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76
076. 이십사수매화검법 대 창궁무애검법
“설륜환은 화 공자가 드십시오.”
마 부인이 건넨 설륜환을 장백서는 화목연에게 양보했다.
“하지만…….”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화목연을 보고 장백서는 말을 덧붙였다.
“전 최근에 영약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가 아무리 천재라도 어떻게 이리 빨리 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겠습니까?”
농담을 섞어 대답한 장백서는 이내 진지한 눈으로 화목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설륜환은 저보다는 화 공자에게 필요할 것입니다.”
화목연은 현재 절정과 초절정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었다.
이전에 상대했던 청성의 일대 제자 명광이 이립 중반의 나이에 그 경지에 오른 것에 비교하면 그보다 십 년은 어린 나이에 거기까지 도달한 화목연의 재능은 대단한 것이었다.
십 년은 더 어린 나이에 그 이상의 성취를 보여 주는 장백서가 있어서 티가 나지 않았을 뿐 화목연은 분명히 천재였다.
그런 그가 지금 설륜환을 먹는다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장백서의 호의를 받아들인 화목연은 설륜환을 먹었고 하루에 걸쳐 절반 정도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백서의 바람과는 달리 초절정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만약 영약을 먹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겠지…….’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화목연은 정검대주, 아니 남궁정민을 노려보았다.
화목연이 사나운 눈으로 노려보는 것과 달리 남궁정민은 재밌다는 듯 화목연을 마주 보고 있었다.
‘젠장…… 그 양반 말이랑은 전혀 다르잖아?’
이전 합산에서 장판교를 만났을 때 장백서와 화목연은 정검대의 대주인 남궁정민에 대한 정보 역시 들었었다.
공명심은 강한데 능력은 없으며 그런 주제에 자기 보신에만 집착하는 전형적인 뒷배로 들어온 재수 없는 도련님…… 남궁정민에 대한 장판교의 평가였다.
하지만 막상 상대해 본 남궁정민은 이야기 속의 인물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초절정!
강기를 사용하는 초절한 경지에 남궁정민은 올라 있었다, 빈말로도 실력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하긴…… 재수 없다는 것 하나는 맞췄네.’
그러는 와중에도 화목연의 머리 한편에서는 남궁정민을 쓰러트릴 방법에 대한 궁리가 계속되고 있었다.
‘녀석이 사용하는 검법은 창궁무애검법…… 천하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일컬어지는 남궁세가의 상승검법…….’
칠대세가의 수좌에 앉아 있다 칭해지는 남궁세가, 그리고 그 남궁세가에서도 손꼽히는 무공이 바로 창궁무애검법이었다.
창궁이라는 이름대로 한없이 자유로운 검법을 상대로 화목연은 화산의 절기인 이십사수매화검법으로 맞섰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검강과 검기의 차이도 있었지만 화목연이 사용한 이십사수매화검법의 현란함이 남궁정민의 창궁무애검법의 자유로움을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화목연은 정면승부를 피할 수 없었다.
지금 화목연의 등 뒤, 동굴 안에서는 마 부인이 산고의 고통을 견디며 아이를 낳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자신이 정면승부를 피한다면 그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아아아!!”
화목연이 다시 한 번 남궁정민에게 달려들었다.
“호오~? 덤벼오는 건가? 아직도 힘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
연하늘색 남궁정민의 강기와 자색 화목연의 검기가 맞부딪쳤다.
“크윽!”
“강기는 강기로 상대한다, 화산의 제자는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나?”
쾅쾅쾅!
충돌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화목연의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전부 피가 흘러나왔다.
장백서의 조원 검보같이 강기를 흘리고 약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지 못한 화목연은 그저 충격을 몸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콰앙!
“그헉!?”
이내 검강의 충격에 이기지 못하고 화목연이 뒤로 퉁겨져 날아갔다.
지지지지직!
쓰려지려는 몸을 채찍질해 어떻게든 공격을 버텨 낸 화목연은 입안에 고인 핏물을 뱉어냈다.
“퉷!”
“좋은 근성이군? 하지만 슬슬 깨닫는 게 어떤가?”
“뭘 말이냐?”
“네가 절대 날 이길 수 없다는 걸.”
“…….”
“어이어이! 그렇게 도끼눈으로 노려보지 말게! 중원의 젊은 동냥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는 말이니까”
“하! 그렇게 마음이 쓰이면 그대로 뒤로 돌아서 네놈 본가가 있는 안휘로 꺼져 주겠나?”
“그럴 수는 없지…… 얼추 보니 이미 백천회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남궁정민의 질문에 화목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의 행사를 방해하지?”
“뭐?”
화목연은 이게 뭔 소린가 싶어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임산부 습격부터 시작해서 아무리 사파인이라 해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고 죄 없는 표사들도 잔뜩 죽인 자가 저런 소리를 하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던 것이었다.
“백천회, 정말 멋진 이름이지 않나?”
“…….”
“백천, 백도의 하늘, 사파와 흑도, 그리고 그 저주스러운 마교의 마인들을 깡그리 없앤 뒤에 이루어질 이상적인 세상을 의미하는 이름이지.”
“…….”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는가?”
“……지랄…….”
“하하! 입이 험하군, 하지만 자네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나의 말에 공감하고 있을 거야, 아무렴 대화산의 제자가 아니신가?”
마치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된 움직임과 함께 남궁정민은 말을 이었다.
“자네도 잘 알 것 아닌가?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파의 악인들과 흑도의 쓰레기, 그리고 마교의 혐오스러운 마인들은 결코 같은 가치를 지닌 인간이 아니라는 걸.”
그리 말한 남궁정민은 검지를 쭉 펴고 화목연이 등지고 있는 동굴을 가리켰다.
“물론 지금 저 동굴 안에 있는 더러운 마인의 딸도, 그리고 그 자식도 마찬가지지.”
순간
한 점 거짓 없이 진심으로 마 부인과 태어날 아이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남궁정민의 모습에 화목연은 소름이 끼쳤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이전까지의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남궁정민이 말했다.
“비켜라.”
“그럼 나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지.”
강기와 부딪히면서 껍질이 다 벗겨진 손바닥으로 검을 다시 고쳐 잡은 화목연이 사납게 웃으면서 말했다.
“죽어도 싫다.”
“그래, 그렇다면 죽어라.”
단호한 화목연의 모습에 재미없다는 듯 김 빠진 표정을 지은 남궁정민의 손 끝에서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검법인 창궁무애검법이 오직 화목연의 죽음만을 바라고 펼쳐졌다.
콰콰콰콰쾅!
남궁정민의 무시무시한 연격에 화목연은 연신 막고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돌파할 길 없어 보이는 궁지, 내상으로 성치 않은 몸 상태에서도 화목연의 눈은 아직 죽지 않았다.
‘한 번, 한 번만 틈이 생기면……!’
연신 남궁정민의 검을 막아 내던 화목연이 아주 짧은 찰나 창궁무애검법의 빈틈을 찾아냈고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남궁정민의 품으로 파고든 화목연의 손에서 화산의절기인 태을미라장이 펼쳐졌다.
화산의 장법 중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치명적인 장법인 태을미라장의 무서운 점은 이 장법이 상대의 호신기를 관통해 타격을 주는 암경과 내가중수법의 묘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들어가기만 하면 치명상은 주지 못하더라도 지금 같은 일방적인 상황은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장법을 익힌 게 자네만은 아니라네.”
품으로 파고들어 온 화목연의 태을미라장에 남궁정민 또한 장법으로 맞서는 것이었다.
천뢰삼장!
남궁세가의 가장 파괴적인 장법이 화산의 가장 치명적인 장법과 맞부딪혔다.
콰지지지지지직!
천뢰삼장의 뇌기가 태을미라장의 장력을 밀어냈고 이내 화목연은 멀리 퉁겨져 날아갔다.
“크헉!?”
뇌기의 영향으로 전신이 화염에 타 버린 듯 검게 그을린 화목연이 나무에 처박혔다.
최악인 것은 강기로 인해 심각했던 내상이 천뢰삼장의 뇌기에 더욱 악화되어 버린 것이다.
언제 주화입마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심대한 내상에 뇌기와 강기에 유린당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육체까지…… 더는 움직일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렇게 끝인가…….’
그냥 단순한 표행이라 생각하고 맡은 의뢰였다.
그렇게 장백서와 청연아, 장유란 그리고 마 부인을 만났다.
예상 밖의 습격으로 표행이 엉망이 되고 저도 모르게 부린 허세의 결과로 기나긴 여행에 참가하게 되어 버렸다.
사천에서 귀주, 광서를 거쳐 호남까지 이르는 길고 긴 여행…… 그 결과가 이거라니…….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얼굴 근육 한 가닥조차 움직일 수 없는 화목연은 마음속으로 허탈하게 웃었다.
그렇게 화목연이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그 이상은 못 가.”
남궁정민의 앞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다.
“호오 ~제법 기가 드세 보이는 소저일세?”
“입 털지 말고 뒤로 물러나! 안 그러면 면상에 구멍을 내줄 테니까.”
남궁정민의 앞을 막아선 것은 조금 전까지 동굴 안에서 마 부인의 출산을 돕고 있던 장유란이었다.
“젊은 나이에 일류라…… 상당한 경지지만 아가씨도 바보가 아니라면 알 텐데?”
그렇게 말하는 남궁정민의 검에서 연푸른 검강이 타올랐다.
“……그래서 뭐? 네놈이 얼마나 강하든 간에 임신한 과부나 괴롭히는 쓰레기란 사실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아!!”
장유란의 노골적인 욕설에 남궁정민의 눈썹이 까딱였다.
“그리고 난 그런 쓰레기한테 절대 굴복 안 해.”
씨익 웃어 보이는 장유란의 그 모습에 이미 남궁정민의 얼굴에는 미소의 조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주제도 모르는 계집년이 함부로 입을 놀리는구나.”
그 말과 동시에 남궁정민이 귀신 같은 움직임으로 장유란에게 접근했다.
“……!!”
그에 맞춰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력을 담아 가장 강력한 절초를 펼친 장유란이었지만……
텁!
남궁정민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장유란의 창두를 맨손으로 잡아챘다.
그리고 손목을 비틀며 앞으로 쭉 내밀었다.
“커헉!?”
그 한 번의 수에 창을 꽉 쥐고 있던 장유란의 손바닥 가죽이 전부 갈려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놓친 창의 자루 끝이 그녀의 가슴팍을 찔렀다.
순간 호흡에 이상이 생긴 장유란이 자신의 가슴을 감싸 쥐었다.
“이제는 네 주제를 알겠나 건방진 계집아.”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콜록 되는 와중에도 장유란은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여, 엿 먹어 커헉, 쓰, 레…… 기야!!”
여전히 자신을 쓰레기라 모욕하는 장유란의 모습에 남궁정민의 눈썹이 완전히 역 팔자로 치솟았다.
“건방진 계집이!!!”
한순간에 장유란의 품으로 파고 들어간 남궁정민은 그녀의 목을 잡아채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
“컥!? 크억!?”
그 탓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진 장유란이 죽는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궁정민은 주먹을 말아 쥐고는……
퍼억!
“크헉!?”
장유란의 배를 때렸다.
목이 잡혀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장유란은 그 공격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고 그저 무력하게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자, 아직도 내가 쓰레기라 생각하느냐?”
일부로 말을 할 수 있게 손아귀에 힘을 푼 남궁정민의 물음에 장유란은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야…….”
“목소리가 작구나, 좀 더 크게 말해 보아라”
“……좆까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