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08
제808화
“허?”
다르칸은 심검을 통해 라온의 영혼을 확인하고서 헛바람을 흘렸다.
‘이놈은 대체 뭐지?’
라온은 입만 산 멍청이가 아니었다. 지닌 검술 실력과 발전 가능성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지닌 영혼의 격을 확인 하려고 했는데, 이건 아예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 정도면 초월 못지 않아.’
라온이 가진 영혼의 격은 초월자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무력과 재능에 감탄했는데, 영혼의 크기는 그보다 한참 더 윗급이었다.
‘이게 그랜드 마스터라니.’
다르칸이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릴 때 라온의 영혼 뒤편에서 더 거대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버러지가.
영혼이 얼어붙는 듯한 서늘한 음성을 들은 순간 자신의 세상이 바뀌었다.
“으음….”
다르칸은 성검련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눈을 떴다.
후우우욱.
하늘도, 땅도 모두 은빛으로 물든 설원이다. 누구도 밟지 않은 새하얀 대지 위로 푸른 눈발이 쏟아져 내렸다.
‘현실이 아니군.’
다르칸은 떨어지는 눈을 손아귀로 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앞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심상의 세계였다.
“라온의 심상은 아닌 듯한데….”
다르칸이 그 오싹했던 음성을 떠올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설원의 중심에 은빛 눈에 휘감긴 거대한 나무가 솟구쳐 있었다.
천 년. 아니, 만 년 동안 뿌리를 내린 듯 자신의 검으로도 한 번에 벨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찌 저런 나무가… 아!”
다르칸이 하늘에 닿을 듯 치솟은 나무를 바라보다가 턱을 떨었다.
‘저건 나무가 아니야.’
만년을 묵은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저건 누군가의 영혼이다.
이곳의 주인이 가진 영혼이 너무도 거대했기에 저런 나무로 형상화된 것이다.
‘저자가 이곳의 주인인가.’
다르칸은 나무 아래에 선 존재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바다를 담아낸 듯한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왔고, 콧대는 칼날을 세운 것처럼 날카롭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다듬은 느낌인데, 그 극치는 눈동자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심혼을 옥죄이는 듯한 푸른빛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 혹은 그녀. 아니, 저 자에게 성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계의 축복이자, 저주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분명 그때의….’
예전에 보았던 얼굴인데,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영혼의 격 자체가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당시의 의문이 조금 풀리는군. 네가 라온을 지배하는 자인가.”
다르칸이 푸른 존재를 바라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지배?”
푸른 마왕. 라스가 느릿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 거머리 놈이 누군가에게 지배받을 거라고 생각하나?”
“확실히 그렇군. 그 아이는 지배를 받지도, 지배를 하지도 않을 그릇이니까.”
다르칸이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그가 라스를 살피며 짧게 혀를 찼다.
“너 검사가 아니로군.”
다르칸은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 라스가 검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지니고 있던 호기심이 한순간에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싸울 보람이 있는 상대겠어.”
이 장소는 현실이 아닌, 심상의 세계지만 저 정도 강자와 싸우는 건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싸운다?”
라스가 다르칸을 향해 푸른 눈동자를 내렸다.
“버러지가 제 주제를 모르는구나.”
고요하면서도 나지막한 음성이 이 세계에 닿는 순간 다르칸의 허리가 땅에 닿을 듯 굽어졌다.
쿠구구구구!
라스가 지닌 웅대한 영혼의 격이 다르칸을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크윽!”
다르칸이 이를 악물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전력으로 기파를 일으켰지만,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뭐, 뭐야 이건….’
무력의 차이가 아니다. 영혼이 지닌 힘의 차이가 너무도 거대하여 견디는 것조차 힘들었다. 자신의 영혼이 새하얗게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 놈, 인간이 아니야.’
이런 거대한 영혼을 지닌 자가 인간일 수는 없다.
글렌이나, 천마에게도 불가능한 일. 수천 년, 혹은 만년 이상을 사는 괴물들에게나 허락되는 영역이었다.
“버러지.”
라스가 다르칸을 굽어보며 턱을 까딱였다.
“네 주제를 알고 싸운다는 말을 주절거리도록.”
무력 하나 없이 오직 영혼의 격만으로 가해지는 압박에 다르칸의 얼굴에 굵은 핏줄이 돋아났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로군….”
다르칸이 피나도록 입술을 씹으며 몸을 일으켰다.
“정말 버러지 때로 돌아간 것 같아.”
그는 이 상황에 도전 의식을 느끼는 듯 비틀어진 미소를 그렸다.
“그럼 이 버러지의 도전을 받아다오!”
다르칸은 방어를 포기했다. 본인의 영혼이 얼어붙는 것을 견디며 묵빛의 검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
그의 영혼을 담아낸 심검이 라스에게 닿으며 짙은 흑광을 뿌렸다.
티이이익!
하지만 라스의 거대하면서도 굳건한 영혼은 다르칸의 심검을 정면에서 맞이하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영혼을 형상화한 은빛 나무에 길쭉한 흠집이 생겼을 뿐이다.
“버러지다운 칼질이로구나.”
라스가 차갑게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검사 놈들은 검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결국은 살인술이고, 결국은 손의 연장선일 뿐이거늘.”
“뭐?”
다르칸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무엇을 담고 있느냐 뿐.”
라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고요히 떨어지던 눈발이 거세졌다.
퍼어어억!
다르칸의 어깨에 라스가 내린 눈이 닿은 순간 그의 팔이 터져나갔다.
“크헉!”
하지만 눈은 하나가 아니었다.
라스의 얼음 조각이 내려올 때마다 다르칸의 육체에 구멍이 뚫리고, 그가 검은 피를 토했다.
“하, 하나하나가 심검 같군….”
다르칸이 넝마가 된 채 설원 위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것을 보게 되다니!”
그는 지독한 고통을 느끼고 있음에도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진한 미소를 그렸다.
“네놈이 살아 있는 이유는 거머리 녀석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온한 마음을 먹었다면 이곳에 온 순간 목을 날렸을 것이야.”
라스가 말라붙은 듯 건조한 눈동자를 드러냈다.
“하운이 좋았다고 해야하나?”
다르칸이 피를 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운이 좋은지는 지나고 나야 알 일이지. 네놈은 결국 그 거머리의 손에 죽게 될 테니까.”
라스는 사라질 것처럼 희미해지는 다르칸을 보며 턱을 까딱였다.
“기, 기대하지.”
다르칸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뒤로 넘어갔다. 그의 영혼이 눈과 함께 녹아내렸다.
“…….”
라스는 고요해진 설원을 바라보다가 뒤를 돌았다.
“보았느냐?”
* * *
“그래.”
라온이 설원으로 걸어 나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검이 아니라, 눈과 얼음으로 심검을 펼친 거지?”
“비슷하느니라.”
라스가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심검이 자신의 영혼을 갈고 닦아 검을 세우듯 본왕은 가장 친숙한 눈과 얼음에 영혼을 담아낸 것이니까.”
“대단하네.”
라온이 담담한 라스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전대 성검련주를 이렇게 쉽게 제압할 줄은 몰랐어.”
다르칸은 오황오마 중에서도 강함으로는 손꼽히는 인물이다.
글렌이나, 천마, 데루스가 아니라면 그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이 정도로 압도할 줄은 몰랐다.
“이곳까지 알아서 와 주었으니까.”
라스가 손가락을 내려서 설원을 가리켰다.
“만약 현실에서 싸웠다면 이리 쉽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니라.”
녀석은 본인의 안방에서 싸워서 쉽게 꺾은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
라온이 라스가 가리킨 심상의 세계를 둘러보다가 눈매를 좁혔다.
“헌데 왜 네 심상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지? 저 나무는 대체 뭐야?”
라스의 심상에서 보이는 건 끝없이 쏟아지는 눈과 거대한 나무뿐이다.
엘프들의 성지 세이피아에서 본 세계수도 저 정도 크기는 아니었다.
“드디어….”
라스는 답을 하지 않은 채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때가 왔구나!”
“때라니?”
라온이 살기 짙은 미소를 그리는 라스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네놈의 버릇을 고칠 때 말이다!”
라스는 이곳이라면 영혼의 힘으로 짓누를 수 있다며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음식으로 협박당하던 나날! 나딘빵에 목이 막혔던 슬픔! 본왕의 힘을 훔쳐 가는 악행까지!”
녀석이 바드득 이를 갈며 자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본왕은 무엇 하나 잊지 않았느니라!”
라스는 복수를 할 희열에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이 기회에 네놈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서 본왕을 받들게 만들 것이니라!”
녀석은 그걸 위해서 다르칸을 빨리 쫓아낸 거라며 양팔을 펼쳤다.
“먼저 민트초코의 원한부터 갚겠느니라! 네놈의 목을 뽑아서….”
“잠깐.”
라온이 라스를 보며 턱을 모로 틀었다.
“어떤 민트초코의 원한?”
“엥?”
라스가 우뚝 서서 입을 벌렸다.
“어떤이라니….”
“원한이라고 했으니까. 무슨 원한이냐고.”
“보, 본왕이 먹고 싶다고 할 때 안 먹어주는….”
녀석은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그게 언제냐고.”
라온은 라스에게 계속 말을 걸며 불의 고리를 운용했다.
‘시간을 끌어야 해.’
라스한테 잘못 걸리면 평생 여기에 박혀 있게 될 지도 모른다.
심상의 세계에 수없이 와 보았기에 시간만 있다면 이곳을 빠져나갈 길을 만들 수 있다.
“여, 여기에 와서 맨날 밥만 먹었지 않느냐! 본왕이 후식을 먹고 싶다고 난리를 쳐도….”
“아니지. 네가 내 머리 위에서 주문을 걸어댄 덕분에 도리안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줬잖아. 그거 저녁에 바로 먹었고.”
라온은 라스를 바라보며 이 심상의 세계를 벗어날 균열을 일으켰다.
“어, 그건 그러네….”
라스가 맹하게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이 조금까지 다르칸을 압도했던 마왕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그렇지 않지! 본왕은 매일 먹고 싶단 말이니라! 거기다 다른 쪽은 볼 것도 없느니라! 수련 할 때마다 나딘빵을 처먹고, 매번 본왕의 힘을 빼가고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아, 그건….”
라온이 웃으며 손을 뻗었다.
“내가 설명할 필요 없지.”
씩 웃으며 준비했던 통로를 열었다.
우우우웅!
하얀 설원이 갈라지고, 자신의 영혼이 그 사이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아, 안 돼!”
라스가 빽 소리를 지르며 손을 뻗었다.
“아직 한 대도 못 쳤다고! 한 대도!”
하지만 라스의 의지와 상관없이 라온의 영혼은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빌어먹을!”
라스가 머리를 부여잡은 채 악을 질렀다.
“야! 민트초코는 먹어라! 엉? 제발! 부탁할게!”
녀석의 마지막은 협박에서 부탁이 되어 울려 퍼졌다.
“오늘 일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웃기시네.’
* * *
라스의 외침을 들으며 눈을 뜨려는데, 현실의 느낌이 아니었다.
‘뭐지? 결국 라스에게 잡힌 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눈을 뜨는데, 모든 것이 다 타버린 검은 땅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곳이다. 푸른 나무와 수풀은 없었지만, 자신이 매일 같이 올라갔던 로렌스의 산이었다.
검게 죽은 산 위로 금발의 검사와 로브를 두른 마법사가 내려섰다.
[정말 여기로 할 거야?]마법사가 검사를 돌아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아예 다 망가졌는데?] [그래서 여기로 하는 거야. 지금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훗날에는 다시 살아날 테니까.]금발의 검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마법사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알겠어.]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거대한 진이 펼쳐지며 이 땅 위에 새로운 하늘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곳이 좋겠군.]금발의 검사는 검게 타버린 땅을 파고, 그 안에 씨앗 하나를 심었다.
씨앗은 작은 크기와 달리 거대한 생명을 머금은 듯 푸른빛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여기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해.]금발의 검사는 미래를 보기라도 하는 듯 진중한 눈빛으로 씨앗을 묻어주었다.
[다 했으면 와서 도와!]마법사가 금발의 검사에게 타작하듯 눈매를 찌푸렸다.
[알겠어.]금발의 검사가 웃으며 검집을 잡았다. 그의 검이 저절로 뽑혀 나와 하늘로 솟구쳤다.
이기어검. 하지만 다르칸의 것과는 다르다.
기괴함이 아닌 자유로움과 장대함을 그리며 하늘 위에 고고한 선을 펼쳤다.
검사가 그리는 선을 따라 마법이 이어지며 이 땅을 가리는 결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어?’
라온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금발 남자의 시선이 뒤로 돌아갔다.
그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친 순간 자신의 영혼이 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크헉!”
다시 눈을 뜨자, 입에서 검은 피를 뿜어내는 다르칸의 모습이 보였다.
심상의 세계에서 라스가 입힌 충격이 지금 나타난 것 같았다.
“나를 내친 건 네 힘이 아니다. 나는 아직 만족하지 않았어!”
다르칸은 라스에게 영혼의 상처를 입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말이지 지독한 인간이었다.
‘여기서 끝을 내야 해.’
다르칸을 베고 싶었지만 개벽을 담은 제천검은 심검에 막혀 완전히 지워진 상태였다.
‘방법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조금 전 보았던 지그하르트의 선조가 떠올랐다.
‘그래. 그것밖에 없어.’
제천검에 다시 불길을 일으켰다. 염해무결을 펼쳐내서 다르칸의 시선을 뺏으며 왼손에 잡고 있던 진혼검을 놓았다.
우우우우웅!
상단전과 불의 고리를 공명시켜 진혼검이 지닌 영혼의 선을 움켜쥐었다.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다르칸이 염해무결의 불길을 지우는 사이 진혼검에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기어검의 구결을 담았다.
퍼어어억!
진혼검의 붉은 칼날이 허공을 선회한 후 떨어져 다르칸의 등을 향해 내려꽂혔다.
지그하르트의 선조와 다르칸의 이기어검을 모두 담아낸 신묘한 투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검로였다.
“이게 무슨!”
다르칸 역시 이기어검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 입을 떡 벌렸다. 그의 얼굴에서 경악이 그대로 드러났다.
퍼어어어억!
하지만 다르칸은 초월자답게 진혼검이 살을 뚫고 들어오려는 순간에 오러의 방패를 세웠다. 결국 진혼검은 피륙의 상처만 입힌 채 땅으로 떨어졌다.
“젠장….”
라온이 실패를 직감하고 입술을 깨물었을 때 다르칸이 제천검을 막고 있던 손을 내렸다.
“좋은 투지였다.”
다르칸은 떨어진 진혼검을 잡아서 라온에게 돌려주었다.
“합격이다.”
“뭐?”
“합격이라고.”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몸에 있던 괴물에게는 놀랐지만, 딱히 흥미는 없다. 내가 보고 싶었던 건 네놈의 검술과 투지였다.”
다르칸이 입안에 고인 검은 핏물을 뱉어내며 웃었다.
-아앙?
라스가 다르칸을 굽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버러지 놈이! 본왕한테 털리고서 주둥이를 놀려? 다시 들어오거라! 이번에는 뼈와 살을 발라줄 테니까!
녀석은 이번에는 확실히 죽여 놓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검술도, 투지도, 그 영혼의 격도 모두 합격이다. 주둥이를 털 자격이 있어.”
다르칸은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이 충분하다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정말 라스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질문조차 던지지 않았다.
“그럼….”
“약속대로 누구 하나 건드리지 않고, 떠나도록 하지.”
그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하며 턱을 까딱였다.
“…그럼 나도 새로운 검을 깨달았을 때 당신을 찾아가도록 하지.”
“좋다. 하지만….”
다르칸이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내가 없을 수도 있다.”
“그건 또 무슨….”
“네 할아버지에게 도전할 테니까.”
그는 글렌이 먼저가 될 거라며 웃었다.
“그럼 정말 죽을 텐데? 내 제안을 왜 받아들인 거지?”
다르칸이라고 해도 홀로 글렌에게 덤빈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의 답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보지 못해도 새로운 검술이 나타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으니까.”
다르칸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좋다는 듯 웃었다. 예전의 그와는 달랐다. 그동안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았다.
“음….”
라온은 즐겁다는 듯 미소 짓는 다르칸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 자는 미치광이지만 검사야.’
세상 그 무엇보다도 오직 검만을 추구하는 괴인. 선악을 벗어나 스스로의 신념을 지닌 무인이었다.
“당신은….”
-야!
라온이 다르칸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 라스가 눈앞으로 솟구쳤다.
-다, 당장 본왕의 기운을 지우거라! 어서!
‘갑자기 왜….’
-빨리 하라고! 하라면 해!
얼마나 급하지 라스는 왕의 어투마저 사용하지 않았다.
‘알겠어.’
이렇게 다급한 모습은 처음 보기에 불의 고리를 운용하여 육체와 검에 남아 있던 분노의 감정을 모두 날려버렸다.
‘이제 됐지?’
라온이 라스에게 고갯짓을 할 때 밤하늘이 떨어질 것처럼 흔들렸다.
쿠와아아아앙!
외부에 있는 누군가가 결계를 부수려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이미 늦었어!
라스가 격동하는 밤하늘을 보며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오느니라! 미친 스토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