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50)
제249화. 왜 도망갔겠냐 (3)
사실 얼마 전. 휴고는 이건과 크게 싸운 적이 있었다.
때는 아마 신궁좌가 뱀주인좌의 산하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일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빌어먹을 대머리 성신 때문에(?) 뱀주인의 산하가 된 휴고는 계속 입이 튀어나와 있었다.
물론 친구의 따까리가 된 게 기분이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자존심도 꽤 드높은 타입이었고.
충분히 입이 튀어나와 있을 만도 했지만, 계속 틱틱대는 게 영 이상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이건은 눈썹을 치켜뜨며 되물을 정도.
“야, 뭐가 불만이야?”
“뭐가요, 성신님.”
“속인 건 미안하다니까? 아니 솔직히 속은 쪽이 잘못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아무튼 채널 좀 돌려봐.”
“예예, 돌려드리겠습니다 성신님.”
“도대체 왜 불만인데? 산하라고 해도 심부름 하나 안 시키고 있잖아. 아, 택수야 그 채널 말고 영화 채널. 그리고 나 쥬스도. 물론 착즙 100%로.”
빠직.
새끼가 이거는 심부름의 범주도 아닌가 보지?
뭐 이해는 했다.
20년도 더 이전, 이건의 제자였을 때는 이것보다 더한 일도 했으니까.
이를테면 얼음속성 무기를 만든다고 남극까지가서 괴수를 때려 잡아온다거나.
남은 노잣돈을 이건이 하루 식비로 몽땅 써버려서 급하게 기예를 펼쳐 돈을 벌어오거나.
그런 때와 비교하면 채널 돌리기와 음료 떠오기쯤이야 심부름도 아니다.
어차피 그 이상으로 이건에게 받은 것도 많았고, 옛날처럼 아파서 골골 거리는 것보다는 천만배 나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만인 게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성신님. 그냥 성신자리 권속신한테 넘기는 게 어때요? 같이 인간이나 합시다.”
사과 100% 착즙 음료를 내미는 휴고의 말에 이건은 눈을 동그랗게 떴었다.
“뭐야. 너 산하가 된 게 불만인 게 아니라, 내가 성신인 게 불만이었던 거야?”
“허.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살아야 하는 신이 뭐가 좋다고?”
그랬다.
휴고는 이건이 신이 된 게 싫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신은 인간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불멸의 존재라는 것이다.
하물며 그의 존재를 기억해주는 성도가 있다면 영원히 소멸하지도 않는 존재가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신이 되면 나이를 안 먹는다는 거야. 주변 사람들이 다 죽어도 너만 안 죽는다고. 혼자 남겨져도 좋아? 사랑하는 사람들 다 죽고 혼자 남겨지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데.”
휴고는 알았다.
자신도 괴수들 때문에 가족들을 전부 잃어봤으니까.
게다가 겨우 생겼던 형제 같았던 이건도 죽었다.
때문에 너무나도 잘 알았다.
세상에 덜렁 혼자 남겨지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게다가 이건의 경우라면 더더욱 끔찍할 것이다. 짧은 찰나의 순간, 주변 인물들은 나이를 먹고 다 사라지고, 얼마나 허망함을 느끼게 될까.
‘아무리 성인이라도 수명은 존재한다.’
노화가 느릴 뿐이지, 결국은 죽는다.
‘뭐, 지금 같은 때라면 나이 들어 죽기 전에 전사하는 게 빠를 수도 있지만.’
아무튼 휴고는 이건에게 신이 겪는 고독감을 겪게 하기 싫었던 것이다.
실제로 작열사 성신에게서도 휴고는 고독감을 느꼈고 말이다.
그래서 열 받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고독감을 달래주려 최대한 성신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호호할배 되어서 은퇴하면 노년엔 너랑 장기나 두다가 딱 하루만 일찍 가려 했는데 성신 따위나 되고.”
이건은 깔깔 웃었다.
“장기가 뭐야, 그때 되면 가상현실게임을 해야지.”
“아 몰라, 수만년 살아. 진물나게 게임해. 난 지우랑 같은 날 손잡고 갈 거니까.”
휴고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건을 혼자 남기는게 걸리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그뿐이 아니었다.
‘또 미래를 봤다.’
신궁좌의 스킬 이 또 발동한 것이다.
이번에 본 미래도 두개였다.
하나는 지난번에 본 미래의 연장선으로 이건에 대한 것이었다.
‘건이의 모습이 바뀌어 있었어.’
마치 탈피를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주변에는 허물로 보이는 사람 가죽이 있었고, 이건의 모습도 살짝 달라졌다.
물론 달라졌다 해도 나쁜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훨씬 더 잘생겨졌으니까.
지금도 잘생겼지만, 그래도 인간의 범주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탈피한 그는 달랐다.
– 닥치고 내 질문에 답해.
탈피한 이건은 누군가를 향해 몹시 빡친 듯 눈을 번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지난번에 봤던 미래예지 내용.
문제는 그다음이다.
휴고는 그 광경에서 이어지는 미래를 또 봤다.
생김새를 보니 탈피한 이후의 일로 보였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몰라도 이건은 죽은 여자를 안은 채 슬퍼하고 있었다.
얼굴은 이건의 등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만, 틀림없는 여자였다.
게다가 신경 쓰이는 건 그뿐이 아니었다.
휴고는 사실 이건의 미래 말고도 또 다른 미래를 보았던 것이다.
– 도망쳐!
파멸된 도시의 모습. 지리와 건물들을 볼 때 대충 서울일까.
거기서 휴고는 똑똑히 보았다.
유하와 성재, 즉 자기 자식들이 죽은 모습을.
그리고 신궁좌가 전멸한 모습을.
성역은 초토화되었고, 낯익은 성도들이 시체가 된 채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마도 침공 때문인 듯했다.
지난번의 미지 문명 침공하고는 규모가 전혀 다른 침공인지, 도시는 그야말로 대혼돈의 장.
그리고 신궁좌를 없애고 자기 자식들까지 죽인 건 아마도 군주이리라.
남은 놈들 중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 계획은 성공했다
아무튼 휴고는 그런 미래들을 본 것이다.
그리고 으로 본 건 허상이 아니라 진짜 미래다.
환각으로 치부할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래서 심장이 덜컥했던 그는 몹시 걱정되었던 것이었다.
‘풍경을 봤을 땐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현재. 황소좌 권좌를 지키고 있던 휴고는 일단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그 미래 광경에서 본 성재의 모습 때문이었다.
‘성재 모습이 지금과 달라.’
미래 광경 속 성재는 지금과 달리 몹시 컸다.
지금이야 겨우 160cm가 된 종이짝(?) 꼬맹이지만, 미래 광경 속 성재는 180cm가 훨씬 넘어 보였다.
체격도 삼촌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고 말이다.
즉.
‘최소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다.’
성재만 봤을 때 꽤 먼 미래의 일이겠지.
그리고 대비는 해야겠지만, 아무튼 그쪽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오히려 그쪽 일보단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이 더 중요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악! 건이 권좌가!”
휴고는 비명을 지르며 계단에 올랐다.
그리고 신궁좌 지하에서 나오자마자 달려간 곳은 바로 신궁좌 빌딩건물 쓰레기장!
건물 밖 쓰레기장을 본 휴고는 비명을 질렀다.
“아악! 안 돼!”
분리수거함이 설치된 쓰레기장이었다. 거기엔 종량제봉투와 부하들을 시켜서 버린 낡은 식탁과 의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예상대로 그림자 형태의 외신들이 가득 몰려와 있었던 것이다.
음침한 유령처럼 둥둥 떠다니며 뭔가를 탐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이건의 전용 식탁 의자!
식탁 의자는 자체 방어능력을 갖춘 듯
“아악! 미친 새끼들아! 그건 안돼!”
휴고는 바로 을 소환했다. 그리고 활을 쏘면서 미친 듯이 달려갔다.
“비켜 새끼들아!”
그 목소리에 식탁 의자를 노리던 외신들이 휴고를 힐끗 보았다.
어떤 버러지 놈이 자신들을 방해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휴고는 활대를 둔기처럼 휘둘렀다.
“나 진짜 건이한테 죽는다고!”
EX급 무기의 위력은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콰직! 콰직!
[경험치가 올라갑니다.] [경험치가 올라갑니다.]백양좌가 불러낸 외신들의 종류는 다양했다.
강하지만 이름이 없거나, 아니면 원래 약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권속인데 신좌를 노리거나.
강하고 약한 놈들이 우르르 섞여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온 놈들은 그나마 해볼 만했던 것일까.
아니면 무기빨의 위력인 것일까.
졸지에 활대로 얻어맞은 외신들은 휴고의 공격에 살짝 당황한 듯 했다.
활대로 때리는 것뿐인데도 꽤 위력이 강하다.
[도대체 이 인간놈은 무엇이냐.] [모르겠습니다, 미세하게 신격을 품고 있습니다만.]뭐, 정체가 뭐든 그들에게 인간은 하찮은 벌레에 지나지 않은 것일까.
[어서 처리하고 의자를 가져가자.]그들은 자신을 방해하는 휴고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거 건들지 마! 진짜 죽는다!”
니들이 아니라, 자신이 이건한테.
결국 휴고가 에게도 쏘았던 화살을 날렸다.
그 거대한 빛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휴고는 재빨리 섬광 속에서 의자를 들고 튀었다.
휴고는 의자가 부서질세라 소중히 안고 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좋아. 멀쩡하다!”
이걸로 뱀주인좌에는 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때였다.
“아빠!”
휴고를 뒤따라온 아들의 목소리에 휴고가 다급하게 외쳤다.
“너희는 물병좌 쪽으로 가! 치유신좌라 외신들의 공격을 버티기 힘들 거야!”
실제로 지구에 쳐들어온 놈들 중엔 주신급의 강한 놈들이 섞여 있었다.
“빨리!”
“알았어, 아 그런데 나 물병좌 성역은 한번도 안 가봐서 지리 하나도 모르는데.”
이에 헉헉 대며 계단에 올라오던 한지민이 외쳤다.
“성재야, 나 가봤어! 나도 데려가!”
친구의 등장에 당황한 천성재가 바로 화를 냈다.
“하급 능력자가 위험하게 어딜 따라온다 해! 절대 도움 안되 니까 이상한 생각 먹지 마. 절대 아빠 옆에서 떨어질 생각 하지 말고!”
천성재는 바로 텔레포트로 사라졌다.
C급이 신급 앞에서 얼마나 위험할지 잘 알기에 내뱉는 걱정이었지만, 한지민은 시무룩해졌다.
뭐 아무래야 좋았다.
“아저씨! 뒤에!”
“!”
휴고가 들고 튄 의자를 차지하려 외신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권좌다. 틀림없는 뱀주인의 권좌야.]외신들은 휴고가 절박하게 의자를 지키자 정말 그게 권좌라 확신한 듯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가 자신은 뱀주인의 권좌가 아니라 합니다] [가 허리가 뻐근하니 허리좀 주물러보라 합니다]그 알림을 들은 건지, 한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나 다를까.
[신궁아, 몇 번이나 말하지만 주인님한테 권좌는 없으시다. 듣고 있느냐. 이 귀머거리놈 됐으니까 물이나 좀 떠오너라.]의자가 하는 말일까.
말소리를 들은 한지민이 깜짝 놀랐다.
“아저씨, 의자가 하는 소리 안 들리세요?”
“무슨 소리!”
“어… 그거 뱀주인의 권좌가 아니라고.”
“아니 이거 맞아! 그러니까 건이 새끼가 전화를 했지!”
외신들도 휴고의 집착에 더더욱 몰려들었다.
[역시 이게 뱀주인의 권좌니라.] [산하 놈이 이렇게 기를 쓰고 지키는 걸 보면 틀림없다.]바로 그 순간이었다.
외신들이 의자를 건드는 바로 그 때.
번쩍!
[<척추에 좋은 안락의자(A)에 걸려 있는 함정이 발동합니다]그와 함께 의자 위에 블랙홀이 생겨났다.
외신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블랙홀 안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이에 휴고는 안도했다.
“건이가 쳐둔 함정이구나.”
하긴 뭐 그러고도 남을 것이었다.
뱀주인좌의 권좌쯤이나 되는 물건이니.
“아무튼 다행….”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아저씨!”
“!!”
함정은 외신만 삼키지 않았다. 함정은 휴고까지 삼켜버린 것이다.
결국 함정에 빨려 들어가는 휴고는 비명을 질렀다.
“악, 건이 이 개놈의 새끼가아!”
“아, 아저씨!”
그리고 블랙홀처럼 나타났던 이건의 함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휴고 오터스가 지구에서 사라졌습니다.] [휴고 오터스가 외신들에게 피해를 입혀 막대한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획득한 경험치의 일부가 성신에게 상환됩니다.] [신앙심 500%입니다, 5배의 경험치와 신좌 에너지를 보냅니다.] [성신의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 양에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성신의 레벨이 30이 되어 탈피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탈피를 시작합니다.]* * *
그 생명의 땅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돌 석상처럼 다리, 몸통, 머리까지 떨어진 이건이었다.
누적된 고통과 신의 공격이 육신을 파괴한 것이다.
그리고 초재생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몸은 파괴되어 가고, 결국 인간의 냄새가 남아 있던 육신은 죽었다.
하지만 이건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진 순간, 그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저건!]마치 허물을 벗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바닥에 흩어진 이건의 육신은 아름다운 도자기처럼 변하고, 그 틈새로 빛나는 인영이 일어났다.
이에 당황한 백양좌 주인이 외쳤다.
[답답한 놈들. 뭘 보고만 있느냐.]백양좌 주인이 이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때였다.
번쩍!
[큭!]섬광이 치솟아올랐다.
그리고.
[인간의 허물을 완전히 벗어냅니다.] [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신의 권능을 얻었습니다.] [신으로서 완전히 각성했습니다.](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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