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05
305. 격전
밝아오던 서광이 사라지고 갑작스레 찾아온 밤하늘.
장백서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빼곡히 박힌 별을 보고 생각했다.
저건 결코 별 빛 따위가 아니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의 눈.
저 별 전부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무언가의 눈이었다.
누군가 이야기해 준 것도, 그렇다고 이런 현상에 대해 배운 적도 없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저 너머에서 관음하고 있는 존재들의 본체가 넘어올지도 모른다.
그 때.
무수한 별빛이 소나기 내리듯 하늘에서 줄기 줄기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 참 가지가지 하는군.”
연이은 기현상에 이제는 놀라기도 지칠 지경이었다.
떨어지는 별방울을 대비해 기세를 가다듬었지만 그것들의 목표는 장백서가 아니었다.
우우우우우웅!
무수한 별빛은 천장을 무시하고 떨어져 내려 천룡의 몸에 박혀 들어갔다.
파아아아앗!
별 방울을 맞은 천룡의 몸에서 광채가 터져나왔다.
이제껏 외계의 힘을 다루던 이들은 모두 피를 매개로 삼아왔다.
힘 자체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니 그를 담을 그릇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주 시내, 특히 혈천궁 내부는 이미 명백한 이계.
천룡은 용아검의 힘을 흡수하는 걸로 외계의 힘을 날 것으로 담아 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말은 쉽지만 승산은 지극히 낮은 도박이었다.
하지만 천룡은 성공했다.
이백 년 간 쌓아온 증오와 분노, 그리고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일그러진 집념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콰드드득!
천룡의 복부를 관통한 용아검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천룡의 배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것은 순식간에 물질로서의 형태를 잃고 천룡의 단전으로 파고들어갔다.
꿀럭꿀럭!
너머의 존재들이 내려준 별방울과 천룡의 단전에 파고든 용아검의 기운이 하나 되어 그의 사지 백해로 달려나갔다.
우우우웅!
천룡의 몸에서 밤하늘을 그대로 담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저게 바로 피를 매개로 하지 않은 수수한 외계의 힘이라는 것을.
천룡의 눈에 혐오스러운 밤하늘이 담겼다.
“경배하라, 이 무적의 힘 앞에, 네놈을 죽이고 네가 데려온 무림까지 이 손으로 모두 찢어발겨주마.”
위험하다.
장백서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려퍼졌다.
단순히 강함에 대한 경계가 아니었다.
있을 수 없는, 정확히는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 몸 속에 기어들어온 것 같은 이물감.
그것이 자아내는 본능적인 불쾌감이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비린내가 진동하는 검붉은 혈기보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담은 저것이 훨씬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스윽!
천룡이 앞으로 손을 뻗었다.
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밤하늘을 담은 장력이 장백서를 향해 달려들었다.
‘성파? 성류? 아니 어느 쪽으로든 막지 못한다.’
검 끝에 성파검법의 흑련과 성류검법의 성광이 동시에 휘감겼다.
역태극.
혈천자조차 압도했던 천하무쌍의 절기가 외계의 힘과 맞부딪혔다.
우우우우우웅!
여타 고수들이 공력을 겨룰 때 나는 굉음이나 폭음은 없었다.
그저, 대기 자체를 무겁게 진동시키는 낮은 울림만이 멀리 멀리 퍼져나갔다.
역태극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날 것 그대로인 외계의 힘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송두리째 소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저건 역태극이 아니면 무리다…!’
저 힘에는 역태극으로만 맞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역태극은 공력을 많이 잡아먹는 기술이었다.
순리인 태극을 역행하는 방식인 만큼 상반된 기운끼리 서로 상쇄되며 공력이 낭비되기 때문이었다.
혈천자와 싸울 때는 성광검법과 성파검법으로 견제하며 결정적인 상황에만 사용했기에 그 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역태극으로만 싸우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놈이 언제까지 저 힘을 휘두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군.’
만약 아무런 조건이나 부작용, 시간제한 없이 휘두를 수 있는 힘이었다면 천룡은 처음부터 저 힘을 꺼내들었을 터.
끝에 끝까지 몰려 팔이 잘린 다음에야 사용했다는 건 결코 안정적인 힘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놈의 힘이 바닥 날 때까지 시간을 끈다.’
파앗!
장백서가 결론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천룡이 외계의 힘을 뿜어내며 공격해 왔다.
직선적인 공격이었기에 장백서는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해냈다.
타앗
그와 동시에 몸을 날린 장백서의 신형이 천룡을 향해 쇄도했다.
우우웅!
그를 요격하듯 천룡의 몸에서 외계의 힘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파앗!
외계의 힘을 휘감은 장풍이 장백서를 노리고 덮쳐왔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절묘한 발놀림으로 경로를 변경했다.
우우우우웅!
처음에 회피했던 공격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장백서의 뒤를 쫓다 장풍과 맞부딪혔다.
‘합쳐졌어!?’
둘이 상쇄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두 공격이 합쳐져 더한 압력을 뿜어내며 장백서의 뒤를 쫓았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외계의 힘에 혀를 차는 것도 잠시 장백서는 역태극으로 그 힘을 상쇄시켰다.
’성가시군.’
하지만 한 번 그 성질을 확인한 이상 몇 번이나 당해줄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장백서는 외계의 힘의 성질을 파악하고 최대한 회피에 집중했다,
천룡은 그런 그를 잡기 위해 격한 공세를 이어갔다.
후우우웅!
살아 있는 생명처럼 자유 자재로 움직이며 장백서를 노리는 외계의 힘이었지만 장백서는 절묘한 움직임으로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자, 이 정도로 시간을 끌었으면 슬슬 저 쪽이 승부수를 띄울 때도 됐는데….’
“됐다.”
‘역시나.’
“더 이상 네놈과 시간 낭비하는 건 그만두겠다 대신….”
파앗!
천룡이 뚫린 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딜!!”
천룡의 목적을 눈치챈 장백서가 곧장 역태극을 전개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우우우우웅!!
장백서가 그려낸 역태극과 천룡이 몸에 두른 외계의 힘이 부딪히며 기이한 공명음을 만들어냈다.
“…….”
“…….”
씨익
천룡이 미소 지었고.
“쯧!”
장백서가 혀를 찼다.
그 뒤부터는 일방적인 양상이었다, 천룡은 이 곳을 벗아나기 위해 움직이고 장백서는 그를 막기 위해 역태극을 연이어 그려낸다.
‘내 꾀에 내가 당한 셈이군….’
원군을 부른 게 오히려 족쇄가 된 격이었다.
다만 다행인 점은 천룡이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퍽 여유롭지 않아 보인다는 것 정도였다.
문제는 그 전에 자신의 공력 쪽이 먼저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이었다.
중단전의 힘으로 주변 기운을 끌어오려 해도.
밤하늘이 떠오른 이후 천지의 기운이 괴이하게 뒤틀린 터라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으득
이를 악문 장백서는 결단을 내렸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장백서의 단전에서부터 낮은 울림이 터져나왔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소리에 천룡이 새카맣게 물든 눈에 호선을 그리며 미소 지었다.
“본원진기를 건드렸군, 여기서 죽을 생각이냐?”
“엿 같은 소리 집어치워라, 누가 뭐래도 나는 살아돌아가서 내가 사랑하는 사랑들과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 거다, 수명 십 몇 년쯤이야, 되감기 된 분으로 치지 뭐.”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모르겠군.”
천룡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장백서도 지지 않고 웃어 보였다.
“알아 달라고 하는 소리 아니야!”
우우우우우웅!!
수명을 깎아 가며 끌어올린 공력이 장백서의 사지백해를 내달리며 터질 듯한 활력을 선사했다.
퍼어어억!!
이전까지와는 달리 장백서가 먼저 공세에 나섰다.
본원진기까지 끌어올려 그리는 역태극은 이전보다 더욱 강대한 힘으로 천룡을 밀어붙였다.
이제껏 방어와 견제 정도로 그치던 공격이 지금은 천룡을 압도하고 있었다.
“크으으윽!?”
천룡도 상황을 쉽게 볼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원정군을 상대하기 위해 아껴둔 외계의 힘을 한계까지 몸에 받아들였다.
꾸득! 뿌드득!
그럴수록 용아검을 박아넣은 복부를 중심으로 천룡의 몸은 혐오스러운 밤하늘에 잠식되어갔다.
“크아아아아아악!!!”
천지사방을 점하고 찍어 누르려는 외계의 힘을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역태극이 돌파한다.
막아서는 자와 돌파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초인의 싸움이 찰나 지간 수백, 수천의 궤도를 그려냈다.
흑백의 궤적이 엮어낸 한 폭의 수목화가 물에 흐트러져 사라질 즈음에 공방의 승자와 패자가 가려졌다.
“쿨럭!”
장백서가 입에서 한웅큼 피를 토해냈다.
본원진기를 끌어다 쓴 대가였다.
덜덜덜
손발이 잘게 떨리고 눈 앞의 초점이 흐려졌다.
본원진기의 사용은 최소화하고 빠르게 승부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모든 게 잘 풀릴 만큼 상대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젠장….”
내공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
억지로 끌어올린 본원지기로 인해 원정이 크게 상한 건 물론 내상까지 막심했다.
당장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은 게 기적이었다.
“허…괴물 같은 녀석.”
연신 피를 토하는 장백서를 보며 천룡이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퍼서석!
천룡의 전신에 실금이 퍼져나갔다.
방금 전 공방에 사력을 다한 건 장백서만이 아니었다.
무림의 연합군을 상대할 힘은 비축하려 했던 천룡.
그러나 장백서가 보인 예상밖의 분투에 전력, 아니 그 이상을 끌어내야 했다.
끌어온 외계의 힘에는 그나마 여유가 있었지만 그걸 받아들여야 할 몸이 한계를 드러냈다.
길게 버틴다 해도 반각에서 일각 사이.
아무리 압도적인 힘이라 해도 연합군을 전멸시키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
천룡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인정하지, 네가 바로 천하제일인이다.”
그리 말한 천룡은 오른손에 외계의 힘을 집중해 검의 형상을 버려냈다.
저벅저벅저벅
“너는 무림을 구했다, 다만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검을 쥔 천룡이 피를 토하고 있는 장백서의 머리맡에 섰다.
“적어도 너 만은 길동무로 삼아주마.”
천룡이 검을 치켜들고 이내 무심하게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