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16)
제116화. 전갈좌의 공주 (2)
“너 인간 아니잖아?”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얼어붙었다. 그들은 순간 이건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뜬금없이 인간이 아니라니?
그들의 시선이 헤일리를 향했다. 헤일리는 드물게 얼어붙어 있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을 정확히 짚인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어딜 봐도 인간인데.’
휴고도 당황스러웠다.
물론 헤일리는 그 절세미모 탓에 인간이 아닐 거란 말은 항상 듣곤 하지.
인간을 홀릴 악마나 미의 여신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을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건이 그딴 걸 말할리는 없고.
“인간이 아니면 뭔데? 성신?”
“미지문명.”
“?!”
사람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는 이건과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반면 이건은 입꼬리를 올렸다.
[작열사자리의 주인이 당신의 말로 당황스러워합니다] [다른 주인들이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화를 냅니다]하지만 그의 뱀눈은 확실하게 헤일리의 마력을 감지하며 가늘어지고 있었다.
“전에도 인간이라기엔 너무 미모가 출중하다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확실하게 알겠다. 너한테 미지문명의 냄새가 풀풀 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도들이 황급히 무기를 잡았다.
쾅!
천성재는 마법을, 신궁좌 성도들은 활을.
그건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하물며 이건이 말하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지금조차도.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건이 하는 말이었다.
자신들 중에서는 가장 감지능력이 높다.
그래서 활을 잡은 휴고도 식은땀을 흘렸다.
“미지문명이라면 설마 괴수? 인간형이야?”
아니, 오히려 괴수라면 더 무섭다.
수십 년간, 심지어 성인과 성신이 눈치를 못 챌 정도의 괴수라면 완전히 끝장 아닌가.
하지만 그런 그들을 비웃듯 이건이 웃었다.
“우리가 아는 그 괴수는 아니고.”
그 말에 휴고가 살짝 안도했다. 들고 있던 활도 내려갔다.
‘하긴.’
상대가 괴수였으면 이건은 보자마자 목을 쳐 날렸을 것이다.
‘건이는 괴수를 몹시 증오한다.’
성인들도 바퀴벌레 보듯 하는 놈이지만, 괴수는 그 이하였다.
절대 인간의 영역에서 살려둘 위인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혀를 차며 웃었다.
“그래. 이 성격 급한 새끼야. 공격하지 마.”
이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휴고가 활을 없앴다.
“하긴, 괴수였으면 네가 막을 리도 없지.”
다른 사람들도 안도했다. 헤일리의 표정도 조금 밝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쾅!
휴고를 말리던 이건이 냅다 튀어 나갔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건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사라졌던 이건이 갑자기 헤일리의 옆에서 나타났다.
“건아?!”
마치 섬뜩한 맹수와 같았다.
총알 같은 스피드, 탄력 있는 몸놀림.
동시에 돌진한 이건이 헤일리의 목숨을 노렸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목으로 뻗어나간 것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살의!
그래서 휴고는 다시 활을 꺼내며 쌍욕을 읊조렸다.
어쩐지 저 자식답지 않게 말리더라니!
‘지가 공격하려고 말린 거였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소름 끼치는 살의가 헤일리의 목을 꺾어버리려는 순간.
[공주님!!]깡!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의 손을 헤일리의 충신들이 막은 것이다.
콰직!
[역시 위험한 놈!] [지금 죽여야 마땅하도다…!]검은 손들이 가까스로 이건의 팔을 붙들고 있었다.
성도들은 놀랐다.
‘권속신…!’
바로 그때였다.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충신들의 손이 칼날로 바뀌었다.
그리고 시퍼렇게 선 칼날이 이건의 목을 노리고 달려왔다.
[역시 처음부터 이래야 했다!] [이 재앙신 같으니!]하지만 그때였다.
“멈춰라!”
날선 외침과 함께 그들의 손이 멈추었다.
동시에 헤일리가 험악하게 제 부하들을 노려보았다.
“공격을 접고, 물러서.”
[하지만!]“내 말을 거역할 셈이냐?”
당황한 충신들이 한발 물러섰지만, 곧 급히 외쳤다.
[공주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방금 이놈의 살의를 못 느끼셨습니까?] [공주님을 정말 죽이려고 했습니다!]하지만 헤일리는 도리어 제 충신들을 노려보았다.
“그 남자한테 손대는 순간, 죽는 것은 너희들이 될 것이다.”
헤일리의 살벌한 눈빛에 충신들이 몸을 떨었다.
소름 돋을 정도의 기백이었다.
이건에게 1mm라도 더 다가갔다간, 정말 헤일리의 손에 자신들이 죽을 판이었다.
결국 충신들은 몸을 떨며 이건에게서 떨어졌다.
그 광경에 이건은 굉장히 의외라는 듯 헤일리를 보았다.
그건 당연했다.
“네 정체 까발려서 날 죽일 줄 알았는데. 의외네.”
동시에 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뿔난 망아지처럼 칼을 뽑아든 거였어?
그리고 죽이기는 무슨.
‘쟤가 잘도 널 죽이겠다.’
답변지만 봐도, 아니 솔직히 이건을 바라보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한테 완전히 반해 있구만 무슨.’
헤일리는 절대로 이건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사실을 알 터였다.
물론 이건 혼자만 빼고.
아무래야 좋았다.
“미지문명이라니, 무슨 소리야?”
그러자 이건은 자신을 죽이려 한 충신들을 보며 비웃었다.
“잘 모르겠지만, 데리고 있는 똘마니들도 미지문명 쪽이고.”
“?!”
성도들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특히 같은 성인인 휴고가 가장 어처구니없어 했다.
“무슨 헛소리야! 저들은 권속신ㅇ…!”
“확실히 권속신의 탈을 쓰고 있긴 하나.”
“!”
휴고의 말을 자른 이건이 손을 뻗었다. 동시에 천공의 단죄가 이건의 손에 잡혔다.
텅!
“이 새끼들은 전부 괴수야. 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놈들.”
“뭐?!”
“아마 너보다 강할걸.”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건이 천공의 단죄를 발동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천공의 단죄를 발동시키는 방법은 딱 하나.
이건이 그들의 목을 치려 할 때였다.
[아, 알았다! 우리의 목은 내어주마!] [대신! 우리의 목으로 끝내다오!]“!”
[공주님은 제발!]그 말에 이건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가증스럽다는 듯 웃었다.
“괴수 새끼들이 제법 인간 같은 소리를 하네.”
그리고 헤일리를 보았다.
‘강하긴 강하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그녀는 자신도 방심 못할 수준이었다.
‘우리가 아는 괴수보다는 성신 쪽의 냄새가 난다.’
그래서 이건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놈들 대장 놈 치고는 멀쩡하게 생겼고. 너 그게 본 모습이냐? 아니면 돌연변이야?”
그 질문에 헤일리가 움찔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내 딸이라고 하기엔 인간의 모습을 한 돌연변이로구나.’
과거,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 남자 때문이었다.
결국 누군지도 모를 남자의 말을 떠올린 헤일리가 한숨을 쉬며 답했다.
“본 모습이다. 숨기는 것은 없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매우 안도했다.
갑자기 본 모습이라고 하면서 갑자기 괴물로 변신하지는 않을까 걱정한 탓이다.
곧 헤일리가 말했다.
“확실히 나는 인간이 아니다. 구성 성분이 인간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너희가 미지문명이라고 부르는 쪽이겠지.”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얼음이 되었다. 서기관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동시에 이건이 가증스럽다는 듯 보았다.
“그럼 왜 인류의 적이 성인 행세를 하고 있는 거지?”
“그건…”
바로 그때였다.
“왜긴 왜야. 인간을 손쉽게 죽이려고 한 거지.”
“!”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살벌한 얼음이 몰아쳤다.
콰과광!
혹한은 한순간에 전갈좌 일행을 얼려버리려고 했다.
이에 이를 간 헤일리가 바로 자신의 도검을 뽑아 들었다.
[제 2의 공간]순식간에 헤일리의 도검과 날카로운 혹한의 바람이 부딪쳤다.
쾅!
엄청난 힘에 사람들은 눈조차 뜰 수가 없었다.
드드득!
하지만 헤일리가 도검에 마력을 넣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콰직!
마치 공간이 찢기듯, 검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검은 공간이 혹한을 집어삼켰다.
동시에 충돌하는 마력이 폭발했다.
쾅!
혹한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제 부하들을 지킨 헤일리의 검은 드레스가 찢겨 있었다.
[공주님…!]헤일리는 옷자락으로 자신의 하얀 가슴을 가렸다.
그리고 골칫덩어리가 나타났다는 듯, 상대를 쏘아보았다.
“처녀좌…!”
문 쪽엔 금발의 케빈이 서 있었다.
“하여간 저 여자가 괴수하고 대화를 나눌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휴고도 경계하듯 침을 삼키고 활시위를 겨눌 때, 케빈도 날을 세웠다.
“그래서 이건을 죽이려고 한 거군? 이건이 살아 있으면 너희들이 위험해질 것 같으니까.”
그러자 당황한 헤일리의 충신들이 외쳤다.
[아닙니다! 공주님은 이미 인류의 편입니다! 그쪽은 20년도 전에 배신하셨어요! 이건 님 때문에!]“!?”
* * *
한편 그 무렵이었다.
“뭐? 전갈좌랑 이건이랑 만났다고?”
미지문명이 절대 넘볼 수 없는 절대 신의 영역.
그곳은 절대굴지의 신좌 1위이자 21억 성도의 보금자리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권속신의 보고를 듣는 천칭좌의 성인.
지젤은 가증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게 기어이 나를 배신하겠다는 건가.”
마치 황제의 욕탕과 같은 곳이었다.
100평이 넘어 보이는 황금 욕탕의 천장엔 아름다운 그림과 장식들로 가득했고, 바닥엔 수영장에 가까운 욕탕이 있었다.
그 욕탕에 아름다운 여인이 홀로 몸을 담그고 있었다. 탄력 있는 몸과 단련된 근육은 도저히 비전투 신좌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
곧 그녀가 잔에 술을 따랐다.
핏빛의 와인이었다.
동시에 지젤에게 보고를 하던 상급 권속신이 눈치를 살폈다.
[주인이시여. 괜찮으시겠나이까. 신궁좌는 둘째치더라도 처녀좌 성인도 이건에게 붙어 있는 모양인데….]그러자 지젤이 웃었다.
“상관없다. 신궁좌는 원래 이건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머저리고, 처녀좌도 바보같이 이건에 집착해서 만년 2등만 하는 멍청이가 아니었는가. 예정된 수순이지.”
원래부터 12성인 중 이건의 실력에 반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천칭인 자신 하나를 빼고 말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 그는 신의 힘도 없이 나타나, 보란 듯이 신의 계약자들을 뛰어넘는 무서운 남자였다.
어디 그뿐인가.
상처 입을까 봐, 죽을까 봐. 섣불리 나서지도 못하는 성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가장 먼저 괴수를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그 담력과 그걸 가능하게 하는 실력 앞에서 성인들은 얼마나 굴욕을 느끼고 스스로를 작게 느꼈을까.
환희. 경외. 굴욕. 시기. 질투.
때문에 이건에 대해 어떤 놈은 신으로 생각했고, 어떤 놈은 집착했으며, 또 어떤 놈은 두려워했다.
또 어떤 놈은 부정하고, 어떤 놈은 파멸하거나 증오했다.
각자 이건에게 느끼는 감정이 달랐다.
“원래 이건을 옆에 두고 있으면 둘 중 하나지.”
[예?]“팬이 되거나, 증오하거나.”
눈에 띄는 천재는 그런 법이다.
그래서 이건을 증오하는 놈들을 구슬려 제 편으로 삼았거늘.
어쨌거나 단짝인 휴고나 케빈은 그렇다 쳤다. 원래부터 이건의 편에 붙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갈좌는 조금 의외였다.
“그게 인간에게 연심을 품다니.”
지젤은 뭐가 우스운지 웃어댔다.
과거에도 좀 대들려고 하면 이건에게 정체를 밝힐 거라고 할 때마다 사색이 되는 꼴이 상당히 재밌었는데.
그러자 권속신이 난처해했다.
[주인이시여. 그럼 큰일이지 않습니까. 전갈좌 성인은 중요한 인물입니다. 행여 이건의 편이 되기라도 하면 저희가 위험….]“신경 쓸 것 없다. 거기엔 처녀좌가 있으니.”
[하긴, 그쪽은 전갈좌 성인이 이건을 죽인 범인이라 생각하고 있었죠.]“어쨌든 이건한테 붙어 있는 서기관은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앗아 와라.”
서기관을 떠올리는 지젤이 살벌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전부 죽은 줄 알고 안타까웠는데, 그런 좋은 게 이건한테 붙어 있단 말이지.”
심지어 전갈좌, 그것이 꼭꼭 숨겨놓고.
그런데 그때였다.
천칭좌의 성도이자 지젤의 시종이 목욕탕 안으로 들어왔다.
“큰일입니다! 성주님!”
“무엇이냐.”
“그분께서 이건에게 향했다고 합니다…!”
지젤이 드물게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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