡은 세 놈을 아주 발기발기 찢어 놓도록 하죠.”
“하하하! 좋군, 누가 먼저 쓰러트리나 한 번 겨뤄보지!”
장백서와 고검, 두 명의 검성이 진짜 싸움에 나섰다.
***
한편 장백서와 진천백이 이대 오의 불리한 싸움에 몸을 날리고 있을 때.
혼의 쐐기석 파괴조 역시 불합리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젠장!?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이 표시, 같은 자리만 스무 번이 넘게 돌고 있어!!”
혈천궁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순조로웠다.
문제가 된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들이 발을 들인 혈천궁은 아무리 내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동시에 같은 곳을 몇 번이나 헤매게 만드는 무한한 미궁이었던 것이다.
“밖에서 본 건물크기로 보면 이 넓이는 말이 안 되오, 아마…….”
“진법이겠군…….”
별동대는 너나 할 것 없이 이것이 진법의 일종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진법이라 보기도 이상하오.”
신승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는 협의련의 부련주로서 련주인 제갈무호와 친분이 깊었다.
그 덕분에 제갈무호로부터 진법에 대한 대처법도 전수받은 바가 있었다.
그런 안목으로 보건데 이곳에 펼쳐져 있는 무언가는 결코 단순한 진법이 아니었다.
“이거 단순한 진법 아니다.”
그 때, 이제껏 입을 다물고 유심히 생각에 잠겨 있던 하진아가 입을 열었다.
“아마 진법에 풍수, 음양도에 술법, 거기에 외계의 지식과 마법까지 섞인 물건.”
하진아가 무언가 안다는 듯 이야기를 꺼내자 파괴조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웃!?”
갑자기 집중된 시선에 당황한 그녀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평정을 되찾았다.
“어떻게 해볼 수 있겠느냐?”
신승의 물음에 하진아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지금 혈천궁 내부는 진법과 술법, 풍수학에 음양도.
거기에 외계의 지식과 마법까지 뒤섞인 혼돈 상태였다.
누가 만든지는 모르지만 이정도로 잡탕되어 있으면 만든 본인도 어쩌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끽 해봐야 미리 정해진 생로를 이용하는 정도겠지, 이 기형진의 발동 개기는 아마도 허락받지 않은 자의 무단침입, 애초에 해주법을 생각할 이유가 없었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포기할 이유 역시 돼지 못했다.
끄덕
“해보겠다.”
고개를 끄덕인 하진아가 자신의 두 눈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녀가 보고 있는 세상이 일변했다.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혈천궁의 내부 풍경에 빛으로 이루어진 글자와 도형들이 겹쳐지며.
지금 이 장소에 펼쳐진 괴진의 구조를 보여주었다.
“윽!?”
그리고 그 중에는 외계의 지식도 섞여 있었다.
수잔방의 비처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진아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눈을 돌리지는 않았다.
주륵
하진아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나왔다.
파괴조의 다른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듯 그녀를 살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멀뚱히 서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각한 하진아는 광하진인의 등에 업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파괴조와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혈천궁의 내부를 헤매면서 하진아는 한가지 확신을 가졌다.
‘해 볼만 하다!’
하진아 본인의 힘 만으로는 불가능했지만 초인의 영역에 이른 파괴조의 고수들과.
그녀의 할아버지가 남긴 외계의 힘을 탐지하는 구슬이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한 하진아가 파괴조의 경로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자리에서 되돌아가라 또 때로는 벽을 부숴라.
갖가지 기행을 요구하는 하진아의 명령에도 파괴조의 사람들은 이견을 내보이지 않고 따랐다.
그건 하진아가 장백서가 추천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 스스로가 지금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눈에 분명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주륵
“괜찮느냐?”
“응, 아직은 버틸 만하다.”
처음에는 코피만 좀 흘리던 하진아였지만 지금은 귀와 눈에서도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눈코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하진아는 괴진을 해석하는 것에 몰두했다.
구슬의 광량과 주변의 술식을 살피며 힘겹게 지시를 이어가던 하진아가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 여기 바닥을 부숴라! 밑에 지하다!!”
쿠구궁!
하진아의 외침과 동시에 혈천궁이 크게 진동했다.
“뭐지?”
“지진?”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자연현상이라 여겼지만 하진아는 달랐다.
“빨리 어서!! 바닥을 뚫어야 한다!! 이 괴진을 만든 놈이 구조를 뒤바꾸려는 거다!!”
하진아의 필사적인 외침에 진동을 신경 쓰던 파괴조의 사람들이 급히 움직였다.
“흡!!”
“하아!!”
신권과 신승.
권법의 극의에 이른 두 사내의 주먹이 바닥을 후려쳤다.
쿠우우우우우웅!
굉음과 함께 바닥이 붕괴했고 파괴조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낙하의 부유감도 잠시, 파괴조는 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공간에 가볍게 착지했다.
앞서 말했듯 빛 하나 들지 않는 칠흑속이었지만 파괴조 그 누구도 착지에 무리를 겪는 사람은 없었다.
“자네 괜찮은가?”
착지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거랑 상관없이 하진아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괘, 괜찮다…….”
하진아는 괴진을 파악하느라 무리한 탓에 칠공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단순히 칠공에서 피를 쏟는 것만이 아니라.
외계의 지식에 너무 오래 노출된 탓에 정신에 과부하가 걸려 이성이 무너질 지경이었다.
고통에 허덕이는 하진아에게 신승이 다가섰다.
스윽
신승은 하진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내공을 발했다.
화아아아아아
찬란한 금빛이 하진아의 머리를 따스하게 감쌌다.
빛이 사그라들 즘에는 칠공에서 흘러나오던 피도 이성이 무너질 것 같던 고통도 씻은 듯 사라진 뒤였다.
“이건……?”
“금강무상력이라는 것이네, 싸우기 위한 무공이 아니라 사이한 힘을 쫓고 지친 심신을 보해주는 항마공이지.”
신승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하진아를 보았다.
비단 신승만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한 파괴조 모두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하진아를 보고 있었다.
더 이상 이 자리에 그녀를 낮추어 보거나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분위기를 느낀 것일까? 하진아가 쑥스러운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시간 없다, 혼의 쐐기석 안 쪽에 있다 어서 가자.”
하진아의 재촉에 일행은 못이긴 척 지하의 어둠속을 걸었다.
그들이 떨어진 지하공간은 긴 복도의 한 중간 즘.
그들은 하진아가 가리킨 방향으로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무것도 없는 긴 복도가 끝나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천장이 높은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긴 도대체 내부 구조가 어떻게 되 있는 거야?”
“내부 공간이 뒤틀려 있다, 그런 의문은 의미 없다.”
신권의 의문에 하진아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누구냐!?”
신승이 공동의 반대편 끝을 향해 일갈했다.
저벅저벅
짝짝짝
“과연 신승, 예리하시군요.”
일갈이 있고 몇 초 즘이 지났을까?
누군가 박수를 치며 천천히 파괴조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처음 뵙는군요, 백면객이라 합니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백가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