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43
제743화
“너도….”
천마라 불린 남자는 타천을 돌아보지도 않 은 채 답했다.
“나를 그런 이름으로 부르는 건가?”
그의 어조는 독특했다. 천마라는 이름이 마 음에 드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고, 혐오하는 듯 들려오기도 했다.
“어울리지 않습니까.”
타천은 천마의 넓은 등을 보며 어깨를 으쓱 였다.
“저는 타천, 당신은 천마. 우리 같은 이들에 게는 딱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쓴 미청년 가면의 입꼬리가 길쭉하게 말려 올라갔다.
천마는 대꾸도 하지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는 타천이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곳은 언제 보아도 따스하고, 조화롭군 요.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타천은 푸르름을 간직한 꽃과 나무를 훑으 며 옅게 웃었다.
“당신 같은 인간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아 요.”
그는 드물게도 시비를 거는 듯한 말을 내뱉 었다.
“용건은?”
천마는 타천의 도발을 무시한 채 살짝 턱을 돌렸다.
“저게 녹색의 왕입니까?”
타천은 용건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천마의 우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계절에 맞지 않게 잘 익은 사과 나무 아래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성인 남자 못지않게 키 가 컸고, 무학을 익혔는지 자세가 곧았다.
얼굴에는 흑색 오크의 투구를 쓰고 있었는 데, 기이하게도 버드렁니가 없었고, 이마에는 두 개의 불이 솟구쳐 있었다.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밝은 갈색 머리카락 과 달리 투구의 중심에서 피어나는 붉은 안광 은 피를 머금은 듯 섬뜩하게 타오르고 있었 다.
“녹랑사에게 각성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 었는데, 이건 예상 이상이네요.”
타천이 블랙 오크 로드의 투구를 쓴 여성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 정도라면 라온 지그하르트에게도 못지 않을 성장인데, 탐이 나는군요.”
그는 진심이라는 듯 길게 입맛을 다셨지만, 오크 투구를 쓴 여성은 시선을 주지도 않았 다.
오히려 뒤에 서 있던 절혼검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녹색의 왕은 제가….”
“쓸데없는 소리가 많이 늘었네.”
수풀 속에서 일어선 작은 키의 남자가 고개 를 저었다.
그는 살아있는 듯 흉악한 에틴의 투구를 쓰 고 있었는데, 실제 에틴과 달리 머리는 하나뿐 이었다.
“우리 주군이 물어본 거나 대답하시지?”
에틴의 투구를 쓴 남자의 목소리는 변성기 를 지나지 않은 듯 맑고 투명했다. 험악한 투 구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었다.
“여전히 건방지시군요. 쌍두귀.”
타천은 쌍두귀의 기파를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넘기며 웃었다.
“너. 정상이 아니로군.”
천마는 타천의 상태를 한순간에 파악하고 손끝을 내렸다.
“육체는 그대로인데, 혼이 찢어져 있어. 무 엇에 당한 거지?”
그는 홍미가 동한 듯 조금 더 고개를 돌렸 다.
“여기에 괴물이 하나 더 있었네.”
타천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담담하게 고개 를 끄덕였다.
“저를 이 정도로 몰아붙일 인간이 누구인지 는 뻔하지 않습니까.”
그가 천마가 쓰고 있는 투구의 붉은 비늘을 보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글렌 지그하르트. 그는 결국 검으로 혼을 가르는 영역까지 도달했더군요.”
“글렌 지그하르트….”
천마가 살짝 시선을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는 누구와도 달랐다. 인간인 채 그 영역 에 도달하리라 예상했다.”
그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다만 당신과는 다릅니다. 그는 인과율에 지배당하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천마가 아쉽다는 듯 낮은 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그 글렌을 처 리해달라고 온 건가?”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타천이 손가락을 스스로를 가리키 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지금 제가 이 꼴인지라.”
“거절한다.”
천마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 었다.
“글렌 지그하르트는 분명 매력적인 사냥감 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거기다….”
이곳에 있는 누구보다도 작았던 그의 기세 가 폭발하듯이 치솟았다.
“네 목적과 내 목적은 다르다. 나를 이용할 생각하지 말도록.”
천마가 가볍게 손을 젓자, 아름다웠던 도원 향이 비틀어진다.
푸르른 나무가 악귀처럼 살의를 내뿜고, 가 지각색의 꽃들이 지독할 정도의 압력을 일으 켰다.
“아직은 같은 목적이지 않습니까.”
타천은 천마가 일으킨 기괴한 환상 속에서 도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쓸데없는 소리를 할 거라면 그만….”
“당연히 저도 당신의 뒤통수 따위를 보기 위해서 이곳에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연한 빛과 어둠이 피 어나 천마의 압박을 풀어냈다.
“그러니까! 용건을 말하… 윽!”
“입 좀 닥치시겠어요?”
쌍두귀가 짜증을 내며 일어서다가 우뚝 멈 춰 섰다. 그는 타천의 눈동자에 깃든 불길한 빛을 보고서 마른침을 삼켰다.
“대천사가 강림했습니다.”
타천은 사이한 미소를 그리며 대천사라는 단어를 꺼냈다.
쿠웅
그 순간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천마 가 뒤를 돌았다.
크고 작은 열 개의 뿔이 달린 투구 속에서 꺼지지 않을 불길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라온은 이른 새벽에 5 연무장으로 들어갔 다.
차디찬 새벽 공기에 얼어붙은 땅을 정돈하 고, 기본 검술수련을 끝냈다.
광아검을 연습하려고 할 때 연무장 문이 열 리고, 광풍대 검사들이 하나둘씩 안으로 들어 왔다.
“역시 대주님이 처음이네.”
“약속까지 1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연무장 정리된 것만 봐도 최소한 1시간 전 에 왔다는 거야.”
“저 사람은 잠을 안 자는 건가?”
광풍대 검사들은 정돈된 연무장을 보며 혀 를 내둘렀다.
“아오! 오늘은 내가 제일 먼저라고 생각했 는데!”
크레인이 본인의 머리를 헝클며 인상을 찌
푸렸다.
“저 인간 대체 몇 시에 온 거야!”
“내가 보기에는 2시간 전 같아….”
도리안이 잘 정돈되어있는 연무장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검술을 연마하고 있던 것을 보면 그 이상 일 수도 있지.”
버렌이 라온의 손에 들려 있는 제천검을 보 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예전에 새벽 4시에 나왔는데, 나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더 라고.”
그는 질린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난 새벽 3시였어. 빌어먹을.”
마르타가 버렌의 말을 받으며 콧잔등을 찡 그렸다.
“저놈은 집보다 5연무장이 더 편할걸?”
그녀는 라온이 별관에 가는 이유는 밥 때문 이라며 혀를 찼다.
“난 그냥 안이길래….”
루난은 라온보다 먼저 오는 건 진즉에 포기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지금도 졸린 듯 눈을 끔벅였다.
“부대주님은 어디에 계시지?”
마크 괴튼이 유일하게 오지 않은 리메르를 찾으며 눈매를 좁혔다.
“그 망할 녀석이 이 시간에 왜 오겠느냐.”
도괴는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콧방귀 를 뀌었다.
“이게 다다. 시작해라.”
그는 귀찮으니 빨리 움직이라며 라온에게 손짓했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단상 위로 올라 갔다.
도괴의 말대로 리메르는 한참 후에야 올 것 같으니, 미리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단상의 끝에 서서 광풍대 전원의 얼굴을 살 피는데, 안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랜 기간을 함께했기에 이젠 검사들의 표 정만 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 다.
“휴가 기간에 호출에 응해주어서 고맙다.”
라온이 뒷짐을 진 채로 턱을 들어 올렸다.
“자발적 참여하고 했는데, 이렇게 모여준 것을 보면 너희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닌데요.”
다시 검사들의 눈빛을 훑고 있을 때 크레인 이 손을 들어 올렸다.
“저는 오늘 안 오면 나중에 보복이 있을 것 같아서….”
“입 막아.”
“옙!”
라온의 손짓에 도리안이 배 주머니에서 입 마개를 꺼내서 크레인의 주둥이에 씌웠다.
“방해꾼이 있었으니, 다시 시작하지. 난 분 명 자발적 참여라고 했는데, 이렇게 모였다는 건 이번 전쟁에서 너희 나름대로 느낀 게 있다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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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대는 라온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 듯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읍….”
크레인도 장난을 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 닫고 조용히 입마개를 물었다.
“확실하게 말하지. 너희는 강하다.”
라온이 고요히 가라앉은 붉은 눈으로 광풍 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마주했다.
“목숨을 건 실전과 피를 토하는 훈련 덕분 에 20대의 나이에 광풍대보다 강한 무력대는 대륙 전체를 뒤져봐도 없을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다. 오황오마가 무엇을 숨기 고 있다고 해도 광풍대와 비슷한 나이에 더 강 한 집단은 없다고 자신해도 좋았다.
“ 0 0 |”
“에, 에이….”
“그, 그렇게까지는 아니죠.”
“맞아. 아직 많이 부족하죠.”
크레인과 도리안 그리고 다른 검사들이 민 망하다는 듯 머 리를 긁적 였다.
“그럼에도 너희는 이번 전쟁에서 주인공이 아니었다.”
라온은 조금 전에 했던 말이 무색하게도 냉 정한 음성을 홀렸다.
“음….”
“그건….”
광풍대의 라온의 말이 맞다는 것을 누구보 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없이 입술을 씹었 다.
“너희는 스스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능 력이 부족했기에 강자들의 시선에서 떨어질 수가 없었지. 전쟁을 치르면서도 보호를 받는 입장이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나 다를 게 없 었어.”
라온은 광풍대가 느꼈던 상황과 감정을 신 랄하게 내뱉으며 버렌을 굽어보았다.
“수적을 베려고 하면 강기가 날아들고, 산 적의 목을 치려고 하면 강환이 쏟아지고, 마법 까지 폭발해서 광풍대가 홀로 움직이는 게 불 가능했어.”
피나도록 입술을 씹는 마르타를 훑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로베르트 가문 때도 마찬가지다. 너희는 육황 실세들의 진격에 뒤에서 손가락이나 발 고 있는 게 전부였으니까.”
맹한 보라색 눈동자에 숨겨진 열의를 드러 낸 루난을 보며 손가락 끝을 내 렸다.
“앞으로의 전쟁은 더 거칠고 위험할 거다. 지금 이 상태로라면 너희는 방관자 혹은 방해
꾼에 지나지 않을 거다.”
라온은 광풍대의 마음을 날카롭게 베어내며 무거운 시선을 드러냈다.
-네놈-.
라스가 라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 간을 구겼다.
-평소와 다르게 왜 애들한테….
녀석이 따지려고 할 때 광풍대의 중심에서 광풍류의 거센 바람이 솟구쳤다.
“알고 있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마르타는 이번 전쟁에서 백혈교주에게 말조 차 걸지 못했다.
그녀는 당시의 무력감을 절실하게 느낀 듯 검은 눈동자에 핏발을 세웠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카룬에게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가진 버렌은 라온이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이해한 듯 주먹을
말아쥐 었다.
“…다할게. 뭐든.”
루난 역시 시리아를 만났기에 강해지기 위 해서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큼지막하게 고개 를 끄덕 였다.
광풍대 전원은 조장들과 같은 뜻을 지녔다 는 듯 허리를 편 채 뜨겁게 타오르는 듯한 눈 동자를 드러냈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는 힘을 키워야 한다.”
라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천검의 검병에 손을 얹었다.
“대원들은 전원이 마스터, 마크 괴튼과 조 장들은 마스터 최상급이 될 때까지 임무와 수 련을 끝없이 반복할 것이다.”
어떤 적이 찾아와도 무찌를 수 있는 무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며 턱을 바짝 당겼다.
“너희만 목표를 주면 불공평하니, 나도 작 은 목표를 세울 생각이다. 나는….”
라온이 맹세를 하듯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 다.
“초월에 오를 것이다.”
스스로의 다짐만이 아니라, 광풍대에게 약 속을 하며 의지를 더 굳게 다졌다
“자, 작은 목표요? 대주님이 제일 어려운데 요?”
도리안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입술을 떨 었다.
“초, 초월이라고?”
“저놈 그릇은 진짜”.”
“존잘 라온.”
버렌, 마르타, 루난 역시 초월을 입에 담은 라온을 보며 헛웃음을 홀렸다.
“그래. 우리 대주면 초월 정도는 올라가 줘 야지.”
담벼락을 넘어 온 리메르가 냉큼 고개를 끄 덕였다.
“나도 부대주로서 초월에 도전할 생각이니 까.”
리메르는 라온과 같은 조건을 달겠다며 싱 긋 웃었다.
“부, 부대주님이요?”
크레 인이 입마개를 풀며 눈매를 좁혔다.
“에이, 안될텐데요?”
“절대안 되지.”
마르타가 크레인의 옆에 선 채로 고개를 저 었다.
“저 게으름뱅이가 무슨 초월이야.”
그녀는 지나가는 개도 안 믿겠다며 콧방귀 를 뀌었다.
“내 목적을 이루려면 초월에는 올라가야 해.”
리메르는 믿든 말든 도전할 거라며 손을 휘 휘저었다.
“일반 대원은 마스터, 조장들은 마스터 최 상급, 대주와 부대주는 초월이라?”
도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키득거 렸다.
“아주 지랄맞은 무력대가 탄생하겠구나.”
그는 비웃음이 아니라, 기대를 얹은 미소를 그렸다.
“그래서 총관님이 해주실 일들이 많습니 다.”
라온이 도괴에게 고개를 숙였다.
“에잉 말년도 지났는데, 이상한 놈한테 잘 못걸려서….”
도괴는 본인이 도박장의 호구만도 못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별건아니지만….”
라온이 도괴에게 다가가서 검은 병 다섯 개 를 꺼냈다. 이번에 남쪽에 가서 구해온 고급술 이었다.
“커험! 뭘 이런 걸 다!”
도괴는 언제 불평을 했냐는 듯 웃었다. 누가 도박꾼 아니 랄까 봐 술병 다섯 개가 그의 소매 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들 각오해라! 이번에는 쉽지 않을게야!”
그는 술값을 하겠다는 듯 지친 표정을 지우 고 광풍대에게 악을 질렀다.
“걱정 마세요.”
“절대 포기 안 합니다.”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광풍대 검사들은들러리는 사양이라며 어금 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훈련도, 임무도 지옥이겠지만, 그걸 넘어서 면“.’
라온은 포효하는 광풍대를 보며 가늘게 입 술을 씹었다.
‘너희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을 거 다.’
라온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훈련을 끝낸 후 자정이 되기 전에 가주 연무장으로 들 어갔다.
아직 글렌은 오지 않았지만, 지시가 내려왔 는지 연무장은 환히 밝혀져 있었다.
‘몸을좀 풀어둘까?’
가볍게 어깨를 돌리고서 제천검을 뽑았다.
얌마!
검술 수련을 하려는데, 라스가 갓 잡은 생선 처럼 팔딱이며 뛰어올랐다.
-어떻게 하루종일 수련만 하는 것이냐!
녀석은 정말 질린다며 고개를 저었다.
-네놈 때문에 제대로 밥도 못 먹 었느니라!
‘연무장에서 먹었잖아.’
-본왕에게 그건 식사가 아니니라!
라스는 별관에서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싶다 며 양팔을 휘저었다.
-네놈은 그냥 자거나, 먹거나, 쉬기만 해도 능력치가 오르고 있는데, 왜 그리 가만히 있지 를 못하는것이냐!
‘그 정도로는 부족해.’
라온이 달이 없는 밤하늘을 올려보며 고개 를 저 었다.
‘데루스의 목을 베려면 1분 1초가 아까우니 까.’
마왕의 권능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건 맞 지만, 능력 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학 경지를 끌어 올리고, 쉴 새 없이 검술 을 연마해야 데루스의 목을 벨 가능성이 높아 진다.
-끄응. 휴가라고 해서 한동안 밥만 먹으면 서 쉴줄알았는데….
라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중얼거 리 면서 도 입을 다물었다. 나름 배려해주는 것 같았 다.
라온이 조용해진 라스를 보며 옅게 웃을 때 연무장의 문이 열리고, 글렌이 들어왔다.
“가주님을….”
“한동안 계속 볼 것인데, 형식적인 인사는 그만하거라.”
글렌이 가볍게 손을 저으며 다가왔다. 매번 느끼지만, 그는 이 런 과한 인사나 예절을 좋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하루종일 검대원들을 훈련시켰다고 들었 다. 나와의 훈련에 지장이 갈 수도 있는데, 왜 그리 과하게 훈련한 거지?”
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이 질문 하나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가주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동료 들과 함께 강해지라고.”
생각한 바가 있었기에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입술을 뗐다.
“그 말씀대로 저 혼자가 아니라, 광풍대와 함께 걸어갈 생각입니다. 물론 가주님과의 수 련에는 조금의 영향도 없게 하겠습니다.”
“그런가.”
글렌은 살짝 떨리는 입술을 오른손으로 가 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눈빛이 건조했 지만, 대답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럼 시간이 아까우니, 바로 시작하지.”
그가 연무장 중앙으로 다가오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창궁검은 어디까지 익혔느냐?”
“전부 다 익혔지만, 실전에서 펼칠 수 있는 건 열한 번째 초식까지입니다.”
라온이 제천검을 고쳐 잡으며 답했다.
“네가 지금 익히고 있는 검술이 광아검, 설 풍검결, 만화공의 검술, 네가 직접 만든 검술, 창궁검 그 외에도 잡다하게 익히고 있지?”
글렌은 라온이 익히고 있는 검술들을 하나 씩 나열하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그렇습니다.”
라온이 답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들으니까. 너무 많군.’
글렌이 직접 말하니, 자신이 사용하는 검술
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월은 집중이 중요하다고 했으니, 이번 기 회에 조금 줄여야 할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앞으로의 수련에서는 몇 가지 검술에 집중해서….”
“다른 사람이라면 그러라고 했을 것이다.”
었다.
“아니, 1년 전이었다면 너에게도 몇 가지 검 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겠지. 그게 초월로 이 어지는 빠른 길이니까.”
그는 손가락을 들어 올려 라온을 가리 켰다.
“하지만 네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게 무슨”.”
라온이 글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끔벅였다.
“만검을 추구하는 나나, 검귀도 초월에 오 를 때 포기한 영역이 있다. 허나 너는 다르다. 초월에 닿기 위해서 어느 하나에 집중할 필요 없이 더 많은 것을 익히고, 더 넓은 세계를 추 구하거라.”
글렌이 연한 웃음을 그리며 진천검을 봅은 순간 어둑한 구름이 갈라지고, 금색의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네 그릇은 그 무엇이라도 담을 수 있으니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