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30
제830화
-노, 놀아준다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라스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꼬리를 치켜들었다.
-저 영혼은 악의로 똘똘 뭉쳐 있느니라! 인간을. 아니, 생명체를 다 죽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녀석은 힘으로 짓눌러야 한다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넌 못 본 모양이네.’
라온이 거대해진 소녀를 보며 짧게 혀를 찼다.
라스가 저 소녀의 삶을 보았다면 힘으로 짓눌러야 한다는 말을 꺼낼 리가 없다.
늦게 도착해서 자신만 저 소녀의 삶을 마주했던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나중에 말해줄게.’
소녀에게 걸어가며 낮은 숨을 내뱉었다.
‘지금은 놀아줄 시간이니까.’
라온이 손아귀 위로 은색의 꽃을 피워냈다. 서리의 조각들이 흩날리며 소녀에게서 떨어지는 검은 불꽃을 지워버렸다.
고오오오!
소녀의 암울한 시선이 라온을 향해 떨어졌다.
“술래잡기를 하자. 내가 너한테 붙잡힌다면 여기서 나갈 수 있도록 이 몸을 넘겨주마.”
절망의 불길을 뿜어내는 소녀를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이런 미친놈이!
라스가 눈을 부릅뜬 채 폴짝 뛰어올랐다.
-정신이 나갔느냐! 몸을 넘기다니! 네놈의 육체는 본왕의 것이잖느냐!
녀석은 정말 돌았냐고 외치며 자신의 멱살을 잡았다.
‘괜찮을 거야.’
라온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아마도라니! 아마도라니!
라스가 길게 헛바람을 흘렸다.
-이곳은 심상의 세계이니라! 이 땅에서 정한 약속은 저쪽이 거부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이루어진단 말이다!
‘알고 있어.’
자신 역시 심상의 세계의 약속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부 다 알고 저 내기를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잘 아는 놈이 대체 왜! 네놈의 영혼은 분명 강하지만, 저 악의 역시 정상을 벗어나 있느니라!
라스는 깊고도 짙은 분노와 절망이 느껴진다며 눈매를 찌푸렸다.
‘그렇겠지.’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클 수도 있어.’
저 이름 모를 소녀의 삶은 자신의 전생만큼이나 불행했다.
그런 경험을 하고도 정상적인 혼을 지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다만 그 크기는 반칙이니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라.”
라온이 소녀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고오오오!
소녀는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육체가 천천히 줄어들더니, 기억 속에서 보았던 것처럼 10대 초반의 키로 돌아갔다.
아직 소녀의 전신은 원한의 검은 불길에 타오르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나를 잡는다면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마.”
라온이 소녀를 찾아왔던 첫 번째 아이처럼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
소녀는 필요 없다는 듯 더 짙은 악의의 불길을 뿜어냈다.
“그럼 시작하지.”
라온이 가볍게 땅을 박차며 물러나자, 소녀가 그림자가 된 듯 따라붙었다.
무시무시한 속도. 절망과 원한이 그녀에게 힘을 전해주고 있었다.
“빠르기는 하지만….”
라온이 가볍게 발목을 돌려서 우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쿠구구구!
소녀는 본인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직선으로 달려 나가 한참이나 먼 곳에서 멈춰 섰다.
하아아아.
소녀가 입에서 검은 불씨를 토하며 재차 달려들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지만, 그뿐이었다.
터엉!
사선으로 보법을 걸어서 가볍게 회피했다.
-뭐, 뭐냐?
라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저 거대한 힘을 조금도 이용하지 못하잖느냐!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라온이 들소처럼 돌진해오는 소녀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저 녀석은 평범한 아이야. 그저 놀고 싶을 뿐이라고.’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만….
라스는 악의를 불태우는 소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해서는 날 절대 잡을 수 없어.”
라온이 웃으며 소녀에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내 움직임을 잘 봐. 따라 할 수 있으면 따라 해보고.”
기다리라고 말하며 조금 전에 사용했던 보법을 보여주었다.
콰아앙!
소녀는 자신의 발을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대지에 새까만 불길을 일으키며 돌진해왔다.
“어디….”
라온이 이전처럼 부드럽게 발목을 돌려서 우측으로 물러섰다.
투웅!
소녀는 기다렸다는 듯 발목을 회전시켜서 라온을 따라붙었다.
“그거야!”
라온이 소녀의 보법에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이제 속도는 충분하니까. 나처럼 뒤꿈치를 들어서 어디든 움직일 수 있는 자세를 잡아. 이게 기본이야.”
“…….”
소녀는 이번에도 자신의 조언을 바로 듣지 않고 막무가내로 돌진했다.
하지만 결국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조언을 떠올리고, 보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좋아!”
라온이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는 발목만이 아니라, 다리도 써보자.”
다리를 쓰자고 말하며 종아리와 허벅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으….”
소녀가 처음으로 신음을 흘리며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 하려고 했다.
이제 배우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소녀는 꿈에서 보았던 재능을 아직 간직하고 있었던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의 보법을 그대로 따라 했다.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아이였다.
파아아앙!
소녀가 검은 섬광이 되어 달려든다. 직선적인 움직임 속에 부드러움이 담겨 피하는 게 쉽지 않았다.
파앙!
라온은 소녀의 손이 복부에 닿기 직전 손등으로 반원을 그려서 그녀의 공세를 흘려냈다.
“닿는 게 아니라, 확실히 잡아야 해.”
더 덤벼보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으으….”
소녀가 분하다는 듯 어깨를 떨다가 다시 쇄도해 왔다. 그녀가 분신술을 쓰듯 사방에서 덤벼들었지만, 오른손만을 이용해서 가볍게 밀어냈다.
“하체의 움직임에 익숙해졌으니, 이제는 상체도 써보자.”
라온이 싱긋 웃으며 손으로 행하는 검술을 보여주었다.
“…….”
소녀는 배우는 것에 흥미가 생긴 듯 제자리에 멈춰서 자신의 손짓을 따라 했다.
미약하지만 그녀의 손날 끝에 검술의 묘리가 담기기 시작했다.
“언제나 빠를 필요는 없어. 천천히 가되 제대로 가는 게 옳은 길이야.”
라온은 조언과 함께 더 정확한 자세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으….”
소녀는 어려운 듯 낮은 신음을 흘렸지만, 몇 차례 연습하자 자신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터어엉!
소녀가 자신감을 가진 듯 좌측으로 파고들어서 손아귀를 내뻗었다.
퍼어어억!
라온은 광아검의 흐름을 담아낸 수도로 소녀의 손을 쳐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움직임이다!”
더 따라와 주기를 바라며 이번에는 설풍검결의 흐름을 보여주었다.
“흐으.”
소녀는 기대에 답을 해주듯 오른손에는 광아검을, 왼손에는 설풍검결을 담은 채 자신을 향해 돌진해왔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닫는 재능. 버렌, 루난, 마르타를 보는 것 같았다.
“…너무 빨라.”
소녀의 검은 입술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자신을 잡지 못하는 답답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분노와 절망 외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건 소녀의 영혼이 완전히 어둠에 물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내가 빠른 게 아니야.”
라온이 소녀의 앞에 서서 손을 저었다.
“네가 느린 것도 아니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며 고개를 까딱였다.
“내 움직임을 예측해야 날 잡을 수 있어.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해봐.”
기운을 더 세밀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법과 부드러움을 담아낸 보법을 알려주었다.
“음….”
소녀는 자신이 고개를 까딱인 것마저 따라 하며 가르침을 습득해나갔다. 그녀의 움직임에 조금씩 부드러움이 깃든다. 이 놀이에 흥미가 생긴 것 같았다.
-아까 대가리를 많이 맞더니….
라스가 라온과 소녀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맛이 간 건가?
* * *
“맞추지 않으면 다 소용없어! 조금 더 정확하게!”
라온은 소녀의 아버지가 된 것처럼 중요하면서도 정확한 조언을 해주었고.
“에헤이! 그 정도로는 못 잡지!”
친구가 되어준 것처럼 소녀를 놀리며 그녀의 흥미를 이끌었으며.
“그래! 그거야! 완벽했어!”
잘할 때는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네서 소녀가 얻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해주었다.
소녀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흐!”
악의로 가득 찬 검은 불꽃 속에서 소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작았지만, 분명 신이 난 웃음이었다.
“여유가 있네! 계속해보자!”
라온은 덤비라고 말하며 도망치듯 뒤로 물러섰다.
“응….”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좌측으로 따라붙었다. 그녀는 이전처럼 거짓된 움직임에 속지 않고, 정확히 자신을 추적해 왔다.
이곳이 심상의 세계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재능이었다.
파아아앙!
라온은 소녀가 다가왔을 때 발목과 허리를 꺾어서 그녀의 손아귀를 흘려냈다.
파아아앙!
소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 박자 늦게 움직이며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붙었다.
“이제 장난이 아닌데?”
“헤….”
잡고 잡히는 술래잡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을 때 검은 세계가 갈라지며 연녹색 바람이 들어왔다.
화아아아아!
청명한 바람은 소녀와 춤을 추듯 어울리며 그녀를 휘감은 검은 불길을 가라앉혔다.
검사라고 하기에는 여린 발목이 흑화를 이겨냈고, 굳은살이 박힌 손아귀가 불길을 밀어냈으며, 검보다도 짧은 어깨가 절망을 꺾었다.
마지막으로 목 위의 어둠이 녹아내리며 소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눈매가 둥그스름한 분홍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즐겁다는 듯 환히 웃고 있었다.
-저, 저리 어린 것이 그 거대한 악의에 휘감겨 있었다고?
라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파아앙!
소녀는 푸르른 미소를 드러낸 채 손아귀를 내질렀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라온의 가르침이 모두 녹아내려 있었다.
“잘했다.”
라온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소녀가 뻗어온 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런 또라이 놈아! 뭐 하는 것이냐!
‘괜찮아.’
-괜찮기는 무슨 이제 네놈은… 어?
라스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이게 무슨….
녀석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을 끔벅였다.
‘네가 말했잖아. 저쪽에서 거부하지 않는다면 약속은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그, 그럼….
‘이 아이가 바라지 않은 거지. 이 녀석은 그저 놀고 싶을 뿐이었어.’
라온은 탁한 한숨을 속으로 삼킨 채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소녀는 행복하다는 듯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즐거웠니?”
라온이 허리를 굽혀서 소녀와 눈을 마주쳤다.
“응.”
소녀는 행복했다는 듯 조금의 구김도 없이 웃었다. 더 이상 그녀를 휘감고 있던 악의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과의 술래잡기가 그녀의 작은 행복을 깨운 것처럼 보였다.
“네 이름은?”
라온이 소녀의 꿈에서 본 첫 번째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
소녀는 그 손을 잡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저 손을 쳐냈던 아버지를 떠올린 것 같았다.
“이제 괜찮아.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있을 거야.”
라온이 조금 더 자세를 낮춘 채 고개를 저었다.
“네 이름은?”
“라베라.”
소녀는 본인의 이름을 말하며 자신의 손을 잡았다.
“내 이름은 라온이야.”
라온이 라베라의 두 손을 꼭 잡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 나보다 좋은 친구를 소개해줄게. 분명 잘 맞을 거야.”
“응.”
라베라라는 이름 그리고 소녀가 자신의 손을 잡는 게 열쇠라도 된 것처럼 어둠으로 가득 찬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찌지지지직!
절망의 지옥이 갈라지고, 라베라가 그리워하던 따스한 빛이 그녀의 세계로 내려섰다.
후우우욱.
어둠은 길을 잃은 듯 흩어지다가 자신의 발끝으로 모여들었다.
“기다릴게.”
라베라는 환해진 세계 속으로 달려가며 웃었다. 그녀를 억죄던 검은 악의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너라면….”
라온은 본래의 나이로 돌아간 듯한 라베라의 등을 보며 작은 미소를 그렸다.
“분명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 말을 하며 눈을 감았다.
-보, 본왕과 친구를 하기에는 조금 어린데, 일단 사정을 좀 들어보고….
라스가 부담스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댁 아니에요….’
* * *
다시 눈을 뜨자, 자신은 바닷가에 그대로 서 있었고, 주변으로 아리스와 광풍대가 호법을 서듯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라온!”
아리스가 마른침을 삼키며 라온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 한 시간 동안 그 자세로 가만히 있었어.”
리메르도 이상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깨달음이라도 얻은 거야?”
버렌이 말을 해보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저 녀석이라면 가능하지. 똥 싸다가 무아지경에 든 적도 있다고 들었으니까.”
마르타는 분명하다며 콧잔등을 구겼다.
“아닌 것 같은데….”
루난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며 눈을 끔벅였다.
“깨달음은 얻지 못했지만….”
라온이 모두를 보며 영혼석을 쥐고 있는 손을 들어 올렸다.
“영혼석을 찾았습니다.”
“어…?”
“저, 정말로?”
아리스가 리메르가 자그마한 영혼석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바다 밖으로 나가자고 손짓했다.
“일단 나가서 설명드릴게요.”
-그래 빨리 좀 이야기해보아라! 궁금해서 미칠 것 같으니라!
라스가 빨리 말하라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일단 제가 이 돌을 만졌을 때….”
해변가에 앉아서 라베라의 심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그랬군…. 그래서 놀아준다고 한 거였어.
라스가 이제 알겠다는 듯 긴 한숨을 내뱉었다.
-잘했구나. 본왕이 실수를 할 뻔했어.
녀석은 기운이 달려서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미간을 구겼다.
“예전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군.”
아리스가 안타깝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오히려 더 심했지. 우리 영역이 좁을 때도 인신매매가 많았잖아.”
리메르가 지금이 좋은 세상이 된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 라베라라는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야?”
루난이 드물게도 앞으로 나왔다. 라베라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한 것 같았다.
“내가 알기로는….”
“앞으로 아가씨와 함께하게 될 거야!”
광풍대 사이에서 멀린이 솟구치며 싱긋 웃었다.
“멀린?”
리메르가 어떻게 여기에 왔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늘이 가면 실도 가야지.”
멀린은 물어볼 걸 물어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음….”
라온이 뒤편을 돌아보았다. 자신만이 느낄 정도로 아주 은은한 색욕의 권능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러스트도 근처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럼 그 영혼석의 아이가 시아와 함께 한다는 거야?”
아리스가 멀린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네에. 시이모님.”
멀린이 아리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 시이모? 그게 무슨….”
“일반적으로는 심상의 세계를 본 것만으로 영혼석을 얻을 수 있지만, 저 아이는 많은 고통을 겪으며 인간을 증오하는 악령이 되었죠.”
그녀는 당황한 아리스에게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라온이 아이와 놀아주면서 진혼을 해주었어요. 진혼이란 혼을 달래는 일. 본래라면 영혼석의 힘만을 주고 떠나야 할 영혼이 이 안에 남게 된 거죠. 아가씨에게 큰 힘이 되어줄 거예요.”
멀린은 정말 잘된 일이라며 박수를 쳤다.
‘예상대로네.’
라온이 영혼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자신의 옆에 라스가 붙어 있는 것처럼 시아와 라베라가 함께 하게 되는 것 같았다.
‘나쁜 일이 아니지.’
라베라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친구들과 노는 게 소원일 정도로 선한 아이다.
시아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왕처럼이라니!
라스가 빽 소리를 질렀다.
-본왕은 마계의 군주! 그 꼬맹이가 본왕처럼 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녀석은 절대 아니라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라온이 라스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아, 그, 그런 것이냐.
라스가 민망하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뭐, 그런 것이라면 나름 이해를 할 수 있지. 조금이지만, 본왕도 네놈을 친구….
녀석이 눈동자를 굴리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기발한 발상으로 불가능한 업적을 이뤄내셨습니다.] [초월자를 쓰러뜨리셨습니다.] [불운한 영혼을 진혼하셨습니다.]2사도를 쓰러뜨렸던 일부터 영혼석을 얻어낸 것에 관한 보상이 한번에 떠올랐다.
-친구 아니야.
‘어…?’
-친구 아니고!
라스가 참지 못하고 멱살을 잡았다.
-더러운 도둑놈이니라!
‘내, 내가 훔친 게 아니잖아!’
-장물아비가 더 나빠!
‘그것도 아닌….’
-그냥 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