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74)
제173화. 간만에 모여서 회포는 개뿔이 (2)
“찾았다, 개새끼.”
마치 심장을 얼려버릴 듯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하늘에서 들린 그 목소리는 틀림없는 이건의 목소리.
장루이는 침을 삼켰다.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목구멍에 칼을 찔러 넣는 소름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 칼끝이 피부를 스치는 듯한 소름에 장루이의 눈알을 굴렸다.
하지만 정작 이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착각인가.’
뭐, 아무래야 좋았다.
‘이건이 힘을 키우기 전에 이곳을 먹어치워야 한다.’
지금 자신들과 손을 잡고 있는 성신들은 이건의 존재를 불쾌해하고 있었다.
동시에 계약을 파토하고 이탈하려는 성신도 있었다.
뭐, 불안함에 가깝겠지만 아무튼 그들을 달랠 방법은 하나.
‘신좌 2위의 성역을 쪼개서 나눠주면 불만 없겠지.’
은 성신에게 있어 귀중한 토대. 땅의 주인이 그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을 수확해갈 수 있듯이, 성신 역시 성역에서 다양한 것을 수확해갈 수 있다.
그리고 는 대표적으로 천칭과 적대적인 신좌였다.
뺏어도 문제없고, 작아빠져서 나눠 먹을 것도 없는 신궁좌와 다르게 먹을 땅도 많고 부유하다.
뭐, 천칭과 적대적인 신좌는 더 있긴 하지만 글쎄.
‘전갈좌는 위험하고, 사자좌는 성신 자체가 말 안 통하는 또라이니.’
괜히 쑤시기엔 손실이 생겼다.
아무튼 처녀좌의 비옥한 땅은 계약한 성신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란 이야기였다.
그 증거로 성신들이 난리도 아니었다.
[두 얼굴 주인이 서둘러 처녀좌의 땅을 내놓으라 재촉합니다] [주인들이 이를 위해 자신들의 성도들을 이 땅에 보낸 거라 아우성거립니다] [몇몇 주인들이 빨리 약속을 지키라며 화를 냅니다]이에 장루이는 가증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여간 성신이란 족속들이란.’
성인이 죄다 자신들의 머슴인 줄 알지.
곧 장루이는 짜증 섞인 얼굴로 번개가 내리치는 성역을 보았다.
물론 성역이 자체적으로 발악을 하는 건지, 잠시 성역 스킬이 발동하는 듯했지만 그건 문제되지 않았다.
[어둠의 침식]장루이는 피 묻은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케빈의 심장을 찔렀던 단검.
동시에 눈을 번득인 장루이가 칼을 땅에 내리꽂았다.
콰직!
그와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성인의 피를 매개로 해당 성인의 주인을 저주합니다] [처녀좌 성신을 저주하여 성역을 마비시키려 합니다] [다른 주인들이 처녀좌의 몰락에 몹시 기뻐합니다]성인은 성신과 바로 연결된 존재.
그만큼 성인을 저주하면 그 주인도 저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신의 힘이 봉인되면 성역의 기능은 당연히 마비된다.
‘그러니 이걸로 성역 스킬도….’
하지만 그때였다.
“커헉!”
“성주님! 살려주세요!”
“!!”
계속 되는 비명에 장루이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분명 성역 스킬이 멈춰야 하건만 이게 웬걸.
쾅!!!
하늘에서 떨어지는 녹빛의 벼락에 거해좌의 성도들이 쓰러져갔다.
하늘에서 내리치는 빛이 번쩍일 때 마다 적들의 몸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쾅!
“아악!”
[어둠의 별의 종자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주인들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며 당혹스러워합니다]성도의 죽음은 라이벌 신좌의 힘이 된다.
특히 거해좌는 범죄 신좌의 주인답게 인간의 고통과 목숨을 공물로 요구하는 대표적인 성신.
덕분에 거해좌 성도들에게 죽어가던 처녀좌 성도들은 남녀할 것 없이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처녀좌 성도들뿐이 아니었다.
[성역 스킬이 발동했도다!] [지금이로다! 성역에 쳐들어온 놈들을 쳐라!]성역이 마비되면서 함께 힘을 잃고 있던 처녀좌 권속신들이 칼을 들었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몰아내라!]처녀좌 권속신들이 눈을 번득이며 광범위 스킬을 사용했다.
덕분에 장루이는 물론, 성역에 쳐들어온 하이에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권속신들이 어떻게 힘을 쓸 수 있어! 성신이 힘을 쓰지 못할 텐데!”
“성역 스킬은 왜 안 멈추고!”
“설마 처녀좌가 돌아온 거냐!”
“성주님!”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장루이는 이를 갈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처녀좌 성신까지 힘을 쓸 수 없는 마당에 왜 아직도 성역스킬이 발동하고 있단 말인가.
권속신들은 또 어떻게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곧 그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처녀좌가 아니야! 뱀주인좌다!”
“뭐?!”
“권속신들을 움직이는 것도! 성역을 움직이고 있는 것도! 전부 뱀주인좌의 마력이라고!”
“뭐가 어째?!”
성역에 쳐들어왔던 성도들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말이 돼! 어떻게 다른 신좌가…!”
거해좌를 믿고 들어온 성도들이 거해좌 성도들을 노려보았다.
“이봐! 설명 좀 해봐!”
“빈 땅이라고 해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거해좌 성도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당연히 뭔가 잘못된 거죠! 성주님께서 일을 잘못 진행하실 리가….”
하지만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땅에서 권속신들의 몸에서 녹색의 빛이 솟아올랐다.
쾅!
그 낯익은 광채에 장루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건!’
성신들도 무척 당황한 듯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어딘가를 본 성도들이 분노를 토했다.
“저기 이건이다!”
“!”
그들이 가리킨 곳은 첨탑 위였다. 거기에는 녹청의 빛을 내고 있는 이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를 본 성도들은 확신했다.
‘역시 이건이 처녀좌 성역을 움직였구나…!’
하지만 그래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이었다.
“어떻게 뱀주인좌가 처녀좌 성역이랑 권속들을 부릴 수 있지?”
아래에서 술렁거리는 소리에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어떻게는 어떻게야.
[만월의 주인이 초재생의 대가를 지급했습니다] [대가 : 처녀좌의 권능] [뱀주인좌와 처녀좌가 동맹이 되었습니다] [뱀주인좌가 요청하면 처녀좌 성도와 권속들이 언제든지 뱀주인좌의 힘이 됩니다]이건은 웃었다.
아마도 케빈이 거해좌 성인에게 당했을 때였을 것이다.
당시 이건에게 뜻밖의 제의가 왔었다.
처녀좌 성신의 급한 요청이었다.
[만월의 주인이 다급하게 스킬을 요청해옵니다] [초재생 스킬 대여를 요청합니다] [재생 스킬을 빌려주면 무엇이든 대가를 바치겠다고 합니다]뭐, 사용처가 어디인지는 몰랐지만 눈치를 못 챌 것도 없었다.
‘성신이 직접 나설 정도라면 성인 아니면 권속신이겠지.’
아무튼 스킬을 빌려줘서 손해를 볼 것도 없기 때문에 이건은 흔쾌히 스킬을 빌려주었다.
그것도 대여용 등급이 아닌 자신이 쓰던 스킬로.
[초재생(1회)을 대여해주었습니다]그 대가로 처녀좌의 동맹도 얻은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현재.
인장과 동맹 덕분에 성역에서 힘을 발휘하는 이건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만월의 주인이 이만하면 되었다고 합니다] [처녀좌 성역을 지켜줘서 무척 고맙다고 합니다] [그리고 종자가 넘긴 처녀좌 인장을 돌려달라고 합니다]그 말에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왜?”
이에 처녀좌 성신이 당황한 듯했다. 물론 케빈은 처녀좌를 버리고 이건의 산하로 가려 하긴 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종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넘긴 것이라고 합니다] [으로 충분히 인장을 대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당황스러워합니다]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험악하게 웃었다.
“뭐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처녀좌의 성역을 소지하고 있어 을 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만월의 주인에게 로 들어올 것이냐고 묻습니다] [만월의 주인이 기겁하며 거절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햇병아리 성신이 도를 넘지 말라고 화를 냅니다]그 말에 이건이 처녀좌 인장을 발동시키며 히죽 웃었다.
“싫으면 그냥 전부 방 빼시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반응이 왔다.
[의 권능으로 성역에서 타 신좌의 건물을 철거할 수 있습니다]이에 만월의 주인이 기겁했고, 이건이 예상한 듯 웃었다.
뭐, 뱀주인좌는 아직 작은 신좌라 성역에 철거할 물건도 없지만, 2위급은 달랐다.
실제로 자신이 지난번에 갔던 궁전만 무려 황금궁전이었다.
그 외 다른 시설 역시 신좌의 자산이며 에너지.
이것을 이루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다. 만월의 주인이 급하게 말릴 만했다.
[산하가 되겠다고 합니다. 그 대신 성역 내부 시설은 절대 철거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합니다. 성도들도 제발 건들지 말아달라고 합니다.]“콜.”
이건은 웃었다.
뭐 애초에 제 부하가 될 놈들을 건들 생각은 없었다. 케빈이 오해해서 넘긴 것도 있고.
그리고 시설물도 철거하는 것보다 자신이 이용하는 게 더 이득이니까.
[신좌의 주인이 계약을 받아들였습니다] [처녀좌가 뱀주인좌의 산하가 되었습니다]성역에서 엄청난 빛이 치솟아 올랐다.
[처녀좌가 산하가 되면서 산하 관련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 성신과 성인이 산하의 성신과 성인이 되었습니다] [바이블에 위대한 기록이 새겨집니다] [신격이 올라갑니다] [신좌가 확장합니다] [처녀좌 성역을 성역(점령지)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성역의 규모가 상당해 뱀주인좌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역1로 지정하시겠습니까?] [현재 뱀주인좌 1점령지 : 신궁좌 성역 안방]그러자 이건이 코웃음을 쳤다.
“바꾸긴 뭘 바꿔.”
[처녀좌 성역이 3번에 등록되었습니다]이에 처녀좌 성신은 묘하게 불만인 듯 했다.
왜 자신들의 성역이 코딱지만 한 신궁좌의 성역보다 뒤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은 귀를 후볐다.
어차피 1번 성역은 앞으로도 쭉 바꿀 생각이 없었다.
‘택수네 안방이 제일 편하니까.’
그리고 성역 지정이 완료된 그 순간.
이건이 눈을 번득였다.
쾅!
성역이 산하로 들어오면서 성역 스킬을 100%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성역에서 녹빛의 폭발이 터져 나왔다.
* * *
그 무렵이었다.
“아악! 성주님!”
거해좌 성도들이 계속해서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 광경에 장루이는 이를 갈았다.
‘이건…!’
틀림없었다.
이건이 처녀좌 성신과 동맹을 맺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처녀좌 성역과 권속신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계기는 자신이 사막에서 케빈을 찔렀을 때겠지.
‘도대체 이건과 무슨 계약을 했나 했더니.’
무려 동맹이었던 건가.
성신들은 모두 뱀주인좌를 불길하게 여겼다.
때문에 동맹 따위, 맺을 리 없다고 생각한 게 패착.
뭐 아무래야 좋았다.
‘일단 후퇴해야 한다.’
손해가 막심했다. 일단 돌아가서 손해부터 메꿔야 했다.
그래서일까.
장루이가 전화를 들었다. 남반구에 있는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이었다.
“빼앗아뒀던 물병좌의 성배를 준비해요. 금방 갈 테니 그걸로….”
그런데 그때였다.
“가긴 어딜 가.”
“?!”
빠각!
장루이가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날아갔다.
쾅!
얻어맞은 곳은 얼굴.
순식간에 이빨 몇 개가 날아갔다.
그리고 당황한 장루이가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
언제 나타난 건지.
이건이 장루이의 머리를 그대로 땅에 박아버렸다.
쾅!
“크윽…!
장루이가 눈을 뜨자, 제 머리를 짓밟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괴물 같은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잘생긴 외모.
분명 한달 전 쯤, 기자회견 장에서 봤을 때와 생긴 것은 같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성신의 기운…!’
그 흉악한 기운이 전과 달랐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을 보는 눈빛도 전혀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탑에서 날 찌른 범인. 누구인 줄 아냐?”
그 눈빛이 더할 나위 없이 살벌했다. 그리고 그 눈빛과 마주한 장루이가 침을 삼켰다.
‘분열해서 도망쳐야 한다.’
죽음의 공포. 상황이 좋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그러나 분열 스킬을 쓰려 한 장루이는 움찔했다.
‘분열이 안 돼!’
도대체 왜?
하지만 장루이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았다.
여기서는 일단 이건을 달래고, 시간을 끌어서 빠져나가야 했다.
“아, 범인을 찾고 있다고 했죠. 사실 제가 압니다.”
그 말에 이건이 비웃었다.
“천공이 이리 온.”
이건이 제 흉악한 무기를 불러오자, 장루이는 다급해졌다.
“들어주십시오! 신좌들의 명예를 위해 말하지 않았지만… 역시 본인한테는 말해주는 게 맞겠죠!”
이건이 멈췄다.
“그래? 누군데?”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미소에 장루이가 어딘가를 보았다.
“저 사람이요.”
“!”
장루이가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건물 뒤.
거기엔 놀랍게도 반신화 중인 케빈이 있었다.
덕분에 지목 당한 케빈은 당황한 듯 했다.
그는 성역에 쳐들어온 적들과 이건에게 해가 될 놈들을 싸잡아 죽일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들키다니.
‘부상 때문에 기척이 새어나갔나.’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장루이가 좋은 사람인 척 웃었다.
“제가 봤습니다. 처녀좌 성인이 당신을 찌르는 걸.”
이에 케빈이 당황한 듯 이건과 거해좌를 보았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반응에 장루이가 아이 달래듯 웃었다.
“뭐 너무 탓하지는 마세요. 본인은 기억이 전혀 없을 테니.”
이를 갈던 케빈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떨구던 그때였다.
“허.”
기가 차다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 게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이젠 하다하다 자기 죄를 남한테 뒤집어씌우고 있네.”
“예?”
“왜. 너잖아? 나 찌른 새끼.”
“……!!”
천공의 단죄가 장루이를 내리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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