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71)
제170화. 아냐, 이건 꿈이야 (2)
그 무렵이었다.
두만강 일대.
괴수들이 쳐들어온 현장에서 두 살벌한 힘이 치솟았다.
하나는 번개였고, 또 다른 하나는 바람이었다.
사람들은 평야에서 치솟는 에너지에 그저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벌써 그 많은 걸 다 잡았어…!”
“저거 천유하하고 칼리지?”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땅이 만나는 일대에 성도들이 급히 도착한 이유는 하나였다.
한반도 북쪽은 레드존과 블랙존이 있는 위험지대였다.
당연히 도시를 지키기 위한 결계벽. 돔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벽이 무너지면 도시가 위험해지는 만큼, 한국, 중국, 러시아 쪽의 성도들이 급하게 돔으로 몰려왔었다.
엄청난 기세로 돔이 공격받고 있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도착해보니 이게 웬걸.
“저 많은 것들을 단 둘이서 처리한 거야? 수백은 그냥 넘어 보이는데?”
“와, 역시 십성. 두 명이나 있으니 저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구만….”
“그보다 칼리가 있어서 금방 끝난 거 아냐?”
그들은 평원에 널브러진 괴수들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쳐들어온 괴수들은 무려 레드존 급.
그걸 고작 단둘이 처리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들이 당황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바로 칼리 때문이었다.
“뭐야. 이 왜 아시아에 있어? 왜 여기 수비를 맡아주는 건데?”
“그러게. 칼리가 이쪽 도움이 될 일을 절대 할 리 없는데?”
천유하야 돔이 무너지면 한국도 단번에 습격을 받으니 여기 있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한국 쪽은 끔찍하게 싫어하는 천칭좌의 성도가?
그뿐이 아니었다.
“저 둘, 지금 싸우고 있는 거지?”
“어… 뭐, 원래 사이가 안 좋으니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칼날 같은 바람이 치솟았다.
쾅!
숨을 헐떡이는 두 미녀는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있었다.
말 그대로 진검승부.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
이건의 성인을 두고 싸울 때였다.
‘성재 녀석, 겨우 S급이면서 반신화까지 쓰고.’
사실 천유하는 조금 초조해하고 있었다.
동생이 성인들도 위협하는 미친 천재라는 건 진즉 알았지만, 이 정도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하물며 칼리까지.
‘도대체 그 애는 정체가 뭐야? 묘하게 삼촌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남들은 자신을 향해 천재니 뭐니 했지만, 자신은 그저 남들보다 훈련하고 훈련하고 또 훈련했던 것뿐.
진짜 천재는 제 동생과 칼리였다.
그래서 초조했던 것이다.
‘둘에 비하면 성인이 되기 한참 부족하다.’
물론 이건이 보기엔 아주 충분하긴 했지만, 그 초조함을 읽은 걸까.
‘아니, 진짜! 누나가 뭐가 모자라다고 칼리인지 발리인지 모를 사람한테 쫄아 있어? 알았어? 누나가 안 하면 내가 성인 할 거야! 우리 삼촌 납치해서 야반도주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안 뺏겨!’
그랬다.
성인은 그 누구보다도 성신과 가까우며, 가장 충심이 높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물론 이건의 성도들에게는 충심 싸움보다 팬심 싸움일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그 자리를 뺏기는 것만큼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건 없었다.
하물며 이가 갈리는 천칭의 성도라니!
그런데 하필 그럴 때 칼리가 도발을 해왔던 것이다.
‘그래. 굳이 승부를 안 겨뤄도 실력 차이를 아는 거구나. 좋은 판단이야. 적의 수준을 알고 물러서는 건 꼭 필요한 덕목이지.’
‘!’
‘왜 내 말이 틀려? 유하는 우리 십성 중에서 제일 약하면서.’
이에 천유하가 울컥하고, 천성재가 눈에 불을 켜면서 칼리에게 달려들었다.
‘야! 말 다했어? 우리 누나 무시하지 마! 성격도 더러운 게!’
‘!’
‘우리 누나는 무시해도 내가 무시해! 우리 누나보다 가슴도 작으면서!’
빠직.
결국 그렇게 천성재는 두 누나에게 얻어맞고 날아갔지만, 천유하와 칼리가 남아 있었다.
‘뭐야, 그 눈빛. 해보자고? 나한테 손도 못 쓰고 깨진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때랑 달라. 나도 지금은 SS급이야.’
‘좋네. 그럼 깔끔하게 안 죽는 쪽이 성인인 걸로.’
그리고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지금 이 순간.
쾅!!
“아악!”
창과 칼이 부딪치면서 번개와 바람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괴수들을 해제하며 공물을 회수하는 치밀함까지.
움직임, 스피드, 스킬의 사용법.
모든 것이 절정에 서 있다.
그야말로 성도들 입장에서는 돈주고도 못 보는 진풍경이었다.
“역시 근접 최강 투신귀들…!”
하지만 그들은 그 대단한 싸움조차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둘 사이에 끼어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누구 때문이었다.
“고트! 저리 안 비켜?!”
“아니! 비키고 싶은ㄷ… 커헉!”
그랬다. 둘 사이엔 신궁좌의 SS급. 고트가 끼어 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고트의 모습이 좀 기묘했다.
[성도 천유하에게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가 자동발동됩니다] [성도 천유하의 앞에 방패가 소환됐습니다]고트는 비명을 지르면서 천유하의 앞에 소환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칼리가 천유하를 공격할 때 마다 매번!
덕분에 천유하를 공격하던 칼리는 열이 뻗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결국 그게 반복 되자 칼리는 핏대를 세웠다.
“고트! 너 진짜! 이럴래?!”
“아니! 그게 아니라… 컥!”
고트는 칼리에게 밟히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지! 아무리 네가 천유하를 좋아해도 그렇ㅈ… 으읍!”
“아악! 아냐! 아니라고!”
기겁한 고트는 천유하의 눈치를 보며 칼리를 잡아 눌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칼리가 빼액 소리쳤다.
“천유하! 비겁하게! 이상한 사기 소환 마법이나 쓰고!”
칼리의 분노에 천유하도 억울한 듯 종달새 같은 입술을 삐죽였다.
‘내가 소환한 거 아닌데.’
그랬다.
천유하는 고트를 소환한 적이 없었다.
유하의 경우, 이건이 조금 스킬의 형태를 바꿔놓은 것이다.
어차피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유하의 성격상, 이 스킬을 절대 안 쓸 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유하의 의지와 상관 없이 소환하는 자동스킬로 바꿔버린 것이다.
물론 대상으로 고트가 선택된 이유는 간단했다.
때는 아마도 유하가 뱀주인좌로 들어온 직후였을까.
이건은 떡대 고트를 대뜸 화장실로 무섭게 걷어차며 몰아넣고는 물었다.
‘야, 염소. 너 유하 좋아하지?’
‘에, 예, 예?!! 아, 아니요! 그, 그그런 파렴치한 생각은 콜, 쿠럴ㄹ…! 절대 품은 적도 없습니다아하!’
‘그래? 유하를 지키고 싶단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아, 실망이네. 유하한테 고트가 너 싫어한다고 말해야겠다.’
‘예?! 콜로…ㄹ! 아니, 아니요!!! 그, 그, 그! 그 아니, 그러니까 부, 불경스러운 생각이지만 유하 양을 위해서라면 방패막이도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콜. 방패막이 좋다고 했다.’
‘예, 예?! 뭐가 말입니까?’
‘분명 네놈의 입으로 영광이라고 한 거다.’
‘아, 아니 저기 녹음은 왜 하시는…!’
결국 그렇게 천유하의 방패로 지정된 고트였다.
물론 칼리는 자신들 십성 중에서도 압도적인 1명에 꼽힐 수준.
부딪치고 싶지도 않고, 힘의 격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고트 역시 세상에 10명밖에 없는 십성 중 하나!
그 증거로 고트가 눈을 부릅떴다.
“유하 양한테 진짜로 손대면 나도 가만히 못 있는다!”
고트가 활을 들자, 칼리가 캬악 살쾡이가 털을 세우듯 화를 냈다.
“어휴, 상관없는 사람은 빠져! 바보야! 우리가 괜히 이러는 줄 알아! 뱀주인좌의 성인 자리 때문에 이러는 거잖아!”
“!”
뱀주인좌의 성인?
고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천유하는 그 말이 맞다는 듯 고트를 지나쳐 칼리에게 달려들었다.
붉은 섬광이 번쩍였다.
사실 그들은 뱀주인좌에 도움이 될 일을 하면서 겨루고 있는 것이었다.
누가 더 뱀주인좌의 성인으로서 어울리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유하는 인명구조와 더불어 괴수를 죽여서 뱀주인좌에 경험치를 보내고, 칼리도 괴수의 핵을 모아 뱀주인좌에 바칠 공물을 모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다가 경쟁의식이 붙어 둘이 싸우게 된 것이다.
결국 그쯤 되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성인? 지금 뱀주인좌의 성인이 되겠다고 한 거야?”
“칼리가? 칼리는 천칭좌의 총대장이잖아!”
“아니 그 보다 뱀주인좌의 성인은 이건 아니야?”
“그러게, 성인은 1명만 가능하잖아. 아, 설마 성인 자리를 물려주려는 건가?”
“뭐? 이건이?”
그럴 때 둘의 공격이 부딪쳤다.
쾅!!
천유하와 칼리는 서로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이를 갈았다.
그래서 지켜보는 고트는 내심 당황스러웠다.
유하가 이건의 팬인 건 알았지만 저 정도로 필살적인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으니까.
하물며 칼리 역시 뱀주인좌의 성인이라니? 게다가 칼리의 표정도 그랬다.
늘 기분파 같았던 오만한 표정은 어디에 버리고 저리 필살적인 얼굴이 되어서는!
그리고 그럴 때였다.
고트가 놀라는 것도 잠시 칼리가 뻗어오는 칼날에 천유하의 볼이 뜯겨졌다.
“큭!”
순간의 피해.
천유하는 반사적으로 왼팔을 들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곧 움찔했다.
마치 트라우마가 있는 것처럼.
이에 칼리가 눈을 번득이며 웃었다.
“내 승리!”
애초에 유하는 S급이면서도 십성(SS)자리에 들어온 강자.
그리고 그런 그녀가 SS급이 되면서 자신도 경계할 정도로 강해졌다 한들, 약점까지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일까.
마침내 천유하의 치명적인 약점을 꿰고 있는 칼리의 검이 천유하의 몸통을 노렸다.
“이걸로 이건 님은 내가 모신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번쩍!
엄청난 녹색의 빛이 천유하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뱀주인좌의 성인으로 임명되었습니다]* * *
천유하의 몸에서 빛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천유하의 손등에 묘한 문양이 새겨졌다.
그건 바로 뱀주인좌의 문양.
그 빛에 고트도 칼리도, 다른 성도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성인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고트와 칼리는 금방 그 빛의 의미를 깨달았다.
‘성인의 기운!’
자신들도 SS급이긴 하나, 성신과 가장 가까운 성인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들은 깨달았다.
‘설마. 유하가.’
아니나 다를까.
“누나!!”
멀지 않은 곳에서 천성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성재는 휴고와 이건, 이재원을 데리고 텔레포트로 날아온 것이었다.
곧 그들을 본 고트는 당황스러운 듯 외쳤다.
“이건 님! 벌써 성인을 임명하신 건가요?”
그 질문에 답한 건 혀를 차는 휴고였다.
“그래, 벌써 임명했다.”
그 말에 천유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동생을 보았다.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포즈.
아니나 다를까, 천유하가 이건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삼촌, 감사합…!”
“누나! 내가 이겼어! 내가 뱀주인좌 성인이야!”
엥?
천유하와 고트, 칼리의 표정이 볼만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휴고는 한심하다는 듯 아들을 보았고, 천성재는 방방 날뛰었다.
“누나 이것 봐라, 성인 징표 생겼다! 등에 생겼다! 내가 이겼어!”
옷까지 훌러덩 벗는 천성재의 모습에 모두는 당황스러웠다.
아직 작긴 하지만 근육이 잡히기 시작한 등에 분명히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뱀주인좌의 성인 징표가!
덕분에 모두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에 천성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했던 반응과 달랐기 때문이다. 제 누나라면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해서 자신의 멱살(?)을 잡아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누나? 나 성인이라니까? 누나 말고, 내가 성인이라니까? 이것 봐!”
천성재가 약올리듯 최대한 누나를 살살 긁었지만, 정작 누나는 멍한 표정이었다.
“누나? 나 성인이야! 성인! 충격 받아서 말도 안 나오는 거야?”
고트는 땀을 삐질 흘렸다.
“아, 아니. 그거, 유하 양한테도 생겼는….”
“?!!”
이번엔 천성재와 휴고의 표정이 바뀌었다.
실제로 유하에게 달려온 그들은 유하의 손등을 보고 기겁했다.
“이, 이 문양!”
“아니, 이게 왜 누나한테도 있는 건데?! 성인의 문양이잖아!”
당황한 휴고가 분노해서 이건을 바라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건아?!!”
두 명의 성인.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성신도 성인을 둘씩이나 감당할 만한 힘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성인은 방대한 에너지를 가진 특별한 성도.
결국 어떻게 된 거냐는 노려봄에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왜? 처음부터 성인을 한 명만 뽑겠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던 거 같은데.”
뭐가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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